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Q/카게른/폐왕의 밤

65. 2월 26일



왕님, 이쪽 봐. 안경으로 가려졌던 눈은 제대로 카게야마를 보고 있었지만, 끝까지 카게야마의 이름만은 부르지 않았다. 그 것이 왠지 서운하게 느껴졌다. 미워서 얼굴을 꼭 붙잡고 입을 맞추자 츠키시마 또한 성급하게 카게야마에게 달려들었다. 덕분에 이름, 불러주세요. 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또 서운했다.


"..으응..."


카게야마는 인기척에 눈을 떴다. 눈앞에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멍한 얼굴로 그림자를 올려다보고 있자니 그것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츠키시마님..?"

"..깼어?"


츠키시마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카게야마를 내려다보았다. 깊게 잠들어있는 틈에 나가려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마주치는 상황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츠키시마가 당황해하는 사이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가십니까?"

"..가야지."

"저번에도..빨리 가셨구.."


카게야마는 손을 뻗어 츠키시마의 옷깃을 잡았다. 카게야마의 손이 닿자 츠키시마의 몸이 순간 작게 움찔했다. 


"카라스노는 원래..그러신 건가요?"

"뭐?"

"아침마다 츠키시마님도, 히나타님도 가시고."


잠이 덜 깬 입에선 종알종알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름도 안 불러주시면서.."

"...."

"아침마다 매번.."


츠키시마의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카게야마는 고집스럽게 츠키시마의 옷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잠시 후 큰 한숨소리가 들렸다.


"왕님. 이거 놔줘."

"가실 거잖아요."

"..카게야마."


눈을 감은 채로 반쯤은 졸던 눈이 확 떠졌다. 놀라서 손을 놓으면 츠키시마는 천천히 침상 곁에 앉았다. 꿈인 것 같기도 했고, 꿈이 아닌 것 같기도 한 아침이었다. 


*


츠키시마는 언제 그랬냐는 얼굴로 곧 왕님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카게야마는 잠결에 들었던 그 이름이 자신의 것이 맞는 지 헷갈렸다. 다시 물어보려고 해도, 츠키시마는 상궁이 들어오자마자 카게야마에게 인사를 하곤 나갔다. 서둘러 나가는 츠키시마를 상궁이 대신 배웅했다. 안에 들어온 상궁은 바닥에 떨어진 상아를 얼른 궁녀에게 치우게 했다. 


"..그건 네가 준 것이지?"


카게야마가 퉁명스럽게 묻자 상궁은 민망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방 안에 준비를 해뒀어야 했는데, 마마께서 싫어하실까 싶어 치워둔 것입니다."

"....."


궁녀는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서랍 안쪽에 씻어온 상아를 넣었다. 카게야마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아침을 먹고 난 후 카게야마는 잠시 네코를 쓰다듬었다. 귀여운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주인의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남궁으로 네코를 데려갈까. 카게야마는 네코를 품에 안았다.


"오늘은 남궁에 인사를 드리고 오겠어."

"또 남궁에.."


상궁은 말끝을 흐렸다. 왜? 하고 카게야마가 물어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마. 오늘은 주무시면 안됩니다."


사내와 밤을 보내고 나서 계속 남궁을 찾는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 남궁 쪽에선 신경 쓸 터였다. 카게야마의 옷을 입혀주며 상궁은 신신당부를 했다. 


*


네코를 데리고 나오면 날씨가 무척 좋았다. 간밤 남아있던 몸 안의 열기들도 깨끗히 씻기는 것 같았다. 너도 좋지? 냄새를 맡기 바쁜 네코에게 물어도 대답은 없었다. 남궁에 도착하자



홀 : 쿠로오

짝 : 코즈메



"코즈메님."


카게야마는 어제 연회에서 잠시 보았던 코즈메를 발견하고 활짝 웃었다. 정원에 나와 앉아있는 코즈메는 일광욕을 하는 고양이처럼 나른한 얼굴이었다. 카게야마를 발견하자 햇빛 아래에서 세로로 동공이 길어졌다가 옆으로 벌어지길 반복했다.


"카게야마."

"날씨가 참 좋아요."

"응."


코즈메는 조용히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홀 : 너도 

짝 : ....



"너도, 여기 앉아."

코즈메는 손으로 제 옆을 탁탁 쳤다. 그럴까요? 카게야마는 기분 좋은 얼굴로 코즈메의 곁에 앉았다. 옆에 앉은 카게야마의 몸에선 향긋한 냄새가 났다. 향수 냄새라기엔 독하지 않았다. 한결 마음이 편해져 옆을 쳐다보면, 카게야마도 코즈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생긋 웃었다.

"코즈메님. 네코가 남궁이 좋은가 봐요."

