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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73. 3월 4일


카게야마는 잠이 든 코즈메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코즈메가 누운 침상 곁에 앉아 하염없이 아름다운 얼굴을 보았다. 잠이 들었다는 것을 아는데도 카게야마는 괜히 코즈메의 얼굴 위로 손을 휘휘 저어보았다.


"코즈메님."


이름을 부르면 속눈썹이 몇 번 깜박이다가, 눈꺼풀이 열렸다. 고양이같이 세로로 확장된 동공. 초점이 흐릿했던 눈은 점차 선명해져 카게야마를 보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코즈메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일어나세요."

"....카게야마."

"코즈메님을 기다렸어요."


그렇게 말하자 코즈메는 천천히 웃었다.


"호수에 가볼래?"

"예?"

"겨울잠을 자던 물고기들, 전부 다 일어났을 거야."


코즈메는 누운 채로 카게야마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얼굴을 홀린 듯 쳐다보던 카게야마는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러가요. 보고 싶어요. 그렇게 대답하는 순간, 카게야마는 눈을 떴다.



코즈메 켄마에 대한 호감도가 50 이상이므로 카게야마가 코즈메의 꿈을 꾸었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호수의 물고기들이 뛰어노는 꿈이었다. 카게야마가 그런 말을 하자 상궁은 잠시 기쁜 얼굴을 했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코즈메님께서 나오셨다구요?"

"응."

"..그럼 아니실 것 같은데.."

"무슨 말이냐."


카게야마가 묻자 상궁은 허둥지둥 고개를 저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카게야마의 코즈메에 대한 호감도가 50 이상이므로, 문안인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에게 코즈메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코즈메가 속한 남궁으로 가므로 위험도 선택지는 사라집니다. 



쿠니미는, 당분간 카게야마에게도 회임 소식을 알리지 말라고 상궁에게 말했다. 무슨 생각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감히 묻지도 못했다. 상궁은 나갈 준비를 하는 카게야마를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마마. 피곤하실 텐데 문안인사는 거르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이 궁에 모인 분들에 성국 그 자체나 마찬가지라고 네가 전에 이야기 하지 않았느냐."

"...오래전에 드린 말씀을."


카게야마는 곤란해하는 상궁을 힐끔 보고는 발을 흔들었다.


"신을 신겨다오. 궁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다."

"...."


상궁은 결국 카게야마가 원하는 대로 신을 신겨주었다. 혹시라도 넘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천으로 발을 감싸고 굽이 낮은 신을 골라 신겨주면, 카게야마는 오늘따라 발이 편하다고 좋아했다.



홀 : 쿠로오

짝 : 코즈메



남궁을 향해 걷던 카게야마는, 가는 길목에서 코즈메와 마주쳤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코즈메님! 하고 부르자 코즈메 역시 쑥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카게야마는 서둘러 감사하단 말부터 꺼냈다.


"코즈메님. 어제 주신 차가 굉장히 맛있었어요."

"맛있었다고?"


끓이면 신 맛이 심할 텐데.. 코즈메는 살짝 의아해하다가 카게야마를 다시 쳐다보았다. 카게야마는 오늘따라 생글생글 잘도 웃고 있었다. 그게, 코즈메는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다. 


"어쩐 일로 나오셨나요?"

"....."


쿠로오가 어제 섭섭하게 대한 것 같으니, 그걸 마음에 두지 말라고 슬쩍 말해볼 참이었다. 그래도 일부러 너를 만나기 위해 왔다고 말하는 건 부끄러웠다. 코즈메의 침묵에 카게야마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웃었다.


"산책 중이셨군요."

"..응."

"저와 같이 남궁으로 가셔요."


저와 같이, 라는 말 또한 예뻤다. 코즈메는 곁에 선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카게야마 또한 코즈메를 돌아본다.



홀 : 꿈에 

짝 : 봄이



"꿈에,"


카게야마는 눈을 찡긋 감는 것처럼 웃는 얼굴을 했다.


"꿈에, 코즈메님을 뵈었습니다."

