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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69. 2월 30일


카게야마는 거울을 보았다. 쿠니미가 주고 간 약은 효과가 좋았던 게 확실했다. 눈에 띄게 푸르스름하던 자국들은 색이 조금 옅여져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카게야마는 목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손바닥 아래로 멍자국이 흐리게 보였다. 


"마마. 오늘은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상궁은 카게야마의 머리를 빗어주며 물었다. 카게야마는 곰곰히 생각했다.



1~2 : 북궁 

3~4 : 북궁 

5~6 : 북궁 

7~8 : 북궁 

9~0 : 북궁



왠지 북궁에 가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카게야마는 북궁으로 인사를 드리러 가겠노라 말했다. 그러고보면 북궁에 가지 않은 지도 오래 되었다. 상궁은 카게야마에게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마마. 서궁은 벌써 보름째 가시지 않고 계십니다."

"..그렇게 오래 되었다고?"

"서궁분들께서 불쾌해하실 텐데요."


오이카와는 자주 만났으나 이와이즈미는 유독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잠시 고민했으나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래도 오늘은 북궁에 가겠다."



*2월 22일 문안인사에서 처음 만났던 츠키시마에게 쿠니미 아키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으므로, 오늘은 북궁에 가서 츠키시마를 가장 먼저 만나게 됩니다. 22일 당시 카게야마의 쿠니미에 대한 호감도가 50을 넘었습니다. 츠키시마를 만나 쿠니미의 이야기를 하게 되며, 츠키시마의 위험도는 선택지에 따라 +3 혹은 +5로 오르게 됩니다. 카게야마의 호감도는 전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카게야마는 히나타에게게 서신을 보내지 못한 것을 기억해 냈다. 상궁에게 조금 헐렁한 신을 꺼내오게 한 카게야마는 그것을 신고 북궁으로 갔다. 참으로 오랜만의 북궁이었다.



홀 : 츠키시마 

짝 : 츠키시마



카게야마는 멈칫했다. 정원에 츠키시마가 나와있었다. 


"츠키시마님."


지난 번 같이 밤을 보낸 후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응석을 부렸던 아침을 떠올린 카게야마는, 볼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숙였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의 숙인 목에 난 멍자국들을 눈썰미 좋게 발견했다. 자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딱 한 번 이름을 불렀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는 카게야마에게 물었다. 


"왕님. 어디 다치기라도 했어?"

"예?"

"..그 목 말이야."


아.. 카게야마는 어색한 손으로 목을 쓰다듬었다. 곤란한 얼굴이었다. 그 손길을 보자마자 왜 여자의 목에 자국이 남았는지 깨달았다. 츠키시마는 혀를 찼다.


"됐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으니까."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도.."


잘도 그런 꼴을 당하고, 돌아다니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의 처지를 불현듯 깨닫곤 고개를 돌렸다. 히나타를 위해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려던 여자였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불편했다. 츠키시마가 말없이 있는 걸 어떻게 받아들인건지 카게야마는 조심스레 말했다.


"약도 잘 바르고 있으니까요. 남궁도, 섭정 전..하도 약을 주셔서 많이 나았습니다."

"...."



홀 : 그래?

짝 : 섭정



조금 안타까웠던 감정은 거짓말처럼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라졌다. 츠키시마는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키타가와의 섭정. 자신의 신경을 기가 막히게 긁는 재주를 가진 그 섭정은 언제나 건방진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카게야마를 안기 위해 단패궁으로 들어갈 때보다 더 통쾌한 적도 없었다.


"섭정."

"..예. 섭정이.."


츠키시마의 앞이니 전하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야할 것 같았다. 그리고 카게야마는 섭정궁에 갔을 때 쿠니미가 츠키시마를 의식하던 것을 생각해낸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츠키시마의 표정은 불쾌해보였다.


"...츠키시마님. 츠키시마님께 혹 섭정이 결례를 범하기라도 한 건가요?"

"...."

"원래.. 말이 차갑습니다. 그러니 츠키시마님.."


