개국공신의 딸로 태어나 황제의 후궁으로 들어가는 건 어느 정도는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세상이 끝난 것처럼 슬퍼했다. 궁으로 들어가는 날이었다. 나는 황제가 직접 골랐다는 홍옥 비녀로 머리를 올린 채 부모님의 마지막 인사를 받았다. 나를 궁으로 들이지 않기 위해 벼슬자리에서도 물러났던 아버지는, 내 눈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다만 당부하듯 말했다.
"이제 궁으로 들어가시면 뵐 수 있는 날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아마 이 어리석은 아비가, 어째서 마마를 궁으로 들이고 싶지 않았는지 궁금하셨을 겁니다."
"...."
궁에는 이미 다섯 명의 후궁이 있었다. 모두 쟁쟁한 권력가의 딸들이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 지 걱정하셨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을 꿈꾼 적은 없었다. 하늘의 천명을 받아 늙지 않는 아오바죠사이의 영원한 황제. 성스러운 황제의 나이가 몇 살인지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 신과 같은 존재와 혼인을 하는 터이니 여자들끼리의 투쟁은 그저 우습게 느껴졌다. 나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걱정하시는 바는 압니다만, 황제 폐하께서 제게 신경을 쓰실까 의문입니다. 모쪼록 죽은 듯이 살 것이니 심려치 마십시오."
"그것이 아닙니다."
"....예?"
아버지는 다가와 내 손을 꽉 붙잡았다. 눈물을 찍어내던 어머니는 고개를 돌렸다.
"마마. 궁에 들어가시거든.."
집 밖에서 나를 모시러 왔다는 가마꾼들의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버지는 급하게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새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셔야합니다."
"예?"
"마마께서는 제 말을 기억해 주십시오."
오직 그것이 살아남는 길입니다. 아버지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
영문 모를 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품고 들어간 궁은 신기할 정도로 새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잘 가꿔진 나무들이 가득했으나 새둥지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머물 궁을 받고서, 그날 밤 황제를 기다렸다.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황제는 어둠이 깔리자 나의 궁에 왔다. 안녕, 궁은 마음에 들어? 그런, 가벼운 말투였다. 나는 고개를 깊게 숙인 채 대답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듭니다. 그렇게 대답하면 황제는 내 머리 위에서 웃었다.
"착한 여자군."
"폐하를 성심성의껏 모실 것입니다."
"좋은 자세야.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맞이하게 되다니 오이카와씨.. 무척 즐겁네."
나는 곧바로 그에게 안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황제는 내게 술 한 잔을 받아 마신 채, 옷을 벗지 않고 침상 위에 들었다. 나는 어쩔 줄 모르고 황제를 보았다. 설마 소박을 맞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황제는 침상 밖에 우뚝 선 나를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들어와."
"...."
"아참. 머리를 내려줘야 하는구나."
천천히 황제의 곁에 가자 그는 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듯 만졌다.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
"....."
"미인의 조건이지."
그는 붉은 비녀를 잡아 빼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 넘쳤다. 이제 잘까? 황제는 선선히 웃으며 나를 보았다. 처음으로 나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희고 아름다운 얼굴은 웃고 있었으나 왠지 두려워졌다. 새에게는 눈길도 주지 마셔야합니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했다. 황제가 원하지 않는다면 유혹할 마음은 없었다. 얌전히 불을 끄고 자리에 눕자 황제는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목 안쪽에서부터 냈다. 정말로, 오이카와씨는 착한 여자를 데려왔구나. 그 말은 놀랍게도 비꼬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러 나온 칭찬처럼 들렸다.
*
황제는 일주일에 한 번 나를 찾았지만 안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내가 후궁들 중에선 제법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온 후로 황제 폐하께서는 다른 후궁들은 찾지도 않는다며, 상궁은 몰래 말해주었다. 황제에게 안기고 있지 않는다는 걸 숨기지 않고 말했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폐하께선 마마의 검은 머리카락이 마음에 드시나봅니다. 의미심장한 말은 황제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있는 칭찬이었다.
"폐하께선 검은 머리카락을 '원래' 좋아하시나보지?"
"...."
"따로 귀애하시는 여자라도 있느냐."
"마마."
"투기하려는 것이 아니니 말해 보거라. 나도 미리 알아야 실수를 하지 않을 터이지."
상궁은 나를 보며 입을 달싹였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폐하께서는 보통은 관대하시지만 그렇지 않으실 때도 있습니다."
"그 말은..."
"마마께서는 아마 아실 일이 없으실 것입니다. 그저 폐하께서 하시는 대로 따르시면 됩니다."
무척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나는 다시 한 번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나도 모르게 새? 하고 중얼거리자 상궁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마마. 어디서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폐하의 앞에서는..! 다급하게도 대답을 재촉해, 나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해야했다. 하지만 마음엔 의문이 남아있었다. 새 한 마리 없는 이 궁에 도대체 무슨 새가 있다는 것인가. 그리고 나는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그 답을 알게 되었다.