"..나를?"


뜻밖의 말에 코즈메가 다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카게야마는 아랑곳 않고서 재잘거렸다.


"코즈메님, 계속 주무시고 계셨어요."

"....미안."

"꿈 속에서 그러셨다니까요."


코즈메의 사과를 받고 카게야마는 깔깔 소리내어 웃었다. 계속 주무셨는데, 제가 코즈메님을 깨웠어요. 코즈메님께서는 일어나셔서.. 신이 난 목소리는 코즈메에 대한 호감을 여과없이 내비치고 있었다. 그 직접적인 호의가 당황스러우면서도 마음에 들었다. 코즈메는 묵묵하게 카게야마의 수다를 들어주었다.


"..그래서 물고기를 보고 깼는데, 오늘 아침에 이렇게 코즈메님을 또 뵈니까.."


정말 신기합니다. 카게야마는 무척이나 즐거운 얼굴이었다.



홀 : 그러면 (코즈메 호감도+5, 카게야마 호감도+5)

짝 : 정말 (코즈메 호감도+5, 카게야마 호감도+3)



걷다보면 벌써 남궁의 앞이었다. 유독 짧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카게야마는 내내 코즈메가 나온 꿈을 이야기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코즈메는 카게야마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쿵쿵 뛰는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겨우 그는 한 마디를 꺼냈다.


"..정말 신기하네."


코즈메는 달아오른 얼굴을 숙여 머리카락으로 감췄다. 꿈 속에 자신이 등장하다니....코즈메는 입술을 달싹였다. 말재주가 좋지 않아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 지 몰랐다. 코즈메가 조용한 것을 보고 카게야마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코즈메님. 혹시 기분이 나쁘셨나요? 제가 이런 말을 해서.."

"아니야. 전혀 아니야."


코즈메는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카게야마는 코즈메의 대답을 듣고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살며시 눈을 접었다. 


"다행입니다."

"...저기."

"예. 코즈메님."


코즈메는 직접 남궁의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또 내 꿈을 꾸면, 그 때도 말해줘."


뜻밖의 말이었다. 카게야마는 그렇게 하겠다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 안에 들어온 카게야마의 눈에


홀 : 흑표범

짝 : 쿠로오



쿠로오는 거의 눕듯이 자리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 쿠로오는 카게야마보다 먼저 코즈메에게 말을 걸었다.


"켄마. 어딜 갔나 했더니 마마님을 모시러 갔었어?"

"..카게야마. 여기 앉아."

 

코즈메는 살짝 인상을 쓰고서 쿠로오를 노려보았다가, 카게야마에게 앉기를 권했다. 어제 쿠로오를 화나게 했다는 것을 모르는 카게야마는 고분고분 코즈메의 말을 따랐다. 쿠로오는 손을 들어 궁녀에게 차를 가져오게 했다. 평소라면 먼저 이것저것 말을 붙였을 쿠로오가 입을 다물자, 남궁 또한 조용했다. 카게야마는 차를 홀짝 마시다가 쿠로오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면 마주보고 웃어준다. 하지만 카게야마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홀 : 쿠로오님 

짝 : ....



"쿠로오님."


침묵 속에서 카게야마가 먼저 쿠로오를 불렀다. 응? 마마님. 대답하는 목소리 또한 평소처럼 다정했다. 카게야마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어제 벚꽃은 잘 보셨나요?"


쿠로오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보기 좋았지."

"키타가와의 벚꽃은 예쁘다고 어제 코즈메님께서 말씀해주셨어요."


그러며 코즈메를 한 번 쳐다본다. 코즈메는 쿠로오와 카게야마의 사이에서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쿠로오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카게야마를 응시했다.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도 잘 알지 못하는 여자였다. 고지식한 순수함을 미워하기가 힘들었다.


"예뻤지."

"그렇지요?"

"짧게 봤지만 말이야. 어제 유달리 예쁘더라고."

"..짧게?"