츠키시마는 안경 너머로 어쩔 줄 몰라하는 카게야마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어차피 키타가와의 여자였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왕 위에서 쫓아낸 섭정까지 감싸려 하다니 대단한 충심이었다. 


"그 섭정. 좋아하나보지?"

"예?"

"..왕님. 다 티나거든.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봐 그러는 거야?"


카게야마는 츠키시마를 올려다보았다가 고개를 숙였다. 부정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동무입니다. 하지만 다른 뜻은.."



홀 : 그다지 (위험도 +3, 카게야마 호감도 +0)

짝 : 왕님은 (위험도 +5, 카게야마 호감도 -3)



고작해야 한 여자의 임신이야, 라고 츠키시마가 말했을 때 쿠니미는 슬쩍 자신을 비웃었다. 그 여자를 위해 여기까지 오시지 않았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츠키시마는 히나타가 카게야마를 임신시키길 기원하며 키타가와로 왔다. 그러나 섭정은 마치, 자신이, 이 여자를.. 눈앞에서 서 있는 여자에게 다른 마음을 먹은 건 아니냐는 듯 추궁하며.


자신을 꿰뚫어보았다. 그걸 견딜 수 없었다.


"왕님. 그만해."

"츠키시마님?"


츠키시마는 카게야마를 외면한 채 말했다. 차가운 목소리였다.


"..아침부터 섭정의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기분이 나빠져서 말이야."

"츠키시ㅁ..!"

"그 섭정. 정말로 건방졌거든."

"...."


안경이 햇빛을 받아 반짝여 츠키시마의 눈은 보이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이럴 때의 츠키시마가 왠지 힘들었다. 안경을 벗어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청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침을 꿀꺽 삼킨 채 입을 열었다.


"츠키시마님. 제가..대신 사과를.."

"됐다니까."


츠키시마는 인상을 쓰고는 한 발자국 물러섰다.


"들어가."

"...."

"히나타가 기다리고 있어."


카게야마는 자리에 선 채로 침묵했다. 츠키시마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안 들어가? 이 나라는 섭정이 나를 열받게 하더니, 한낱 여인도 나를 무시하는군."

"....!"

"...들어가."


모진 말에 카게야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러 북궁 안으로 들어간다. 츠키시마는 햇볕 아래에 선 채로 제 주먹을 바라보았다. 주먹을 꽉 쥐어 손톱자국이 난 손바닥이 우스웠다. .....도대체 나는 지금 뭘 하는 거야. 보기 흉한 화풀이었다. 츠키시마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


츠키시마의 폭언에 마음이 상한 카게야마는 서둘러 북궁 안에 들어왔다. 마음같아서는 이대로 가버리고 싶었지만, 히나타에게도 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했으니..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갑자기 서러워지는 것이었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코 안쪽이 뜨거워졌다.


"토비오!"


깜박깜박, 혹시라도 눈물이 날까봐 열심히 눈을 굴리던 카게야마의 앞에 히나타가 튀어나왔다. 토비오? 서있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곤 히나타가 물었다.


"왜? 토비오. 울어?"

"아..아닙니다."

"..왜.."


히나타는 당황한 얼굴로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얼른 앉아. 자신보다 더 작은 히나타의 손에 잡힌 채로 앉으며 카게야마는 코를 훌쩍였다.


"울..울지 마."

"..히나타님. 안 울어요."

"...속상한 일 있었구나."


괜찮아. 괜찮아. 달래주니 이상하게도 더 서러워졌다. 



홀 : 츠키시마님이 

짝 : ....



카게야마는 눈가를 닦았다. 눈물은 다행히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우는 사람처럼 카게야마는 연신 눈가를 닦았다. 히나타는 괜히 안타까워 카게야마의 손을 잡아주었다.


"츠키시마님이.."

"응."

"....그게.."


사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지도 몰라 어떻게 말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카게야마가 입만 삐죽삐죽거리고 있으면 히나타는 다 알았다는 듯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츠키시마가 너를 속상하게 했어?"

