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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22. 14일 <서궁-이와이즈미-츠키시마>


카게야마는 끝까지 섭정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하지 않았다. 입에 담을 수도 없었던 밤이거나, 말할 만한 일이 아무 것도 없었거나. 이제 상관없었다. 오이카와는 여유로운 얼굴로 품 안의 카게야마를 끌어안았다. 지나치게 느껴 울었던 눈은 부어있었다. 눈물자국이 남은 뺨을 만져보다가, 소매 사이로 드러난 손목을 바라본다. 비단끈이라도 사내의 허리띠였다. 세게 묶였던 자국이 남아있다.


"이런."


이 희고 긴 손이 활을 잡았을 때 자신을 몇 번이나 놀라게 했는지. 오이카와는 그래서 카게야마의 손목을 볼 때마다 한 번쯤은 묶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이제야 이루었다. 자국이 남아있는 손목을 어루만지며 오이카와는 싱긋 웃었다.


"이대로 계속 묶어둘까? 토비오쨩?"


그리고 임신할 때까지 오이카와씨와 뒹구는 거에요. 손목을 쥐고 놓아주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오이카와의 속삭임을 들어서인지, 카게야마가 슬며시 눈을 떴다.


"오이카와님..?"

"토비오쨩. 좋은 아침."

"...아픕니다."


세게 잡힌 손목이 아파 카게야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이카와는 찡그린 이마 위에 입을 맞췄다.



*



"토비오쨩. 눈이 부었어."

"..오이카와님께서!"

"그래, 오이카와씨가 그만 토비오쨩을 울려버렸죠. 토비오쨩이 마구 느껴서 앙앙 하고.."

"안 그랬습니다."


궁녀가 들어와 옷을 정돈하는 중이었다. 점잖게 앉아 시중을 받으며 말하는 카게야마를 보며 오이카와는 흐응?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쯤은 부끄러워할 줄 알았는데."

"부끄럽습니다."

"아니, 오이카와씨는 다른 사람 앞이라 부끄러워할 줄 알았거든."


그제야 카게야마는 제 머리를 정돈하는 궁녀를 흘깃 보았다. 지금껏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궁녀를 보았다가, 다시 오이카와에게 고개를 돌린다. 역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고 있다. 오랫동안 시중받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온 자의 태도였다.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그렇기에 보통 사람의 상식에선 애매하게 비껴가 있는 것이다. 어제 안은 여자는 한 나라의 왕이었다. 오이카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오이카와씨는."

"..?"

"어젯밤보다 오늘 아침의 토비오쨩이 마음에 들지도."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카게야마가 되물었다. 오이카와는 말없이 카게야마의 손목으로 눈을 주었다. 조용히 아침이 왔다.



밤새 혼자 있었던 네코가 카게야마에게 안아달라고 졸라댔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네코를 끌어안은 카게야마는 거울을 보며 부은 눈을 찡그렸다.


"왜 이렇게 부었지."


네코가 화장을 한 주인의 얼굴을 핥으려해 궁녀들이 얼른 말렸다. 상궁이 입가심으로 과일을 내오며 물었다.


"마마. 불편하시겠지만 오늘은 어느 궁을."


얼굴은 부었고, 온 몸이 쑤셨다. 카게야마는 네코의 털을 거칠게 쓰다듬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이런 얼굴로 다른 궁에 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와이즈미를 보지 못한 지도 오래 되었고,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보니 서궁의 둘과 전부 밤을 보냈다.


"마마?"

"..서궁에 가겠다."

"서궁에 가시겠습니까."


상궁이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제 같이 오이카와님과 계셨는데."

"그것과 인사는 상관없겠지."

"하지만."



다른 궁들에게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뽑은 후 다음날 다시 서궁에 갔다는 소식이 알려집니다

레점으로 한 명의 위험도가 +1 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히나타 쇼요

5 : 츠키시마 케이

6: 쿠로오 테츠로

7 : 코즈메 켄마

8~0 : 리레주 지정


코즈메 켄마

○: 15

◇: 13 (+1)



상궁의 은근한 만류에도 카게야마는 서궁으로 발을 옮겼다. 가던 도중, 카게야마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코즈메와 마주쳤다. 산쇼쿠가 작은 소리로 울었다.


"코즈메님을 뵙습니다."

"응..어디가?"

"서궁에 가게 되었습니다."


코즈메는 고개를 들어 소매 안쪽의, 자국이 남은 손목과 부은 눈가를 보았다. 


"..안녕."


카게야마 역시 인사를 했다. 서궁에 도착하자



홀 : 오이카와

짝 : 이와이즈미



"토비오쨩."