한참동안 남궁에 돌아오지 않았던 쿠로오가 하기엔 이상한 말이었다. 짧게? 하고 혼자 되물으면 쿠로오는 조금 몸을 가까이 붙이고서 말했다.


"유달리 예뻤어. 한참 보아도 질리지 않을 거야."

"그렇죠."

"밤에는 더 환상적으로 흐트러지겠지."

"예..밤에는..그렇죠."


무언가 이상했다. 카게야마의 표정이 알쏭달쏭한 것을 보며 쿠로오는 씩 웃었다.


"그래서 자주 밤에 보고 싶은데, 불러주지를 않네."

"불러주..?"


카게야마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를 깨닫고 얼굴을 확 붉혔다.



홀 : 쿠로오님! 

짝 : (인상)



"쿠로오님!"


카게야마는 뒤늦게 쿠로오의 농담을 깨닫고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진작부터 벚꽃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코즈메는, 쿠로오에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카게야마가 곤란해하잖아. 쿠로."

"마마님의 곤란한 얼굴, 보고 싶어서 말한건데?"


쿠로오의 말을 들은 카게야마는 투덜거렸다.


"부끄럽습니다. 그런 농담은 하지 말아주세요."

"에이, 마마님. 삐졌어?"

"안 삐졌습니다."

"삐진 것 같은데."

"아니에요!"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쿠로오의 농담들은 제법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1~3 : 삐지지마

4~6 : 귀엽잖아 

7~9 : 어디 보자 (위험도+1)

0 : 그러니까


"귀엽잖아. 마마님 삐진 얼굴."

"..귀엽지 않습니다."


저렇게 귀엽지 않다고 꼭 덧붙이는 것도 귀여웠다. 쿠로오는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역시 오래 화를 내기는 힘들었다.


"마마님."

"..예."

"놀렸다고 해서 미워하는 건 아니지?"


쿠로오가 물으면, 카게야마는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하는 생각들이 얼굴에 빤히 보였다. 쿠로오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곧 예..하는 대답과 함께 조그맣고 동그란 머리가 끄덕끄덕 거렸다. 



쿠로오 테츠로

○: 63 (+2)

◇: 38

카게야마 토비오 

□: 62 (+2)


코즈메 켄마

○: 43 (+5)

◇: 30

카게야마 토비오 

□: 50 (+3)



산쇼쿠가 카게야마에게 달라붙어 몸을 비벼댔다. 어제부터 착실하게 다가오는 고양이의 행동에 당황해하면서도 카게야마는 그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한참 고양이와 놀던 카게야마가 돌아가고, 쿠로오와 코즈메만이 남았을 때는 정적이었다. 한 사람이 들어왔다가 나간 자리가 오늘따라 유달리 크게 느껴졌다.


"마마님. 오늘 기분 좋아보이더라."


쿠로오의 물음에 코즈메는 자신의 꿈을 꾸었다고 말하던 카게야마를 생각했다. 물고기들을 봤어요. 코즈메님, 처음에 호수 속에 있던 물고기를 두고 겨울잠을 잔다고 하셨잖아요. 겨울잠에서 깬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어요.. 코즈메는 부드러운 표정을 했다. 사실은 호수에 같이 가서 물고기들을 살펴보자고 하고 싶었다. 카게야마의 꿈에서처럼.


"..그러게. 기분 좋아보였어."


코즈메는 손을 뻗어 산쇼쿠를 끌어안았다. 따끈한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단패궁으로 돌아가는 동안, 카게야마는



홀 : 누군가와 마주쳤다 

짝 : 아무도 없었다



나비가 날아왔다.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조그만 날개였다. 그것으로 잘도 팔랑팔랑 난다며 나비를 눈으로 쫓던 카게야마는, 그 끝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곤 걸음을 멈췄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오사와 대신



"우시지마님."


카게야마는 뜻밖의 얼굴에 멈칫하였다가 곧 반갑게 인사했다. 황제 또한 무척 그리웠다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당장 다가오는 듯 했다가 카게야마가 지켜보던 나비를 손을 펼쳐 단숨에 잡았다. 꽃 위에 앉아 쉬던 나비는 우시지마의 주먹 안에서 놀라 파르르, 떨었다. 우시지마의 접은 손 사이로 흰 나비 날개가 반쯤 삐져나왔다. 


