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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37. 29일 <섭정궁-오이카와-오이카와>



'혼자 일어나면 싫어..'


술기운에 드러난 진심을 거절할 정도로 이와이즈미는 매정한 남자는 아니었다. 이와이즈미는 조심조심 일어나 의자에 걸쳐둔 옷을 입었다. 등에 닿으면 신음이 나올 정도로 쓰라려, 그는 거울로 등을 살폈다. 작은 손톱자국이 몇 개나 나있었다. 상처보다 얼굴이 더욱 화끈거렸다. 이와이즈미는 얼른 옷을 입고 다시 침상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온기가 좋은 모양인지 카게야마가 이와이즈미에게 달라붙어왔다.


"...."


이와이즈미는 그런 카게야마를 쓰다듬어주며, 부끄러웠던 간밤의 대화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임신 해야하니까 어서 임신 시켜주세요. 아이가 장난감을 조르듯 카게야마는 그렇게 말했다. 술에 취한 여자를 데리고 무슨 짓을 하나 싶으면서도 이와이즈미는 결국 놓지 못했다. 임신.. 됐을까. 차라리 빨리 임신이 된다면 카게야마에게도..

이와이즈미는 거기까지 생각한 후 화들짝 놀라 도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덕에 카게야마가 깨 꼬물거렸다.


"이와이즈미님.."


목이 쉰 카게야마가 이와이즈미를 불렀다. 메마른 입술이 버석거린다. 이와이즈미는 얼른 카게야마의 입에 물잔을 대주었다. 꼴깍꼴깍 물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 머리는 안 아파? 괜찮겠어?"

"아파요..."

"..어떡하지. 우선 물 좀 더 마시고 있어. 내가 나가서 약이라도.."

"...아니에요..저..조금 누워있으면.."


잠이 덜 깬 카게야마는 나가려는 이와이즈미의 손을 잡았다. 일어나서 혼자 있는 건 싫다고 말했었다. 결국 이와이즈미는 다시 침상에 누웠다. 카게야마는 따뜻한 품을 찾아 얼굴을 묻었다.


*


술을 한 병 다 비운 채로 소란스러운 밤을 보냈다. 카게야마는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았다. 이와이즈미에게 했던 말들은 기억에 남아있어 부끄러우면서도, 그 부끄러움을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피곤했다.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에게 언제까지나 붙어있을 것처럼 안겨 잠을 잤다. 어렵게 상궁이 깨우니 이미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진작 일어난 이와이즈미는 네코와 놀아주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는 아침 늦게까지 남아있는 이와이즈미를 보고 기분 좋게 웃었다.


"아직 안 가셨어요?"

"나도 피곤해서, 너 깨는 것만 보고 가려고 했지."

"제가 너무 늦잠을 잤네요.."


카게야마는 일어나기 위해 상궁의 시중을 받았다. 그러나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 봤으니 됐다. 나는 이만 가볼게. 편하게 있어."

"그치만..저번에도.."

"나오지 마. 자, 네 주인한테 가거라."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의 품에 네코를 안겨주고 떠났다.



*이와이즈미의 호감도가 50을 넘었으므로 누군가에게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이와이즈미는 단패궁에서 서궁으로 돌아가던 중 카게야마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섭정궁과, 서궁의 오이카와를 제외하고 한 명과 마주쳐 대화를 합니다. 이 상황은 각자의 호감도/위험도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1 : 우시지마 와카토시

2 : 히나타 쇼요

3 : 츠키시마 케이

4 : 쿠로오 테츠로

6 : 코즈메 켄마

7,8,9,0 : 다시



이와이즈미는 꾸벅꾸벅 졸던 카게야마가 걱정되어 누가 앞에 있는 지도 몰랐다. 고개를 들면 카라스노의 작은 황자가 이와이즈미를 보고 서 있었다. 그다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이와이즈미는 먼저 말을 걸었다.


"히나타님이시군."

"이와이즈미님. 안녕하세요."


히나타는 공을 손에 들고 있었다. 추운 카라스노 출신인 탓인지, 히나타의 몸에 걸친 옷은 가벼워보였다. 이와이즈미는 다시 목례를 하고 히나타의 곁을 지나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엔 히나타가 이와이즈미를 먼저 잡았다.


"저기, 토비오는 궁에 있습니까?"