웬일인지 오이카와가 몹시 기분좋은 얼굴이었다. 속으로 오이카와가 귀찮아하지 않을까 걱정한 카게야마는 한시름을 놓았다.


"아침에 그렇게 같이 있었는데 또 오이카와씨가 보고 싶었어요?"



홀 : 네에...

짝 : 다른 궁에 갈 수가 없다



마음같아서는 얼굴이 엉망이라 다른 궁에 갈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카게야마는 얼굴을 확 붉혔다. 오이카와가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아침과는 다른 의미로 부끄러워진 카게야마가 고개를 돌렸다.


"네에..."

"너무 대충 대답하는 거 아냐? 오이카와씨 상처받아."

"이와이즈미님은 어디 계십니까."

"이와쨩은 잠시 안에."


토비오쨩 주제에 말을 돌릴 줄도 아네. 오이카와가 중얼거렸으나 카게야마는 못들은 척 했다. 


"토비오쨩."



홀 : 잠깐 걸을까?

짝 : 손목이



"손목이."


오이카와는 손을 뻗어 쉽게 카게야마를 잡았다. 잡힌 손목을 뒤로 빼려던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힘에 눌려 움직일 수 없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얼굴은 아름다웠으나,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몰랐다.


"자국이 남아있는데 가리지 않았네."

"..상처가 아닙니다."

"이와쨩이 볼거야."


가리는 게 좋겠다. 오이카와가 속삭였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시키는 대로 궁에 들어와 손목을 천으로 가렸다.


"토비오쨩의 궁녀들은 이런 것도 알려주지 않았어?"

"어떤 말씀이신지."

"이런 흔적 쯤은 지우고 와야지."

"...그런가요. 어차피 다 아실텐데."


오이카와는 예쁘게 매듭을 묶고 손목을 놓아주었다. 물끄러미 흰 천으로 가려진 손목을 보자, 오이카와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그건 토비오쨩이랑 나만 아는 약속인 거야."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는 손목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이와이즈미가 멋쩍은 얼굴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이와이즈미와 만난 일이 오래 전처럼 느껴졌다. 카게야마가 얼른 일어나 인사를 하려 하자, 이와이즈미가 손을 흔들었다.


"됐어. 카게야마. 그냥 앉아."

"역시 다정하네. 이와쨩."

"...나까지 앉아있을 필요가 있나."


이와이즈미는 불편해보였다. 오이카와가 킥킥 웃었다. 카게야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이카와를 보았다가, 이와이즈미를 보았다. 밤을 보낸 후 왠지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이와이즈미는 그렇지 않은 걸까. 오이카와가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어머, 수줍은가봐요. 이와쨩."

"입 좀 다물어!"

"이와이즈미님."



홀 : 뵙고 싶었어요

짝 : 불편하세요?



카게야마는 자신을 쳐다보지 못하는 이와이즈미를 걱정스럽게 보다가 이름을 불렀다.


"이와이즈미님."

"응?"

"저..뵙고 싶었어요."


조심스럽게 말하자 이와이즈미보다 먼저 오이카와의 웃음이 멎었다. 이와이즈미는 간신히 카게야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자로 보게 되는 것이 무서워 피하고 싶었던 아이가 보고 싶었다고 천진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직은 괜찮지 않을까. 이와이즈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나도. 그 동안 많이 못봤지."

"예. 이와이즈미님께서도 바쁘셨군요."

"딱히 바쁜 건 아니었는데.."


말을 고르던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에게 드디어 웃어주었다.


"서궁에 자주 와. 전처럼 같이 놀자."

"예!"


카게야마가 기쁜 얼굴을 했다. 오이카와가 불평했다.


"오이카와씨도 있거든요!"

"이 녀석은 무시해. 카게야마."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일부러 그런 표현을 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한 여자를 같이 안은 상황에 대해선 일부러 서로의 언급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상관없는 일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에게 양보를 할 것이고,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배려한다. 아직은 그 때가 오지 않았다.


"카게야마."


이와이즈미가 카게야마에게 말했다.


"이 녀석이 괴롭히거든 내게 꼭 말해야된다."

"이와쨩!"


오이카와가 즐거운 얼굴과 다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이와쨩은 오이카와씨에게 너무한 거 아닌가요?"

"알겠지? 나한테 말해. 내가 도와줄테니까."


평소의 두 사람을 보며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1~3 : 알겠습니다

4~6 : 이와이즈미님만 의지를 할게요 (오이카와 위험도 +2)

7~9 : 그렇지만 (이와이즈미 위험도 +1)

0 : 꼭 도와주셔야 해요



"그렇지만.."