"이것이 가지고 싶었느냐."


우시지마의 물음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가지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보고 있었을 뿐이어요."

"그렇다면 네게 몇 마리라도 가져와주마."


수천마리의 봄나비를 모두 카게야마의 궁으로 잡아다줄 수도 있었다. 우시지마의 숨김없는 애정에 살짝 당항하면서도,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의 내민 손을 잡았다. 천천히 황제의 손바닥을 열면 꼼짝 못하던 흰 나비가 있었다.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니 눈 깜박할 사이에 날아가버린다. 놀라서 비틀거리면서도 제법 높은 곳까지 도망친다. 카게야마는 나비가 날아가는 것을 끝까지 보았다가 우시지마를 돌아보았다.


"저렇게 나는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그러니 일부러 잡아오시진 마세요."

"뭐든 주고 싶었는데 거절이라니 괘씸하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우시지마는 카게야마를 따라 웃고 있었다. 


*


"남궁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네코마를 자주 찾는군."


우시지마는 좀처럼 카게야마를 보내주지 않았다. 은근한 핀잔을 받은 카게야마는 할 말이 없어 멋쩍게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드러난 목덜미에서 해가 부드럽게 빛났다. 고운 빛을 머금어 상처 하나 없는 목을 본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에게 다시 말했다.


"아직 점심 전이겠군."

"그렇습니다."

"나와 같이 먹으면 좋겠구나."


카게야마에게는 갑작스런 제안이었다



홀 : 예

짝 : ....



웬만하면 따라가려 했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망설였다. 요즘은 무엇을 먹어도 속이 좋지 않았다. 우시지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카게야마를 보며 우시지마는 웃던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나 말고 다른 이와 약속이 있느냐."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은..피곤하여서."

"...네 뜻은 알겠다."


우시지마는 뒤에 서있던 궁녀들에게 눈짓했다. 기분이 상했음에도, 상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얼굴에 떠오른 기색은 좋지 않았다. 살면서 얼마 겪어보지 못한 거절이었다. 카게야마는 궁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우시지마에게 말했다. 


"우시지마님. 제가 피곤한 까닭이니 화내지 말아주세요."

"네게 화를 내지 않는다. 어서 가서 쉬거라."

"...."


단호한 말이었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에게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는 단패궁으로 돌아갔다. 우시지마는 한참 서서 그 뒤를 보았다. 말한 대로 화는 나지 않았다. 손에 잡았던 나비처럼 단숨에 안고서, 자신의 궁으로 끌고 가고 싶을 뿐이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 69 

◇: 32 (+1)

카게야마 토비오 

□: 56



역시 억지로라도 우시지마를 따라갈 것을 그랬나.. 카게야마는 자꾸만 우시지마가 신경쓰였다. 그러나 궁에 돌아와 점심으로 준비해둔 고기요리 냄새를 맡자, 그만 울컥 목 안쪽에서 신물이 고였다. 으읍...! 카게야마는 코를 막았다. 상궁이 소란스럽게 달려왔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속이 좋지 않다. 못 먹겠어."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생각난 듯 상궁에게 물었다.


"어제 의원이 말한 약은?"

"...준비하다가 그만 제가 실수로 엎었습니다. 다시 끓이고 있으니 기다려주십시오."

"너도 그런 실수를 하는구나. 제대로 못 했으니 회초리라도 맞아야겠다."


카게야마는 메스꺼운 속을 달래면서도 농담을 던졌다. 상궁은 요리들을 도로 내가게 한 후 카게야마에게 물었다.


"마마. 따로 드시고 싶은 건 없으십니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어제 남궁에서 받으신 차라도 끓여올까요."


