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날이었다. 사뿐사뿐 걷는 궁녀들조차 가끔 저도 모르게 발을 헛딛는 아침이었다. 카게야마 또한 일찍 일어나 평소보다 공을 들여 치장을 했다. 졸린 눈을 비비려하자 상궁이 안타깝게 손을 치웠다.
"마마. 피곤하시겠지만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이리 하셔야합니다."
"...."
카게야마는 꾸벅꾸벅 졸며 식사를 하고 얼굴에 무엇이든 찍어바르게 두었다. 평소와 달리 분향기가 물씬 풍기는 카게야마를 네코는 낯설어했다. 하지만 카게야마가 은사로 수놓아 바삭거리는 소리가 나는 소매를 걷고 손을 내밀자 작은 혀로 손을 핥았다. 간질간질한 촉감이 기분좋아 카게야마는 열심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침상을 정리하던 상궁이 한숨을 쉬었다.
"옷이 망가지십니다."
"입어서 금방 망가질 옷은 무엇하러 만들었느냐."
카게야마는 코웃음을 쳤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어느 궁을 가겠냐는 말에 카게야마는 자신이 북궁에 간지 제법 오래되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북궁에..가볼까."
"잘 생각하셨습니다."
상궁이 열심히 카게야마의 말에 긍정했다.
"최근엔 서궁을 자주 가셨고, 다른 궁들도 들리셨습니다. 남궁분들께서는 따로 선물을 보내주시어 교류를 하셨지만 북궁은.."
"..? 선물을 청하란 말이냐. 그럴 순 없다."
"저는 좀 더 북궁에도 자주 가셨으면 하는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카게야마는 상궁의 말을 듣지 못한 척 했다. 평소보다 까슬까슬한 옷을 걸치고 치장을 한 채 나가니 겨울이 훨씬 춥게 느껴졌다.
*
츠키시마와는 밤을 함께 보낸 후 처음 만난다. 히나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명이 한 번에 궁에 들어올 줄은 몰랐었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굳이 기록을 남겨야하는 사정이 있다면.. 카게야마는 생각에 잠긴 채로 북궁에 도착했다.
홀 : 히나타
짝 : 츠키시마
"토비오."
우두커니 정원에 서있던 히나타가 카게야마를 보고 반가운 얼굴을 했다가, 곧 안색이 어두워진다. 언제나 밝기만 하던 황자가 시무룩해하니 카게야마도 절로 걱정이 되었다.
"히나타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토비오."
"예."
"토비오가 걱정이었다구."
히나타는 작은 몸을 축 늘어트리곤 주황색 머리를 양 주먹으로 감쌌다.
"역시 저번에 같이 들어갔던 건 별로였지?"
"예?"
"...어쩔 수가 없었거든."
진짜 진짜 미안해. 풀이 죽은 목소리가 사과를 하니 받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좀 놀랐지만. 사정이 있으시다면.."
카게야마는 작은 짐승처럼 웅크린 모양의 히나타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이 황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왠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놀랐지만 괜찮다는 말을 반복해도 히나타가 기운을 차리지 않았다. 추운 겨울. 옷은 투명한 천을 겹겹 입혀놓아 바삭거렸고 화장한 눈꺼풀은 무거웠다.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홀 : 진짜 괜찮다니까요!
짝 : 미안하면 왜 그랬는지
"미안하면 왜 그랬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카게야마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 히나타의 고개가 휙 들렸다.
"말씀 해주시진 못하실 것 같은데, 제가 괜찮으니 이제 그만 하십시오."
"...."
"화나셨습니까."
"아니. 말해도 토비오는 화를 낼테고, 말하지 않아도 화를 낼테니까."
고개를 든 황자의 얼굴은 유약하지 않아 곧게 카게야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면 무심코 돌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강한 시선이었다.
"역시 말은 할 수 없어. 미안해."
"...예."
"들어갈까. 춥지?"
