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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67. 2월 28일



카게야마는 식사를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궁이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혹시.."

"예."

"..어제 누가 오셨느냐?"


상궁은 겸연쩍게 고개를 숙였다.


"..어제 마마께서 주무시는 사이에, 남궁의 쿠로오님이 오셨다 가셨습니다."

"쿠로오님..?"

"잠깐 인사를 하러 오신 모양입니다. 호위들이 막을 수가 없어서 그만."

"..그래? 깨우시지 않으셨구나."


꿈 속에 누군가가 보였다. 그러나 얼굴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럼 그 것은 쿠로오였는지도 몰랐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누군가 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혹시 또 쿠니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카게야마는 제법 오랫동안 인사를 갈 궁을 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처음 떠올린 이름을 내뱉었다.


"섭정궁에 가겠다."

"제가 알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쿠니미를 의심하게 된 것 같아 카게야마는 이상한 죄책감이 들었다. 상궁이 나가기 전 카게야마는 그녀에게 물었다. 


"어제 쿠로오님이 오신 걸 섭정도 알고 있겠지?"

"..예. 아마 그러실 겁니다."


쿠니미에겐 몰래 오지 말라고 잔뜩 당부를 했었다. 오셨으면 인사라도 해주실 것이지..카게야마는 괜히 입술만 삐죽 내밀었다.

섭정궁으로 가면



홀 : 쿠니미

짝 : 킨다이치



킨다이치는 언제라도 그렇게, 카게야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궁녀들을 뒤로 물린 후 카게야마는 킨다이치를 쳐다보았다. 킨다이치의 얼굴은 자못 심각해보였다. 지난 번 킨다이치와 만났을 때 그다지 좋은 대화를 나눈 기억은 없었다. 카게야마는 킨다이치를 달래듯 말했다.


"아침부터 무슨 근심이냐."


킨다이치는 카게야마를 향해 머뭇거리다 결국 입을 열었다.



홀 : 폐하의 

짝 : 어젯밤에



"폐하의 덕입니다. 제 근심이 따로 있겠습니까."

"...."

"어제 몸이 불편하셨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제는 문안인사를 다녀온 후 단패궁에 들어앉아, 꼼짝도 하지 못했다. 기묘할 정도로 잠이 쏟아져 카게야마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랬으니 쿠로오가 들렸던 것도 몰랐을 것이다. 걱정스러운 킨다이치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카게야마는 코끝이 찡해졌다. 괜스레 고개를 돌리고 카게야마는 코를 훌쩍였다.


"봄이 오니 피곤해서 그랬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의원에게 보이시는 게."

"전에는 아파도 의원을 부르지 못했는데, 고작 잠이 온다고 부르겠느냐."


튼튼한 체질이어서 다행이었다. 남장을 하던 카게야마는 의원의 손을 탄 적이 거의 없었다. 그것을 입밖으로 내면 킨다이치는 드물게 한숨을 쉬었다.


"고집을 또 부리십니다."

"고집이라니..!"


카게야마가 무어라고 부정하려 하자 킨다이치는 고개를 저었다.



홀 : 그날

짝 : 늘



"늘 나는.."


킨다이치는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전쟁터에 홀로 나가 가장 앞에서 싸울 때도, 상처를 제멋대로 치료하며 몸이 튼튼하다고 웃던 때에도. 킨다이치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자신이 방패가 되어 그에게로 오는 상처를 모두 받아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킨다이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머리를 들었다.


"저는 늘 폐하가 걱정입니다."

"...."

"매번.. 폐하의 몸은 생각치 않으시니까. 저라도 챙겨야지요."

"..나는 건강해."


카게야마는 킨다이치의 어깨로 손을 올리려다가 그만 두었다. 왠지 키가 부쩍 큰 느낌이었다. 킨다이치의 얼굴엔 눈물 한방울 흐르지 않는데도, 카게야마는 그가 울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많이 걱정을 했던건가? 예나 지금이나 덩치가 큰 주제에 소심하여 생각이 많았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건강하니까, 너도 건강하면 그것으로 좋다."


그러면 킨다이치는 천천히 웃었다.


*


"울지마."


궁으로 들어온 카게야마는 킨다이치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킨다이치가 당황해서 얼른 대답했다.


"울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내 앞에서 울지 마라."


카게야마의 명을 듣곤 그러겠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킨다이치를 향해 신신당부를 하고 있으니 쿠니미가 나왔다. 폐하, 부르는 소리는 어느때처럼 부드러웠다. 차갑게 귀에 감기는 인사를 들으며 카게야마는 어제의 밤을 생각했다. 쿠로오는 손님으로 방문한 것이니 너와 다르다고 말을 해줘야할까? 하지만 그렇다면 킨다이치가 지난 번 쿠니미가 찾아온 것을 알게 될 터였다. 유치한 비유였으니 킨다이치도 진작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 괜히 미워져 킨다이치를 쳐다보자 킨다이치는 놀란 눈으로 살짝 고개를 기우뚱거렸다.


"장군께서 또 폐하를 속상하게 만들었습니까."


쿠니미는 자리에 앉으며 조금 웃었다. 카게야마는 킨다이치가 내민 차를 받고서 머리를 저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아참.."