"...."

"내가 혼내줄까?"


히나타는 조그만 주먹을 카게야마에게 보여주었다. 카게야마는 찡그리는 것처럼 조금 웃었다.


"속상한 건 아니고..그냥.."

"응."

"..츠키시마님은 제가 싫으신가봐요."


다정하게 대화를 했던 건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렇게 히나타에게 말하자 히나타는 고개를 저었다.


"걔 원래 나한테도 그래. 토비오. 너무 속상해하지 마."

"...예."



홀 : 어라 

짝 : 여기



"어라."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발을 보고서 짧게 감탄했다. 


"토비오! 신발 신어줬어."

"아, 히나타님. 제가 그때 경황이 없어 감사도 못 드려서,"

"어디 봐."


히나타는 신기한 듯 카게야마의 발을 쳐다보았다. 옷자락을 조금 들어 신발코를 보여주면 히나타는 즐거운 얼굴이었다.


"예쁘다. 신은 잘 맞아?"

"음.."


솔직한 반응에 히나타는 곧바로 심각해졌다.


"조금 작아?"

"조금 큽니다."

"토비오. 발이 작구나."


그래서 이렇게 귀여운가.. 히나타는 발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카게야마는 부끄러워져 얼른 손에 쥔 옷자락을 내렸다. 히나타는 고개를 들고 활짝 웃었다. 


"다음엔 딱 맞는 신을 줘야겠다."

"이 신도 충분히 예뻐요."

"편한 신이어야 토비오가 자주 신어줄거잖아."



1~3 : 자주

4~6 : 그럼 

7~9 : 그리고 (위험도 +1)

0 : 감사합니다



"그럼.."


카게야마는 들어올 때와 다른, 한결 풀린 얼굴로 웃었다.


"다음에는 카라스노의 신을 보여주세요. 히나타님."

"카라스노의 신?"

"추운 나라니까, 몹시 따뜻한 털신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맞아."


히나타는 문득 카라스노의 겨울을 떠올렸다. 키타가와보다 훨씬 추운 겨울. 모두들 짐승가죽을 몸에 덮고, 털을 뽑지 않은 가죽을 두드려 신을 만든다. 눈은 내리지 않는 날보다 내리는 날이 더 많으며, 사방에 열린 고드름들은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눈부셨다. 카게야마에게도 그 겨울을 보여주고 싶었다. 히나타는 살짝 웃었다.


"응. 보여줄게."


그는 카게야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히나타 쇼요 

○: 38 (+2)

◇: 23

카게야마 토비오 

□: 38 (+2)


츠키시마 케이 

○: 56 

◇: 31 (+5)

카게야마 토비오 

□: 48 (-3)



히나타가 카게야마를 배웅하고 돌아오면 이미 궁 안엔 츠키시마가 돌아와 있었다. 바둑판 앞에서 혼자 바둑을 두고 있다. 히나타는 못마땅한 얼굴로 츠키시마에게 말했다.


"토비오가 엄청 속상해했어. 도대체 무슨 말을,"

"조용히 해. 히나타."

"...나중에 꼭 사과해."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히나타는 바둑판을 노려보는 츠키시마에게 한숨을 쉬었다.


"토비오는 네가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

"...그 여자.. 계속 이상한 말을 하네."


내가 어떤 감정이라도 어차피 그 여자한텐 상관없잖아. 츠키시마는 바둑돌을 소리나게 바둑판 위에 내려놓았다. 


*


궁으로 돌아온 카게야마는 신을 신고가길 잘 했다고 상궁에게 말했다. 상궁은 환한 낯으로 그렇습니까, 하고 카게야마의 말을 받아주었다. 카게야마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조금 크다고 말씀드리니 새 신을 주겠다고 하셨는데..."

"예..?"


마마. 기왕 말씀하실거면 딱 맞다고 감사드려야지요.. 상궁은 해맑은 카게야마의 얼굴에 대고 무어라 말할 수도 없어 헛기침만 했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카게야마는 무릎에서 발라당 누운 네코의 배를 쓰다듬었다. 통통한 배를 만지던 카게야마는, 네코의 툭 튀어나온 주둥이를 움켜쥐었다.


