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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ㄴIF 루트

4-3-1. 엔딩 <모든 것의 작별>




도와 주세요.


누구라도 좋으니까 나를 도와 주세요. 카게야마는 흐릿하게 든 정신으로 마음속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도와줄 사람은 이곳엔 존재하지 않는다. 카게야마는 자신이 온전하게 지낼 때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바로 지금 


우시지마가 키타가와의 궁에 있고, 오이카와가 섭정궁에 드나드는 지금



카게야마는 몇 번이나 자해를 하며 써먹었던 침상 밑의 거울조각을 더듬어 찾았다. 자해 후에도 혹시나 싶어 계속 감춰두던 물건이었다. 더 이상 자신을 찌르는 것은 안 된다. 소용이 없다. 그러니까.


"오이카와님."

"...토비오쨩?"

"..죄송합니다."


카게야마는 손을 들어 날카로운 조각으로 배를 찔렀다. 방심하고 있던 오이카와가 흐느끼듯 웃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제법 좋은 분위기였는데, 너무하네. 토비오쨩."

"..어서 가서 우시지마님을 불러 치료하세요. 돌아가세요."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을 찌르고 싶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그럴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해야했다. 그는 오이카와가 침상에서 헐떡이는 것을 보았다가 문을 열었다. 밖에 서있던 호위들이 카게야마의 알몸을 보고 놀라 숨을 들이켰다.


"오이카와님이, 다치셨습니다. 어서 모셔가십시오."


쥐어짜듯 말한 후에야 카게야마 또한 쓰러졌다. 오이카와가 키타가와의 궁에 머물고 있는 이상 오래 돌아가지 않으면 섭정궁은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우시지마의 능력이 필요하다면 오이카와는 키타가와궁으로 돌아가야한다. 밖에서 따로 의원을 부른다고 해도 이상한 것은 마찬가지다. 카게야마는 꺼져가는 의식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쿠니미. 킨다이치."


제발 알아차려줘. 

도와줘..



우시지마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오이카와에게 이상함을 


홀 : 느꼈다

짝 : 느끼지 않았다



우시지마는 오랜만에 카게야마를 품은 오이카와가 궁에 들어오지 않는 걸 가볍게 넘겼다. 생각하려 하면 왠지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우시지마는 홀로 술을 마시며 밤을 보냈다. 이상한 것을 느꼈을 때는


홀 : 밤에 찾아온 오이카와의 시종

짝 : 다음날 아침



섭정궁은 오이카와의 행보에 의문을


홀 : 가진다 

짝 : 가지지 못한다



이와이즈미는 진작 돌아간 서궁이라고 해도, 늦게까지 켜지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퀭한 얼굴로 쿠니미가 킨다이치에게 말했다. 


"아오바죠사이 황자가 직접 오사와의 딸을 데리고 왔었지."

"그래."

"카게야마는 도망쳤다고 했어. 그게 정말 사실일까."

"..사실 나도 수상해 뒤에 사람을 붙여봤었지만 번번히 실패했어."


킨다이치는 동궁 쪽을 보았다. 저쪽은 불이 켜져있었다.


"동궁과 서궁이 번갈아 외출을 하는데, 오늘은 서궁이 평소보다 훨씬 늦어."

"무슨 일이,"


쿠니미의 말을 킨다이치가 받았다.


"생겼어."


아오바죠사이의 황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두 명은 본능적으로 어쩌면 카게야마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쿠니미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다가 킨다이치에게 말했다.


"아오바죠사이의 황자께서 소식이 없으니 병사를 풀어 찾아보십시오."

"..알겠습니다."

"이걸로 명분은 충분해."


쿠니미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킨다이치는 밤늦게 급명을 받고 뛰쳐나왔다. 자고 있던 병사들이 모두 일어났다. 말이 우는 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


적어도 궁 안엔 돌아가야한다고 말하던 오이카와는 도착하기 전 가마 안에서 정신을 잃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이었다.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로 끝내 웃던 오이카와는 호위들이 부축하는 대로 방을 잡고 의원을 불렀다.


"이럴 수가. 토비오쨩. 토비오쨩..."


오이카와는 그제야 자신이 원했던 건 백치같은 카게야마가 아니란 걸 깨닫는다. 실은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고, 청렴한 얼굴로 혼자서 살아갈 것만 같던, 그 아이. 카게야마 토비오를 원했다. 몸이 굴복해도 마음이 꺾이지 않는 걸 확인하니, 왠지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더욱 원하게 되었으면서도.


"여봐라."


오이카와는 피를 흘려 창백한 얼굴로 손을 저어 호위를 불렀다.


"누가 내 흔적을 찾거든 그냥 알려주거라."

"..전하?"

"..오이카와씨는 이제 됐어."


일주일 동안 확인한 것으로 충분했다.