홀 : 최근에

짝 : 어제 

0 : 요전에 (츠키시마 관련 위험도 확률↑)



쿠니미 또한 킨다이치가 내민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


"요전에, 카라스노의 츠키시마님와 잠깐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츠키시마님..?"


갑자기 튀어나온 이름은 얼마 전 같이 밤을 보냈던 남자의 것이었다. 카라스노에 대한 이야기는 쿠니미가 직접 들려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굳이 츠키시마의 말을 꺼내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츠키시마님께서, 왜?"

"간밤 폐하께 해를 끼치진 않았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네가 다 기록하고 있지 않느냐."

"그렇습니까."


그런 일은 없었다, 라고 확인해주어도 쿠니미는 시원찮게 대답할 뿐이었다. 카게야마는 결국 짜증스럽게 물었다.


"갑자기 왜 츠키시마님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지?"

"폐하께서 괜찮으시다면.."

"할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

"...."

"하고 싶은 말을 해."


카게야마는 쿠니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1~3 : 죄송합니다 

4~6 : 카라스노는 (호감도 +1 위험도 +1) 

7~9 : 그 남자 (호감도 +1 위험도 +2)

0 : 카게야마, 혹시 (위험도 +3)



"..죄송합니다."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기세가 험악해지자 얼른 사죄했다. 보란듯이 자신이 했던 말을 읊으며 카게야마를 안으러 들어갔던 그 남자가, 쿠니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욕망을 숨기려 하는 남자였다. 그러니 그런 남자에게 질투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카게야마의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도 없었다. 그 정도의 일로...쿠니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폐하. 죄송합니다."

"....."

"잘못했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고분고분 말하면 카게야마는 왈칵 화를 터트렸다.


"사과할 일은 왜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떠보려고 하지 마. 츠키시마님께선 내게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


고개를 숙인 채 카게야마의 툴툴거림을 들으며 쿠니미는 쓰게 웃었다. 츠키시마가 카게야마를 어떻게 안았는지 전부 읽었다. 자신이 얼마나 질투가 났는지는, 화가 난 왕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쿠니미 아키라

○: 63 (+1)

◇: 52

카게야마 토비오 

□: 54 (+0)


킨다이치 유타로

○: 44 (+2)

◇: 38 (+1)

카게야마 토비오 

□: 34 (+2)



카게야마는 쿠니미 쪽은 쳐다보지 않고, 킨다이치와 짧게 이야기를 한 후 돌아갔다. 카게야마를 배웅하고 온 킨다이치는 어째서 갑자기 츠키시마의 말을 꺼냈냐고 물었다.


"폐하께서 기분이 상하셨잖아."

"...물을 수 밖엔 없었어."


츠키시마는 카게야마를 좋아하고 있었다. 신경쓰이지 않을 리가 없다. 쿠니미가 입을 다물자 킨다이치도 한숨을 쉬었다.


"쿠니미. 너 그거 그만 둬."

"...."

"그..기록하는 거 말이야. 북궁도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만 둬."


쿠니미는 끝까지 킨다이치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


단패궁으로 돌아온 카게야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상궁은 차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 못했다. 오늘은 특히나 카게야마를 잘 보살펴야하는 날이었다. 궁녀에게 발을 주무르게 하며 상궁이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마마. 이제 슬슬 준비를 하셔야합니다."

"...."



홀 : 알겠다 

짝 : ...잠깐 밖에



잔뜩 눈치를 보며 상궁은 묻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손을 뻗었다. 자리에 앉아있었더니 일어날 힘이 없었다.


"나를 좀 일으켜보아라."

"몸이 영 불편하시면.."

"아니. 조금 무거울 뿐이니.. 괜찮다."


카게야마는 궁녀들을 따라 가며 오늘 한번도 네코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네코는? 하고 물으면 어린 궁녀들이 뒤에서 돌보고 있단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은 바쁜 날이니 강아지 또한 일하는 궁녀들에겐 방해일 것이다. 그래도 따뜻한 것을 품에 안으면 기분이 훨씬 나아질 것 같았다. 상궁이 슬쩍 뒤로 물러섰다. 잠시 나가는가 싶더니 왕왕 짖는 강아지를 데려온다.


"마마. 잠깐 안으시겠습니까."

"..! 이리 오거라."


카게야마는 네코를 꼭 끌어안았다. 품에 안고 몇 번 쓰다듬어주고 있으면 이번엔 상궁이 패를 가져왔다. 


"마마. 뽑으십시오."


아홉 개의 패. 단 하나를 골라야했다. 



1 : 오이카와 토오루    

2 : 우시지마 와카토시 

3 : 츠키시마 케이      

4 : 쿠니미 아키라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쿠로오 테츠로      

8 : 킨다이치 유타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의 지정으로



카게야마는 패를 뒤집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오이카와님.."


자주 뵙지 못한 이름이었고, 카게야마가 늘 힘들어했던 이름이기도 했다. 오이카와님께서... 카게야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상궁이 서둘러 패를 받았다.


"마마. 서궁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마마?"


네코는 이제 저에게 주시지요. 상궁이 부드럽게 강아지를 불렀다. 카게야마는 꼭 끌어안고 있던 네코를 도로 상궁에게 건넸다. 


"궁녀들이 잘 돌보게 하겠습니다."


카게야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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