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야마가 마음에 든 꽃은 창가에 아직 있었다. 홀로 일어난 카게야마는 강아지를 깨우지 않게 조심하며 침상 아래로 내려갔다. 막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꽃을 들어 향기를 맡아본다. 어떤 소리도 듣지 않게 귀를 닫고 카게야마는 코 끝에 꽃을 대었다. 역시나 물이 넘쳐 흐르는 듯한 향기. 머리부터 상쾌해 기분이 좋았다.
"마마.."
상궁은 카게야마를 깨우기 위해 들어왔다. 그리고 무심코 창가의 카게야마를 보았다가 숨을 멈춘다. 새벽의 푸른 햇살을 받으며 흰 꽃을 들고 서있는 카게야마는 처절하고 고귀해보여 감히 말을 붙일 수 없었다. 사내인지 여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마치 신화에 나오는 태초의 신같은 자태로 카게야마는 거기에 있었다. 상궁은 손 하나 까딱 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 겨우 불렀다.
"마마. 기침하셨습니까."
"...."
신이 고개를 돌린 순간 인간으로 화하여 상궁의 눈 앞에 섰다.
*
오늘따라 상궁이 조용해 카게야마는 의아했다.
"평소엔 종알종알 잘도 떠들더니 오늘은 조용하구나."
"..오늘은 몸이 좋아보이십니다."
"그러게. 꽃 때문인가."
"네코마를 뵙게 되면 감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상궁은 카게야마의 식사시중을 들며 대꾸했다. 식사가 끝난 후 어디를 갈 지 고민하는 카게야마에게 상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마. 내일이 어떤 날인지 혹시 아십니까."
홀 : ...
짝 : ?
"...내가 날도 잊고 사는 줄 알았느냐."
카게야마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상궁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래서 네가 오늘 조용했군."
"마마. 그것이 아니라,"
"알고 있다. 내가 이 궁에 들어온지 한달이 되는 날이지."
"내일 연회가 열리는 것도 아십니까."
그것은 또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놀라지도 않고 카게야마가 상궁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진작 카게야마에게 알렸어야 했으나 요사이 카게야마의 상태가 좋지 못해, 끝까지 상궁은 미뤘다. 강아지나 꽃에서야 위안을 받는 주인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일은 마마께서 단패궁의 주인으로서 귀빈들을 모셔야합니다."
"..그런가. 일부러 키타가와에 와주셨으니 감사해야겠지."
생각보다 얌전한 반응이었다. 무엇을 체념한 사람같이 보이기도 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카게야마는 지난 아침 몸이 좋지 않았을 때, 어의를 찾아가라고 권하던 서궁을 떠올렸다. 그때 말을 듣고 어의를 찾아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서궁에 가볼까.."
"서궁을 자주 찾으십니다."
"요즘은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나는군."
아오바죠사이에 있을 때는 강해져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단순한 목표를 가졌기에 행복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좋은 일은 별로 없었는데도 어린 시절이란 이유로 왠지 그리워지는 것이다. 상궁은 북궁이나 남궁을 가보라 넌지시 권했다. 모두 다 좋았다. 그리고 어디라도 상관 없었다. 하지만 왠지 서궁이 가고 싶어, 카게야마는 단패궁을 나왔다. 네코가 자신을 데려가라고 깡깡 짖는 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가 서궁으로 들어오자 그를 반기는 사람이 있었다.
홀 : 오이카와
짝 : 이와이즈미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 왔구나."
이와이즈미는 습관처럼 카게야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손을 내렸다. 대신 카게야마를 안쪽으로 데리고 와 따뜻한 자리에 앉게 했다. 카게야마는 눈을 내리깔고서 이와이즈미가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에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마치 물 속에 있는 듯한 시원한 향기였다.
"오늘은 얼굴이 좋아보인다."
"예. 걱정해주신 덕에 다 나았습니다."
"다행이다."
"저, 이와이즈미님."
홀 : 내일은
짝 : 오이카와님은
카게야마는 상궁에게 묻지 못했던 것을 물었다. 하도 미안해하는 기색이라, 카게야마는 아무렇지 않은데 상궁은 그저 입을 딱 다물고 있었다.
"내일은 모두 제 궁에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래. 그런 게 있었지. 별 거 아닐거다. 그냥 오후에 다과를 하며 모이는 것 뿐이니.."
"이와이즈미님도 오시는 건가요?"
카게야마는 진정 궁금하단 눈으로 이와이즈미를 바라보았다. 이와이즈미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갔으면 좋겠어?"
"네!"
"...농담이었는데 너무 좋아하니까 부끄럽네."
물향이 훅 풍기는 카게야마가 이와이즈미를 보며 웃었다.
"아직도 잘 모르는 분들도 많고..기왕이면."
카게야마는 조신하지 못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이와이즈미님이 오시면 좋겠어요."
"..섭정 쪽은 그렇다쳐도, 다른 나라들과도 많이 교류한 걸로 알고 있는데."
