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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23. 15일 <동궁-연극>



묘한 소란스러움이 있었다. 카게야마는 눈을 감은 채 밖에서 들리는 소음을 귀로 골라냈다. 작은 웃음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걸 봐선 즐거운 일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보름이었다. 보름마다 궁 안에서 무언가를 했던 기억도 났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가. 카게야마는 등극하자마자 대부분의 시간을 전장에서 보냈지만, 한 달에 한 번만은 궁에 돌아오라고 청하던 쿠니미의 서신이 생각났다.


'폐하를 위해 재밌는 것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제발 궁으로 돌아오십시오.'


이젠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카게야마는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일부러 늦장을 부렸다. 네코가 카게야마의 뺨을 핥아주었다. 


"마마. 섭정 전하께서 오늘 마마를 위해 연극을 준비해두셨다고 합니다."


상궁이 즐거운 얼굴로 카게야마의 머리를 손질했다. 짧은 머리카락은 여전했는데도 상궁은 늘 정성스레 머리를 가꾸었다. 카게야마는 연극을 본 일은 별로 없었다. 


"연극.."

"극인들을 불렀으니 즐거우실 겁니다."

"연극이라고 해봤자 신이 성국에게 어떤 권한을 주셨는지에 대해 떠드는 내용이 아니냐."


예전 카게야마가 본 연극은 대부분 그런 내용이었다. 상궁이 저도 모르게 웃었다.


"마마께선 그런 극만을 보셨겠지만 밖에서 좋아하는 건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

"....?"

"연애극이라고 하는 것인데,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들어가 아주 재밌답니다."

"....?"

"섭정 전하께서 일부러 궁에 그런 극인을 부르셨다고 합니다."


어쩐지 쿠니미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카게야마가 중얼거렸다.


"법도를 따지는 궁에 그런 이들을 불러들일 순 없을 텐데."

"요즘엔 다들 보는 극입니다. 허물이랄 게 무엇입니까. 다른 대신들도 재밌다며 찾아간다고 하더이다."


카게야마는 잘은 몰랐지만 상궁이 더 신나보여 입을 다물었다. 시중을 든 상궁이 어느 궁에 가겠느냐고 카게야마에게 물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호의를 이용한 일은 한 번으로 족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저번 찾아갔을 때에 내가 우시지마님께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예?!"

"그래놓고 뻔뻔하게 주신 물건을 걸치고 갈 순 없지."


카게야마는 무슨 실수를 했는지 캐물으려는 상궁을 피해 동궁으로 갔다. 날은 정말 추웠다. 멀리서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불렀다는 극인들일까...카게야마는 소리가 나는 쪽을 한 번 돌아보곤 다시 발을 옮겼다.



*


"카게야마."


우시지마는 서신을 쓰고 있었다. 저번에 왔을 때도 우시지마가 무언가를 쓰고 있던 기억이 났다.



홀 : 물어볼까?

짝 : ..방해겠지



붓을 손에 든 채 등을 펴고 글을 쓰는 우시지마는 몹시 정결했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가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은 후 조심스레 물었다. 


"우시지마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별 것 아니다."

"...."

"오해를 하겠군. 정말로 별 것이 아니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손을 쥐며 덧붙였다. 


"내가 필요하다는 핑계일 뿐이다. 신경 쓸 것 없다."

"시라토리자와에 돌아가셔야하는 군요."

"너를 두고 가겠느냐."


우시지마는 황제였다. 보통의 황자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카게야마는 새삼 그것을 깨닫고 우시지마에게서 손을 빼었다.


"저 때문에 그러신다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내 일인데 왜 네 마음이 불편하지."


모처럼 우시지마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카게야마의 뺨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나 없이 꼼짝도 못할 신하들을 둔 기억은 없다.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홀 : 하지만

짝 : 왜



"하지만 우시지마님. 혹시라도."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우시지마에게 대꾸했다. 


"혹시라도, 목숨같이 여겼던 이들이."

"...."

