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창포꽃이 피어 있었다. 카게야마는 언젠가 보았던 꿈인 것을 기억했다. 물기를 머금어 싱싱하게 피어오른 꽃들은 왠지 카게야마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꿈이니까..하고 발치의 꽃들을 보고 있으면 바람이 불어와 꽃잎들이 흐트러졌다.
"....?"
바람인 줄 알았는데 물 속이었다. 카게야마는 어느새 깊은 호수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바닥에는 수많은 창포꽃이 깔리듯 피어있다. 움직일 때마다 보라색 꽃머리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나갈 거야."
카게야마는 그렇게 말하고 팔을 저어 위로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호수 밑바닥에 남게 될 꽃밭이 신경 쓰였다. 다시 고개를 돌려 돌아가자 꽃잎들이 훅 하고 덮치듯 올라온다.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수천개의 꽃들. 아름다웠다. 카게야마는 손을 뻗어 그 중 한 송이를, 잡았다.
*
오늘도 월경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무덤덤하였으나 상궁은 틀림없이 회임을 한 까닭이라고 흥분했다. 그런 상궁에게 큰 소리로 떠들지 말라고 주의를 주며, 카게야마는 식사를 하기 위해 수저를 들었다. 하지만 차려놓은 음식들을 보고 조금 멈칫한다. 상궁은 그런 카게야마를 눈치채지 못하고 음식을 덜어주었다.
"마마. 오늘은 좋아하시는 것들로만 준비했습니다."
"...그렇네."
"마마?"
"아무것도 아니다."
평소엔 그렇게 잘 먹던 요리였다. 입에 넣으면 왠지 흙맛이 느껴졌다. 인상을 찡그린 카게야마는 억지로 그것들을 먹었다. 맛이 없었다.
3월 2일 카게야마의 꾀병은 어느 정도인가요
주사위로 정합니다 : 18
30 이하 : 어젠 아무도 인사를 못 드렸으니까
60 이하 : 밥이 맛이 없어..
90 이하 : 마마께서 불편하신 듯 하니 오늘은 얌전히
99 이하 : 밖에 또 나가고 싶어
어제는 몰래 나갔다 왔으니 오늘은 인사를 가야할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식사 후 별 말 없이 입가를 훔쳤다. 카게야마의 눈치를 살피던 상궁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마마. 오늘은 문안인사를 가시겠습니까."
"음.."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홀 : 북궁에 줄 것이 있어
짝 : 그래야겠지
어제 스가와라라는 남자를 만나 받은 약재는 아직 츠키시마에게 주지 못했다. 화가 난 츠키시마와의 만남이 마지막이었다. 스가와라의 부탁을 대신 전해준다면 츠키시마도 화를 풀지도 몰랐다. 카게야마는 입을 열었다.
"북궁에 가겠다."
"북궁에 가시겠습니까."
"그래..어제 내가 가져온 꾸러미도 챙기고."
상궁은 카게야마를 단장한 후 딸린 궁녀들에게 짐을 맡기려 했다. 그것을 본 카게야마는 고개를 젓고 자신이 직접 그 약재를 들었다. 3월의 아침 공기는 먼지 하나 없이 맑았다. 천천히 돌길을 걷자 조금 부대끼던 속도 한결 편해졌다.
홀 : 히나타
짝 : 츠키시마
히나타를 발견한 카게야마는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정원을 느긋히 걷고 있던 히나타는 카게야마를 보자 서둘러 달려왔다. 곧 즐겁게 토비오!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숙인 채 조금 웃었다.
"토비오! 몸은 괜찮아?"
"몸....?"
카게야마는 끌어안고 있는 약재에 신경을 쓰다가 히나타의 말에 깜짝 놀랐다.
홀 : 그게..
짝 : 괜찮습니다
어제 자신은 몸이 아파 궁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밖에서 받은 약재를 들고 온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저 스가와라의 부탁만을 생각하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히나타는 갑자기 우뚝 선 카게야마의 얼굴을 이상하다는 듯 들여다보았다.
"토비오?"
"아..그게..."
"응?"
햇살을 받아 따뜻한 색으로 빛나는 히나타의 머리카락을 보며 카게야마는 고민했다. 말해도 될까? 히나타라면 혼내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망설이던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믿고 입을 열었다.
"저.. 히나타님."
"응. 토비오."
"어제는 제가..몸이 아픈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볼 일이 있어 잠시 밖에 다녀왔습니다."
히나타는 눈을 깜박이다가 무슨 뜻인 줄 알아듣고 활짝 웃었다.
"토비오, 어제 몰래 놀았구나."
"논 것이 아니라.."