카게야마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다시 상이 차려졌다. 비린 냄새가 나는 고기나 생선을 빼고, 떠먹기 쉬운 우유죽과 봄나물, 딸기같은 과일들이었다. 속을 요동치게 하던 것들이 빠지자 이번엔 바로 식욕이 들었다. 카게야마는 상궁의 시중을 받으며 그릇을 모두 비웠다. 


*


식사를 마친 후 카게야마는 뜨거운 차를 훌훌 불며 마셨다. 그런 카게야마를 흐뭇하게 뒤에서 보며 상궁은 어깨를 열심히 주물렀다.


"마마. 이렇게 주물러드리니 편하시지요."

"한결 편해. 좋구나."

"몸도 안 좋으신데 오늘은 그냥 궁 안에 계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임신을 한 카게야마를 밖에 돌아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 노곤노곤하게 카게야마의 어깨를 주무르며 상궁은 물었다. 카게야마는 조그맣게 입을 벌리고 하품을 했다. 



홀 : 그럴까 

짝 : 싫어



"그럴까..잠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상궁의 능숙한 안마에 피로가 풀렸다. 카게야마는 다시 한 번 하품을 했다.


"좀 잘까.."

"그러셔도 됩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네가 다정하구나."


평소라면 한 번쯤 잔소리를 했을 상궁이 조용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돌려 상궁을 바라보았다. 검푸른 눈이 창으로 들어온 빛을 받아 반짝였다. 여전히 머리는 짧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여자태가 났다. 처음 이 궁에 왔을 땐 어린 소년같이 보이던 주인이었다. 지금은 훌륭하게 회임을 하여.. 상궁은 카게야마의 어깨를 힘을 주어 주물렀다.


"저는 매일 마마께 잘 해드리지 않았습니까."

"....."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였다.



홀 : 손님이 찾아왔다 

짝 : 잠을 잤다



피곤하여 침상에 누우려 했다. 그런 카게야마에게 상궁이 다급히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손님..?"


카게야마는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카게야마는 벌떡 일어났다. 우시지마가 궁 안에 들어오고 있었다.


"우시지마님."

"..정말 피곤한 모양이었군."


침상에 누우려던 모양을 알아차린 우시지마는, 들어오다가 멈칫했다.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거렸다.


"정말 피곤하였습니다."

"믿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살짝 당황한 목소리에 카게야마는 조금 웃었다.


"단패궁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우시지마님."



홀 : 피곤하다고 하여서 

짝 : 그저



홀로 식사를 하고 있자니 피곤하다던 말이 떠올랐다. 단패궁으로 돌아가기 전, 카게야마의 몸을 보아줄 것을 그랬다. 정말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게 오거라."

"우시지마님."

"어서."


카게야마는 고분고분 우시지마에게로 다가왔다. 가까이 올 수록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그 작은 손을 잡은 순간, 우시지마는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카게야마."

"예."


아무런 의심없이 올려다보는 눈동자. 우시지마는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회임이었다. 



홀 : 드디어 (호감도 +5)

짝 : 누구의 (위험도 +5)



누구의, 아이지. 저번까지 느끼지 못한 태동이다. 그렇다면 고작해야 저번 달 단패를 뽑은 이의 아이일 것이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고서 생각했다. 지난 달 자신은 이 궁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누구의 아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루 빨리 후계를 낳아, 소임을 마친 카게야마를 시라토리자와로 데려가리라 마음 먹었다. 그런데도, 우습도록 우시지마는 과연 이 뱃속에 있는 게 누구의 아이인지 궁금했다. 자신의 아이는 아니었다. 그 명료한 사실이 우시지마는 견디기 힘들었다. 


"카게야마."

"예. 우시지마님."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군."

"..예?"


가까이에서 보니 까칠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모시는 이들이 카게야마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뺨을 쓰다듬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손. 카게야마는 의아한 얼굴로 우시지마를 올려다보았다.


"계속 몰랐으면 좋겠구나."

"...우시지마님?"

"하지만 그렇게 되어선 너를 데려갈 수 없지."