"있지만.."


이와이즈미는 히나타의 손에 들린 공을 보고 재빨리 말했다.


"공놀이를 할 몸상태는 아니라."

"....."

"비켜주시죠."


작은 황자는 공을 만지작거렸다. 과연 한 나라의 황자라, 작은 덩치에도 위압감이 들었다. 이와이즈미는 카라스노와 괜히 분란을 일으키고 싶진 않았다. 그는 천천히 히나타에게 말했다.


"히나타님. 카게야마는 자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데."

"좋아한다면 아껴줘야하지요."

"...토비오를 아껴?"

"...."

"당신도?"


히나타가 문득 던진 말에 이와이즈미는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끼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확실히, 카게야마 토비오를 아끼고 있었다. 



*히나타는 이와이즈미가 카게야마에게 반했다는 것을 대화로 눈치챘습니다. 히나타와 만났을 경우 일정한 확률로 이와이즈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며 레점에 따라 이와이즈미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위험도가 올라갈 최소확률이 생깁니다



멍한 얼굴로 강아지를 쓰다듬던 카게야마가 에칫, 하고 재채기를 했다. 상궁이 서둘러 더운 물을 가지고 왔다.


"마마. 추우십니까."

"피곤하구나.."

"좀 쉬었다가 바로 문안인사를 가셔야 합니다."

"....."


이와이즈미라면 인사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해줬을 것이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눈이 떠지지 않았다. 피곤했다. 카게야마는 꾸벅꾸벅 졸며 꿀물을 받아 마셨다. 단 냄새가 나자 네코가 카게야마의 품에서 입술을 삭삭 핥았다.


"섭정궁.."

"마마?"

"섭정궁에 가겠다."


제 뺨을 세게 때리며 카게야마가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상궁은 깜짝 놀라 카게야마의 어깨를 주물렀다. 카게야마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단패궁을 나왔다. 지난 이틀 동안 유독 추워서 그런지, 오늘은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카게야마가 섭정궁에 도착하자



홀 : 쿠니미 

짝 : 킨다이치



"폐하."


무언가를 심각한 표정으로 읽고 있던 쿠니미는 카게야마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카게야마는 손을 내저었으나 쿠니미는 얼른 그 손을 잡아 따뜻한 자리로 데려왔다. 그 손에 끌려 카게야마는 천천히 뒤를 따랐다. 아무래도 정신이 들지 않았다.


"단패궁의 궁인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쿠니미는 얼른 궁녀들에게 차를 내오라고 한 후 카게야마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폐하를 이렇게 모시다니..."

"아니다. 그게 아니라.."


카게야마는 억지로 눈을 떠보려 했지만 자꾸 눈이 감겼다. 



홀 : 여기서

짝 : 다음부터는



"다음부터는."


쿠니미는 화를 참는 목소리로 카게야마에게 말했다.


"폐하께서 드시기에 쉬운 술을 놓으라고 하겠습니다."

"....."

"하필 독한 술을 그런 자리에 내놓다니."


카게야마는 조는 와중에도 쿠니미답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늘 자신에게 숨기기 바빴던 쿠니미는, 화가 난 나머지 어젯밤의 기록을 읽었다는 걸 철저하게 드러냈다. 얼마나 자세한 기록이길래 술의 종류까지 알고 있을까. 카게야마는 그것이 껄끄러우면서도 그만 두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킨다이치는?"


카게야마는 궁녀들이 내온 유자차를 마시며 고개를 몇 번 흔들었다.



홀 : 킨다이치는

짝 : 폐하



쿠니미는 고개를 든 카게야마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킨다이치는? 다시 한 번 카게야마가 물었으나 쿠니미는 충격을 받은 눈으로 카게야마를 쳐다보다가 입을 떼었다.


"폐하.."

"왜 그러지."

"이와이즈미, 그 자가 폐하에게 손찌검을 합니까?"

"..뭐?"


덜컹, 큰 소리를 내며 쿠니미가 움직였다. 그의 찻잔이 아래로 떨어졌다. 파삭 하고 깨지는 작은 소리에 움찔하기도 전에 쿠니미가 카게야마의 얼굴을 붙잡았다.


"손자국이..."

"아.."

"폐하의 얼굴에, 손자국이."