"나도 책 읽기 싫어 종종 빠져나왔으니까 말이야. 토비오도 그래?"
"...예."
그래도 섭섭하다, 나도 같이 데려가지, 칭얼거리는 히나타는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나가서 카라스노의 스가와라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스가와라 형님!"
뜻밖의 이름을 듣고 히나타가 반응했다.
홀 : 히나타님을
짝 : 이것을
잠시 만났던 스가와라는 무척이나 편안한 인상의 남자였다. 히나타는 카게야마가 이야기하는 스가와라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스가와라 형님께서 키타가와에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그런데 토비오와 만날 줄은!"
"그리고 이것을 주셨습니다."
카게야마는 손에 들었던 꾸러미를 보여주었다.
"츠키시마님께서 부탁하신 거라는데, 츠키시마님 몸에 좋은 약인가봐요."
"그래?"
카게야마가 내민 꾸러미에선 말린 약초의 냄새가 났다. 히나타는 코를 킁킁거리다가 카게야마를 올려다보았다.
"토비오."
"예."
"...."
약을, 주러 온거야? 히나타는 그렇게 물으려던 입을 다물었다. 대신 그는 약재를 받아들었다.
"들어가자."
"아, 예!"
카게야마는 허전한 손을 모으고 히나타의 뒤를 따랐다.
*
들어가면 츠키시마는 등을 돌리고서 바둑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카게야마가 인사를 해도 그래, 하고 대답할 뿐 고개를 들지 않았다. 히나타는 꾸러미를 내려놓았다.
"츠키시마. 카게야마가 스가와라 형님을 만났대."
"뭐? 어떻게."
스가와라의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츠키시마는 카게야마 쪽을 쳐다보았다. 서운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츠키시마의 눈이 꾸러미를 향하자 얼른 설명했다.
"어제 잠시 만나게 되어서.."
"스가와라 전, 형님을 만났다고?"
츠키시마의 얼굴이 미심쩍게 변했다가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제 아프다고 한 것은 꾀병이었군."
"윽..."
"제멋대로인 왕님이야."
츠키시마는 들으란 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카게야마는 기가 죽은 얼굴로 죄송합니다, 하고 사죄했다.
홀 : 이것을
짝 : 이거!
그래도 스가와라가 부탁한 걸 가져왔으니.. 카게야마는 약간의 기대를 품은 채 꾸러미를 츠키시마 쪽으로 밀었다. 츠키시마의 눈썹이 안경 위에서 꿈틀거렸다.
"이건 뭐야."
"그 분께서 전해드리라고 하신 약재입니다."
"....."
풀어보던 츠키시마의 손이 멈췄다. 카게야마는 급하게 말을 이었다.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츠키시마님께서 드실 약재라고 들어서.."
"....."
"저... 츠키시마님?"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흰 츠키시마의 얼굴은 왠지 열이 오른 사람처럼 붉어져 있었다. 몸이 정말로 아프신건가? 카게야마가 걱정스레 쳐다보면 츠키시마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먹을 거라고 했다고?"
"저, 그렇게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스가와라의 말은 알쏭달쏭했다. 카게야마는 스가와라가 웃던 모습을 기억해내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말했을 리 없지, 츠키시마는 중얼거리고는 서둘러 꾸러미를 아래로 내렸다. 옆에 앉아 있던 히나타가 츠키시마. 더워? 하고 속편히 물었다.
홀 : ..고마워
짝 : .....
츠키시마는 입을 꾹 다문 채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려 히나타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왠지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나 돌아보아도 츠키시마는 바닥을 노려본 채 못마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열이 남은 듯 목덜미와 귀까지 붉었다. 흰 피부라 워낙에 잘 보였다. 스가와라가 히나타의 안부를 궁금해하던 것을 이야기해준 후 카게야마는 다시 츠키시마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츠키시마님. 몸이 편찮으시다면 이만 저는 가보겠습니다."
"...."
"저..."
츠키시마와 화해하기 위해 왔지만 소용은 없던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조금 시무룩해진 얼굴로 츠키시마를 보았다.
1~3 : ..그래
4~6 : 핑계는
7~9 : ...
0 : 가져가
한참 생각하는 듯 보였던 츠키시마는 바닥의 꾸러미를 다시 카게야마에게로 내밀었다.
"가져가."
"..예?"
"...가져가라고."
츠키시마는 새빨개진 얼굴이었다. 카게야마가 의아하게 약재들을 보자 그는 조금 짜증을 내듯 말했다.
"..남자는 먹어도 소용없어. 여자 몸에 좋은 걸..구하라고 했으니까."
"츠키시마님..?"
"답답하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의 손에 다시 꾸러미를 들렸다. 손이 닿았다. 뜨거웠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화난 사람처럼 쏘아붙였다.