"궁녀 밥도 훔쳐먹었다더니, 많이 먹어서 살찐 것 같구나."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강아지는 카게야마의 손 안에서 낑낑 울었다. 평소라면 식사를 하며 반찬들을 먹여주었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매일 카게야마 품에서 간식을 받아먹는 게 버릇이 된 네코는 서럽게 카게야마를 올려다보았다.



홀 : 손님이 찾아왔다

짝 :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면 잠이 왔다. 카게야마는 침상에 누워 약을 바르는 짧은 시간에도 피곤해 꾸벅꾸벅 졸았다.


"요즘 왜 이렇게 잠이 오는지 모르겠다.."


카게야마의 말에 약을 바르던 상궁의 손이 멈췄다. 


"봄이..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가.."

"정 안 좋으시면 의원을 부를까요."

"됐다. 피곤할 땐 잠을 자는 게 약이지."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누워있다가 일어나면 또 저녁을 먹을 때다. 카게야마는 괜히 민망해졌다.


"하는 일도 없이 밥만 먹고 있구나." 

"편히 쉬는 것이 마마의 일입니다."


상궁은 카게야마의 앞에 저녁식사를 차리며 웃었다.



1~3 : 밤산책을 했다 

4~6 :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네코를 안은 채 졸던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는 큰일나겠다."

"마마?"


상궁이 의아하게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카게야마는 크게 하품을 하다가 헙, 하고 입을 막았다.


"..조금 걷다 올 것이다."

"마마. 피곤하시면 그냥 주무시는 편이.."

"몸이 쑤셔서 안 되겠구나."


너는 여기 있어. 카게야마는 네코의 이마 위에 쪽 입을 맞춰주었다. 꼬리를 흔들던 네코는 카게야마가 궁녀와 나가자 시무룩해져 침상 위로 쪼르르 올라갔다.



1~5 : 피곤했다.. 

6~0 : 후원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



연신 하품을 하는 카게야마에게 뒤에 선 궁녀가 근심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마마. 피곤하시면 돌아가시는 편이.."

"괜찮..흐암.."


아무리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건 몸을 지나치게 편하게 두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후원을 지나던 카게야마는 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오고 있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궁녀가 등불을 올렸다. 우시지마가 카게야마를 보며 서 있었다. 


"우시지마님."

"..오늘은 궁녀와 함께구나."


지난 번 우시지마와 후원에서 마주쳤을 때, 그는 카게야마가 혼자 다니는 것을 염려했었다. 그 후로 카게야마는 한 번도 혼자 밖을 나온 적이 없었다. 우시지마는 궁녀의 손에서 직접 등을 받았다. 궁녀는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오랜만이지 않느냐."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아래에서 등불을 비추었다.


"밤이 되어 어두운 줄 알았는데, 네 얼굴을 보니 그저 환하군."

"..우시지마님.."

"어디 보자."


우시지마의 눈이 카게야마의 얼굴을 훑어내렸다. 혹시 피곤한 것을 들킬까봐 카게야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우시지마의 눈은 곧 굳은 채로 카게야마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건 무엇이지?"

"아..."


카게야마는 양손으로 목을 가렸다. 귀가 화끈거렸다. 



"손을 내리거라."


우시지마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카게야마가 고개를 저으면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다른 손으로 카게야마의 손목을 잡아 내렸다. 


"설명을 듣고 싶군."

"...."

"카게야마."


우시지마의 손이 카게야마의 목줄기를 건드렸다. 멍자국이 난 곳마다 쓰다듬고 있었다. 그 손길에 카게야마는 어깨를 움츠렸다. 말없이 답을 재촉하면 결국 카게야마는 견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지난..번.. 밤을 보낸 후 남은 자국입니다."

"....오이카와."