낮은 목소리가 바라는 것은 우시지마가 누누히 말하던 소망이기도 했다. 카게야마는 무심코 고개를 저으려다, 우시지마의 눈빛에 멈칫했다. 황제는 카게야마를 복잡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


우시지마는 상궁을 불렀다. 곧 단패궁의 상궁이 들어왔다.


"의원을 불러라."

"..우시지마님. 섭정궁에서."

"부르라고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여상한 말투였으나 그렇기에 더욱 몸이 떨려왔다. 상궁은 카게야마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인 후 궁을 나왔다.



홀 : 섭정궁 

짝 : 의원



상궁은 의원을 부르기 전 먼저 섭정궁으로 달려갔다. 우시지마가 의원을 부르라고 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쿠니미는 한숨을 쉬었다.


"예상보다 빨리 알았군."

"의원을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차라리 잘됐다. 어차피 알려질 일. 내 손을 쓰지 않고 치울 수 있겠지."


쿠니미는 상궁에게 받은 처방전을 떠올렸다. 대충 보아서는 감기약이었지만 교묘하게 유산을 하는 약재를 섞어놓았다. 그래서 더욱 용서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사주했다는 오사와의 일이 알려지만 아오바죠사이의 간섭이 시작될지도 모르는 일이다.우선 의원부터 없애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나도 같이 가겠다. 어제의 그 의원을 불러라."

"알겠습니다."


상궁은 바쁘게 섭정궁을 나갔다. 곁에서 듣고 있던 킨다이치가 물었다.


"폐하께 무슨 일이라도?"

"...회임하셨어."

"....!"


킨다이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어!"

"다른 일이 정리될 때까지 숨기고 싶었거든. 시라토리자와 때문에 그것도 소용없게 됐지만."


고작 하루만에 들통나다니 역시 카게야마는, 자신을 곤란하게만 만들었다. 


*


오사와 대신의 집에 갔을 때였다. 의원 히시모토는 키타가와 최고의 부를 자랑하는 오사와의 집에 처음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온갖 곳에 금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과연 키타가와 개국 때부터 고위 관직을 맡은 가문다웠다. 보는 것만으로도 황송해지는, 마치 왕궁과 같은 위엄에 히시모토는 벌벌 떨었다. 아니, 오히려 왕궁보다 더했다. 이곳은 키타가와의 또 다른 왕궁이었다. 


"그것이 보기 좋은가보지?"


오사와는 방 안의 도자기를 힐끔거리는 의원을 보고 웃었다. 마치 촌뜨기같은 모양새였다.


"도자기를 파내어 용과 봉황을 새기고 그 속을 금으로 채워넣었지. 저 금을 태우지 않으려고 몇 십개의 도자기를 깨게 했을까."

"....무척 훌륭해보입니다."

"결국 저렇게 완성품이 내게 왔지만 말이야."


자신을 제외한 귀족들의 병력을 대장군에게 넘기려고 하는 섭정의 움직임에 반발하여 드러누운 지가 며칠 째. 어린 섭정은 건방지게도 자신을 달래려 의원을 보냈다. 아직까지 같이 갈 수 있지 않냐는 뜻인지, 아니면 자신을 화나게 만드려고 하는 지 모를 일이었다. 분명한 건 이제 오사와는 섭정을 믿을 수 없단 것이었다. 


"이봐."

"..예, 예."

"궁에서 일하는 의원의 녹이 얼마지?"


히시모토는 부끄럽게 액수를 말했다. 오사와는 코웃음을 쳤다.


"내 말을 들어주면 그것의 열배를 주지."

"열배..!"

"저 도자기도."


가난한 의원을 목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오사와는 그 탐욕스러운 눈을 보며 웃었다. 