"왕님한테, 주려고 했던 거니까 가져가."
"저..한테요?"
카게야마는 그제야 스가와라가 했던 말을 이해했다. 멍하니 꾸러미를 품에 안았다.
"선물을 받는 날도 아닌데.."
"....의미는 없어."
주고 싶었을 뿐이야, 라는 뒷말은 억지로 삼켰다. 츠키시마는 당황한 얼굴로 꾸벅 인사하는 카게야마를 겨우 돌아보았다. 갑작스런 선물에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얼굴이었다. 그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츠키시마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풀린 표정으로 웃었다가, 얼른 안경을 고쳐썼다.
히나타 쇼요
○: 40 (+2)
◇: 23 (+1)
카게야마 토비오
□: 40 (+1)
츠키시마 케이
○: 56 (+3)
◇: 36 (+1)
카게야마 토비오
□: 45 (+2)
*
카게야마가 나간 후 히나타는 츠키시마를 빤히 쳐다보았다. 츠키시마는 인상을 썼다.
"뭐야."
"토비오한테 주는 거였어?"
"...저번에 안 좋게 헤어졌잖아."
또 북궁에 한참 안 오면 어떡해. 츠키시마는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변명처럼 중얼거렸다. 히나타는 그런 츠키시마를 보다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스가와라 형님, 잠시 오시면 좋을 텐데."
"인사는 드려야겠지."
"츠키시마."
"왜."
히나타의 눈이 도로 냉정을 되찾은 츠키시마의 얼굴을 훑었다.
"지금 대충 말하는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츠키시마는 다시 인상을 쓰고는 피곤하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
츠키시마가 준 약을 안고 돌아오자 상궁은 얼른 그것을 받고 물었다.
"마마. 북궁에 전해드린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내것이라고 하셨다."
"예?"
"..몰라. 나도."
츠키시마는 스가와라에게 여인에게 좋은 약을 구해달라고 일부러 부탁했다. 그리고 스가와라는 자신에게 전해주었고, 자신은 츠키시마에게 약을 내밀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 약은 자신의 것이었다. 복잡한 화살표가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내것이라고 하시더군."
"그렇습니까."
상궁은 더이상 묻지 않았다. 츠키시마님..나를 신경써주시는 구나. 선물을 보내시는 날이 아니더라도. 떠오른 그 한 줄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약재는 상급의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먹을 수는 없었다. 카라스노를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궁은 카게야마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마마의 입에 들어가는 약은 의원에게 먼저 보여야 제가 안심이 됩니다."
"설마 독을 넣으셨겠느냐."
"약은 쓰기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합니다."
별 말을 다한다. 카게야마는 툴툴거렸다.
홀 : 손님이 찾아왔다
짝 :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다
점심은 여전히 맛이 없었다.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티가 났는지 상궁은 이것저것 권하며 여쭈었다.
"마마. 마음에 드시는 요리가 없으십니까."
"속이 좀..."
입가를 훔치다가 상궁을 올려다본다. 상궁은 들뜬 기색이었다.
"마마. 제 말이 맞습니다. 틀림없이 회임하신 겁니다."
"..체한 것 같으니 차나 가져오거라."
"박하차를 가져오겠습니다."
상궁은 얼른 궁녀를 불러 카게야마의 속을 개운하게 할 만한 것들을 가져오게 했다. 차를 마시며 입을 씻을 때 쯤 궁녀가 카게야마에게 알렸다.
"마마.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츠키시마님..?"
방금 인사를 드렸던 남자는 단패궁의 문 앞에서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어서 안으로 모시게 했다. 츠키시마는 처음도 아닌데 처음인 사람처럼 안으로 들어왔다. 식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상을 보고는 그는 혀를 쯧, 찼다.
"왕님을 내가 방해했나보네."
"아닙니다. 다 먹었어요."
"...불편하면 나가도, 되니까.."
츠키시마의 얼굴은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말투가 부드러워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불편하지 않습니다."
"...."
곧 궁녀들이 다시 차와 다과를 내왔다. 츠키시마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카게야마는 츠키시마를 힐끔 보았다. 이상하게도 츠키시마는 어색해보였다.
홀 : 어쩐 일로
짝 : 약은
어쩐 일로, 하고 운을 떼면 츠키시마는 건성으로 대꾸했다.
"지나가다 들렸어."
"예..."
"..왕님. 내가 온 게 싫어?"
하기야 왕님은...중얼거리는 츠키시마의 말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힘껏 저었다.
"싫지 않아요."
"....."
"츠키시마님께선, 왜 늘 저를 나쁘게 생각하십니까."