카게야마가 짧게 덧붙였다.


"이와이즈미님이 항상 도와주실 수 없으니까.."


이와이즈미는 아쉬운 듯 말하는 입술에서 눈을 떼었다. 그러고보니 눈가가 부어있었다. 어젯밤 울었을까. 눈물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밤에는 잘 우는 아이였다.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소매 속의 손목을 확인했다. 무언가를 가리듯 예쁘게 천을 두르고 있었다. 저 매듭은 오이카와의 방식. 이와이즈미는 더 이상 상상하려는 머릿속을 다잡았다.


"그렇지."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도와줄 순 없겠네.."


그래도 도와줄 수 있을 땐 도와줄게.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말했다. 카게야마가 부은 눈가를 휘며 웃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 23 (+2)

◇: 24 (+1)

카게야마 토비오

□: 20 (+2)


이와이즈미 하지메

○: 23 (+2)

◇: 18 (+1)

카게야마 토비오

□: 19 (+2)



"오이카와씨가 괴물이에요? 뭘 도와준다는 거야!" 


오이카와가 기가 막힌다는 말투로 카게야마를 흘겨보았다. 카게야마는 분해져 대꾸했다.


"오이카와님께서..늘 제게 심술궂게 하시니까,"

"뭐? 그럼 내가 아까..!"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손목을 쳐다보았다가, 재빨리 말을 돌렸다.


"아까 오이카와씨가 환대해준 건 생각도 안 하네. 토비오쨩 엄청 냉정해."

"그만해. 오이카와."


이와이즈미가 일어서려는 오이카와의 옷자락을 잡아 자리에 앉혔다. 아오바죠사이에서 보던 둘의 모습에 카게야마는 가슴이 따뜻해졌다가, 문득 제 친구들을 생각하고 조금 외로워졌다. 



카게야마는 약간 쓸쓸한 기분으로 단패궁에 돌아왔다. 상궁이 가라앉은 카게야마의 기분을 알아차리곤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마마. 선물이 왔습니다."

"선물.."


카게야마는 안아달라고 왕왕 짖는 네코를 끌어안았다.


"어느 분께서?"



오이카와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히나타 쇼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0 : 리레주 지정


그것이..상궁은 이상하단 얼굴로 웃었다.


"서궁의 이와이즈미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는 눈을 깜박였다. 


"무엇을 보내셨느냐."

"직접 보시지요."


상궁이 함을 가져다주었다. 카게야마가 함을 열었다.

함 속에는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ㄴ목걸이



함을 열자 고요히 목걸이가 놓여있었다. 가운데 커다란 청옥을 박아넣고 주위를 은으로 두른 목걸이는 보석을 잘 모르는 카게야마가 봐도 귀한 물건처럼 보였다. 선물다운 선물을 처음 받게 된 상궁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와이즈미님께서 여심을 아시는군요. 걸어보시겠습니까."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궁이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들어 카게야마의 목에 걸어주었다. 묵직하고 차가운 목걸이가 목에 채워졌다.


"어머나. 마마."


거울을 보는 카게야마에게 상궁이 얼른 입을 열었다.


"마마의 눈색과 똑같습니다."


중심에서부터 짙은 푸른색의 청옥은 과연 카게야마의 눈색과 같았다.



주사위를 굴려 선물에 대한 카게야마의 호감도를 정합니다

100면체 주사위를 굴렸습니다: 85


30 이하 : 호감도 1

60 이하 : 호감도 2

90 이하 : 호감도 3

99 이하 : 호감도 4


"흠하나 없이 깨끗한 청옥을 보던 카게야마가 작게 미소지었다. 


"마마. 목걸이가 마음에 드시는군요."

"그것이 아니다."

"기분이 좋아보이십니다."

"이와이즈미님 눈에 내 눈이 이렇게 보인단 뜻인가."


아름다운 보석이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였다. 카게야마는 목걸이를 옷 속에 넣었다. 


"어서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다."

"직접 가시지 않겠습니까."

"음..."



홀 : 붓을

짝 : 그럴까



"방금 서궁에서 나왔는데, 또 가면 좀 그렇지 않겠느냐."

"잠시만 계셔보십시오."


상궁이 지나가던 궁녀를 잡아 무어라 말했다. 카게야마는 멀뚱멀뚱 앉아 차를 마셨다. 가슴에 닿은 목걸이는 체온을 받아 점점 따뜻해졌다. 


"마마."


잠시 후 상궁이 카게야마에게 손님의 방문을 알렸다.


