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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64. 2월 25일



연회가 있는 날이었다. 늦잠을 자고 싶었으나, 어젯밤 상궁을 걱정하게 했으니 카게야마는 군말없이 일어나 치장을 했다. 손으로 입을 가리지도 않고 크게 벌리면 상궁은 민망한 표정으로 눈을 돌렸다. 


"마마. 다른 분들 앞에서도 이러십니까."

"..요즘 이상하게 잠이 많이 와."

"봄이 오면 그렇지요."


상궁은 가볍게 말을 받았다. 카게야마는 다시 한 번 속이 다 보이도록 크게 입을 벌렸다. 

계속 잠이 왔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츠키시마의 호감도가 50을 넘었으므로 누군가에게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동궁과, 북궁의 히나타를 제외하고 아침에 한 명과 마주쳐 대화를 합니다. 이 상황은 각자의 호감도/위험도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1~3 : 서궁

4~6 : 남궁

7~9 : 섭정궁 

0 : 리레주 지정(우시지마, 히나타 제외)


홀 : 쿠니미 

짝 : 킨다이치



서고에서 책을 가져오던 츠키시마는 쿠니미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쿠니미 또한 츠키시마를 발견하고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 아, 싫다. 츠키시마는 얼굴에 드러날 것 같은 감정을 지우고서 쿠니미에게 말을 건넸다. 


"몸이 불편하다고 알고 있는데 아침부터 잘 다니는군."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행이네."

"걱정 감사합니다."


쿠니미는 어디까지나 예의바르게 굴었다. 그러나 카라스노의 후계싸움을 말한 것도, 그래서 카게야마가 북궁을 피하게 만들었던 것도 모두 이 섭정의 일이었을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타입이었다. 직접 움직이는 것보단 뒤에 서 있는 쪽을 선호한다. 그러니까 더욱 싫어졌다. 츠키시마는 그의 곁을 지나치려 발을 옮겼다. 

하지만 곧 쿠니미의 말이 그를 잡았다.


"저번엔 함께 단패궁으로 드시지 않았더군요."

"...뭐?"

"이미 한 번 기록이 되었으니, 상관없으신 겁니까."


고개를 돌리면 쿠니미는 츠키시마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단패궁에 들었다는 그 기록은 그 후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니 말입니다."

"...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단패궁에게 부적절한 누명을 씌우려는 거라면 키타가와에서도 좌시하진 않습니다."


츠키시마는 안경 너머로 보이는 쿠니미를 향해 희미하게 웃었다.


"섭정은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나보네. 그날은 우연하고 단순한 소동일 뿐인데."

"카라스노의 일에는 간섭하고 싶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고작해야 한 여자의 임신이야."

"그 여자를 위해 여기까지 오시지 않았습니까."

"..누가,"


누가, 그런 여자에게 큰 의미를 둔다고. 하지만 츠키시마는 끝까지 말을 할 수 없었다.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문 츠키시마를 쿠니미가 쳐다보았다. 평소 온도가 없이 비웃음만을 띠고있던 얼굴에는 놀랍게도, 어떤 감정이 서려있었다. 쿠니미가 잘 알고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쿠니미의 눈이 츠키시마를 향해서 크게 부릅떴다.


"....키타가와에서 손님대접을 이렇게 한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는 않아."


츠키시마는 불쾌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혼자 남은 쿠니미는 츠키시마의 등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아니라, '너'겠지.



*쿠니미는 츠키시마가 카게야마에게 반했다는 것을 대화로 눈치챘습니다. 카게야마가 쿠니미와 만났을 경우 일정한 확률로 츠키시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며 레점에 따라 츠키시마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위험도가 올라갈 확률이 생깁니다. 



몸이 피곤하면 자연스레 우시지마가 떠올랐다. 카게야마는 제가 생각해도 단순해 실없이 웃었다. 상궁이 의아하게 주인을 쳐다보았다.


"동궁에 가야겠다."

"그러시겠습니까."

"네코는?"


아침에 통 얼굴을 볼 수 없어 물으면 상궁이 웃었다.


"어제 몰래 밥을 훔쳐먹고는 지금 자고 있습니다."

"밥을..?"

"배가 아주 빵빵합니다."


그 말에 카게야마는 오늘 처음으로 웃었다. 쓰다듬어달라고 자주 뒤집어서 보여주던 분홍색 배가 동그랗게 부풀어올라있을 것이다.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카게야마는 상궁을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깨어있지 않으면, 오늘 밥은 없다고 네가 말해주거라."

"알겠습니다."


상궁도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웃었다.