"제 목숨같던 이들이. 없는 사이에 등 뒤에서 칼을 꽂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쿠니미는. 킨다이치는 왜.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우시지마의 신하들을 비난하는 말을 하곤 놀라 입을 다물었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뺨을 손가락으로 건드려보다가 손바닥으로 감쌌다. 따뜻한 온기가 뺨에서부터 느껴졌다.


"그렇군."


우시지마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그들이 네 목숨같았구나."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런가."

"그렇지 않습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우시지마는 단순히 말했다. 카게야마는 자꾸만 우시지마에게 기대고 싶어지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무엇을 말해도 들어줄 것 같아, 그것이 무섭고도... 의지가 되었다.


"번번히 우시지마님께 이상한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카게야마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우시지마를 볼 수가 없었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가 고개를 돌린 방향으로 살짝 몸을 틀었다. 


"나는 네 이상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매번 그런 말씀만 하시고."



1~3 : 그래서 싫은가

4~6 : 이상해도

7~9 : 얼마나 내가 (위험도 +1)

0 :



"날 보아라. 카게야마."


카게야마가 고개를 돌렸다. 바로 앞에 진지한 눈빛의 남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나야말로 널 만나면 이상해지는 것 같다."

"우시지마님."

"네가 오지 않는 동안 너를 안았던 날을 생각하였다."

"...."

"네가 온 지금은 오직 너를 안을 생각밖엔 없어. 너는 도대체 나를 어떻게 만든 것이냐."


다른 남자의 이야기를 꺼내는 너를 사랑하면서도 다시는 그들의 이야기를 못하게 숨겨두고 싶군. 우시지마는 무언가를 참는 사람같았다. 점잖게 말하던 목소리엔 점점 힘이 실렸다. 카게야마는 그의 얼굴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뜨거운 입술이 닿는다.


처음으로 입을 맞추었다. 단패궁이 아닌 곳에서, 단패를 뽑지 않고서. 



우시지마 와카토시

○: 41 (+3)

◇: 18 (+3)

카게야마 토비오

□: 28 (+2)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젖은 입술을 손가락으로 훔쳐 주었다. 


"내가 싫어졌나."

"..갑자기 놀랐을 뿐입니다."

"싫어지진 않았구나."


카게야마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그는 정신없이 단패궁으로 돌아왔다. 동궁에서 저번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끈질기게 묻는 상궁을 내보냈다. 그리고 거울을 본 카게야마는 자신의 얼굴이 붉어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낮에 하는 입맞춤은 몹시 부끄럽구나. 카게야마는 얼굴을 식히려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마마. 극인들이 준비를 다 끝냈다고 합니다."


점심을 먹은 후 기다리고 있자 궁녀들이 즐거운 목소리로 카게야마를 불러댔다. 어차피 몇몇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극이었다. 왜 저들이 신났는 지를 상궁에게 묻자, 나중에 궁인들을 불러놓고 또 연극을 보여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다른 날이었다. 카게야마는 그제야 이해가 갔다. 


"가보자."


카게야마는 따라가려는 네코를 궁에 두고 궁녀들을 따라갔다.



*



한달에 한 번 있는 호감도 상승의 날입니다. 카게야마는 장소로 가서 오사와 대신을 포함한 열 명의 사람을 만나고, 5번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대화를 했던 사람은 선택지에서 빠집니다. 카게야마는 각 상대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질문은 리레주가 정합니다 어떤 질문이라도 상관없으나(예-계란 좋아해요?), 질문의 내용이 전개 상 아직 나오지 않았거나 나올 예정일 경우 상대가 답을 피하거나 거짓을 말할 수 있습니다. 


대화가 끝나면 서로 호감도만 +1씩 오르며, 질문을 받은 후 카게야마가 질문하는 선택지의 레스 끝자리가 0일 경우 서로 +3씩 오릅니다.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와있었다. 누군가 카게야마를 불렀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오사와 대신


"토비오쨩."

"오이카와님."

"연극이라니, 어린애도 아니고."


섭정은 도대체 토비오쨩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오이카와가 웃었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오이카와님께서도 오셨지 않습니까."

"흥. 토비오쨩 주제에."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카게야마가 간신히 손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첫 리레주의 질문이 카게야마의 말이 됩니다."

ㄴ오늘 저 예쁩니까? 머리는 괜찮은가요?



