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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40. 2월 1일

2월 1일에서 6일까지의 카게야마의 생리통의 강도는 어떤가요.

주사위로 정합니다 : 18


30 이하 : 괜찮은 것 같다 (매일 오전, 오후로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한다) 

60 이하 : 움직일 수는 있지만 (매일 오후에 나간다)

90 이하 : 나중에 손님이 온다면 인사 정도는 ( 4일부터 오후에 손님이 오신다)

99 이하 :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기간 중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카게야마는 몸이 좀 아프지만 오전엔 문안인사를 드리고 오후에는 마음대로 돌아다닙니다. 위험도가 50이 넘는 상대가 없으므로 카게야마는 저녁 식사 후 바로 잠이 듭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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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섭정 쿠니미가 대신 오사와와 국정을 논하다



폐하. 또 사냥을 가시나요? 그렇다면 토끼를 한 마리만 잡아와 주세요. 오사와는 수줍게 웃었다. 카게야마는 그러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타고 달린다. 매번 토끼를 잡아가는 걸 잊었으나 오늘은 달랐다. 카게야마는 활을 높게 들어올렸다. 푸른 여름, 초원을 달려가는 흰 토끼는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망설임없이 화살을 쏘았다. 무더운 바람을 바르며 화살이 토끼의 다리에 박혔다. 피가 점점이 떨어졌다. 카게야마는 말에서 내려 핏방울을 따라갔다. 그리고 나무 밑에서 바르작거리는 토끼를 발견하는 것이다. 


손을 뻗으면, 어디선가 본 얼굴. 


사야코를 닮은 궁녀가 잠이 든 것처럼 죽어 있다. 카게야마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궁녀를 손에서 놓쳤다. 순식간에 눈앞이 거꾸러졌다가 기괴하게 뒤틀렸다. 뒤를 돌아보자 수북한 토끼의 시체가 쌓여 넘실거린다. 


"폐하. 토끼를 한 마리만."


죽은 토끼 속에서 여자의 흰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카게야마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 흔드는 손에 놀라 눈을 번쩍 떴다.


*


상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카게야마를 깨우러 방에 들어왔다. 그의 주인은 침상 위에서 비단금침을 덮고 잠들어 있었다. 품에는 조그만 강아지가 안겨 있었다. 여유로운 아침. 난을 치고 수를 놓는 안채에서, 곱게 길러진 규수의 풍경이었다. 짧고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흘러내려 눈을 가렸다. 상궁은 가슴 아래로 내려간 이불을 올려주기 위해 카게야마에게로 다가갔다.


"...마마?"


그러나 평온하게 잠들었을 것이라 생각한 주인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상궁은 놀라 카게야마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ㅇ..."


퍼뜩 잠에서 깬 카게야마는 숨을 헐떡이며 상궁을 올려다 보았다. 안개가 낀 듯한 푸른 눈은 초점이 맞지 않았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ㅇ..화살."

"예?"

"토끼..에.."


카게야마는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상궁은 얼른 그를 부축해 물을 먹게 했다.


"악몽을 꾸셨습니까."

"....."

"마마."


덩달아 잠이 깬 네코가 카게야마에게 다가와 손을 핥았다. 카게야마는 묵묵히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단지 악몽이었다고 상궁에게 말해주었다. 


*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았다. 카게야마는 두려운 얼굴로 식사를 물렸다. 카게야마의 월경이 시작되었다는 걸 아는 상궁은 카게야마에게 정성껏 간식을 권했다.


"마마. 몸이 아프시니 그런 것입니다. 단 것을 드시면 기분이 나아지실 겁니다."

"먹고 싶지 않다."

"영 안 좋으시면 문안인사는 가지 않은 것이 어떠십니까."


움직일 때마다 울컥거리며 고인 피가 흘렀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더 아플 것 같구나."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카게야마는 따뜻한 남궁을 생각했다. 오늘도 여전히 남궁은 따스할 것이다. 


"남궁으로 가겠다."


네코가 자신을 데려가라는 듯 캉캉거리며 카게야마의 주위를 맴돌았다. 이 놈이 내 말을 알아듣는 걸까? 카게야마는 얼른 네코를 안아 올렸다.



홀 : 같이 

짝 : 추우니까



"남궁에 가겠단 말이냐?"


대답할 리가 없는데도 카게야마는 물어보았다. 유순한 눈동자가 카게야마를 쳐다보다가 얼른 입가를 핥는다. 간지러워 킥킥 카게야마는 웃었다. 