*


네코 덕에 즐거워진 카게야마는 동궁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연회가 있는 날이라 평소보다 더욱 꾸민 모습은, 역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웠다. 그래도 동궁에는 한 분 밖엔 안 계시니까.. 다행이라고 여겼다가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모습으로 단 둘이 있어야된다는 걸 깨닫곤 더욱 얼굴이 달아올랐다. 평소보다 훨씬 더 공을 들인 화장이 신경쓰여 카게야마는 손으로 입가를 문질렀다. 궁녀들이 뒤에서 마마, 마마 하고 말렸다. 


"마마. 마음에 안 드십니까."

"다시 궁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애처롭게 물으니 미안해져 카게야마는 머쓱하게 고개를 저었다. 동궁으로 들어오니, 우시지마는 정원에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홀 : 우시지마

짝 : 카게야마



햇빛에 우시지마가 비춰보는 건 손바닥만한 옥이었다. 마치 매가 날아오르는 모양으로 깎아놓은 옥은 카게야마가 보기에도 귀한 물건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작 그 옥을 보는 우시지마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우시지마님."


함부로 말을 걸 수 없었다. 잠시 기다리던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우시지마를 불러보았다. 카게야마를 발견하자 우시지마는 얼른 궁녀에게 옥을 건네주었다.


"카게야마."

"예쁜 옥입니다."

"시라토리자와의 옥은 나쁘지 않지."

"시라토리자와에서 온 옥입니까?"


단순히 물은 말에 우시지마는 조금 인상을 썼다. 카게야마는 자신이 무슨 말실수를 했나 싶어 긴장했다. 우시지마는 그런 카게야마를 알아차리고는 서둘러 말했다.


"선물로 온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아 그랬다."

"..참 예쁘던데요."



홀 : 네가 

짝 : 아무것도



"나는 네가 더 어여쁘구나."


우시지마는 신경쓰지 말라는 듯 카게야마의 양 손을 잡아쥐었다.


"오늘은 더 곱구나. 나를 보러 오려고 이렇게 예쁘게 하고 왔느냐."

"...오늘 연회 때문에.."

"준비하느라 바빴을 텐데 내게 먼저 보여주려고 왔군."


그 말은 카게야마의 귀에도 지나치게 달게 느껴졌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자 머리 위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깝군. 고개를 들거라. 좀 더 보여다오."

"우시지마님께서 저를 부끄럽게 하시니 그렇지 않습니까."


달아오른 뺨이 식지 않았다.


*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아 동궁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안으로 들어오면 방금 전까지 우시지마가 읽고 있던 듯, 서신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었다. 우시지마는 그것들을 전부 궁녀들에게 치우게 했다. 시라토리자와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우시지마에게? 동궁에 올 때마다 보이는 서신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우시지마를 쳐다보았으나, 그는 대답없이 카게야마의 손만을 한 번 쥐었다가 놓아주었다. 


"우시지마님."

"그래."

"...."


말하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물어보면 우시지마가 불쾌해할 지도 몰랐다. 그것은 원하지 않지만.. 카게야마는 깊게 고민했다.



홀 : 큰 일

짝 : 무슨 일



"...무슨 일이 있으신건가요?"

궁녀에게 뜨거운 차와 다과를 내오라고 말하던 우시지마는, 카게야마를 돌아보았다. 쳐다보는 시선을 견디며 카게야마는 최대한 공손히 물었다.

"요사이 바쁘시고, 서신도 자주 읽고 계시니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 싶어 여쭙는 것입니다."
"....."
"아까 보고 계셨던 선물도 범상치 않아보이셔서.."
"..내가 걱정하게 했군."

우시지마는 살짝 고개를 숙인 동그란, 카게야마의 머리꼭지를 쳐다보았다.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놓아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만지기 어려워 아쉬웠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반들반들하게 보기 좋은 이마와, 단정한 눈썹. 그리고 자신을 조심스럽게 올려다보는 푸른 눈이 있었다. 우시지마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
"네게 알려주기 싫은 게 아니라, 네가 알 필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급한 일이시라면 돌아가셔야하는 게 아닙니까."

우시지마는 그 말을 듣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내가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느냐."


1~3 : 정이
4~6 : 모릅니다 
7~9 : 잡을 순 없지만 (위험도 +2)
0 : ...작별을 (위험도 +2)


"..모릅니다."

카게야마는 곤란한 질문을 하는 우시지마를 피해 대답했다. 귀여운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붙잡아주길 바랐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들어 자신을 보게 했다. 조금 뒤면 연회였다. 이런 여자를 남들과 함께 보기 전에 혼자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네 마음을, 네가 모르는구나."

우시지마가 웃으며 물으면 카게야마는 입을 다물었다. 키타가와를 떠날 것 같지 않던 여자는 마음을 열고 천천히 우시지마의 품에 안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확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겠지. 그는 아직은 기다릴 수 있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 66 (+2)
◇: 31 (+1)
카게야마 토비오 
□: 54 (+1) 


카게야마를 보낸 후 우시지마는 궁녀에게 말했다.

