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단월일이었다. 카게야마는 시큰둥한 얼굴로 책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생각난 것을 상궁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그 애는 어디에 있지?"
"누구를 말씀하십니까?"
"그 애. 울던 여자애가 있지 않았느냐. 저번달 이때쯤.."
상궁은 카게야마를 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마마. 그 아이는 며칠 전 궁을 나갔습니다."
"..그래? 퇴궁을 하기 싫다며 울더니."
"제가 신경써서 보냈습니다. 알고 보니 몸이 약해 제대로 일을 제대로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카게야마는 엉엉 울며 죽여달라고 말하던 궁녀를 떠올렸다. 단패궁에 들인 후 한 번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기왕 불렀으니 조금쯤 이야기를 해보았어도 좋았을 텐데. 카게야마는 답지 않게 그런 감상적인 생각을 했다. 상념에 젖은 카게야마에게 상궁이 부드럽게 물었다.
"마마. 오늘은 어디에 가시겠습니까."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북궁에 가지 않은 지가 꽤 되었군."
카게야마는 네코가 굴리며 노는 공을 쳐다보았다. 히나타가 보내준 공은 눈이 내리는 동안 카게야마를 즐겁게 해주었다.
"눈이 녹았으니 북궁에 가봐야지."
"예?"
"그런 약속이 있었다."
상궁은 걱정하는 얼굴로 카게야마를 배웅했다. 북궁으로 가며 카게야마는 쿠니미의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9황자였던 히나타는 3황자로 신분을 바꾸는 것을 개의치않았다. 정말로 그 조그만 황자가 사람을 죽이고 찾아온걸까. 알고 싶으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다. 북궁에 도착하자
홀 : 히나타
짝 : 츠키시마
"히나타님."
카게야마는 정원에서 공을 튀기며 놀고 있는 히나타를 발견했다. 춥지도 않은지 단출한 옷을 입고서 놀다가, 카게야마를 보고는 웃으며 공을 던졌다. 카게야마는 우선 의심을 거두고 그 공을 받았다. 저절로 따라 웃을 수 밖엔 없는 남자였다. 히나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며칠 내렸던 드문드문 녹아 있었다.
"눈이 녹았어."
"예."
"정말 와줬네. 토비오."
"눈이 녹으면 오기로 했습니다."
"응.."
기쁘다. 히나타는 중얼거렸다.
홀 : 같이
짝 : 그동안
0 : 어제
히나타는 무언가 묻고 싶은 게 많은 얼굴이었다. 왠지 카게야마에게 그렇게 느껴졌다.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남자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확 찡그렸다. 그리고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히나타님?"
카게야마는 의아한 얼굴로 히나타를 쳐다보았다. 히나타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있잖아."
"예."
"..아니야."
"...?"
"아, 같이.."
같이 날아 볼래? 히나타는 손을 내밀었다.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화창한 하늘이 머리 위로 펼쳐져 있었다.
홀 : 좋아요
짝 : 음...
카게야마는 눈이 녹으면 북궁으로 오겠다던 서신의 약속을 지켰다. 아마 히나타 역시, 지난번 북궁에서 약속했던 말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 손을 무심코 잡으려던 카게야마는 소매 아래에서 손가락을 오므렸다. '폐하께 혹시라도 카라스노의 일이 엮인다면..' 쿠니미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머리를 울렸다.
"아직 추우니까.."
카게야마는 돌려 거절했다. 히나타는 아쉬운 눈으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나 엄청 따뜻한데. 만져봐."
그리고 덥석 다가와 카게야마의 손을 잡아버린다.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머리꼭지를 눈을 깜박이며 쳐다보았다. 양 손으로 카게야마의 손을 호호 불며 잡은 히나타는 고개를 들었다.
"따뜻하지?"
"예."
"그럼 같이 날까?"
"..음. 아니에요. 오늘은 추우니 다음에 꼭."
거듭된 거절에 히나타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너무 귀찮게 했어?"
"..! 아닙니다."
"....추우니 들어가자. 토비오."
히나타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카게야마는 어정쩡하게 끌려가듯 히나타의 뒤를 따랐다.
북궁의 안에 들어가도 서늘했다. 그다지 난방을 하지 않아 추위가 스민 궁에서, 카게야마가 작게 기침했다. 히나타는 얼른 카게야마를 살폈다.
"많이 추워?"
"히나타님은 춥지 않으십니까?"
"우린..별로 안 추운데."
히나타는 곤란한 얼굴로 카게야마를 보다가 궁녀를 불렀다. 난방을 하고 불을 피우게 하도록 하며 히나타는 한숨을 쉬었다.
