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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단편

[킨카게] Sleeping Tobio



'나 전지훈련 다녀왔어.'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카게야마는 다짜고짜 킨다이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사보다 불쑥 튀어나온 본론에 킨다이치가 대답하지 못하자 카게야마는 다시 말했다.


-나 전지훈련 다녀왔어. 이제 집이야.

"아, 어. 잘 다녀왔어?"

-응. 집이야.

"...지금 갈까?"


카게야마의 아파트는 차로 이십분 정도의 거리였고, 내일은 약속이 없는 토요일이었다. 밤 11시에 집에 와달라고 조르는 것 같은 애인의 목소리는 의외로 끈질김이 있었다. 보고 싶다는 소리는 하지 않으면서, 결국 킨다이치가 먼저 말을 꺼내게 한다. 자각 없이 내뱉는 말임을 알기에 킨다이치는 카게야마에게 쉽게 맞춰주었다. 대체로 이 둘의 연애는 이런 모양이었다.


-올 거야?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 안에서 카게야마는 반색했다. 생기가 도는 목소리를 들으며 킨다이치는 물었다.


"저녁은 먹었어?"

-아직. 올 때 카레 사올 수 있어?

"그러지 뭐."

-나 짐 정리하고 씻을 거니까 문 따고 들어와.

"...그래."


킨다이치는 서둘러 나가려던 마음을 접고서, 빠르게 샤워를 한 후 속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이주일 만에 카게야마를 만나는 날이었다.


*


대학교에 와서 시작된 연애였으나 알고 지내온 시간은 길었다. 좋았던 감정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반드시 이겨주겠다고 선포한 상대였다. 하지만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는 킨다이치도 알 수 없었다. 카게야마를 좋아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대학에 와서야 튀어나온 고백은 짧게 끝났다. '응. 나도 너 사실 좋아했어.' 카게야마는 단순하게 응했고 킨다이치는 허탈해졌다. '너 나 좋아했으면 고백할 생각은 안 해봤어?' '??' '..됐다.' '그럼 우리 이제 사귀는 거지?' 카게야마는 의외로 선수를 쳤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것이다.


"포크 카레, 안 맵고 계란 추가지?"

"..예."


주인은 킨다이치를 알아보았다. 카게야마의 아파트 앞에 있는 이 식당은 정작 킨다이치가 카게야마보다 더 많이 온 곳이었다. 카레를 많이 좋아하나봐, 웃는 주인에게 킨다이치는 네. 그렇죠. 하고 대충 응수했다. 카레를 들고 아파트로 올라간 킨다이치는 예의 상 초인종을 눌러보았다. 문 안쪽은 잠잠했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며 킨다이치는 조금 낯간지럽다고 생각했다.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에 몰래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카게야마?"


물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카레를 식탁 위에 둔 킨다이치는 욕실 쪽을 보았다가, 거실을 둘러보았다. 입구가 벌어진 가방은 지퍼가 열린 채 내용물이 없었다. 씻고 있나? 킨다이치는 다시 한 번 욕실의 문을 두드렸다.


"카게야마. 나 왔어."


대답은 없었다. 잠기지 않은 욕실 문을 열어보니 샴푸 냄새가 훅 풍겼다. 그는 코를 킁킁거렸다가 다시 거실로 되돌아왔다. 혹시... 킨다이치는 카게야마가 침실로 쓰는 방으로 들어갔다.


"....."


늦은 밤 와달라고 전화까지 해서 킨다이치를 들뜨게 한 애인은, 침대 위에서 대자로 뻗은 채 잠이 들어 있었다.


*


"카게야마."

"....."

"..자?"

"....."

"야..."

"으응.."


카게야마는 눈썹을 찡그렸다가 킨다이치에게로 등을 돌려 누웠다. 아니, 피곤한 건 이해하겠지만 이건 너무. 킨다이치는 화도 내지 못하고 물끄러미 카게야마를 내려다보았다. 씻고 나서 바로 잠이 든 건지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에는 베개에 눌린 자국이 나 있었다. 킨다이치는 카게야마의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가까이 가자 방금 맡았던 샴푸 냄새가 향긋하게 올라왔다. 킨다이치가 골라주었던 샴푸였다.


"..진짜 자?"

"....."

"진짜 너 제멋대로인 거 알지?"

"....."

"...난 아예 씻고 왔거든."


킨다이치는 반팔을 입어 드러난 카게야마의 맨 팔뚝을 잡고 흔들었다. 그러나 다시 털썩, 정면으로 쓰러질 뿐 좀처럼 눈을 뜨지 못한다. 속눈썹조차 흔들리지 않았다. 얇은 눈꺼풀 아래에 있는 눈동자가 무슨 색인지 킨다이치는 알고 있었다. 쾌감에 취한 카게야마의 얼굴이 보고 싶었던 것이지, 잠에 취한 얼굴은 사양이었다. 킨다이치는 이번엔 조금 화가 나 카게야마를 세게 흔들었다. 꿈틀꿈틀 카게야마의 눈썹이 움직였다. 가느다랗게 눈이 열렸다.


"..킨다, 이치."

"카레 사왔어. 일어나."