쿠니미의 손이 떨려왔다. 카게야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이 아니라,"

"제법 다정한 시늉을 하여 괜찮은 남자로 알았는데."

"섭정."

"어떻게 폐하의 몸에..!"

"쿠니미!"


카게야마는 쿠니미의 손목을 잡았다. 진정하지 못한 쿠니미에게 카게야마는 급하게 설명했다.


"이와이즈미님이 하신 것이 아니다."

"감싸시는 겁니까."

"내 말을 끊지 마라."


쿠니미의 손을 놔준 카게야마는 양 뺨을 찰싹 쳤다. 분노에 차있던 쿠니미는 곧 의아하게 카게야마를 보았다.


"아침에 잠깨려고 몇 번 쳤다. 그런 일이니 소란피우지 마."


카게야마는 씩씩거리며 뺨을 문질렀다. 쿠니미는 겨우 평소의 얼굴로 돌아왔다. 폐하..하고 조심스럽게 부르는 목소리를 들으며 카게야마는 왈칵 짜증을 냈다.


"너는 평소엔 조용하더니 갑자기 사람을 놀라게 하는 구나."

"..설마, 성궁의 황족이나 되는 남자가 폐하에게 손을 대었나 싶어 놀란 것입니다."

"모두 다 잘해주시니 걱정할 것 없다."


카게야마는 목이 타 차를 마셨다. 마침 킨다이치가 들어왔다가, 깨진 잔을 보고 놀라 물었다.


"폐하를 뵙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섭정에게 물어봐라."


킨다이치는 상기된 쿠니미를 보았으나 쿠니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천천히 자리에 앉으려던 킨다이치는 



홀 : 폐하

짝 : 폐하!



킨다이치 또한 더욱 붉어진 카게야마의 뺨을 보고 놀라서 묻는 것이었다.


"폐하! 왜 얼굴이..! 쿠니미, 너 설마!"

"너희 둘 다 시끄럽다!"


카게야마는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내가 직접 친 것이니 소란피우지 말아라."

"..죄송합니다."


킨다이치는 걱정스럽게 카게야마의 뺨을 살폈다.


"약을 발라야하는 건 아닌지..괜찮으십니까."

"괜찮다."

"..피곤해 보이십니다."


그 말을 내뱉은 킨다이치는, 지난 밤에 카게야마에게 일어났을 일을 떠올리곤 얼른 입을 다물었다. 카게야마는 못본 척 유자차를 마셨다. 좀 쉬려고 왔더니 도무지 쉬게 해주지 않았다. 


"제가 큰 오해를 해 폐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쿠니미는 조용히 사죄했다. 눈치를 보던 킨다이치 또한 같이 고개를 숙였다. 눈을 비비던 카게야마는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내가 과하게 술을 마신 탓이니 누굴 원망할까."

"약을 지어 올리겠습니다."

"내 궁의 궁녀들도 열심이니 신경쓸 것 없다."


킨다이치는 오늘따라 힘이 없어보이는 카게야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피곤하신가. 많이 피곤하시다면..



홀 : 폐하 

짝 : ....



"폐하."


킨다이치는 아주 조심스러운 말투로 여쭈었다.


"..잠시 눈을 붙이고 가시겠습니까."

"...여기서?"

"가서도 편히 쉬지 못하신다면 조금이라도.."


어렵게 꺼낸 킨다이치의 말에 카게야마는 곰곰히 생각했다. 단패궁으로 돌아가면 또 상궁과 궁녀들이 화장을 고쳐야되니, 옷을 갈아입어야하니 하며 괴롭힐 것이다.



1~3 : 괜찮다

4~6 : 고맙지만 (위험도 +1)

7~9 : .... (위험도 +2) 

0 : 부축을



"....."


킨다이치의 얼굴을 보던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니미가 일어나려는 것을 말린 카게야마는 킨다이치를 따라 안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깨끗한 침상에 눕자 킨다이치가 따라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눈을 감아도 시선을 느껴졌다 카게야마는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것이냐."

"..잠이 드실 때까지 있겠습니다."

"잠자는 얼굴을 봐서 무엇하려고."