"그래. 같이 가자."


궁녀들의 시중을 받아 채비를 마친다. 카게야마는 네코와 함께 남궁으로 향했다.  



홀 : 쿠로오

짝 : 코즈메

0 : 그림자



카게야마는 남궁으로 들어가기 전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부스럭, 부스럭..거대한 어떤 것이 남궁의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언젠가 남궁에 왔을 때 들었던 그 소리였다. 워낙에 빨라 눈으로는 쫓지 못한 그 발자국.


"...."


카게야마는 얼른 소리를 귀로 쫓았다. 희미한 발자국 소리가 남궁 근처에서 머무르다가 가까이 오고 있었다. 무척 빠른 속도였다.



홀 : 쫓는다

짝 : ..위험..?



위험할 지도 모른다. 카게야마는 다리 근처에서 따라오던 네코를 품에 안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궁녀들은 카게야마의 뒤에서 주인이 왜 걸음을 멈췄는지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그림자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당장이라도 달려가보고 싶었으나 일단은 호기심을 억눌렀다. 스스스.. 발자국 소리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카게야마는 남궁으로 들어섰다. 코즈메 켄마는 식사를 하며 책을 읽고 있었다.


"코즈메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야."


코즈메는 책에 고정했던 눈을 들어 인사했다. 코즈메의 무릎 아래에서 고양이가 턱을 비비며 가르릉거렸다. 카게야마는 코즈메가 권하는 대로 앉아 물끄러미 상 위를 바라 보았다. 느리게 식사를 하는 코즈메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것을 먹는다는 얼굴이었다. 그러고보니..카게야마는 네코를 고양이 산쇼쿠에게 가도록 내버려두고 입을 열었다. 



홀 : 코즈메님께선 어제 

짝 : 쿠로오님께서 어제



"코즈메님께선 어제 궁 밖을 나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응. 이 책을 사려고."


코즈메는 손에 든 책을 보여주었다. 그의 손에는 키타가와의 복식에 대한 책이 들려 있었다. 키타가와 사람인 카게야마조차 한 번도 읽을 일이 없는 책이었다. 그는 얼른 물었다. 


"어째서 그런 책을 읽으십니까?"

"네코마는 드물게 한파가 올 때가 있거든. 카라스노의 영향일 거야."


코즈메는 상상만 해도 싫다는 얼굴을 했다. 미간을 찌푸린 코즈메는 좀처럼 볼 수 없기에, 카게야마는 웃음을 참으며 코즈메의 말을 들었다.


"우리는 늘 따뜻하니까, 갑자기 그런 추위가 오면 다들 얼어 죽어."

"예...?"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지. 다들 머리가 이상해지거든."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겠다고 서로가 가진 걸 빼앗아. 코즈메는 중얼거렸다.


"그런 건 싫으니까.."

"...."

"키타가와는 추운 나라지. 키타가와처럼 미리 방비를 하면 언제 한파가 와도 죽을 필요는 없을 거야."


카게야마는 먼 이국에 와서도 조용히 나라를 생각하는 코즈메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네코마는 따뜻한 남쪽의 나라. 백년만에나 가끔 불어오는 추운 바람은 그때마다 네코마를 망쳤으나 누구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적은 없었다. 겨울이 온 나라는 우왕좌왕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짧은 겨울이 지나가면 그제야 사서에 추위를 경계하라고 적는다. 하지만 그 혹독함을 경험한 이들은 언젠가 죽는다. 네코마는 따뜻한 나라. 기록은 힘을 잃고 다시 백년 동안 잠드는 것이다. 코즈메는 어릴 때 바로 그 추위를 경험했다. 다음의 한파는 백년 뒤일 것이지만 코즈메는 준비하고 싶었다. 겨울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모든 것이 얼어 부서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키타가와에 모처럼 왔으니, 겨울을 보내는 방법을 좀 알아보려고."

"코즈메님."

"응?"



홀 : 저도 도움이 된다면 

짝 : 멋있습니다!



"저도 도움이 된다면 꼭 말씀해주십시오."

"...도움.."

"저도 키타가와 사람이니까요."


카게야마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남자를 꼭 돕고 싶었다. 나라를 지키는 방법은 강해지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코즈메는 전혀 다른 방법을 말했다. 카게야마는 문득 떠오른 의문을 입밖에 내어 물었다.