"오이카와님."

"응?"

"오늘.."


카게야마는 머리를 자꾸만 헝클어버리려는 오이카와 덕에 지난 밤이 생각났다. 그 때도 오이카와는 머리를 예쁘게 하라고 했었다. 상궁이 공들여 매만져준 지금의 머리는 어떨지 문득 궁금했다.


"오늘 머리는 괜찮은가요?"

"뭐?"

"오이카와님 눈에도 제가 예뻐보입니까?"


오이카와가 뻗은 손을 내렸다. 조금 당황스러워보이기도 한 얼굴이라, 카게야마는 의아해졌다.


"오이카와님..?"

"그런 질문은 어디서 배웠어?"

"예?"

"토비오쨩. 뭐야?"


방금까지 거칠게 쓰다듬던 손이 갑자기 상냥하게 머리 위에 올려졌다.


"토비오쨩."

"예."

"...오이카와씨, 알려주기 싫은걸."


오이카와는 혀를 내밀고 가버렸다. 그래도 머리가 망가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 25 (+1)

◇: 25

카게야마 토비오

□: 22 (+1)



극이 시작되었다. 가면을 쓴 극인들이 짐승의 흉내를 내었다. 그 중에서 여장을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뛰었다. 여자는 극인이 될 수 없다. 연극을 보여주기엔 저속하기 때문이었다. 카게야마는 왕과 극인은 공통점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멍하니 극을 보았다.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는데 누군가가 옆에 왔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히나타 쇼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 : 오사와 대신

0 : 리레주 지정


"토비오!"

"히나타님."

"오랜만이야."


히나타는 섭섭하면서도 반가운 얼굴이었다.


"토비오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연극만 보고 있어야한다니 지루해."


주황빛 머리카락을 손으로 헤집는 모습이 귀여웠다.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보며 웃었다.



"첫 리레주의 질문이 카게야마의 말이 됩니다."

ㄴ까마귀 모양의 목걸이 한번 더 보여주실 수 있나요?



"저.."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보자 불현듯 저번의 위화감을 떠올렸다.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히나타님."

"응!"

"저번에 보여주셨던 목걸이, 한 번 더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 당연하지!"


히나타의 목소리가 컸다. 주변에 앉아있던 몇몇 사람들이 히나타를 돌아보았다.


"여기."


아예 목에서 풀어 카게야마의 손에 쥐어준다. 카게야마는 가만히 그 목걸이를 살폈다. 카라스노의 상징인 까마귀를 세공한 목걸이.


"이 목걸이는.. 카라스노의 후계자분들의 목걸이라고 하셨습니다."

"응. 그래서 토비오한테 주고 싶은데, 츠키시마가 말리네."


카라스노의 후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후계자의 목걸이는 지금 히나타의 목에 걸려있다. 무슨 의미인지 잠시 생각하던 카게야마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히나타를 보고 눈을 깜박였다. 히나타가 빤히 카게야마를 보고 있었다. 눈빛은 진지했다.


"가지고 싶어?"

"예?"

"정말로 원한다면 토비오한테 몰래 줄게. 대신 나중에."

"아닙니다. 히나타님. 괜찮아요."

"으음.."


정말로 줄 것 같아 카게야마는 얼른 히나타에게 목걸이를 돌려주었다. 좀 더 가지고 놀아도 돼! 히나타는 큰소리를 쳤다. 다시 한 번 주위 사람들이 히나타를 쳐다보았다. 



히나타 쇼요

○: 20 (+1)

◇: 16

카게야마 토비오

□: 16 (+1)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옆에 계속 있고 싶어했다. 결국 츠키시마가 찾으러 왔다.


"그치만 나 토비오랑 제대로 이야기 하고 싶고!"

"시끄럽다니까."


히나타는 결국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9면체 주사위를 굴렸습니다: 6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츠키시마 케이

6 : 쿠로오 테츠로

7 : 코즈메 켄마

8 : 오사와 대신

9 : 리레주 지정


"시끄러운 황자네. 저렇게 기운이 넘치다니 켄마에게 좀 나눠줬음 좋겠는데 말이야."