"이와이즈미님께서 오셨습니다."

"..? 뭐? 이와이즈미님?"

"보내주신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차를 대접하겠다 말씀드렸으니 결례가 아니옵니다."


카게야마는 갑작스런 이와이즈미의 방문에 정신없이 일어섰다. 그 때문에 쏟아질 뻔한 찻잔을 잡자 이와이즈미가 들어왔다. 반가운 목소리로 카게야마가 이와이즈미를 불렀다.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


이와이즈미는 아침보다 좀 더 편한 얼굴이었다. 카게야마는 옷 속으로 목걸이줄을 꺼내려했다. 잘 꺼내지지 않자 상궁이 결국 뒤돌아가 목걸이를 풀어 카게야마의 손 위에 놓아주었다. 카게야마는 두 손 안의 목걸이를 이와이즈미에게 내밀며 활짝 웃었다. 


"이 것, 정말 마음에 듭니다."

"..마음에 든다니 기쁘다."

"이와이즈미님께서 처음 주신 선물이니 잘 간직할게요."

"그렇게 마음에 들어?"


이와이즈미는 민망해하면서도 카게야마의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청옥보다 푸른 눈이 반짝였다.


"마음에 듭니다!"

"목걸이를 좋아했구나."

"아뇨..상궁이 이 목걸이색이 제 눈과 닮았다고 하니, 좋아서."


카게야마가 손 안의 목걸이를 달랑 들어 자신의 얼굴 옆에 가져다대었다. 이와이즈미가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네 눈과 닮아서 보낸 거였지만, 좀 다르네."

"예?"

"카게야마 네 눈이 좀 더.."


좀 더, 아름다웠다. 이와이즈미는 대답 대신 카게야마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그저 목걸이를 손에만 쥐고 있자 이와이즈미가 그 손에서 목걸이를 가져갔다. 


"내가 걸어줄게."


상궁이 방을 나갔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와 이 방에서 밤을 두 번 보냈었다. 카게야마의 손목에 묶인 매듭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이와이즈미는 매듭을 풀어버리는 대신, 자신도 조심스럽게 같이 하는 쪽을 택했다. 스스로 놀랄 정도로 대담하게 이와이즈미가 카게야마의 뒤에 섰다. 카게야마가 의심없이 내미는 흰 목덜미에는 잇자국이 남아있었다.


"카게야마."

"예!"

"목걸이가 마음에 든다니 정말 다행이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의 몸에 최대한 손을 대지 않고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카게야마는 목걸이를 한참 바라보고 기뻐하며 차를 대접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 25

◇: 19

카게야마 토비오

□: 21 (+3)



목에 걸린 목걸이를 자꾸 네코가 핥고 싶어해서 많이 안아주지 못했다. 카게야마는 저녁 식사 후 옷 속에 목걸이를 넣어두고 네코와 놀아주었다. 강아지가 낑낑거리며 주인의 품을 찾았다.


"아참."


카게야마는 손목의 매듭을 보았다. 한참 팔찌처럼 묶고 있어서 의식하지 못했다. 풀까? 카게야마는 강아지의 배를 긁어주며 생각에 잠겼다.



1~3 : 밤산책을 했다

4~6 : 매듭을 풀고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어디서..?



"마마. 잠깐 일어나셔야할 것 같습니다."


침상에 누으려는 카게야마를 상궁이 잡았다. 상궁은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귀빈이 오셨습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츠키시마님께서?"


밤에 찾아올 거라곤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었다.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궁이 나가고, 곧 이어 츠키시마가 들어왔다. 밤에 보니 더욱 창백해보이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 희구나. 카게야마는 키가 크지만 왠지 호리호리해보이는 남자를 보며 호수 위에 뜬 달을 생각했다.


"츠키시마님. 밤 중에 무슨 일이십니까."


카게야마가 물었다.



홀 : 북궁에 좀 오지 그래 (호감도 +1)

짝 : 오늘.. (위험도 +1)

0 : 보고 싶어서



왜 왔냐고 묻는 카게야마에게 츠키시마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늦게까지 서고에 있다가 돌아가는 길에 단패궁의 불이 켜진 것을 보았다. 밤에 들어가는 게 실례라고 듣진 않았다. 가서 북궁에도 좀 오라고, 히나타가 널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주려했다. 그런 변명을 안고 왔다. 하지만 츠키시마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본 순간 모든 말을 잊었다.


"...그러게. 내가 왜 왔지."


간신히 츠키시마가 중얼거렸다. 카게야마는 살짝 웃었다. 언제나 똑똑한 채 하던 남자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당황하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길을 잃으셨습니까."