"나 이제 알았어."
"무슨 말씀이십니까?"
"토비오. 북궁이 추워서 잘 안 오는구나."
"..그런 건 아니에요."
같이 나는 걸 거절했을 때부터 히나타는 계속 기운이 없어보였다. 카게야마는 약간의 조바심을 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바둑을 두고 있던 츠키시마가 눈인사를 했다.
"왕님을 데리고 날아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츠키시마는 안경을 벗고 눈가를 문질렀다. 카게야마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히나타가 대답했다.
"오늘은 추우니까 안 돼."
"거절당했군."
히나타의 말에 츠키시마는 코웃음을 쳤다. 카게야마는 괜히 애가 타 다시 한 번 히나타에게 말했다.
"히나타님. 날이 추워서 그런 것이니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응..토비오가 무슨 말인지 알아."
히나타는 궁녀를 불러 카게야마에게 줄 탕파를 가져오게 했다.
"토비오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못해줘서, 속상해서 그래."
"...왜 아무것도 안 해주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히나타님 얼굴을 봐서 좋은 걸요."
츠키시마는
홀 : 적당히
짝 : 그런데
"히나타. 적당히 해. 왕님이 곤란해 하잖아."
츠키시마는 말을 고르는 카게야마를 보고는 히나타의 투정을 잘랐다. 히나타가 풀이 죽은 걸 카게야마 또한 신경쓰고 있었다. 좋은 징조니 이쯤에서 멈추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히나타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토비오를 곤란하게는 안 해."
"좋은 자세야."
"토비오! 그럼 다음엔 꼭 같이 날자."
약속이야. 히나타는 손가락을 내밀었다. 어릴 적 킨다이치들과 하던 약속들이 떠올라 멈칫했다가, 히나타가 다시 마음을 쓸까 얼른 손가락을 걸었다.
"왕님도 참, 단순한 것에 휘둘리는 성격이군."
츠키시마는 바둑알을 판에 두며 짧게 말했다.
홀 : 츠키시마님은
짝 : 단순한 것이라니
"츠키시마님은 그러면...어떤 성격이신가요?"
츠키시마가 내뱉은 말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히나타도 따라서 심각한 얼굴을 했다. 갑자기 자신에게로 주제가 튀자 츠키시마는 바둑판에 처박고 있던 눈을 들었다. 아침이라 유난히 맑아보이는 암청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곧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츠키시마는 슬그머니 눈을 피했다.
"..적어도 왕님보단 낫겠지."
"흠. 츠키시마님께선 굉장히 자신감이 넘치는 성격이십니다."
"....왕님은 아주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고."
대화를 듣던 히나타가 웃었다.
"츠키시마. 토비오 말에 꼼짝 못하네."
"시끄러워. 히나타."
츠키시마는 투덜거렸다. 바둑알을 움켜쥐어보았지만 집중이 될 리 없었다.
"왕님은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고 그러지.."
1~3 : 그냥
4~6 : 대화에 안 껴서
7~9 : 궁금하니까 (위험도 +1)
0 : 알고 싶어서
츠키시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에 카게야마는 바로 답했다.
"궁금하니까요."
"..뭐?"
"츠키시마님이 궁금하니까.."
카게야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츠키시마가 놀란 것도 알지 못하는, 평온한 목소리였다. 진심으로 당황한 츠키시마가 뒤늦게 대답하려는 사이, 히나타가 카게야마에게 주먹쥔 손을 내밀었다.
"카게야마. 이것 봐."
"뭡니까?"
"아까 저 뒤에서 주웠어."
히나타의 손이 펼쳐졌다. 그 안엔 예쁜 색의 새알이 있었다. 둥지에서 떨어진 알로 보였다. 츠키시마는 입을 다물고 그 둘을 지켜보았다.
"주머니에 넣어놨는데 깜박 했네. 같이 돌려놓으러 갈래?"
"네."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따라 일어나려다가 츠키시마를 보았다. 츠키시마는 다시 바둑판에 집중하고 있었다.
"츠키시마님도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난 됐어. 그치만 왕님은 나무 잘 탔지."
"....츠키시마님. 정말 저를 곤란하게만 하시네요."
"어서 나가봐."
카게야마는 입을 삐죽이며 히나타를 따라 갔다. 츠키시마만이 혼자 북궁에 남았다. 그는 바둑알을 손 안에 넣고 굴리다가 안경을 벗었다. 자꾸 손에 땀이 났다.