"오늘 온 물건을 돌려보내라."
"명에 따르겠습니다."

두 번은 말하지 않는 황제에게 궁녀는 군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우시지마는 굳은 얼굴로 쓰던 서신을 마저 썼다. 다시는 이런 물건을 보내어 자신을 화나게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

단패궁으로 돌아오자 마치 카게야마가 내린 명령을 들었다는 듯이, 네코는 총총 뛰어왔다. 카게야마는 옷이 구겨지는 것도 잊고 자리에 앉아 네코의 배를 만져보았다. 보송보송한 털이 난 배는 정말로 통통하게 부풀어 있었다. 배를 만져주자 얼른 발라당 눕는다. 카게야마는 따끈한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밥을 안 준 것도 아닌데 어디서 이렇게 먹은 것이냐."
"궁녀들이 남긴 밥을 먹었답니다."

기가 막힌지 상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마. 어서 들어가셔야합니다. 곧 모두 오실 겁니다."
"그래.."

카게야마가 배에서 손을 떼자 네코는 아쉽게 꼬리를 흔들었다. 


연회는 카게야마가 단패궁으로 9명의 남자들을 모셔오는 날입니다. 카게야마의 호감도와 상대의 호감도/위험도는 변화가 없으며, 7번 동안 짧게 대화를 합니다. 대화를 하는 두 명은 선택지로 레스와 리레스로 정합니다. 


1. 코즈메는 킨다이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코즈메는 카게야마가 따라준 차를 마시지 않는 킨다이치를 쳐다보았다. 이 자리에서 자신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약간의 과일을 먹었다. 쿠로오의 앞이 아니라면 천천히 먹는 걸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니 오히려 편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 저 남자는 소중하게 찻잔을 받고서 마시지 않았다. 카게야마를 왕의 자리에서 끌어낸 장군. 반란의 주범. 그렇지만 지나치게 공손한 태도였다. 코즈메의 눈엔 여전히 그가 카게야마의 신하처럼 보였다. 키타가와의 신하에게 말을 거는 건 꺼림칙했으나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코즈메는 물었다.

"마시지 않아?"
"...코즈메님."

킨다이치는 고개를 숙였다. 코즈메는 대답을 기다렸지만 킨다이치의 입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코즈메는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을 물었다.

"..네코마는, 키타가와에게는 반갑지 않겠지."
"...그렇지 않습니다. 네코마에서 정리가 된 일을 제가 무엇이라고."
"카게야마는 모르지 않아?"

킨다이치는 잔을 쥔 채로 코즈메를 쳐다보았다.

"모르는 눈치던데."
"..단패궁께서 태어나시기도 전, 선왕 폐하와 네코마의 일이니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코즈메는 알아차렸다. 싫고, 괴로운 어떤 사실도 알려주지 않고서 소중히 보호해온 사람의 말투였다.



2. 쿠로오는 우시지마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시라토리자와의 황제는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서 홀로 앉아 있었다. 쿠로오는 그런 우시지마의 앞에 앉았다. 우시지마는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지만 쿠로오는 굳이 말을 걸었다.


"오늘도 폐하께선 신수가 훤하시네."

"..네코마의 표범이군."


카게야마가 쿠로오와 밤을 보낸 후, 그 몸엔 쿠로오의 냄새가 가득 묻어 있었다. 그 날의 기억을 되새기고 우시지마는 불편하게 응수했다. 쿠로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우시지마가 왜 자신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날' 카게야마는 누구를 아침에 만났더라도 쿠로오와 잤다는 걸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쿠로오는 일부러 자극하듯 웃었다. 조금은 과시하고 싶은 남자의 본능이었다.


"체취가 남아 곤혹스러우셨을 텐데, 용케도 참으셨어."

"기껏해야 짐승 냄새지. 금방 지워지는 것이 아닌가."

"오늘 다시 묻힐 수도 있고."


계속 비벼대면 내 냄새가 남아서, 마마님 곤란해지려나. 쿠로오의 말에 우시지마는 웃지 않았다. 


"내 심기를 건드리는 이유가 뭐지?"

"...어휴. 무서워라."


폐하께는 무슨 말을 못하겠네. 쿠로오는 슬그머니 일어섰다. 



3. 코즈메는 킨다이치에게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코즈메는 잠시 멈칫했다가가 킨다이치에게 말했다.


"..만약에 카게야마가 알게 된다면 나는 말해줄 거야. 네코마인이니까."

"...."

"주변에서.. 알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는 줄은 몰랐지만."


코즈메는 킨다이치와 카게야마의 관계는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반응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코즈메의 말에 킨다이치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킨다이치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네코마와 선왕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카게야마도 알아야지."

"...카....단패궁은 선왕에게서 잘못된 가르침을,"


킨다이치는 창백한 얼굴이었다. 


