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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36. 28일 <동궁>


카게야마는 달리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리면 누군가 카게야마를 불렀다. 그렇지만 카게야마는 돌아보지 않는다. 도망치고 싶었다. 쉬지 않고 달려 겨우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했다. 카게야마는 겨우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황금으로 꾸며진 왕좌가 자리하고 있다.


카게야마는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그 길, 자신의 피는 아니나 다른 누군가의 피로 흠뻑 젖어 붉게 물들었다. 손을 쳐다보면 역시나 피로 물들어 있었다. 카게야마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둠만이 가득해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손에는 활이 들려 있었다. 카게야마는 시위를 당겼다. 


"....이건 꿈이야."


바르르 손끝이 떨렸다. 카게야마는 헐떡였다.


"꿈이니까.."


화살이 어디론가 날아갔다. 가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카게야마는 눈을 떴다. 최악의 아침이었다.


*


상궁은 근심어린 얼굴로 카게야마의 입술에 색을 칠했다. 


"마마. 간밤 추우셨습니까."

"아니다."

"얼굴이 이렇게 질리셔서 제가 걱정입니다."

"네가 하도 잔소리를 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


카게야마는 네코를 끌어안고서 힘없이 중얼거렸다. 상궁은 카게야마에게 탕약을 올렸다. 원기를 회복하는 약이라기에 먹었으나 여전히 기운은 나지 않았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마마.. 마마의 몸이 불편하시다면 동궁에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쓴 약을 마시고 꿀에 절인 대추를 받았다. 카게야마는 그것을 씹으며 입을 달랬다. 상궁은 처음으로 카게야마에게 동궁에 가볼 것을 권하고 있었다.


"가셔서 우시지마님께 한 번 몸을 보아달라고 하십시오."

"..우시지마님이 무슨 의원도 아니고, 괜히.."

"마마. 먼저 가셔서 보아달라고 하시면 우시지마님도 좋아하실 것입니다."

"...."


카게야마는 어제 아침 동궁에서 자신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던 우시지마를 떠올렸다. 가도 될까 망설이는 와중 상궁은 먼저 망토를 꺼냈다. 결국 망토를 두르고 단패궁을 나오면, 녹지 않은 눈이 단단하게 쌓여 있었다.


동궁에 들어서면 우시지마가 서신을 읽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자신이 온 줄도 모르는 우시지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궁녀가 카게야마의 도착을 알리려 해 카게야마는 조용히 손을 저었다. 문 앞에 서서 우시지마를 물끄러미 바라 본다. 한 나라의 황제가 아니더라도 아마 어딜가나 기품이 있다는 말을 들을 단정하고 고귀한 생김새. 카게야마는 저 남자가 자신을 안았다는 걸 잊기라도 한 것처럼 열심히 보았다. 단패궁에 들어올 때까진 한 번도 얽히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남자였다.


"..카게야마?"


고개를 든 우시지마는 놀라서 얼른 자리에서 내려왔다. 



홀 : 네 얼굴이 

짝 : 왜



카게야마가 인사를 하기도 전에 우시지마의 손이 카게야마의 어깨를 잡았다.


"어디가 안 좋은 것이냐."

"우시지마님?"

"밖이 추운가. 오늘같은 날이라면 인사 따위 쉬어도 좋겠지."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동궁으로 오느라 찬 손을 녹여주며 우시지마가 서둘러 카게야마를 따뜻한 곳으로 옮겼다. 말할 틈을 주지 않는 우시지마에게 끌려가며 카게야마는 조금 웃었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를 자리에 앉히고 희고 찬 얼굴을 쓰다듬었다. 


"네 얼굴이 좋지 않아 보는 내가 힘들구나."

"...괜찮습니다. 그저 좋지 않은 꿈을 꾸어서 그런가봅니다."

"앞으로는 악몽은 꾸지 말거라."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의 말에 다시 웃었다.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일입니까."

"시라토리자와의 황제가 명하는 일이다."

"우시지마님의 말씀대로만 되면 좋겠습니다."


창백한 얼굴을 가리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매번 내게 올 때마다 아프군."