아이었던 남자가 갑자기 어른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망설이던 카게야마는 그 손을 잡았다. 자신보다 오래 밖에 있었을 텐데도 따뜻한 손이었다. 몇 걸음 앞선 히나타가 카게야마를 다시 돌아보았다.
"그러고보니까."
"예?"
"토비오. 오늘도 예쁘다."
진짜 예뻐. 히나타가 햇살처럼 웃었다.
히나타는 자신을 볼 때마다 늘 예쁘다고 해주었다. 카게야마는 궁으로 들어와 슬그머니 히나타의 손을 놓았다.
"히나타님.."
"응?"
"...아닙니다."
예쁘다고 하는 말은 부끄러우니 그만 두십시오! 라고 말하기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막 기운을 차린 히나타에게서 괜히 눈을 돌렸다. 츠키시마가 보이지 않았다.
"츠키시마님께선."
"츳키? 방에 있을 거야."
"인사를 드려야하는데 언제쯤 나오실까요."
"내가 불러볼게. 츠키시마!"
홀 : ...왜 불러
짝 : ....
"츠키시마! 츠키시마!"
히나타가 몇 번을 불러도 방에서 꼼짝하지 않던 남자가 부스스 모습을 보였다. 어디 아프기라도 한걸까, 잠시 걱정했던 카게야마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러고보면 이 남자는 자신과 밤을 보낸 후에도 인사도 없이 아침에 훌쩍 떠났다.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츠키시마님을 뵙습니다."
"...왕님. 오셨습니까."
"뭐야? 왜 존대?"
딱딱한 츠키시마의 말에 히나타가 어리둥절하여 카게야마 쪽을 보았다. 정작 카게야마도 츠키시마가 왜 이러는 지 알 수 없었다.
홀 : 어차피 친해져봐야
짝 : ..(귀찮아)
츠키시마는 카게야마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카게야마와 함께 밤을 보낸 후 그는 카게야마가 다른 남자에게 안길 상상을 먼저 했었다. 히나타에게도 안겨야하는 여자였다. 그러나 상상을 할 수록 기분이 복잡해져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가 오지 않는 동안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나 걱정했다. 그리고 카게야마의 맑은 얼굴을 본 순간 그런 걱정을 했던 자신이 귀찮아졌다.
"....그냥, 변덕입니다."
"츠키시마님. 왜 그러십니까."
카게야마가 츠키시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츠키시마가 흠칫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여자와 너무 가까웠다.
*
왠지 츠키시마가 자신을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쳐다보았다. 히나타 역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츠키시마님.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토비오한테 왜 그래? 그러지 마."
딱 봐도 비슷하게 단순한 두 명이 갑자기 질문해 츠키시마는 더욱 골치가 아파졌다.
홀 : 윽..
짝 : 피곤해서 방에 들어갑니다
"으윽.."
츠키시마는 더 이상 피하지 못했다. 히나타와 카게야마가 똑같이 궁금하단 얼굴로 몰아붙이니 버틸 수가 없었다.
"..왕님께서 존대가 싫다면 다시 반말할게. 됐어?"
"왕님도 싫습니다."
"그건 여전히 기각이야."
카게야마는 방 안으로 들어갈 듯 굴던 츠키시마가 자리에 앉자 왠지 마음이 놓였다. 그토록 싫은 남자였는데도, 이상한 일이었다. 히나타는 자신이 직접 차를 주겠다며 나서다가 찻잔을 엎질렀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궁녀들이 서둘러 달려와 수습을 대신했다. 히나타는 민망한 얼굴로 카게야마를 돌아보았다.
"토비오가 오랜만에 와서 내가 직접 해주고 싶었는데.."
"히나타님의 마음으로도 충분히 기쁩니다."
"오늘은 추우니까 못했지만..날씨가 풀리면 같이 날아줄게."
히나타는 지난 밤의 약속을 꺼냈다. 솔직하게 호감을 사고 싶어하는 말에 카게야마도 생긋 웃었다.
"저는 무거울 텐데요."
"괜찮아!"