"쿠로오님도 오셨군요."

"마마님. 잘 지냈어?"


네코는 두고 왔네? 요즘은 마마님 말 잘 따르지? 쿠로오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절 잘 따릅니다."

"좋겠네."


카게야마의 얼굴이 붉어졌다.



"첫 리레주의 질문이 카게야마의 말이 됩니다."

ㄴ쿠로오님께서 선물로 주신 차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단패궁에도 한 번 놀러와주시겠어요?



"쿠로오님."


네코는 요즘 카게야마의 즐거움이었다. 그런 쿠로오에게 번번히 제대로 보답을 하지 못한 것이 카게야마는 신경쓰였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던 쿠로오가 카게야마에게로 몸을 돌렸다.


"응? 마마님. 왜?"

"저..쿠로오님께서 주신 차가 아직 제 궁에 남았습니다."

"마마님 입에 안 맞았어?"

"아뇨. 그게 아니라.."


카게야마는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쿠로오님께서 선물로 주신 차를 제가 대접하고 싶습니다. 단패궁에도.. 한 번 와주실 수 있을까요?"

"...마마님? 지금 나를 초대해주는 거야?"

"초대..라기엔."


결국 쿠로오가 준 차를 도로 접대하고 싶단 이야기였다. 하지만 별달리 생각나는 게 없었다.


"역시 실례일까요? 바쁘실텐데."

"아니야. 마마님."


고개를 들자 웃는 얼굴의 쿠로오가 보였다. 


"마마님이 초대해줬는데, 가야지."

"감사합니다."

"언제 갈까?"

"그럼, 내일 오후에 꼭."


응. 갈게. 쿠로오가 흔쾌히 미소지었다.



쿠로오 테츠로

○: 22 (+1)

◇: 17

카게야마 토비오

□: 19 (+1)



카게야마는 계속 극을 보았다. 성국의 남자와 평국의 여자가 사랑에 빠져 도망치는 내용이었다. 그러고보니 과거엔 성국과 평국의 사람들끼리의 혼인은 금지였다. 그렇게 정해져있었다고 들었다. 카게야마가 태어나기 전 그 법이 바뀌어 이제는 혼인에 제약은 없다. 웃기는 법이었을 것이다. 


8면체 주사위를 굴렸습니다: 5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츠키시마 케이

6 : 코즈메 켄마

7 : 오사와 대신

8 : 리레주 지정


"왕님. 히나타가 이상한 소리 하진 않았지?"


간 밤에 보았던 달같던 남자가, 여전히 안경을 쓴 채로 찾아왔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히나타님께선 평소처럼.. 귀여우셨습니다."

"...귀엽다고만 느끼면 곤란한데."


츠키시마가 미간을 찌푸렸다. 



"첫 리레주의 질문이 카게야마의 말이 됩니다."

ㄴ츠키시마님은 단패궁인 저를 만나는 게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츠키시마는 언제나 히나타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꺼냈다. 카게야마는 그런 츠키시마가 궁금했다. 


"츠키시마님께선."

"...."

"히나타님만을 생각하세요."

"..그래야 사니까."

"그렇다면 저를 만나는 게 불편하시겠군요."


어째서? 라고 츠키시마는 묻지 않았다. 츠키시마가 히나타의 동행이 아니라 성국 왕족의 일원으로 온 이상, 츠키시마 역시 단패에 이름을 올렸다. 언젠가 츠키시마 역시 카게야마와 동침할 지도 몰랐다. 히나타가 아닌 그 자신이 직접. 카게야마는 그 동안 느꼈던 츠키시마에 대한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사실 저를 만나시면 안되는 것 아닐까요."

"...글쎄."


한 순간 흔들리려던 얼굴이 안경을 고쳐쓰고, 다시 차분해진다. 카게야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필요는 왕님이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거든."

"필요..?"


카게야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츠키시마는 손을 내저었다.


"별 거 아니지만, 왕님이 알면 짜증낼 것 같으니 관둘래."

"뭡니까. 알려주세요!"

"들으면 분명 짜증낼 걸. 내 약점을 스스로 내보일 필요가 있어?"

"....으.."