"나 잘래."

"야..너 진짜."

"너도 자."


하암, 하품을 크게 한 카게야마는 숙였던 킨다이치의 목을 잡아당겼다. 얼떨결에 킨다이치도 카게야마 쪽으로 몸을 돌린 채 눕는다. 당황해서 몸을 빼려고 해도 카게야마는 어느 새 잠들어 킨다이치를 놔주지 않았다. 그저 당황한 킨다이치는 계속 같은 말만 늘어놓았다. 너 진짜, 우와, 어떻게, 너 정말.


"...자?"

"...."

"진짜..?"


카게야마는 답이 없었다. 킨다이치는 으아아..길게 한숨을 쉬고는 바로 앞에 있는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물기를 제대로 닦지 못할 만큼 피곤했는지 피부는 물을 먹은 것처럼 촉촉해보였다.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겨주었으나 카게야마는 반응이 없었다. 심술이 난 킨다이치는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연신 쓸어주며 입을 열었다.


"너 눈 안 뜨면 나 확 뽀뽀할거야."

"....."

"..나, 나 정말 한다?"

"....."


킨다이치는 침을 꿀꺽 삼킨 후 마른 입술을 볼 근처로 가져갔다. 달콤한 샴푸 냄새가 훅 코를 찔렀다. 쪽, 입을 맞추고 다시 돌아왔으나 카게야마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킨다이치만이 괜히 부끄러워져 입술을 문지를 뿐이었다.


".....안 일어나면 또 한다?"

"....."

"진짜.. 이번엔 입술에 할 거야."


말과 반대로 깨우지 않으려는 듯 나직한 목소리였다. 카게야마는 고르게 숨을 내쉬었다. 숨이 목 근처에 닿아 간지러웠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킨다이치는 얼굴을 들었다. 부드러운 그 입술에 킨다이치의 입술이 닿았다. 꾹 누르고 떨어지자 닫혀있던 입술은 봉오리가 벌어지듯 슬그머니 열렸다. 킨다이치의 얼굴이 화르르 불타올랐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벌어진 아랫입술을 만져보았다. 살며시 아래로 내려다보면 하얀 이가 보였다. 그 안에 숨어있던 붉은 혀도 보였다.


"..카게야마."


킨다이치는 자신이 자는 카게야마에게 흥분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주 동안 카게야마는 전지훈련에 다녀왔고, 자신은 이주 동안 카게야마를 만나지 못했다. 씻고 와서 선득한 몸속에 열이 올랐다. 킨다이치는 다시 한 번 카게야마의 팔뚝을 만졌다. 아이처럼 높은 체온을 가진 카게야마는 이미 뜨끈뜨끈했다. 킨다이치는 입술을 만지던 손을 내렸다. 얼굴이 가까워졌다.


"나 이번엔 뽀뽀 아니야."

"....."

"일어나."


카게야마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킨다이치는 참지 못하고 입술을 부딪쳤다. 거칠게 얼굴을 쥐고 안으로 파고든다. 억지로 잠들어 있는 혀를 섞자 반응이 왔다. 으, 읍, 갑자기 숨이 막히자 카게야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키스로 일어나다니 자기가 무슨 잠자는 숲속의 공주야? 방금 까지 무심한 카게야마에게 화가 났던 킨다이치는 그래도 그 생각이 싫지 않았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잠자는 방안의 카게야마. 그 공주는 백년이나 왕자가 올 때까지 잠들어 있었다. 먼저 키스를 해줘야 비로소 눈을 뜬다는 점에서, 제멋대로인 자신의 애인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았다.


"백년이나 기다릴 생각은 없지만."

"뭐?"


키스를 하다 말고 갑자기 중얼거리는 킨다이치의 말에 카게야마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킨다이치는 고개를 내젓고서 카게야마의 위에 덥석 올라왔다. 무게에 눌린 카게야마의 입에서 으으, 하는 신음소리가 나왔다.


"이제 다 깼지?"

"..계속 할 거야?"

"응."

"카레는?"

"밖에 있어."


카레 먼저 먹고 하면 안 돼? 같은 말이 나올까봐 킨다이치는 내심 긴장했다. 절대로 안 된다고 대답하려던 킨다이치는 카게야마가 말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카게야마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눈을 하고서 킨다이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카게야마의 위에서 그를 쳐다보던 킨다이치는, 무슨 뜻인 줄 알고서 피식 웃었다.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자 카게야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킨다이치가 물었다.


"카레 먹고 할래?"

"...잠 깨워놓고서 장난해?"

"하고 싶지?"

"으..."

"네가 말해봐. 배고프면 그만 두고."


카게야마의 눈이 사나워졌다. 킨다이치는 그것을 피해 목덜미 쪽으로 입술을 내렸다. 가볍게 쪽쪽 입만 맞추고 있으면, 카게야마가 다리로 킨다이치를 아프지 않게 쳤다.


"...배 안 고파. 그러니까.."

"알겠어."


눈을 뜬 후에도 키스를 조르는 얼굴 위에, 킨다이치는 마음껏 입을 맞추었다. 식탁 위의 카레가 식어가는 건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카게른 전력 60분 "잠" 참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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