자신을 믿으라는 듯 가슴을 탕탕 치는 히나타를 보며 츠키시마는
1~3 : 한 번 믿어봐
4~6 : 듬직하지?
7~9 : 제법 여자를 잘 다루잖아 (호감도 +2 위험도 +2)
0 : .... (위험도 +2)
제법 여자를 잘 다루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한 순간 츠키시마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히나타. 왕님이 못 믿나봐."
"뭐? 토비오. 믿어줘. 절대 떨어트리지 않을게."
"아..아닙니다! 츠키시마님. 왜 그런 말씀을."
카게야마가 얼굴을 살짝 찡그린 채 곤란한 얼굴로 츠키시마를 돌아보았다. 드디어 시선이 닿았다. 츠키시마는 기어코 제게 눈을 돌리게 한 자신의 입이 정말로 귀찮아졌다.
히나타 쇼요
○: 21 (+2)
◇: 16
카게야마 토비오
□: 17 (+2)
츠키시마 케이(카라스노, 보좌)
○: 32 (+2)
◇: 24 (+2)
카게야마 토비오
□: 28 (+1)
"나 힘 엄청 세!"
히나타가 끝까지 카게야마를 배웅하며 말했다. 밝은 주황색 머리는 히나타가 움직일 때마다 흔들렸다. 카게야마는 결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 만나셨을 땐 부탁드립니다."
"응! 그러니까.."
좀 더 자주 와. 히나타가 쑥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단패궁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상궁은 카게야마의 옷매무시를 고쳐주며 일렀다.
"술이 아닌 차를 대접하는 자리이니 부담가지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군."
"마마께선 다른 분들이 오실 때마다 차를 따르고 인사를 드리면 됩니다."
"정말 별 것 아니구나."
그런데 차를 따르기 위해 이렇게 빨리 일어나야 하는 것이냐? 카게야마가 문득 울컥하여 상궁에게 말했다. 주인의 화를 피하려 상궁은 깨끗하게 씻긴 강아지를 카게야마의 품에 넣어주었다.
*연회는 22일마다 카게야마가 단패궁으로 9명의 남자들을 모셔오는 날입니다. 카게야마의 호감도와 상대의 호감도/위험도는 변화가 없으며, 7번 동안 짧게 대화를 합니다. 대화를 하는 두 명은 선택지로 레스와 리레스로 정합니다. 대화상대가 호감도 50을 넘긴 경우라도 위험도 확률 변화는 없습니다.
1. 코즈메는 우시지마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거기, 폐하. 사과를 좀 주십시오."
우시지마는 강아지를 끌어안고 노는 카게야마를 하염없이 보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남궁의 왕족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성국 왕족들끼리는 같은 급으로 대하긴 하지만 보좌로 따라온 이가 먼저 우시지마에게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카게야마를 보며 기분이 유쾌해진 우시지마는 순순히 코즈메의 청에 따라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오늘도 어여쁘군."
"...그렇네요."
코즈메는 떨떠름하게 우시지마를 보았다. 카게야마가 동궁에 자주 간다는 건 듣기 싫어도 잘 들리는 이야기였다. 요즘은 서궁에 자주 가던데.. 코즈메는 우시지마에게 관심을 끊었다. 카게야마가 강아지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으니 다음에 선물을 준다면 강아지 목걸이를 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자신이 준 선물은 아니나, 흰 꽃을 들고 숨을 헐떡이며 찾아왔던 카게야마를 다시 한 번 코즈메는 보고 싶었다. 정말 어여쁜 지도 몰랐다.
2. 코즈메는 이와이즈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코즈메의 눈에 바로 그 서궁의 이와이즈미가 보였다. 옆에 있는 아오바죠사이의 황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 카게야마는 요즘 서궁에 자주 갔다. 북궁에도 오늘 갔다고 들었다. 남궁엔 오지 않은 지 꽤 됐다. 아무래도 좋았다. 하지만 코즈메는 무심코 이와이즈미 쪽을 보고 물었다. 남궁에 쿠로오와 대련을 하러오는 이라 안면이 있었다.