우시지마는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카게야마의 얼굴을 쓰다듬는 손은 다정했다. 우시지마의 걱정을 풀어주려 카게야마는 얼른 그 말을 받았다.



홀 : 아플 때마다

짝 : 아프지 않도록



"아프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우시지마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게 아니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어제처럼 만져주는 손길은 똑같이 따뜻했다.


"아픈 것은 내가 낫게 해줄 수 있으니 걱정은 없다만..."


손을 놔주지 않던 손이 어깨로 올라가 단단히 잡는다. 


"내가 없는 곳에서도 아플까봐 그게 걱정이군."

"...우시지마님?"

"카게야마."


부름에 고개를 들자 우시지마와 시선이 마주쳤다. 카게야마는 그 눈을 피하지 못하고 입술을 살짝 벌렸다. 숨을 어떻게 쉬는지 갑자기 기억나지 않았다.



1~3 : 그러니 언제든

4~6 : 뺨에 

7~9 : 나와 같이 가자 (위험도 +2)

0 : 입술을



긴장하여 조그맣게 벌어지는 입술에서 우시지마는 눈을 떼지 못했다. 언젠가 한 번 이곳에서 입을 맞춘 적이 있었다. 잔뜩 몸이 굳어 부끄러워 했었다. 당장에라도 품에 끌어안고 싶은 걸 참으며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뺨에 손가락을 두드렸다. 그제야 카게야마가 숨을 토해냈다.


"왜 그러느냐. 내가 또 네게 손을 댈까 두려웠나보지."


우시지마의 놀림에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두렵지 않다고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래. 그랬지."


뺨을 스쳐지나가는 손가락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가 능력을 썼음을 알았다. 무거웠던 머리가 조금 맑아진 기분이었다. 


"따로 아픈 곳은 없으니 효과가 있을 지 모르겠군."

"하지만 좀 나아진 듯 합니다. 우시지마님."


카게야마가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우시지마님은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러니 내게 좀 더 반하면 좋겠구나."


우시지마는 약간 부끄러운 얼굴이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 54 (+2) 

◇: 27


카게야마 토비오 

□: 39 (+2)



악몽은 쉽게 잊혀지지 않아도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카게야마는 동궁에 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돌아왔다. 내쫓긴 네코가 단패궁 밖에서 뛰어놀다가 카게야마를 보고 달려들었다. 얼른 품에 안으려하니 궁녀들이 카게야마를 말렸다.


"마마. 서둘러 준비를 하셔야합니다."


카게야마는 네코의 조그만 앞발을 잡고 머뭇거렸다. 



홀 : 그러지 

짝 : 네코랑 놀고



카게야마는 괜히 추운 곳에 네코를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강아지를 안에 들이게 한 후, 카게야마는 궁녀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좋은 향이 나는 목욕물로 몸을 씻고 화장을 하고 화려한 장신구를 몸에 걸친다. 몇 번이나 해온 일인데도 할 때마다 지루했다. 카게야마는 제 모습을 거울로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어색했다.


"마마." 


상궁이 단패를 가지고 카게야마를 찾아왔다. 카게야마는 손을 들어 하나를 집어들었다.



1 : 오이카와 토오루    

2 : 우시지마 와카토시 

3 : 츠키시마 케이      

4 : 쿠니미 아키라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쿠로오 테츠로      

8 : 킨다이치 유타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의 지정으로



카게야마는 패를 뒤집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상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연달아 세 번이나 서궁을 뽑았으니 다른 궁에서 말이 나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 내가 일부러 이렇게 뽑는 것도 아닌데."

"....."


상궁은 패를 가지고 나가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단패를 3번 연달아 같은 궁을 뽑은 상황에 따라 레점을 칩니다.


홀 : 단패를 일부러 그렇게 뽑는 건 아닐 테니까 

짝 : 혹시 조작이 있나..? (섭정궁와 오이카와를 제외한 다른 위의 위험도가 +1 오른다)


다른 궁에서는 카게야마가 일부러 이와이즈미를 뽑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위험도는 그대로 유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