다정한 말 따윈 바라지 않아도 적어도, 퉁명스러운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제법 단호한 카게야마의 말에 츠키시마는 입을 다물었다. 한참을 말 없이 차를 마시다가 불쑥 소리나게 찻잔을 놓았다.
"나쁘게 생각하는 여자에게 약을 챙겨주는 남자가 어디있어."
"예?"
"왕님. 정말.."
츠키시마는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파란 눈이 보인다. 저 파란 눈. 섭정의 이야기를 꺼내며 괜한 화풀이를 했을 때부터 마음에 걸렸다. 잠이 들기 전 계속 그, 자신의 말을 듣고 찡그린 얼굴이 생각났다. 사과는 많이 해보았다. 고개를 숙인 채 입에 발린 말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미안할 땐 어떻게 해야할 지 알지 못했다. 츠키시마는 괜히 답답하였다. 입술을 달싹이던 츠키시마는 괜히 왔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지난 번은.."
"예."
"....."
홀 : 내가
짝 : 그 날은
"내가.."
"...?"
"..말이 심했지."
츠키시마는 어렵게 입을 뗐다. 카게야마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도.. 츠키시마님의 심기를 살피지 못해서.."
"그런 말은 그만 둬."
"예?"
"내가 너..에게 실수한 게 맞으니까."
평소라면 왕님이라고 불렀을 츠키시마는 긴장한 얼굴이었다. 츠키시마에겐 굉장히 어려운 한마디였을 것이다. 서운했던 감정이 천천히 녹는 게 느껴졌다. 카게야마는 어제 만났던 스가와라의 말을 떠올렸다.
"어제 츠키시마님에 대해서도 들었습니다."
"..어떤?"
"츠키시마님께서 조금 차가우시지만, 본성은 따뜻하시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카게야마의 말에 츠키시마는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스가와라 형님은 쓸데없는 말을..."
"아니신가요?"
"....마음대로 생각해."
카게야마는 그 쑥스러운 대답을 듣고선 조그맣게 웃었다.
"그럼 따뜻하신 분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카게야마는 오늘 츠키시마와의 시간이
1~3 : 오셔서 깜짝 놀랐다 (호감도 +0)
4~6 : 역시 좋은 사람 (호감도 +1)
7~9 : 같이 있는 시간 두근거렸다 (호감도 +2)
0 : 그러니 더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호감도 +3)
카게야마 토비오
□: 47 (+3)
츠키시마는 오늘 카게야마와의 시간이
1~3 : 사과..는 했어 (호감도 +1)
4~6 : 그냥 발이 이 곳으로 왔다 ( 호감도 +2 위험도 +1)
7~9 : 봤는데도 또 보고 싶었다 (호감도 +3 위험도 +2)
0 : 이 여자 생각으로 꽉 차서 잠이 오지 않아 (호감도 +3 위험도+3)
츠키시마 케이
○: 59 (+1)
◇: 37
츠키시마는 살짝 후련한 얼굴이었다. 자리에 일어서는 츠키시마를 카게야마는 웃는 얼굴로 따랐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얼굴에 츠키시마가 무심코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거야."
"츠키시마님께서 와주셔서요."
"...별 일도 아닌데."
츠키시마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침에 본 것처럼 츠키시마의 귀가 붉었다. 카게야마의 눈이 그 붉은 귀끝에 멈췄다. 희고 창백한 츠키시마에게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따뜻한 색깔이었다. 저 귀끝처럼,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셨으면. 카게야마는 그런 바람을 담아 츠키시마를 배웅했다.
*
저녁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속이 울렁거린다고 한탄하여 결국 상궁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 새콤한 과일을 베어무니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카게야마가 잘 먹는 것을 보며 상궁은 흐뭇하게 말했다.
"마마. 내일은 의원이 온다고 합니다."
"그래?"
"아침에 부를 테니 오늘은 일찍 주무시지요."
"....그래야겠군."
카게야마는 네코에게 딸기 조각을 먹여주었다. 처음 먹어보는 딸기의 맛에 네코는 손바닥까지 삭삭 핥아 먹었다.
"진귀한 봄딸기다. 너처럼 호사하는 강아지가 또 어디 있을까."
웃으면서 코를 톡톡 건드리면 딸기냄새가 나는 손을 따라 주둥이를 비볐다. 과일로 배를 채운 카게야마는 네코와 함께 침상에 올랐다. 속은 괴롭지 않았지만 대신 괜히 긴장하고 만다. 카게야마는 네코를 끌어안고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정말 내가..?"
임신을 한 걸까? 그렇게 물어도 강아지는 답이 없다. 과일물이 남은 입술을 계속 핥을 뿐이었다.
2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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