히나타 쇼요
○: 23 (+1)
◇: 16 (+2)
카게야마 토비오
□: 23 (+1)
츠키시마 케이
○: 34 (+3)
◇: 26 (+1)
카게야마 토비오
□: 29 (+1)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눈앞에서 나무까지 쉽게 올라갔다. 뭔가를 디디고 선 것처럼 편안해 보이는 히나타를 보고서 카게야마는 감탄했다. 둥지에 새알을 올려두고 온 히나타는 나무 주변을 한 바퀴 돌고는 아래로 내려왔다.
"어때?"
"대단하십니다."
"그러니까 다음엔 같이 날자."
히나타는 아까 걸었던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카게야마는 입을 가리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약속했어."
"예."
몇 번이나 물어보는 말에 카게야마는 몇 번이고 약속을 해주었다.
"다음엔 더 따뜻하게 해줄 테니까, 또 와."
히나타는 카게야마를 배웅했다.
카게야마는 자신의 정원에 있는 단풍나무를 살펴보았다. 혹시 새둥지가 있을까싶어 살펴봤지만 빈 둥지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쉬워진 카게야마는 궁 안으로 얼른 들어갔다. 상궁이 날씨가 춥다며 탕파를 안겨주었다.
"히나타님께서도 챙겨주셔서 춥지 않았다."
카게야마의 말에 상궁은 기분 좋은 얼굴로 웃었다.
"가서도 대접을 잘 받으시는군요. 마마."
"네 말이 왠지 대접을 못 받을 걸로 생각했단 투처럼 들리는군."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카게야마는 차려준 식사를 하고서 네코와 장난을 쳤다. 상궁을 물라는 명령을 네코가 거의 알아듣는 것 같아 카게야마는 흐뭇해했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카게야마는 네코에게 먹일 간식이 떨어진 것을 알았다. 상궁을 부르려 했지만 보이지 않아, 카게야마는 직접 궁녀를 찾았다. 궁 뒤에 있는 궁녀들을 찾으면 궁녀들은 저희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그 애 봤어..?"
"끔찍해..무서워..!"
"도대체 누가.."
자신들끼리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여, 카게야마는 끼어들지 못했다. 저마다 다들 한마디씩 하면서 소름이 돋은 듯 몸을 부르르 떤다. '그렇게 끔찍한 시체는 처음 봤지.' '도대체 누가..' '그 애, 나 기억났는데..'
"오사와 대신 밑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
카게야마는 벽에 등을 기대고 조용히 그녀들의 말을 확인했다. 궁녀의 일을 물었을 때 어색하게 웃던 상궁의 얼굴이 기억났다.
"쫓겨날 뻔한 걸, 폐ㅎ..아니 마마께서 부르셨잖아."
"...맞아. 그랬어."
"아무튼 안됐어. 어린 애가."
"연고가 없어 상궁께서 장례를 치르도록 돈을 마련해주셨대."
"불쌍해라.."
죽었나.. 카게야마는 다시 돌아와 방에 앉았다. 간식을 기대하던 네코는 카게야마의 손을 핥으며 졸라댔지만 미처 거기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섭정궁이? 아니면 오사와 대신이? 죽였다면 누가? 카게야마는 곰곰히 생각했다. 상궁이 들어왔다.
1~9 : 일단..
0 : 물어본다
카게야마는 상궁을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섭정궁의 명을 받아 자신에게 숨기는 게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자신에게 성의를 보였다.
"그 궁녀."
카게야마는 일단 상궁에게 물어보았다.
"나갔다는 그 궁녀 말이다."
"..예."
"나갈 때 아쉬움없이 잘 해주었다고?"
"..예."
"....잘했다."
상궁은 그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짧게 애도를 했다. 아늑한 궁 안에 온기가 훈훈히 차올랐다.
기분이 가라앉은 카게야마는 그 날 오후까지 계속 궁 안에 있었다. 잠시 주위를 살피는 척 하며 돌아보면 어디에도 피냄새가 나는 곳은 없었다. 하기야 단패궁 안엔 개가 있다. 피냄새가 난다면 당장 네코가 먼저 짖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시체가 있었다가, 나중에야 발견이 되었나. 카게야마는 혼자 생각해보며 네코를 쓰다듬었다. 배가 부르단 핑계로 저녁을 거절하면 상궁이 조금이라도 먹으라며 간식을 가져왔다.
1~3 : 간식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4~6 : 간식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7~9 : 손님이 왔다
0 : 역시 신경쓰인다
간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카게야마에게 상궁이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오이카와님이시라고?"
의아한 얼굴로 되물어보면, 상궁의 등 뒤에서 오이카와가 불쑥 나타났다.