"키타가와는.. 아오바죠사이 쪽이니 어릴 적을 알겠네요."
"어릴 적?"
이와이즈미는 코즈메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다가 곧바로 말뜻을 깨달았다.
"알지. 굉장히 귀여웠어."
"그렇군요."
"그 땐 영락없는 남자아이인 줄 알았는데.."
이와이즈미는 치장하고서 자신에게 차를 따르던 카게야마를 생각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이와이즈미님. 이렇게 따르면 될까요? 작게 속삭이던 목소리는 아마 자신만이 들었을 것이다.
3. 이와이즈미는 킨다이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와이즈미는 자리를 옮기려다가, 구석에 서 있는 킨다이치를 발견했다. 마련한 자리에 앉지도 않던 키타가와의 대장군은 그저 서서 카게야마를 보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연극을 보던 날 카게야마가 제게 물었던 말들이 생각났다. 혹시라도 친구를 배신하게 된다면..마음이 아팠다.
"..좀 앉지 그래."
킨다이치는 이와이즈미가 다가오자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쳐다봐도 저 녀서.., 단패궁은 네가 쳐다보는 걸 몰라."
"...알길 원하는 건 아닙니다."
"이상하지. 너희는.. 카게야마를 아끼면서도 일부러 단패궁에 밀어넣은 것처럼 보여."
"...."
"처음엔 단순히 반역인 줄 알았는데."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와 이야기하며 짐작하던 말을 꺼냈다.
"어떻게든 살려두기 위함이었을까."
"...."
킨다이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와이즈미 또한 대답을 구하기 위해 물은 답이 아니었으므로 입을 다물었다.
4.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오이카와가 눈으로 이와이즈미를 찾았다. 이와이즈미는 킨다이치의 곁을 떠나 자리로 돌아왔다.
"뭐라고 해?"
"뭐?"
"저 장군에게 왜 반란을 일으킨 거냐고 솔직하게 물었겠지. 보나마나 뻔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어 이와이즈미는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식어도 차맛은 괜찮았다.
"당연히 대답 안하지."
"티나게 토비오쨩을 아끼고 궁을 단속하면서, 권력을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말을 누가 믿겠어."
섭정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단패궁에 많은 호위를 붙여두었다. 들어가고 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적어둔다고도 들었다.
겉으론 카게야마의 씨를 보존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보이는 그대로 믿긴 힘들었다.
오이카와는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토비오쨩. 오늘 단패 뽑는 날인데도 이제 걱정도 안 되나보네."
"...."
"전엔 좀 겁먹은 시늉이라도 하더니. 저렇게 꾸미고 개나 끌어안고서."
오이카와는 이상한 일로 투덜거렸다.
5. 코즈메는 쿠로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쿠로."
코즈메가 쿠로오를 불렀다. 네코가 익숙해진 쿠로오를 보고 쫓아오려고 해, 카게야마가 얼른 붙잡았다. 코즈메와 쿠로오는 동시에 카게야마와 눈이 마주치곤 눈으로 인사를 했다. 남궁에서 보내준 강아지를 꼭 껴안은 카게야마는 보기 좋았다.
"켄마.오늘 좀 즐거워 보이네. 사람도 많은데."
"별로.."
"마마님을 봐서 기분 좋아진 거 아냐?"
"그런 농담은 재미없다니까."
코즈메는 무심한 얼굴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착한 여자라고 생각은 하지만, 자야한다는 실감은 나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 방에 들어오겠지만.
"제법 괜찮은 여자로 보이지."
"...."
"네코마와의 일은 잘 모르는 눈치야. 처음엔 험악하게 굴어서 아는 줄 알았지."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말해주고는 싶은데 좀 아깝더라고."
모처럼 좋은 이미지를 잔뜩 쌓았는데. 쿠로오는 탄식하듯 말했다.
"네코마의 잘못이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
"그래도 마마님의 입장에선 네코마나 네코마에서 온 사람이나 똑같을지도."