우시지마는 어제 유달리 기분이 좋아보이던 오이카와를 기억하곤 이를 꽉 깨물었다.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말이 오늘 밤은 다르게 들렸다. 오이카와. 오이카와...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목을 큰 손으로 잡았다. 꽉 조이지는 않았으나 우시지마의 기세가 난폭해 카게야마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우시지..마님.."

"..네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카게야마."

"저는 괜찮..ㅇ..!"


커다란 손은 카게야마의 뒷목을 잡고 끌어당긴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젖히면 우시지마의 입술이 닿았다. 으응..! 얼마전까지 계속 시달렸던 목줄기에 입술은 과격하게도 찍어 누르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맹수에게 목을 물린 사냥감이라도 된 것 마냥 꼼짝할 수 없었다. 화끈거리는 열기가 느껴졌다. 목에 입술을 눌렀다가, 우시지마는 혀를 내밀어 그 가느다란 목을 핥았다. 


"오이카와가 또 네게 어떤 짓을 했지?"

"ㅇ, 우시, 지마님..그런..!"

"말할 수 없다는 것이냐."

"부, 부끄럽..! 응..!"


호소하는 목덜미에 입맞춤을 퍼부으며 우시지마는 인상을 썼다. 오이카와의, 다른 남자의 흔적일랑 모조리 없애고 싶었다. 한참 뒤에 놓아주니 카게야마는 헐떡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우시지마는 등불을 비춰보았다. 


"멍은 쉽게 없앨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하아,..하아.."

"궁에 데려다주겠다."



홀 : ....네 

짝 : ..괜찮습니다



카게야마는 목을 어루만져 보았다. 원래 아프지는 않았으니 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시지마의 능력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려던 카게야마는 눈을 들어 우시지마를 보았다. 아직도 화가 나있는 것 같은 우시지마를 거절할 수 없었다.


"...네."

"오늘은 고개를 젓지 않는 구나."


우시지마는 궁녀 쪽을 보고는 슬쩍 손을 흔들었다. 말을 알아들은 궁녀가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가 궁녀를 떠나게 한 걸 보고 얼른 등을 잡았다. 등 위로 손이 겹쳐졌다. 


"우시지마님. 제가 들겠습니다."

"너는 신경 쓸 것 없다."

"하지만 어떻게, 우시지마님께."


우시지마는 등을 잡은 카게야마의 손을 붙잡고 슬쩍 웃었다.


"네게만 내리는 황제의 은총이다. 거절할 생각은 하지 말거라."



우시지마 와카토시

○: 68 (+1)

◇: 32

카게야마 토비오 

□: 55 (+1)



궁녀가 먼저 돌아가 알린 탓에, 단패궁의 사람들은 전부 우시지마에게 인사를 하러 나와있었다. 카게야마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황제는 카게야마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가 상궁에게 넘겨주었다.


"피곤하겠군. 어서 들어가 쉬거라."

"우시지마님. 감사합니다."

"..카게야마."


우시지마는 카게야마를 다시 불렀다. 가까이 다가서면 우시지마의 손이 카게야마의 얼굴을 가볍게 쓸었다.


"....고운 몸에 흠 하나 내고 싶지 않다. 다치면 언제든 내게 오도록."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시지마의 손가락들이 카게야마의 목으로 내려왔다가 떨어졌다. 우시지마가 돌아가는 것을 배웅한 카게야마는, 방으로 들어와 거울부터 확인했다. 멍자국은 지워졌지만 목 옆에 우시지마의 입술자국이 조그맣게 남아 있었다. 카게야마는 쑥스러워 그 자국을 문질러보았다.



30일 밤 끝




카게야마는 3월 1일에서 6일 동안 몸의 이상함을 느끼고 의원을 부르게 됩니다. 언제 의원을 부르게 되나요?



주사위를 굴립니다 : 39


30 이하 : 1일

60 이하 : 3일 

90 이하 : 5일 


카게야마는 피가 비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3일이 되어서야 의원을 부르고 임신한 것을 알게 됩니다. 3월 1일, 2일은 평상시와 같은 스케쥴을 따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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