카게야마는 분한 얼굴을 했다. 



츠키시마 케이

○: 25 (+1)

◇: 22

카게야마 토비오

□: 22 (+1)



극이 끝나가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정말 재밌어서 보는 걸까?


7면체 주사위를 굴렸습니다: 4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코즈메 켄마

6 : 오사와 대신

7 : 리레주 지정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카게야마에게 이와이즈미가 다가왔다.


"카게야마."

"이와이즈미님!"

"지루한가보네."

"네?"

"얼굴에 다 나타나는걸."


이와이즈미가 웃었다. 카게야마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첫 리레주의 질문이 카게야마의 말이 됩니다."

ㄴ이와이즈미님께서 만약 오이카와님을 배신할 일이 생긴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오이카와님과 이와이즈미님의 사이가 부러워요.



"오이카와 녀석도 지루하다고 진작 가버렸어."


이와이즈미의 말에 눈을 돌려보니, 정말로 오이카와는 없었다. 


"같은 아오바죠사이 출신이라고 하기 부끄럽다니까."

"하지만."


카게야마는 오늘 아침 동궁에서의 일을 생각하고 문득 오이카와가 부러워졌다. 바로 옆을 보면 오사와 대신과 함께 앉아 극을 보는 쿠니미가 있었다. 킨다이치도 앉아 있다. 한 번도 인사를 오지 않았다. 늘 폐하, 폐하라고 지겨울 정도로 부르는 주제에.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늘 이와이즈미님은 오이카와님의 편이시지요."

"...뭐. 오이카와 녀석이 저러니까, 나라도 제대로 해야지."

"저는. 이와이즈미님과 오이카와님이 부러워요."


동궁에서처럼 속마음을 전부 드러내지 않도록, 하지만 간절하게 카게야마가 말했다. 


"정말로..부럽습니다."

"카게야마."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깨닫고 그를 달래보려 했지만, 사실 그런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섭정과 이야기해볼래? 내가 자리를 만들어줄까."

"아닙니다. 아니에요."

"대화를 하지 않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를 때가 많아. 전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


하지만 이와이즈미는 말을 멈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쿠니미와 킨다이치가 카게야마를 배신했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았다. 어설픈 위로를 자책하며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의 어깨를 말없이 쓸어주었다.


"이와이즈미님."

"그래."

"혹시. 혹시 해서 하는 말이지만."

"...."


카게야마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물었다.


"만약 이와이즈미님께서 오이카와님을 져버린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어렵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한 번 생각해볼게."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푹 숙인 까만 머리통을 보며 어떤 답을 해줘야할 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럴듯하게 꾸민 말은 결국 들통날 것이었고, 이와이즈미는 눈앞의 여자에게 진심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


"..내가 오이카와를 배신하게 된다면, 그건."

"...."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말이야. 아마도.. 오이카와가 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겠지?"

"그렇군요."

"웬만하면 따라주겠지만, 저 녀석이 막무가내로 나선다면 고민해야겠지."


그리고.. 이와이즈미는 쓰게 웃었다.


"그리고 제대로 해결된다면 다시 저 놈 편이 되어줘야 하지않겠어." 


이와이즈미는 보통 배신이 아니라 충언이라고 하는 쪽을 말하며 웃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 25 (+1)

◇: 19

카게야마 토비오

□: 24 (+1)



극이 끝났다. 섭정 쿠니미가 다가와 감상을 물었다. 


"재밌게 보셨습니까."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더군."

"다음엔 더 재밌는 극을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


카게야마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다문 카게야마에게 쿠니미도 더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럼 부디..평안히."


쿠니미가 속삭이며 인사했다. 단패궁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늦어, 저녁 식사를 하고 몸을 씻자 금방 피곤해졌다. 밖이 묘하게 소란스러웠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들리지 않았을테지만 카게야마의 귀엔 들렸다 극인들이 궁인을 모아두고 다시 연극을 보여주는 모양이었다. 웃음소리를 듣자 아까 본 것 보단 재밌을 것 같았다. 하긴 무엇을 보더라도 즐겁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예전엔 친구들과 함께였지만 지금은..


카게야마는 눈을 감았다.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15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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