특히 동궁은 자주 가지 않았나. 이와이즈미는 우시지마의 이야기를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홀 : 그래도
짝 :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제일 오래 안 분은 이와이즈미님이랑.."
"...."
"....이런 말이 이와이즈미님께 실례일까요?"
카게야마는 말을 꺼내놓고 혹시나 자신이 무례한 말을 하였나 싶어 눈치를 보았다. 이와이즈미는 잠시 멈칫했다가 카게야마를 보았다. 평소라면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모습이 귀여웠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처음 안긴 지 한달이 되어가는 것을 알자, 가장 오래 알았다고 말하는 입술이 여상해보이지 않았다. 혼자의 생각인 것은 알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왜 실례겠어."
"이와이즈미님은 항상 제게 좋은 말만 해주셔요."
제가 정말로 실수를 해도 아무렇지 않게 넘겨주시는 것 아니지요? 카게야마가 다시금 물었다. 이와이즈미는 그저 웃었다.
"어라. 토비오쨩. 왔어?"
뒤늦게 오이카와가 나와 이와이즈미의 옆에 털썩 앉았다. 이와이즈미는 아주 조금 아쉬워졌다.
"토비오쨩. 요즘 여기 자주 오네? 오이카와씨를 보려고 오는 거야?"
"아닙니다! 이와이즈미님을.."
"그래. 이와쨩 핑계를 대면서 오이카와씨를 보러오는 구나."
"...."
카게야마는 다시 입술을 쭉 내밀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훑어보았다.
홀 : 내일
짝 : ..좋은 향기
0 : 그러고보니
"그러고보니."
오이카와는 어제 아침 불쾌했던 일에 대해 떠올렸다. 꼴보기 싫은 사람을 만났었다. 우시지마 주제에 얼간이처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시와카쨩이 치료해줬나보네."
"예. 감사하게도."
"토비오쨩.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안겨서 울다가 다음날 아침엔 멀쩡해지는 거야? 우시와카쨩 정말 편리하네."
"...."
이와이즈미가 굳어버린 카게야마를 보고선 오이카와, 하고 짧게 불렀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궁에 왔을 땐 열에 들떠 뜨거운 얼굴이었다. 이제 와선 멀쩡하게 앉아있다. 우시지마가 치료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입술은 얄미워서 차라리 다시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오이카와는
1~3 :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오이카와씨 상처받아
4~6 : ..농담이야 (호감도 +1 위험도 +1)
7~9 : 다음에도 우시와카쨩이랑 (호감도 +1 위험도 +2)
0 : 내가 아프게 하면, 그래도 우시와카쨩이 고쳐줄까? (위험도 +3)
오이카와는 눈을 깜박이는 법조차 잊은 듯한 카게야마를 보았다가 손가락으로 이마를 튕겼다. 갑자기 이마를 손가락으로 맞은 카게야마가 얼굴을 찡그렸다.
"오이카와님!"
"...농담이야."
"..농담 아니신 것 같았습니다."
"어라. 토비오쨩주제에 눈치가 생겼어."
"그만해. 오이카와."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말린 후 카게야마를 다독였다. 알잖아. 카게야마. 저 녀석은..카게야마는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흠집을 내고자 했지만 그래도 아파하는 시늉을 보면 편하지 않았다. 문제는, 아파하는 카게야마의 얼굴 또한 흡족한 오이카와의 마음이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 33 (+1)
◇: 29 (+1)
카게야마 토비오
□: 28 (-1)
이와이즈미 하지메
○: 31 (+2)
◇: 20
카게야마 토비오
□: 30 (+2)
"웃어봐."
오이카와는 단패궁으로 돌아가려는 카게야마를 붙잡고 말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엉뚱한 말인가 싶어 카게야마가 미간을 찌푸렸다.
"토비오쨩. 웃어보라고."
"..오이카와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양 뺨을 잡아 쭉 늘렸다. 입가가 벌어지는 만큼 카게야마의 미간주름도 깊어졌다.
"어이..카아..ㄴ!!"
"..토비오쨩 못생겼어."
"!!"
카게야마는 겨우 오이카와에게서 풀려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씩씩거리며 단패궁으로 돌아갔다.
얼얼한 입가를 매만지며 카게야마가 돌아오자, 상궁은 지극하게 카게야마를 모셨다. 아침부터 부담스러운 상궁의 작태였지만 카게야마는 그러려니 받아들였다. 어차피 누군가의 시중을 받는 일이 부담스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른 사람을 자신이 모시게 되는 일만이 카게야마에겐 부담이었다.
"마마. 궁에 계시지요. 날이 춥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 궁녀에게 식기를 치우게 하며 상궁은 은근히 카게야마에게 권했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오늘 하루 카게야마의 말을 잘 들어주니 카게야마 또한 거기에 응했다.
"그럴까.."
"꽃향기를 즐기셨으니 어울리는 차를 내오겠습니다."
상궁은 카게야마의 손에 꽃을 가져다준 후 향긋한 차를 내왔다. 네코마의 차였다.