"...잘못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굳이 끄집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잘못된.."

"네코마께서 상관하실 일은 아닙니다."


강해져야한다며 어린 여자아이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킨다이치는 그런 선왕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코즈메는, 킨다이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4. 쿠로오는 코즈메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쿠로오는 킨다이치의 앞에 선 코즈메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무슨 심각한 이야기를 해?"

"..별로."

"비밀인가?"


쿠로오의 말에 킨다이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곤 자리를 떴다. 코즈메는 쿠로오를 쳐다보지 않은 채 잔을 만지작거렸다.


"키타가와의 장군은 네코마 일을.. 카게야마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던데."

"잘 됐네. 괜히 알릴 필요는 없고."


쿠로오는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와서 알려주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건 그래."

"어라, 켄마. 반응이 좀 다르네."


저번엔 알려줘야한다고 그러더니.. 쿠로오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코즈메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앞에 카게야마가 보였다. ...또다시 기분이 이상해졌다. 



5. 오이카와는 히나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오늘은 단패를 뽑는 날이었다. 그러고보면, 카게야마만을 쳐다본 채로 얼굴을 붉히는 저 작은 까마귀도 단패궁에 갔었다고 들었다. 저 작은 몸으로 여자를 제대로 안기나 했을까. 오이카와는 조금 놀려주고 싶은 기분이 됐다.


"카라스노의 치비쨩. 토비오쨩 엄청, 쳐다보고 있네."

"토비오가 예쁘니까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얼굴로 히나타는 오이카와를 쳐다보았다. 솔직하게 튀어나오는 대답은 왠지 신경을 긁었다. 오이카와는 흐응, 신음하곤 팔짱을 꼈다.


"예뻐?"

"네."

"어라, 토비오쨩을 아주 카라스노로 데려갈 기세네."


오이카와가 떠보면 히나타는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웃던 오이카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농담이지?"

"..어째서?"

"키타가와는 아오바죠사이 안이지. 카라스노가 데려갈 이유가 없잖아?"

"..어차피 단패궁에서 나오게 되면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왜 카라스노에 가지 못할 거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히나타는 오이카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꼬맹이가... 오이카와는 억지로 웃었지만 그 얼굴은 마치 찡그리는 것처럼 보였다. 



6. 코즈메는 쿠니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알려주지 않고 싶은 마음. 괜히 앙금이 가라앉은 물을 건드려 흙탕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코즈메는 벽에 기대어 서있다가, 문득 쿠니미를 보았다. 킨다이치는 잔을 받고서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쿠니미는 빈 그릇에 차를 버리고 다시 카게야마에게 차를 받아왔다. 그걸 반복하고 있었다. 누구도 쿠니미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그 행동을 알아차린 건 코즈메 혼자 뿐이었다. 코즈메의 시선을 알아차린 쿠니미는 천천히 코즈메의 곁으로 다가왔다.


"..버릴 거면 받지 않는 게 좋지 않아?"


코즈메는 카게야마를 보았다. 차를 따를 때마다 드러나는 손목은 기분 탓인지 지쳐보였다. 쿠니미 또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뵙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니, 그저 목을 축이는 것보단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킨다이치보다 훨씬 매끄럽고 속을 알 수 없는 대답이었다. 



7. 코즈메는 킨다이치에게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쿠니미가 코즈메와 대화를 하고 있자 킨다이치가 다가왔다. 


"섭정 전하. 단패 때문에 상궁이 찾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코즈메님, 저는 이만. 단패를 준비하기 위해 쿠니미는 자리를 떠났다. 킨다이치도 따라서 등을 돌렸으나 곧 코즈메의 말에 걸음을 멈췄다.


"..이상한 것 같아."

"....무슨 말씀이십니까."


킨다이치는 물었으나 이번엔 코즈메가 입을 다물었다. 위왕을 물리치고 섭정이 대신 키타가와를 차지한 반란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기이한 광경이었다.


*


연회가 끝난 후 손님들은 가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안쪽으로 들어가 상궁이 마련해놓은 단패를 보았다.


"마마. 기다리고 계시니 어서 뽑으십시오."


이 중 한 개의 패를 선택하는 건, 모여있는 아홉명 중 여덟을 도로 돌려보내야한다는 뜻이었다. 어느 때보다 망설여져 패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자 상궁은 재촉하듯 헛기침을 했다. 



1 : 오이카와 토오루    

2 : 우시지마 와카토시 

3 : 츠키시마 케이      

4 : 쿠니미 아키라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쿠로오 테츠로      

8 : 킨다이치 유타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의 지정으로



카게야마는 패를 뒤집었다.


[츠키시마 케이]


"..츠키시마님.."

"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어라 카게야마가 말할 틈도 없이 상궁은 나갔다. 츠키시마님.. 오랜만에 밤에 뵙는 이름이라, 카게야마는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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