"토비오쨩."
"오이카와님. 무슨 일이십니까."
오이카와는 간식을 먹느라 입에 가루를 묻힌 카게야마를 보고 피식 웃었다.
홀 : 뭐야 (호감도 +1)
짝 : 반지!! (위험도 +1)
0 : 귀ㅇ..
"뭐야. 토비오쨩."
오이카와는 손으로 카게야마의 입가를 문질렀다. 입가가 가루로 더러워져있었다. 의외로 다정한 손길이어서 카게야마는 얌전히 오이카와에게 얼굴을 맡겼다.
"애도 아니고 이렇게 얼굴 전체로 먹어야겠어?"
"....다 먹고 닦으려고 했습니다."
"결국 오이카와씨가 이렇게 닦아줬네요."
오이카와는 경계심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보는 카게야마를, 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몇 번이나 잔 남자가 밤에 불쑥 들어와 만져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오늘은 단패를 뽑는 날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토비오쨩은 좀 단순하네. 바보같고."
"예?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가요."
"바보."
"...."
카게야마는 방금까지 가루가 묻어있던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홀 : 오이카와에 대해
짝 : 아오바죠사이에 대해
0 : 오이카와와 카게야마에 대해
"굳이 저녁에 오셔서 바보같다는 말씀이나 하시고, 저번에도 오셔서 그러셨잖아요."
"오이카와씨 기억 안 나는걸."
"매번 그런 식이시죠. 저번에도.."
카게야마는 지난 번 서궁에 갔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저번에도 제가 몇 마디 하니까 기분 상하셨어요."
"오이카와씨를 엄청 치졸한 남자로 만들고 있네? 아니거든요."
"제가 이상한 일 하지 말라고..부탁드렸는데."
오이카와씨는 결국 다시 한 번 말을 꺼내는 카게야마에게 생긋 웃었다.
"오이카와씨는 구음을 좋아해서 말야."
"....."
"..약속은 못하겠는데, 차라리 토비오쨩이 즐기는 쪽으로 바꿔보면 어때?"
"오이카와님!"
"어디 보자."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언제부터 끼고 있었던 건진 모르겠으나 어제 준 반지가 손 위에서 반짝거렸다. 활을 쏘아 굳은 살이 아직 남아있다. 여자답지 않은 면이 가득한 손이었다. 그래도 팽팽하게 활시위를 당기던 손가락에, 족쇄처럼 자리한 반지를 보는 건 즐거웠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눈과 또 마주친 느낌이 들었다. 반지는 푸르게 빛났다. 만족스럽게 오이카와가 말했다.
"어울리네."
"...감사합니다."
"역시 오이카와씨의 안목이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네..."
"어라. 토비오쨩. 지금 귀찮아하고 있어?"
"아닙니다."
카게야마는 손을 뒤로 빼려했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놔주지 않았다.
"..정말 아름다워. 내 안목은 훌륭해."
반지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반지를 낀 손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도록 오이카와는 말했다.
오이카와 토오루
○: 40 (+2)
◇: 33
카게야마 토비오
□: 31 (+2)
"내일 단월일이지?"
오이카와의 물음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안인사도 안 올테고, 내일도 나가기라도 해?"
"잘 모르겠습니다."
"오이카와씨는 계속 궁에 있을 테니까, 안 나가면 만날 수도 있겠네."
"...."
"..설마 방금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아니에요.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지만 오이카와는 수상한 얼굴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단패궁을 나가며 오이카와가 다시 말했다.
"남장을 한 토비오쨩도 한 번쯤 보고 싶기도 하고."
"..? 오이카와님께선 어릴 때부터 많이 보셨잖아요."
"....토비오쨩 여전히 말귀를 못 알아듣네."
그래도 굳이 설명까지 해줄 생각은 없고.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세게 헝클었다. 오이카와님! 카게야마가 불평을 해야 손이 멈췄다. 오이카와는 느릿하게 말했다.
"이건 못 알아들은 벌이야."
"예?"
"그럼 토비오쨩, 잘 자."
갑자기 인사를 하며 나가는 오이카와를 카게야마는 얼른 배웅했다. 도대체 무슨 대화를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네코를 데리고 침상에 올라간 카게야마는, 뒤늦게야 혹시 내일 나가지 말라는 뜻이었을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설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오이카와가 했던 것처럼 네코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주인이 괴롭히자 네코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카게야마의 품에서 발버둥쳤다. 그런 강아지를 꼭 끌어안고서 카게야마는 눈을 감았다. 내일은 좀 더 편한 옷을 입게 될 터였다.
30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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