"네코마의 차에, 네코마의 꽃이 있으니 마치 내가 네코마 사람같군."
카게야마는 온통 네코마로 찬 궁을 보며 툭 말을 던졌다.
홀 : 손님이 찾아왔다
짝 :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다
홀로 차를 즐기는 카게야마에게 누군가 찾아왔단 소식이 들렸다. 자주 없는 일이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쿠로오님?"
카게야마는 쿠로오를 보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을 보자마자 웃는 카게야마를 따라, 이유를 모르는 쿠로오도 웃으며 물었다.
"응? 왜 웃는 거야? 나도 같이 웃게 해줘. 마마님."
"저..그게,"
카게야마는 웃음을 멈추려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마침 이 궁이 쿠로오님께서 주신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내가 마마님께 그렇게 많은 걸 줬나."
쿠로오는 흐뭇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자주 보았다고 익숙한지, 이젠 제법 네코가 짖지 않은 채 쿠로오의 발치에서 돌아다녔다.
홀 : 지나가다가
짝 : 보고싶어서
"지나가는데 문득 마마님이 단패궁에 있을까 궁금하더라고. 오니까 마침 마마님이 있네."
"오늘은 날이 추워 나가지 못했습니다."
"하긴 요즘 마마님. 후원에서도 잘 못봤지.."
쿠로오는 머리카락에 가려진 한 쪽 눈으로 카게야마의 손에 들린 꽃을 보았다.
"그거 마마님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야."
"좋습니다. 물같은 향기가 나요."
"궁을 보냈을 때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카게야마의 얼굴이 벌개졌다.
"그건..너무 과분한 선물이셨습니다."
"어차피 노는 궁인데 뭘. 나중에 한 번 놀러와."
홀 : 네코마에 가보고 싶어요
짝 : ....
"네. 네코마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멀리 있는 나라였지만 쿠로오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 할 수 있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따뜻한 나라. 카게야마는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약속을 했다. 쿠로오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마님 심심하지 않게 내가 같이 놀아줄게."
"기대가 됩니다."
카게야마는 다시 한 번 꽃의 향기를 맡았다.
카게야마는 오늘 쿠로오와의 시간이
1~3 : 언제나처럼 좋았다 (호감도 +0)
4~6 : 쿠로오님이 오셔서 즐거웠다 (호감도 +1)
7~9 : 네코마에 꼭 가봐야지 (호감도 +2)
0 : 가지 마세요 (호감도 +3)
쿠로오는 오늘 카게야마와의 시간이
1~3 : 와보길 잘했지 (호감도 +1)
4~6 : 다음엔 뭘 줄까 (호감도 +2 위험도 +1)
7~9 : 마마님, 귀여워 (호감도 +3 위험도 +2)
0 : 지금 당장 네코마로 데려가줄까? (호감도 +3 위험도 +3)
"심심해서 와본 건데, 역시 오길 잘했네."
쿠로오는 네코를 끌어안고 배웅하는 카게야마를 보곤 미소지었다. 카게야마가 또박또박 말했다.
"저도 쿠로오님 덕에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올까?"
"예!"
"마마님. 이 쿠로오를 너무 좋아해주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힘찬 대답이었다. 쿠로오는 즐겁게 손을 흔들었다.
쿠로오 테츠로
○: 25 (+1)
◇: 17
카게야마 토비오
□: 28 (+1)
쿠로오가 가고 난 후의 궁은 썰렁했다. 외로움을 삼키는 대신 카게야마는 궁 안에서 강아지와 놀았다. 쿠로오가 주었던 네코는 키타가와의 마지막 왕족을 위안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낑낑거리는 강아지에게 손을 내주어 핥게 하다가, 결국 같이 끌어안고 식사도 했다. 상궁은 못마땅한 얼굴로 네코를 노려보았다. 네코는 카게야마의 품안에서 음식을 덥석덥석 받아먹었다.
1~3 : 강아지와 밤산책을 했다
4~6 : 피곤해서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조용히
배가 차니 잠이 왔다. 긴 겨울 밤을 무얼하며 보낼 지 몰라 그저 네코를 끌어안고 있던 카게야마는, 깜박 졸았다가 눈을 떴다. 상궁이 카게야마를 조심스럽게 깨우고 있었다.
"마마. 피곤하신 모양이니 누우시지요."
"..그래야겠다."
"내일은 많은 분들을 만나셔야할 겁니다. 일찍 주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
뜨끈뜨끈한 네코를 데리고 카게야마는 침상에 올랐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 상궁에게 물었다.
"내일 네코를 데리고 있어도 괜찮겠지?"
"마마의 강아지라는 것을 다들 아실테니 괜찮으실 겁니다."
"그렇군."
다행이다. 그렇지? 카게야마가 장난스럽게 네코의 주둥이를 잡고서 흔들었다. 그르르릉거리며 놔달라고 칭얼거리던 강아지는 주인이 손을 놓자마자 깨끗하게 잊고 다시 카게야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21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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