한가한 봄날이었다. 나는 궁 안을 걸으며 뺨을 감싸 쥐었다. 방금 어느 궁의 주인이라는 여자가 찾아와, 네가 폐하를 홀렸냐며 다짜고짜 뺨을 때렸기 때문이었다. 따라온 여자의 시비들은 큰일인 줄은 아는 지 제발 돌아가자고 매달렸다. 악귀 같은 얼굴의 여자는 흐트러진 머리를 한 채 찢어지도록 소리를 질렀다. 폐하! 폐하! 저런 년을 아끼시면서 왜 저는 찾아주시지 않는 겁니까! 꼴이 비참하여 차마 대꾸를 하기도 싫었다. 시위들이 그를 끌고 나갔다. 그리고 나는, 뺨을 감싸 쥔 채 소문이 빨리 퍼지기를 바라며 걷는다. 후궁들끼리의 소란이니 황제에게 직접 알리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교묘히 부은 뺨을 보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적막한 궁이었다. 새소리라도 들린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면, 나무 아래에 무언가 떨어져있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하니 새둥지였다. 알이 깨진 흔적이 남아있었다. 왜, 둥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머리 위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깬 것이 아니다."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 나는 고개를 들었다.
"원래.. 그렇게 있었어."
아오바죠사이의 궁에 남자아이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울창한 나뭇잎에 가린 소년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어두워서 목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반짝거리는 빛들로 눈이 부셨다. 잎 사이로 새어나온 햇빛과는 다른 종류의 반짝임이었다.
"나 내려갈래."
올려다보고 있자 나무 위의 소년은 내게 말했다. 잠자코 물러서면 푸드득, 거리는 낯선 소리가 들렸다. 곧 높은 나무 위에서 소년은 뛰어내렸다. 몸 곳곳에 과할 정도로 붙인 금붙이와 보석들로 눈이 부셨다. 어떻게 보면 괴이한 차림새였다. 하지만 가장 놀란 건 그 치장이 아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손으로 가렸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새."
소년의 등 뒤에는 까만 날개가, 금목걸이를 두른 채 작게 퍼덕이고 있었다.
*
늙지 않는 황제의 나라였다. 신수 또한 많았다. 하지만 이토록 새까만 날개를 가진 '새'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소년은 나를 확인하곤 몸을 움츠렸다. 움직일 때마다 화려한 장신구들이 차르르 차르르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이번에 궁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내가 피해야하는 상대는 이 소년일 것이다. 알려주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다. 밤처럼 까만 머리카락. 햇빛에 조금 탄 피부는 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머리에는 금강석이 박힌 작은 금관. 목에도, 손목에도, 발목에도. 호사스러운 장신구를 당연하다는 듯 착용한 소년은 분명 황제가 아끼는 미동인 게 분명했다. 익애하는 이가 있다고 생각했어도 설마 여자도, 사람도 아닌 존재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당황함을 억누른 채 대답했다.
"제가 실례가 된 것이라면 사과드리겠습니다."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금붙이를 두른 모습은 마치 족쇄 같기도 했다. 얼른 눈을 떼고 사과를 하자, 소년이 내 머리통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인간 여자들은 날 보면 겁내하던데."
"...제가 혹여 귀인께 실수를 한 것은 아닐까, 오직 그것만이 겁이 날 뿐입니다."
"때리려는 사람도 있었어."
소년은 중얼거렸다.
"오이카와는 그런 일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황제의 성을 마음대로 부르는 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누군가 말했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숨을 고른 후 소년의 발치에 엎드렸다. 옷 아래로 보이는, 비단으로 만든 아름다운 신조차 위에 작은 진주들이 박혀있었다. 내가 엎드리자 소년은 놀란 것 같았다. 왜 그래? 일어나야... 그런 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나는 엎드렸다. 궁 안 깊게 숨겨둔 채로, 함부로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며, 그렇게 소중히 보석과 함께 다루는 소년을 황제가 금방 찾아내지 않을 리 없다. 새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셔야합니다. 아버지의 말뜻을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토비오쨩. 여기에 있었어?"
내가 나 없이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부드럽지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초조한 목소리로 황제는 소년을 불렀다. 오이카와.. !소년은 나를 지나쳐 황제에게로 뛰어갔다. 흔들리는 날개에서 검은 깃이 떨어졌다. 내 머리 맡에 떨어진 깃은 까맣고, 윤기가 돌아 무척 아름다웠다. 성큼성큼 내게 다가온 황제는 그 떨어진 깃을 주워 품속에 넣었다. 나는 얼른 다시 고개를 숙였다. 황제가 내게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지?"
"잠시 걷는 중에 귀한 분을 만나.. 인사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내게 잘해줬어. 소년은 조금 즐거운 목소리로 뒤에서 말했다. 황제는 침묵하였다가 고개를 들어보라고 했다. 나는 흙이 묻은 이마를 털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 두근거리던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황제는 곧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물었다.
"아침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더니, 고운 뺨에 상처가 났구나."
"..제가 모자란 탓입니다."
"괜찮아. 오이카와씨가 신경을 써줄 테니까."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서자 황제는 드물게 내 손을 잡아주었다. 웃는 얼굴.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눈을 내리 깐다. 황제의 곁에 있는 '새'가 날개를 크게 한 번 움직였다가 곱게 접었다. 그리고는 내게 다가와 홍옥 비녀를 덥석 만진다.