*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의원이 되기 위해 히시모토는 열심히 노력했다. 듣기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고, 궂은 일도 피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딱 한 번만. 아무도 모른다면 괜찮을 일이었다. 히시모토는 손을 덜덜 떨며 왕이었던 여자의 맥을 짚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그저 단패궁께서 의원을 찾으신다니, 먼저 가서 한 번 보고.. 다만 회임이시라면 내가 좀 곤란하겠군. 열달 후에나 태어날 왕을 기다리느라 대신들이 제대로 공무를 보지 못할 테니 말이야. 오사와는 그렇게 말했다. 반역에 가담한 오사와가 왕의 자리를 탐낸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도자기를 받은 히시모토는 말했다. 몸살이 나신 듯 합니다. 간단한 일이었다. 약을 먹으면 여자는 하혈과 함께 유산할 터였다. 그러나 단패궁으로 다시 온 히시모토는 카게야마가 약을 먹지 않았단 사실을 알고 하얗게 질렸다.


"어제 의원께서 보셨을 땐 몸살이라고 말하셨습니다."


상궁은 표정없이 말했다. 카게야마는 멀뚱히, 다시 온 의원을 보았다. 우시지마는 고개를 까닥였다.


한 발 늦게 쿠니미가 도착했다. 우시지마에게 인사한 쿠니미는 벌벌 떠는 의원의 모습을 흥미롭게 구경했다. 오늘 아침 쿠니미는 히시모토가 나간 사이 방을 뒤지게 했다. 오사와에게서 받은 듯한 도자기와 금 몇개가 나왔다. 고작 이것으로 카게야마의 몸을 해치려 한 것이다. 쿠니미는 그 외의 다른 흔적이 없는 지를 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왜 카게야마의 몸을 보지 않지."


우시지마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와 쿠니미를 둘 다 쳐다보았으나, 답은 없었다. 의원이 무릎으로 기듯 카게야마의 앞에 나와 맥을 짚었다. 카게야마의 눈에 의원의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이 보였다. 다들 왜 그러냐고 묻고 싶어도, 어제 맥을 짚을 때 말을 하면 안된단 주의를 기억하곤 입을 다문다.


"단패궁 마마께서는.."


의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회임을 하셨습니다."

"..! 어제는 몸살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카게야마가 놀라 일어났다. 하지만 카게야마 외의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


자신이 틀릴 리 없다고는 생각했지만, 의원의 입을 통해 확인한 우시지마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쿠니미는 의원에게 물었다.


"어제는 단패궁께 몸살이라고 말하였다고?"

"그렇..습니다."

"틀렸구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섭정 전하."

"사죄는 내가 아닌 단패궁께 해야할 것이다."


쿠니미는 카게야마를 돌아보았다. 카게야마는 놀란 눈으로 자신의 배를 만져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내가..내가 회임을 하였다고?"

"감축드립니다. 단패궁."


쿠니미가 말하자 상궁과 궁녀들 또한 모두 엎드렸다. 감축드립니다. 단패궁 마마. 귀를 찢듯이 큰 목소리였다. 현실감없는 그 광경에 카게야마는 다시 한 번 배를 만졌다. 이 뱃속에.. 이 속에 아기가. 카게야마는 몇 번이나 배를 쓰다듬었다. 밋밋한 배에 아기가 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내가.."


쿠니미는 배를 쓰다듬는 카게야마의 손을 질투하듯 쳐다보았다가 다시 의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의원의 일은 환자의 병을 알고 살피는 것이지. 틀렸다면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겠군."

"..! 섭정 전하. 저는 그저,"



홀 : 우시지마 

짝 : 쿠니미



눈을 감고 있던 우시지마는 쿠니미를 쳐다보았다.


"사람이라면 실수할 수도 있지."


그렇습니다, 하고 쿠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만약 내가 모르고 지나갔다면 단패궁의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다."


누구의 아이인지 모를 뱃속의 아이는 그렇다쳐도, 잘못했다가 카게야마 또한 위험했을 수 있었다. 우시지마의 말에 엎드린 의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용서를..부디 용서를..!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마치 광인의 것 같이 높게 들렸다. 카게야마는 다급히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알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구나. 오늘 내가 온 건 잘한 일이었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고서 다른 손으론 어깨를 감쌌다. 쿠니미의 눈이 그 둘에게 닿았다. 소중하게 어깨를 어루만지는 커다란 손이 신경쓰였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너는 어서 들어가 쉬거라."