카게야마는 고개를 벽 쪽으로 돌렸다. 킨다이치는 그래도 묵묵히 카게야마를 보고 있었다. 작게 들썩이던 어깨가 점차 숨소리를 따라 고르게 움직였다. 킨다이치는 카게야마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주기 위해 다가갔다. 손이 닿을까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던 킨다이치의 눈에, 뺨 아래의 목덜미가 들어왔다. 옷 사이로 보이는 붉은 흔적을 킨다이치는 잠시 보았다.


"...."


안녕히 주무십시오. 킨다이치는 이불을 덮어주고 나왔다. 



쿠니미 아키라

○: 28 (+1)

◇: 33 (+2)

카게야마 토비오 

□: 27 (+1)


킨다이치 유타로

○: 28 (+2)

◇: 28 (+2)

카게야마 토비오 

□: 20 (+1)



폐하. 점심을 드시겠습니까. 속삭이듯 물어보는 쿠니미의 말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눈을 붙였으나 아침과 달리 상쾌했다. 점심까지 섭정궁에서 먹자 쿠니미와 킨다이치는 기쁜 얼굴이었다. 그러고보면 이렇게 같이 밥을 먹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얼굴이 한결 좋아지셨습니다."


킨다이치는 다행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식사를 마친 카게야마는 단패궁으로 돌아왔다. 식사를 이미 섭정궁에서 하고 왔다고 하자 상궁은 깜짝 놀랐다. 새로 만든 간식이나 입에 넣고 있을 때쯤 상궁이 익숙한 함을 들고 왔다.


"마마. 오늘도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어느 분께서?"



이와이즈미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히나타 쇼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0 : 리레주 지정



"오이카와님..?"


카게야마는 얼떨떨한 얼굴로 함을 받았다. 상궁은 흐뭇해하는 눈치였다.


"서궁의 분들께서 마마께 관심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설마."


이와이즈미님이라면 볼라도, 오이카와님께서. 카게야마는 함의 윗부분을 쓸어보았다. 이 안에 무엇이 있는 지는 열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눈의 색과 같은 반지


함을 열어본 카게야마는 깜짝 놀라 반지를 집어 들었습니다



"어머나. 예뻐라."


상궁은 호들갑스럽게 카게야마의 손에 들린 반지를 칭찬했다.


"마마의 눈색과 꼭 같습니다."

"..신기하네."


카게야마가 보기에도 자신의 눈색과 닮아있었다. 지난번 이와이즈미에게서 받은 목걸이가 떠올랐다.


"아오바죠사이엔..보석이 많나보지?"

"....."


상궁은 말없이 함을 가져갔다.



주사위를 굴려 카게야마의 호감도를 정합니다 : 17


30 이하 : 호감도 1 

60 이하 : 호감도 2

90 이하 : 호감도 3

99 이하 : 호감도 4 



"예쁘다.."


카게야마는 반지를 손에 껴보았다. 푸른 보석이 위에 잔뜩 올라간 반지는 무거웠다.


"그렇지만 불편하군."


반지를 뺀 카게야마는 목걸이를 둔 함에 가져다 놓으라고 했다. 감사인사를 드려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네코가 달려와 뺨을 핥는 바람에, 카게야마는 서신을 보내는 것을 잊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 40 

◇: 32


카게야마 토비오 

□: 30 (+1)



상궁은 카게야마의 저녁시중을 들다가 물었다.


"마마. 오이카와님께 감사인사는 보내셨습니까."

"아, 잊었구나."

"마마!"

"다음에 만나면 인사를 드려야지. 지금은 늦어서 뭘 할 수도 없다."


카게야마는 무어라 더 말하고 싶어하는 상궁을 물러가게 했다. 따뜻한 방에서 네코를 데리고 노니 근심할 것이 하나도 없어 좋았다. 강아지는 낑낑 울면서 카게야마를 쫓았다. 공을 굴려주며 카게야마는 한참 네코와 놀았다.



1~3 : 강아지와 밤산책을 했다 

4~6 :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안 ㄷ..



"방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카게야마는 네코의 앞발을 잡고 물었다. 알아듣고 대답을 할 리가 없는데도, 왕왕 네코가 짖었다.


"그래, 그래. 답답하구나."


품에 꼭 끌어안으면 복슬거리는 털이 꼬물거렸다. 카게야마는 강아지를 데리고 몰래 밖을 나왔다. 녹지 않은 눈이 드문드문 남아있었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네코를 품에 안고 후원을 걸었다.