내려놓자마자 흥분하여서 네코는 남궁의 정원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정원을 망치면 안되는데. 강아지가 신난 건 좋지만 뒤늦게 그 생각이 미친 카게야마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조금, 망치면 어때."

코즈메는 느릿하게 대답했다.

"누구든 걸으라고 있는 정원인데."
"그건 그렇네요."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자신에게만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얼핏 든 생각에 코즈메는 저도 모르게 으음, 하는 신음소리를 냈다. 

"코즈메님?"

어디 아프신가요? 카게야마가 걱정스레 물었다. 


홀 : 아프면
짝 : 아니야


"..아니야."

코즈메는 괜히 부끄러워져 얼굴을 숙였다. 카게야마는 그런 코즈메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귀 아래로 쏟아진 머리카락 옆에, 카게야마의 얼굴이 있었다. 코즈메는 눈을 피했다. 가슴이 홧홧해 뜨거웠다. 카게야마가 다시 물었다.

"코즈메님?"
"..들어가자."
"아, 예!"

네코. 너는 여기서 놀고 있어. 카게야마는 따라들어오려는 네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코즈메는 더운 얼굴을 식히려 양 손으로 뺨을 감쌌다. 안에 들어오자 쿠로오는 코즈메와 카게야마를 돌아보며 웃었다.

"둘이 나몰래 뭐 했어? 켄마. 너 얼굴이.."
"시끄러워. 쿠로."

코즈메는 풀썩 자리에 앉았다. 코즈메가 혹시 아픈지 걱정하던 카게야마는, 쿠로오의 목소리가 밝아 우선 안심했다. 쿠로오에게 인사를 하자 쿠로오는 짓궂은 목소리로 물었다.

"마마님. 오늘도 자러 왔어?"
"예? 아, 아닙니다!"
"에이, 피곤해보이는데.."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닐 터였다. 단패를 뽑은 다음 날 꼬박꼬박 찾아와주는 건 즐거우면서도 질투나는 일이었다. 쿠로오는 피식 웃었다. 오늘은 자지 않아요! 카게야마가 억울한 목소리로 다시 대답했다.


홀 : 잠이 들면
짝 : 그렇다면



"그렇다면.."


쿠로오는 어제 저녁 어깨를 쳤을 때 짜증을 내던 츠키시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다지 피곤할 일이 없었나보다. 마마님."

"...?"


카게야마는 알아듣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코즈메는 쿠로오에게 그만하라는 듯 찻잔을 내밀었다. 이야, 마마님 놀리려면 꼭 켄마가 방해를 하네. 그렇게 말하면 카게야마는 그제야 미간을 찌푸렸다.


"쿠로오님. 놀리지 말아주세요."

"놀려도 마마님, 무슨 말인지 모르잖아."

"...!!"


카게야마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산쇼쿠가 어느 틈에 얼굴을 내밀고 그르릉거리며 다가왔다. 그러고보면 쿠로오와는 밤을 보내고 난 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새삼 동궁에 갔다가 곤혹을 치른 일이 생각나 입을 다물고 있자 쿠로오는 웃는 얼굴로 물었다.


"마마님. 삐졌어?"

"안 삐졌습니다."

"삐졌구나."

"안 삐졌다니까요."


그래? 근데 계속 마마님 내 눈 피하네. 쿠로오의 말에 지기 싫어 얼른 고개를 들었다가, 잡아먹히는 것 같던 밤이 생각나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뺨은 붉어져 있다. 쿠로오는 약간은 여유롭게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그래. 마마님이 그렇다면 그런거야."


오래 기다린 끝에 딱 한 번의 밤이었다. 만족스럽던 그 날을 생각하고서 적당히 물러서니 카게야마는 어색하게 귓가를 쓸었다. 갈 곳 없는 손이 닿는 곳마다, 쿠로오는 자신이 만졌던 감촉을 떠올릴 수 있었다.



홀 : 마마님 

짝 : 언제



"마마님."
"예?"
"이리 와. 먼지 묻었어."

쿠로오의 손짓에 카게야마는 의심없이 다가왔다. 어디에요? 묻는 말에 대답하는 대신 가까이 다가온 얼굴을 쿠로오는 들여다보았다. 재빠르게 훑어보면 츠키시마의 흔적은 없었다. 고작 해야 약간 부은 것 같은 입술 뿐.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아하는 취향인가보네. 짧은 시간 안에 카게야마를 훑어본 쿠로오는 싱긋 웃었다.

"여기."

아무것도 없는 눈꺼풀 위를 쿠로오는 더듬었다. 손끝에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얇은 눈꺼풀을 만져보고 있자니 이 위에 입맞춤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이었다. 입술 대신 진득하게 눈 위를 만지자 카게야마는 이상한 지 눈을 움찔거렸다. 코즈메가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쿠로오님."

눈을 감은 카게야마가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또 장난치시는 거 아니세요?"