"이거 예쁘다."
"...."
"반짝거려."
소년은 기쁜 얼굴로 내 머리에 꽂힌 비녀를 만지작거렸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검은 날개, 온 몸에 빈틈없이 칠해놓은 장신구들은 모두 빛나는 종류의 물건이었다. 까마귀들은 제 둥지로 눈이 부신 것을 모아오는 습성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이 소년은 까마귀일까. 물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황제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소년에게 머리를 숙였다.
"원하신다면 드리겠습니다."
"네 것을 빼앗으려 한 말은 아니다."
소년은 당황했지만 나는 거침없이 비녀를 빼냈다. 황제가 아름답다고 말하며 만진 머리카락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황제의 모든 애정은 바로 이 소년에게로. 혼인 선물로 받은 비녀를 내밀자 황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토비오쨩은 욕심쟁이네. 도대체 언제 만족할 셈이야?"
"...그러니까, 빼앗으려고 한 건 아니라고.."
"가지고 싶어 하는 거 다 알거든요. 돌아가면 똑같은 걸 찾아 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
황제는 고개를 돌려 내 손에 비녀를 다시 쥐어주었다.
"네 정성은 오이카와씨가 알겠으니 이만 돌아가도 좋아. 오늘 찾아가겠다."
역시 착하고, 똑똑한 여자야. 덧붙인 황제의 말에 주저앉을 것처럼 다리에 힘이 풀렸다.
*
폐하께서 어릴 적 직접 알을 받아 키운 까마귀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몸소 입히고 먹이며, 몹시 귀히 여기며 아끼시더니.. 점차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하시더군요. 그 덕에 후궁조차 들이지 않아 신하들이 걱정이 컸습니다. 마주쳤음에도 폐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 다행입니다. 궁에서 오래 살아남아온 상궁의 말에 나는 의아하게 되물었다.
"폐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알지?"
"그랬다면 아마 마마께선 이 궁에 산 걸음으로 돌아오시지 않으셨을 테니까요."
단호한 말이었다. 나는 벌벌 떨며 밤을 기다렸다. 약속대로 황제는 돌아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한숨을 쉬며 내게 웃는 얼굴을 했다.
"토비오쨩이 말이야, 놀아달라고 하도 조르는 바람에 늦었네."
"더 중한 일이셨으니 시간이 문제겠습니까. 얼굴을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
무릎을 꿇고 앉으려 하자 황제는 그것을 만류했다.
"괜찮아요. 오이카와씨, 오늘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 탓하려고 온 건 아니야. 오히려 상을 준다면 주었겠지."
"..감사합니다."
황제는 결코 다른 이유로 후궁을 자신의 궁에 부른 게 아니었다. 후궁들끼리 싸우며 견제하는 동안, 오직 귀애하는 까마귀를 품에 안고 즐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시끄러운 잡음은 적당한 여자들을 들이는 것으로 없앤다. 자신만은 황제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달려드는 이들을 마음 깊이 경멸하며. 나는 그 적당한 여자 중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쓸모 있는 도구는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방금까지 떨던 몸이 차분해졌다. 나는 황제에게 머리를 숙이고 그를 불렀다.
"폐하."
"말해 보거라."
"...아버지께서 아직 정정하신데 자리에 물러나 근심입니다. 부디 폐하께 충성을 다시 바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똑똑한 여자. 황제는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토비오쨩이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오이카와씨 역시 걱정이 많아."
"...미력하나마 제가 폐하께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눈에 띄면, 쓸데없는 말이 많아지는 법이지. 그러니 네가 대신 눈에 띈다면 좋겠구나."
바람막이가 되라는 소리도 기꺼웠다. 확실히 황제의 도구가 되기로 마음먹으니 모든 것이 편해졌다. 나의 말없는 동의가 황제는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좀 더 자주 오겠노라고 말했다.
"오늘부터 너는 황제가 확실히 아끼는 여자가 될 것이다. 오늘 같이 네게 손대는 이도 없도록 도와주마."
은밀한 거래. 거절할 수 없었고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다. 안심한 나는 무심코, 나도 모르게 떠나려는 황제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폐하. 나무 위의 둥지는 폐하께서 치우도록 명하신 겁니까?"
황제는 나를 돌아보았다. 흠칫 놀란다. 언제나 따뜻한 온기가 담겨있던 눈동자엔 지나친 열기가 뜨겁게도 타오르고 있었다. 얼른 나는 고개를 숙였다. 잠시 보았던 까마귀가 받는 익애를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황제는 천천히 대답했다.
"...토비오쨩이 나무에 올랐는데, 그 자리에 새둥지가 있으면 불편하잖아. 당연한 말을 하는구나."
이 궁은 황제의 까마귀를 위한 새장. 본인만 알지 못하는 새장 속이어도 행복하다면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까마귀의 발치 밑 횃대가 되어 살아남을 것이다. 떠나는 황제의 등 뒤에서 나는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어둡고 조용한 밤, 궁의 어디에도 새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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