코즈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게야마는 강아지를 놀리다 다시 둘과 눈이 마주치고는 웃어주었다.
6. 우시지마는 이와이즈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를 쳐다보다가 신경쓰였던 것을 묻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질문의 상대는 우시지마가 오래 알아왔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와이즈미."
"무슨 일이야."
"..카게야마가 아까 네게 무슨 말을 했지?"
"...."
오이카와에게 듣지 않았더라도, 우시지마가 카게야마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 황제가 단패궁이었던 여자에게 반했으니 시라토리자와도 고생하겠군. 말해줄 수도 있었으나 이와이즈미는, 제 친우를 따라 사람좋게 웃어보였다.
"말하기 싫은데."
"...."
우시지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럼 오늘 밤 직접 물어봐야겠군."
"뭐야. 그 자신감은."
역시 이와이즈미에게도 싫은 상대였다.
7. 마지막으로 코즈메는 히나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코즈메는 자신의 옆에서 열심히 다과를 입에 넣는 히나타를 발견했다.
"..내 것도 줄까?"
"!! 고마워!"
히나타는 코즈메게 내민 과자를 받았다. 바로 입에 넣으려다가 멈칫해, 드물게도 코즈메가 물었다.
"무슨 문제 있어?"
"이거 토비오가 좋아하는 것 같던데.. 가져다 줄까?"
토비오, 라고 부르나? 코즈메는 카라스노의 황자를 새삼스럽게 쳐다보았다. 과자를 쥐고 고민하던 히나타가 코즈메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넌 코즈메..켄마였지?"
"응. 켄마라고 불러."
"그럼 난 쇼요라고 불러."
사실은 토비오한테 쇼요라고 불리고 싶지만. 히나타는 결국 과자를 반은 먹고 반은 카게야마에게 주었다. 엄청 활기차네.. 정신없었지만 싫지만은 않은 남자였다. 카라스노의 예비후계자는 저렇군. 코즈메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차를 홀짝였다. 왠지 목이 말랐다.
*
연회가 끝난 후 카게야마는 궁의 안쪽으로 상궁에게 끌려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상궁이 갑자기 단패를 내밀었다.
"마마. 오늘 왜 이리 일찍 준비하냐고 물으셨지요."
"...."
"오신 분들을 한 분 외엔 돌려보내고 잠자리를 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카게야마는 갑자기 훌쩍 다가온 밤기운이 서늘하여 재채기를 했다. 방금전까지 따뜻했던 온기가 사라진 것 같았다.
"마마. 패를.."
상궁이 재촉했다. 카게야마가 손을 뻗었다.
1 : [오이카와 ]
2 : [우시지마 ]
3 : [츠키시마 ]
4 : [쿠니미 ]
5 : [이와이즈미]
6 : [히나타 ]
7 : [쿠로오 ]
8 : [킨다이치]
9 : [코즈메 ]
0 : 리레주의 지정으로
카게야마는 패를 뒤집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익숙한 이름에 반가움이 앞섰다. 그러나 곧 카게야마는 얼굴을 붉힌 채 말없이 패를 쳐다본다. 이와이즈미를 뽑을 때마다 안심하던 카게야마의 반응과 달라 상궁이 안색을 살폈다.
"이와이즈미님이 지난 번 힘들게 하셨습니까."
"그 것이 아니라.."
카게야마는 왠지 긴장해 기침을 했다.
"오늘 아침 일찍부터 시달렸더니 몸이 불편한 것 같다."
그렇게 주인이 결론을 내리고 말하자 상궁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다면 제가 따로 준비를 하겠습니다."
"...?"
'HQ/카게른 > 폐왕의 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 23일 <남궁-쿠니미-코즈메> (6) | 2016.02.07 |
---|---|
30-1. 22일 밤 <이와카게> (0) | 2016.01.16 |
29. 21일 <서궁-쿠로오> (4) | 2016.01.15 |
28. 20일 <섭정궁-쿠로오> (2) | 2016.01.14 |
27-1. 19일 밤 <우시카게> (0) | 2016.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