"그렇다면 쿠로오님의 그 옷은 쿠로오님께서 직접 만드신 것이군요. 네코마에서 잘 입는 옷인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원래 그런 털옷을 입을 일 없어."

"코즈메님. 정말 다정하신 분이시네요."


응..? 코즈메는 갑작스러운 카게야마의 칭찬에 고개를 갸웃했다. 코즈메의 무릎 위에서도 고양이가 골골거리며 카게야마를 올려다 본다.


"높은 사람들은 쿠로오님처럼 털옷을 지어 입으면 되지만, 백성들은 그렇지 않지요."

"..응."

"결국 그 책은 네코마의 백성을 위해서 읽으시는 것이군요."


굳이 옷부터 살피는 건 겨울 내 추위에 떠는 백성들을 생각했기 때문일 터였다. 카게야마는 감탄하며 코즈메를 칭찬했다. 꼭 그런 생각으로 책을 고른 건 아니지만.. 코즈메의 얼굴이 붉어졌다.


*


쿠로오가 머리를 긁적이며 나왔다. 한 쪽만 가려진 머리는 오늘도 여전했다. 어딘지 부스스한 모양이라 카게야마는 쿠로오가 자다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쿠로오는 카게야마를 보며 활짝 웃었다. 


"마마님 왔어?"

"쿠로오님."

"어라. 켄마 얼굴 왜 그래? 마마님이 야한 농이라도 친거야?"

"..쿠로. 변태."


코즈메는 고양이를 끌어안았다. 털썩 앉은 쿠로오는 카게야마의 옆에 붙은 네코를 안아올렸다. 짐짓 험상궂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린다. 


"이 녀석! 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매일 오네."


네코가 겁을 먹은듯 쿠로오의 손에서 버둥거렸다. 카게야마는 얼른 쿠로오의 손에서 네코를 빼앗앗다. 


"쿠로오님! 네코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내가 내 나라를 마음대로 하지도 못해?"


쿠로오는 뒤로 몸을 기댄 채 웃으며 물었다. 



홀 : 저한테

짝 : 네코는



"네코는 강아지입니다!"

"그래. 강아지지. 네코마의 황자가 친히 네코마의 이름을 따서 붙여준.."


뒤로 젖혀진 몸이 순간 카게야마의 앞으로 쑥 다가왔다. 카게야마는 깜짝 놀라 눈만 깜박였다. 한 쪽만 보이는 눈동자가 찡긋 감겼다가 떠졌다.


"..강아지."

"쿠로오님."

"마마님, 너무 네코한테만 신경쓰니까 질투나서 그래."


가까이 온 쿠로오의 손이 네코의 털을 쓰다듬었다. 카게야마는 네코를 쓰다듬는 손을 내려다보다가, 그 손이 위로 올라가자 고개를 들었다. 카게야마의 머리 위에 살짝 멈췄다가 도로 거두어진다.


"네코처럼 마마님도 한 번 쓰다듬어줄까 했더니."

"..네코는 강아지고, 저는 강아지가 아닙니다."


카게야마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쿠로. 카게야마를 곤란하게 하지마."


코즈메가 느릿한 말투로 쿠로오를 잡았다. 좀 더 카게야마를 놀릴 작정이었는지, 쿠로오는 아쉽게 다시 등을 자리에 기댔다.


"이게 다 마마님이 귀여워서 그래."

"...제가 무슨..귀엽다고.."

"그런 점이 정말 귀엽거든."


쿠로오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다. 카게야마는 얼른 화제를 돌릴 만한 일을 생각했다.



홀 : 혹시 이 궁에 

짝 : 어제는



그러고보면 남궁에서 보았던 그림자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무엇인지 모를 그림자. 혹시 위험하다면 빨리 말해줘야했다. 키타가와의 궁에서 네코마의 황자가 큰일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쿠로오님."

"응?"

"혹시 이상한 그림자를 보신 적이 없으십니까?"


쿠로오는 카게야마를 빤히 응시했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쿠로오의 안색을 살피며 다시 물었다.


"가끔 남궁에 올 때, 큰 그림자를 봤습니다. 워낙 빨라 소리밖에 못 들었지만."

"...글쎄. 나는 잘."

"위험하다면 제가 섭정에게 알려서 남궁의 호위를 늘리라고 하겠습니다."


카게야마의 말에 쿠로오는 흐음..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1~3 : 나는 못 봤지만

4~6 : 걱정해주는 거야?