1~3 : 아닌데?
4~6 : 응 
7~9 : 장난은 (위험도 +2)  
0 : 마마님. 저기 봐 (위험도 +2)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 솔직하지 못한 주제에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이 여자한테 빠지면 고생 좀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때가 얼마 전이었다. 쿠로오는 책을 뒤적거리는 코즈메를 잠깐 확인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마마님. 장난은."

카게야마의 눈가에 촉촉한 것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깜짝 놀라서 눈을 뜨자 의외로 진지한 눈의 쿠로오가 카게야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장난은 이런 걸 장난이라고 하는 거야."
"..쿠로오님!"
"삐질거야?"
"...."
"응?"

모릅니다! 카게야마는 눈가를 문지르며 얼굴을 붉혔다. 


쿠로오 테츠로
○: 57 (+2)
◇: 32 (+2)
카게야마 토비오 
□: 57 (+1)

코즈메 켄마
○: 37 (+2)
◇: 26
카게야마 토비오 
□: 43 (+1)


코즈메는 뒤늦게 쿠로오의 행동을 알아차렸다. 화를 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카게야마는 그러지 않았다. 연신 눈가를 문지르며 투덜거릴 뿐이었다. 그래도 코즈메가 달콤한 간식을 권하자 잘 받아먹었다. 오물거리는 입술을 보면 햇빛을 쬐고 있을 때만큼이나 기분이 좋아졌다. 


"쿠로. 너무 장난치지 말라니까."


카게야마가 돌아간 후 코즈메는 쿠로오를 탓했다. 빙글빙글 웃던 쿠로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켄마. 장난이지만, 조금 진심도 섞여있었거든."

"...아무튼."

"마마님 말이야."


순간 진지한 얼굴로 쿠로오는 코즈메를 보며 물었다.


"네코마에 같이 가자고 하면, 갈까?"

"...따뜻한 날을 좋아하는 것 같긴 해."

"그래?"


쿠로오는 창을 내다보았다. 햇빛이 비추어 무척 날이 좋았다. 


*


오늘은 주무시지 않으셨지요? 상궁은 카게야마가 오자마자 물었다. 잔뜩 쿠로오에게 놀림을 당하고 왔는데 상궁까지 추궁하듯 묻자 카게야마는 볼멘 소리를 냈다.


"너는 나를 무슨 천둥벌거숭이로 보는 구나."

"그것이 아니라.."

"됐다."


듣기 싫어. 카게야마는 고개를 훽 돌렸다. 주인의 심기를 어지럽힌 상궁은 어쩔 줄 모르다가, 잠시 후 함을 들고 왔다.


"마마."

"...."

"마마.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것 좀 보십시오."


상궁은 카게야마를 살살 달래었다.


"어느 분이 보내주신 것 같습니까."



"츠키시마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 0 : 리레주 지정



"..쿠로오님께서?"

"예. 뜸하시더니 또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남궁에 갔을 땐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쿠로오에게 투정을 부린 것 같아, 카게야마는 조금 민망해졌다. 


"아무 말씀도 없으셨는데.."

"문안인사를 가겠다고 알려드리니 궁녀의 손에 아침 일찍 들려보내셨습니다."


카게야마는 함을 열어보았다.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네코마 국화 꽃씨


함 속에는 꽃이 피기 전의 씨앗이 비단 주머니 속에 들어있었습니다



"이게 뭐지?"


카게야마는 주머니를 열어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궁이 함께 보고는 꽃씨 같습니다, 하고 말을 꺼냈다. 


"무슨 꽃씨인지는 모르겠네요."

"다른 건 없나?"


주머니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비단 주머니를 뒤집어보자 네코마音駒, 라고 적힌 글씨가 눈에 보였다. 


"네코마?"

"혹시, 이것은..네코마의 국화 씨앗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궁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주사위를 굴려 카게야마의 호감도를 정합니다 : 27


30 이하 : 호감도 1 

60 이하 : 호감도 2

90 이하 : 호감도 3

99 이하 : 호감도 4 



"국화?"


카게야마는 언젠가 받아보았던 하얀 꽃을 떠올렸다. 무척 향기가 좋은 꽃이었다. 


"지금 심어도 되겠지?"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상궁의 말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궁녀들이 손을 내미는 것도 거절하고, 카게야마는 얼른 밖으로 나갔다. 비단 주머니를 쥐고서 적당한 곳을 찾다가 따라나온 네코를 보고 깜짝 놀란다.


"이 놈이 씨앗을 먹어버리면 큰일이니, 어서 데려가거라."


궁녀가 단단히 네코를 잡고 있는 동안 카게야마는 양지바른 곳에 씨앗을 뿌렸다. 즐겁게 씨앗을 뿌리는 동안 감사 인사는 깜박 잊고 말았다. 