"아니야."

"그러면 왜 오셨습니까."

"...."


츠키시마에게 당한 걸 갚아주듯 놀리던 카게야마는 츠키시마가 계속 말이 없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말하지 못할 말이라도 하러 오신 겁니까."


카게야마의 눈짓에 상궁이 나갔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를 한 번 보곤 한숨을 쉬었다. 바보가 된 것 같았다.


"그래. 확실히 말하진 못하겠네."


그저 신경쓰여 보고 싶어서 왔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카게야마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신경 쓰이는 여자가 생겼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가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셨다. 


"츠키시마님은 특이한 분이시군요."


카게야마가 안아달라고 조르는 네코를 안으며 말했다. 할 말이 없어 츠키시마는 타는 목을 차로 축였다.


"북궁엔 츠키시마님이 마실 차 한 잔 없습니까."

"...누구가 얼마나 먹어대는 지 몰라."


츠키시마는 겨우 히나타의 이야기를 꺼냈다.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홀 : 히나타에 대해

짝 : 카라스노에 대해

0 : 츠키시마에 대해



"츠키시마님은 잘 안 드시나요?"


카게야마는 츠키시마가 히나타에 대해 말하려는 노력을 한 순간 잠재워버렸다. 츠키시마는 멍하게 카게야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츠키시마님께선 잘 안 드시는 편이군요."

"...그렇지."

"그래서 이렇게 마른 것입니다."


카게야마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했다. 소매를 걷고는 자랑하는 아이처럼,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에게 팔뚝을 보였다.


"제가 비록 여자지만 츠키시마님보단 훨씬 튼튼할 겁니다."

"뭐?"

"이것 보세요."


츠키시마는 카게야마가 겁없이 내민 손목을 보았다. 비단천으로 동여맨 손목은 보통 여자처럼 가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는 생전 여자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희게 뻗은 팔과 손을 보았다. 


"언젠가 같이 나가서 활이라도 쏘아보세요. 제가 츠키시마님은 이길 것 같습니다."


카게야마가 놀리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츠키시마는 나중에야 손목에서 눈을 떼고 말했다.


"..내가 힘이 강한 지 약한 지 모르면서 잘도 왕님은 말하네."

"딱 보면 압니다."

"방금 그 말. 기억해뒀어."


눈앞에 있는 건 자신의 말이 어떤 뜻인지도 모르는 둔한 여자였다. 츠키시마가 평소의 비웃음을 겨우 입에 걸었다. 


"....나중에 날 보게 되면 울지나 마."


아직도 전날 밤 울어 눈이 부어있는 카게야마에게 츠키시마는 그렇게 말했다. 



츠키시마 케이

○: 22 (+3)

◇: 19 (+3)

카게야마 토비오

□: 19 (+3)



츠키시마는 가기 전 카게야마의 목에 건 목걸이를 보고 한 마디했다.


"보석 싫어한다던 왕님이 굉장히 커다란 목걸이 가지고 있네."

"이건 다른 분께 받은 겁니다."


카게야마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츠키시마가 과장된 한숨을 쉬었다.


"그렇군. 왕님은 보석이 싫은 게 아니라 북궁에서 마련한 보석이 싫단 얘기였어."

"..? 그런 말이.."

"불쌍한 히나타. 어떤 선물을 줘야할 지 고민하면서 잠을 못 이루는데."


그게, 저.. 카게야마가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츠키시마의 성격 나빠보이는 얼굴을 확인하곤 얼른 미간을 찡그렸다.


"..저를 또 놀리십니다."

"이번엔 알아차리다니 대단해."

"이번엔..?"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츠키시마는 답을 주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츠키시마가 단패궁을 나가는 걸 창으로 지켜보았다. 단풍나무 옆 호수로 가까이 걸어가던 츠키시마가 불현듯 걸음을 멈췄다. 호수 위에 뜬 달.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의 머리카락 사이로 번지는 달빛에 눈이 부셨다. 눈을 가늘게 뜨자 츠키시마가 뒤를 돌아본다. 궁 안에서 카게야마가 보고 있었던 줄 몰랐던 그는 놀랐는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워낙 짧은 순간이라 자신을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 카게야마는 알 수 없었다.


"츠키시마님."


카게야마가 조그만 목소리로 불러보았다. 츠키시마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안녕히 주무세요."

"..왕님도."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방으로 돌아왔다. 저절로 밖으로 귀를 기울였다. 발자국 소리는 오랫동안 들리지 않았다.



14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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