*


킨다이치는 오이카와의 행방을 찾아다녔다. 놀라울 정도로 쉽게 그가 어느 산에서 나왔다는 소리를 들었다. 산의 이름을 확인한 킨다이치의 얼굴이 굳었다. 오사와 사야코가 죽은 산이자 카게야마 토비오가 행방불명된 산. 그리고 자신이 카게야마를 위해 지어놓은 집이 있는 곳. 킨다이치는 말을 보채어 밤길을 달렸다. 병사들 여럿을 끌고 올라가기엔 너무 어두워 결국 킨다이치 혼자 등불을 들고 올라갔다. 걸음이 급했다. 빨리, 빨리..! 킨다이치는 턱까지 차오른 숨을 삼키며 산을 탔다. 성국의 황족들이 군을 풀어 움직이는 바람에 킨다이치는 몇 번이나 이 곳을 찾으려 했어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제야 왔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킨다이치는 문을 열었다. 


"카게야마..."



1~9 : 늦게 왔어 

0 : ....



"....카게야마?"


킨다이치는 등불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숨을 멈췄다. 손에 날카로운 것을 쥐어 피가 말라붙은 카게야마가 어느 것 하나 몸에 걸치지 않은 채 쓰러져있었다. 창백한 얼굴을 보자 평정을 잃고 킨다이치는 그를 끌어안았다. 지나치게 차가운 몸이었다. 엄마..어떡해. 킨다이치는 어린애처럼 덜덜 떨며 카게야마를 침상에 뉘였다. 맥을 확인해보면 다행히 잡혔다.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주고 제 옷도 벗어 덮어준 킨다이치가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몸에 온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카, 카게야마."

"...."

"카게야마. 내가 왔어."


그 말에 서서히 눈꺼풀이 들어올려졌다. 검푸른 눈이 허공을 떠돌다가 킨다이치를 찾았다.


"...늦었어."

"미안해."

"너무 늦게.."

"미안해."

"늦게 왔잖아."

"미안해. 미안해."


킨다이치의 눈물이 카게야마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울지마..바보같아. 그렇게 속삭이는 카게야마의 목소리를, 킨다이치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


다음날 아침 킨다이치는 카게야마를 안고 궁으로 돌아왔다. 도망쳤거나, 죽은 줄 알고 있던 오사와 대신은 깜짝 놀랐다. 어디서 더럽혀진 것 같으니 단패궁으론 올릴 수 없다고 주장을 해 섭정이 그를 받아들였다. 카게야마가 단패궁의 자리에서 내려와 시라토리자와의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아오바죠사이 쪽에선 반쯤 미쳐있는 여자를 카게야마 씨로 삼기엔 부족함이 있다 하여 섭정을 지지했다. 


*


위왕에서 단패궁이 되어, 이젠 다른 곳에서 정조를 잃는 바람에 단패궁의 자리에서도 카게야마는 내려오게 되었다. 카게야마는 어떤 불만도 없었으며 자신이 원했던 단 한가지의 일이 끝나고 나서야, 요양을 위해 기후가 좋은 곳으로 떠났다. 장군 킨다이치가 사직한 날과 카게야마가 떠난 날이 비슷하여 말이 많았으나 곧 잊혀졌다.



"카게야마."


킨다이치는 등 뒤에 태운 카게야마를 불러보았다. 모든 일을 겪은 후의 카게야마는 약간 어려졌고, 쿠니미와 킨다이치만을 찾았다. 그날 산속의 집에서 자신을 부르며 위로했던 목소리는 아마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거라고 킨다이치는 생각했다. 킨다이치의 등을 끌어안은 카게야마는 그 등에 얼굴을 비비며 대답했다.


"왜?"

"지금 어디 가는 줄 알아?"

"몰라."


킨다이치는 카게야마가 제대로 자신을 잡은 것을 확인하고 말을 좀 더 세게 달리게 했다.


"모르는데 따라와?"

"같이 가니까 상관없지."

"...맞아. 그건 그렇네."

"킨다이치. 바보같아."


카게야마가 신이 나 웃었다. 울지마. 바보같아. 언젠가의 말을 떠올리게 하여 킨다이치의 가슴이 철렁했다가, 꼭 끌어안는 온기에 다시 안심한다. 킨다이치는 힘차게 달리는 말 위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다 잊어도 돼."

"..응?"

"전부 다 잊어. 잊자."


아무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도록 킨다이치는 카게야마를 보살펴 줄 자신이 있었다. 카게야마는 킨다이치의 허리를 끌어안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지내오던 궁의 머리 위로 해가 떨어지며 멀어지고 있었다. 안녕..카게야마는 손을 흔들었다. 




「모든 것의 작별」





1월 4일. 단패궁 카게야마 토비오를 산에서 찾다

1월 5일. 단패궁으로 카게야마 환궁

1월 6일. 카라스노, 네코마 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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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시라토리자와 환궁

1월 21일. 아오바죠사이 환궁

1월 22일. 오사와 사야코 장례를 치른 후 단패궁이 직접 애도를 표하다

1월 23일. 단패궁 카게야마 토비오, 정조를 잃고 스스로 물러나다

1월 24일. 대장군 킨다이치 유타로 사의를 표명하다

1월 25일. 단폐궁 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