"예?"

"피곤할 테니 어서."


카게야마가 머뭇거리는 사이 상궁이 다가와 카게야마를 모셨다. 안쪽으로 난 방으로 들어가며 카게야마는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면 죽이라는 우시지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상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괴로워졌다. 카게야마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상궁은 카게야마를 달랬다. 


"마마. 회임을 하셨으니 이제 몸을 단단히 보살펴야할 것입니다."

"...."

"제가 잘 보살피겠으니 아무 염려 마십시오."


카게야마는 침상에 누워 몸을 돌렸다. 자신때문에 괜한 사람이 죽은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몰랐다. 눈을 뜨면 곁에 



홀 : 우시지마 

짝 : 쿠니미



우시지마가 앉아 있었다. 놀라서 벌떡 일어나려하니 우시지마는 그것을 말렸다.


"일어나지 마라. 카게야마."

"어찌 우시지마님 앞에서 누워있겠습니까."

"그럼 같이 누울까. 팔베개를 해줘야겠군."


오랜만에 듣는 우시지마의 농담에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웃었다. 


"무거워서 팔이 저리실 겁니다."


우시지마는 대답 대신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자신에게는 다정한 남자. 하지만 실수를 한 이에게는 손속을 두지 않았다. 그것으로 자신의 손을 잡은 남자가 황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카게야마는 의원을 부르기 전 우시지마의 말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어선 너를 데려갈 수 없지...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의 손을 살짝 밀어냈다.


"우시지마님."

"...."

"저는.."

"말하지 말거라."


우시지마는 다시 카게야마의 손을 잡고서 그 위에 입을 맞췄다.


"우선 아이를 낳는 것을 먼저 생각하면 된다."

"...."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 기다렸다. 몸이 불편하다면 언제든 나를 부르도록 하거라."

"..감사합니다. 우시지마님."


거절하기 힘든 다정한 목소리였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고개를 고개를 끄덕였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 69 (+1)

◇: 33 (+5)

카게야마 토비오 

□: 56 (+1)



우시지마가 돌아간 후 카게야마는 점심에 먹은 것과 같은 식사를 했다. 회임을 했기 때문에 음식 넘기기가 힘들었던 거구나. 이 애는 편식을 하는 걸까? 카게야마는 신기하여 배를 만져보았다. 자꾸만 배를 쓰다듬는 주인을 보며 상궁이 웃었다.


"마마. 그리 좋으십니까."

"아니, 좋은 것이 아니라.. 이상하지 않느냐. 이 속에 아기가 있다니."

"조금만 지다면 달처럼 둥글게 배가 불러서 보기 좋아지실 겁니다."

"...이상할 것 같은데.."


카게야마는 투정하듯 말하였다. 상궁은 궁녀들을 불러 카게야마의 팔 다리를 주무르게 했다. 안마를 받고 있자니 또 잠이 왔다. 데리고 오게 한 네코가 왕왕 짖지 않았더라면 계속 잤을 것이다. 지금까지 느낀 모든 피곤이 회임때문이란 걸 알자, 카게야마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픈 줄 았는데 그것도 아니라니, 이 아기 덕에 내가 고생하는구나."

"아기님께서 듣고 섭섭해하시겠습니다. 마마."


궁녀들이 까르르 웃었다. 몸을 주무르고 따뜻하게 자리를 덥힌 후 상궁은 카게야마를 다시 침상에 눕게 했다.


"마마. 이제 다른 궁들도 마마의 회임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내일은 바쁘실 것이니 어서 주무시지요."


이불을 덮어준 상궁이 나갔다. 드디어 혼자 있게 된 카게야마는 다시 한 번 배를 쓰다듬었다. 이 안에 아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아이일까. 자신을 낳으며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아이를 낳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리라. 누구의 아이라도 낳아서..키타가와의 후계자로... 카게야마는 몸을 뒤척였다.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밤이었다. 심장이 계속해서 쿵쿵 뛰었다. 



4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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