쿠로오 테츠로

○: 59

◇: 34

카게야마 토비오 

□: 58 (+1)



씨앗을 전부 뿌리고 오자 벌써 날은 어두워졌다. 카게야마가 저녁을 먹는 동안 궁녀가 밑에서 카게야마의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이상하게 요즘 잠시 걸어도 피곤하고, 발이 붓는 것 같았다. 


"마마. 이 신을 신어보십시오."


발이 아프다는 카게야마의 말에 상궁은 좀 더 편한 신을 가져왔다.


"이게 좀 낫군."

"몸이 불편하시다면 의원을 부를까요?"


카게야마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1~3 : 밤산책을 했다 

4~6 :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몸을 지나치게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카게야마는 저녁식사 후 궁녀 한 명만을 데리고 밖을 나왔다. 낮에 그렇게 밝던 하늘은 거짓말처럼 어두워져, 카게야마는 발을 헛딛지 않도록 조심했다.



1~5 : 발이 아팠다

6~0 : 후원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



궁녀가 부축을 해주겠다는 것도 거절하고 카게야마는 조심조심 걸었다.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뒤를 돌아본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유독 자주 보는 남자였다. 


"쿠로오님."

"마마님. 발 아파?"


궁녀가 다가오려는 것을 말린 쿠로오는 카게야마의 앞에 몸을 숙였다. 부끄러워 카게야마는 물러섰다. 그러나 쿠로오의 손은 발목을 잡고서 놔주지 않았다.


"조금 부었네."

"괘, 괜찮습니다."

"이런 발로 돌아다녀? 마마님. 업어줄까?"

"쿠로오님, 정말 괜찮습니다!"


카게야마는 궁녀에게 눈짓했다. 궁녀는 고개를 숙이곤 조금 떨어졌다. 발을 살펴보던 쿠로오는 슥 일어나 카게야마에게 물었다.


"뭐 하느라 이렇게 부었어?"

"오늘 정원을 좀 걸었더니.."

"왜?"

"씨앗을, 아..!"


그제야 카게야마는 쿠로오의 선물에 서신을 쓰지 못한 것을 기억했다. 미안해서 쳐다보았으나 쿠로오는 과히 신경쓰는 기색은 아니었다.


"꽃씨 심었어? 지금 심으면 금방 펴. 예쁠 거야."

"정말이요?"

"그럼. 내가 마마님한테 거짓말을 하겠어?"


그 말에 카게야마는 볼을 부풀렸다. 


"하지만 장난은 치시잖아요. 아침에도..!"

"장난 싫어?"


쿠로오의 물음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로오는 낮은 소리로 웃었다.


"그럼 장난 아닌 거 해줄까?"

"예? 무슨..아, 읍..!"


뜨거운 숨이 가까워졌다. 쿠로오는 카게야마의 어깨를 잡았다가, 곧 허리로 손을 내려 힘주어 끌어안았다. 놀란 카게야마가 피하려고 해도 끝까지 쫓아온다. 결코 장난이라고 할 수 없는. 마치 그날의 밤과 같은 입맞춤이었다. 전신에 열기가 감돌아 카게야마는 다리를 꼬았다. 의지하듯 쿠로오에게 안기면 쿠로오는 입을 맞춘 채로 웃었다.


"이제 만족하지? 마마님. 장난은 아니었어."

"읏.."


카게야마는 얼굴을 붉혔다. 안긴 채로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자 쿠로오가 물었다.


"궁에 데려다줄게. 마마님."



홀 : ....

짝 : 아닙니다



쿠로오 테츠로

○: 59

◇: 34 (+1)

카게야마 토비오 

□: 59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해서 쿠로오를 만났다. 실례를 저질렀고, 부끄러운 모습도 보였는데 데려다달라고 말할 순 없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궁녀와 함께 돌아갈게요."

"...등에 태워줄 수도 있는데."


쿠로오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감히 상상도 못한 제안이라, 카게야마는 더욱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떻게 그런 일을 부탁드리겠어요."

"뭐 어때. 마마님.. 내 위에 올라타는 거 잘 하던데."

"...쿠로오님!!"


카게야마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럼 전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카게야마는 씩씩거리며 인사한 후 돌아섰다. 마마님, 잘 가. 쿠로오가 뒤에서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멈춰던 카게야마는 또 돌아선 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웃음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어서 가자."


카게야마는 부은 발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궁녀가 다가와 부축한다. 돌아가면 다시 주물러 드릴게요. 카게야마의 팔을 잡아준 궁녀가 걱정스레 말했다. 



26일 밤 끝


'HQ/카게른 > 폐왕의 밤' 카테고리의 다른 글

67. 2월 28일  (0) 2016.03.31
66. 2월 27일  (3) 2016.03.30
64-1. 25일 밤  (0) 2016.03.28
64. 2월 25일  (4) 2016.03.27
63. 2월 24일  (2) 201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