1~5 : 강아지가 떨고 있다

6~0 : 누군가 있었다



옷을 따뜻하게 입어 많이 춥지는 않았다. 천천히 걷던 카게야마의 귀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렸다. 걸음을 멈추면 저쪽에서도 알아차린 듯 조용히 카게야마를 불렀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토비오쨩?"

"오이카와님?"


낮에 선물을 보내주었던 오이카와를 만나자마자 드는 생각은, 잊어버린 서신이었다. 오이카와 역시 못마땅한 목소리로 카게야마를 불렀다. 토비오쨩..


"토비오쨩. 낮에 오이카와씨가 보낸 거 받았어?"

"예..."

"받았어요? 오이카와씨는 토비오쨩이 아무 답도 없어서 못 받은 줄 알았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죄송할 게 뭐가 있겠어. 토비오쨩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오이카와씨한테 감사하는 것도 잊어버린 건데."

"...."

"미안한 건 역시 부족한 선물을 보낸 오이카와씨겠죠?"


카게야마는 역시 서신을 늦게라도 보내는 게 맞았다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예쁜.. 반지였어요."


카게야마는 손에 껴본 반지를 떠올렸다. 자신의 눈색과 똑같아 신기한 보석이 박혀있었다. 오이카와는 흠, 하고 팔짱을 꼈다.


"그 예쁜 반지가 토비오쨩 손에는 없네?"

"그게..저..무거워서."

"...."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로 다가와 손목을 훽 낚아챘다.


"토비오쨩. 맨날 무거운 활 들고 다닐땐 언제고 그깟 반지가 무거워서 안 꼈다는 핑계를 대?"

"..정말 무거웠다니까요..!"

"그야 보석을 몇 개나 올렸으니..!"

"하나만 올려주셨어도 좋았을 텐데.."


특별히 같은 색과 같은 크기의 보석만을 고르게 해서, 정성스럽게 만든 반지였다. 물론 오이카와가 만든 건 아니었지만 주문한 건 자신이었다. 그런 반지가 너무 무겁다고 말하는 걸 보니 못마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게야마의 손목을 오이카와는 단단히 잡고 말했다.


"토비오쨩."

"예."

"서궁에 올 때 꼭 반지 끼고 와."

"알겠습니다."

"무거워도 맨날 끼고 있어! 알아 들었지?"


적응을 하란 말이에요. 오이카와는 짧게 중얼거렸다. 선물을 준 오이카와에게 서신도 늦었고 이렇게 만나도 제대로 고맙단 말을 하지 못했다. 카게야마는 달 아래 환한 오이카와의 얼굴을 보며 자신이라도 서운해할만 하다고 생각했다.


"오이카와님."

"왜."

"저.. 정말 예쁜 반지에요. 내일부터 끼고 있겠습니다."

"...그래."


오이카와는 그제야 피식 웃었다.


"이제 돌아가야지? 데려다줄까?"



홀 : 감사합니다

짝 : 괜찮습니다



반지의 일로 미안한 오이카와에게 그런 부탁까지 할 수는 없었다. 카게야마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오이카와님. 괜찮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어서 들어가세요."

"...."

"오이카와님?"

"...토비오쨩. 어쩜 이렇게.. 오이카와씨가 열받을 말만 골라 하는지."

"예?"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이마를 살짝 아프게 쥐어박고는 등을 돌려 가버렸다. 따가운 이마를 문지르며 카게야마는 돌아왔다. 네코는 품에서 잠들어 있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 40 

◇: 32 (+1)


카게야마 토비오 

□: 30



카게야마는 단패궁으로 돌아와 상궁에게 오이카와를 만난 일을 말했다.


"제가 그러니 서신을 보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왠지 화가 나신 것 같았다."

"...."


상궁에게 반지를 꺼내오게 한 카게야마는 도로 그것을 손에 껴보았다. 반짝거리는 반지는 무겁고 예뻤다. 이런 큰 보석이 박힌 반지를 끼고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카게야마는 이를 세워 반지를 살짝 물어보았다. 단단한 보석알은 역시나 흠하나 없이 반짝였다.


"예쁘다.."


침상에 누워 손을 위로 뻗으면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난다. 그렇다면 자신의 눈은 밤에 어떻게 보이는 지, 카게야마는 궁금해졌다. 



29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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