7~9 : 언제 (위험도 +2)

0 : 그 그림자



"그 그림자."


쿠로오는 카게야마를 보고 있었다. 코즈메 역시 마찬가지였다. 살짝 눈을 돌려 카게야마는 주위를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궁금해? 마마님."

"...쿠로오님?"

"알고 싶어?"


쿠로오가 재차 물었다. 코즈메가 옆에서 쿠로, 하고 작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껏 장난스러웠던 분위기가 한 순간 사라졌다. 카게야마는 온 몸을 짓누르는듯한 위압감을 버텨보다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싶습니다."

"...."

"이 궁에서 제가 모르는 일이 더이상 있는 것은 싫습니다."


카게야마의 말에 쿠로오는 씩 입꼬리를 올렸다. 가까이 다가오는 듯 하더니, 쿠로오의 손이 카게야마의 눈 위를 덮었다.


"마마님..나 정말 이 모습은 웬만해서는 보여주지 않아."


이 모습..? 이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쿠로오의 손이 눈 위에서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밝아진 시야를 확인한다. 그러면 그곳에는 거대한 흑표범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카게야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반지르르하게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털로 뒤덮힌 짐승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카게야마는 침을 꿀꺽 삼킨 채 쿠로오를 바라 보았다. 지나치게 놀라 심장이 아예 뛰지 않는듯 했다. 쿠로오님은.. 모습을 바꾸실 수 있구나. 멍하니 보고 있으면 쿠로오가 다가와 부드러운 혀로 카게야마의 뺨을 핥았다.


"놀랐어?"

"말..씀 하실 수 있군요."

"모습만 바꾼거야."


쿠로오는 카게야마의 손에 자신의 머리를 문질렀다.


"자. 네코한테 하듯 쓰다듬어줘. 마마님."

"....너무 큽니다."

"여기서 작아질 순 없는데."


카게야마가 스치며 본 거대한 그림자만큼이나 큰 표범이었다. 코즈메는 다가와 한숨을 쉬었다.


"쿠로. 카게야마가 놀라잖아."

"계속 자고 있다고 거짓말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사실 별 건 아니잖아? 숨길 필요는 없지. 쿠로오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모습을 되돌렸다. 진기한 장면을 계속 보게 되자 더 이상 놀라지도 못했다. 쿠로오는 부드럽게 말했다.


"난 저 쪽이 편하거든. 그래서 평소엔 짐승 모습으로 있어. 좀 이상할까? 마마님."

"아니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굉장히 멋있습니다."


카게야마가 솔직히 평하자 쿠로오와 코즈메 모두 기분 좋은 얼굴로 웃었다.



쿠로오 테츠로

○: 30 (+3) 

◇: 17

카게야마 토비오 

□: 33 (+3)


코즈메 켄마

○: 20 (+3)

◇: 17

카게야마 토비오 

□: 23 (+3)



다음부턴 그럼 표범으로 있어주세요. 라고 말하자 쿠로오는 곤란한 듯 웃었다.


"마마님이 동물을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이 쿠로오를 정말 짐승대하듯 귀여워해주면 부끄러워."

"..그런 게 아니라, 쿠로오님께서 편하신 쪽이..!"

"응응. 마마님 뜻은 알았어."


쿠로오는 카게야마에게 웃어주었다. 왠지 쿠로오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 카게야마는 흐뭇해졌다. 남궁을 나오려하자 코즈메가 따라 나왔다.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려는데 코즈메게 갑자기 말을 건다.


"카게야마."

"예."

"도움이 된다면..이라고 아까 말했지?"


분명 그런 말을 했었다. 카게야마는 예, 하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코즈메는 망설이는 눈으로 카게야마를 보았다.


"그러면..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

"무엇을 말씀하십니까?"

"우리가 너를 기만하려 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


카게야마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쿠로오가 짐승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걸 숨겨온 걸 뜻하는 걸까.


"코즈메님은 다정하신 분이시니 믿습니다."

"..고마워."


코즈메는 카게야마를 배웅했다. 카게야마는 아까 만져본 쿠로오를 떠올렸다가 네코를 쓰다듬어보았다. 좀 다르네..카게야마는 킥킥 웃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을 비밀이었다. 


*


카게야마는 궁으로 돌아왔다. 주인의 안색이 밝아져 상궁이 한시름 놓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프지는 않으니 걱정할 것 없다."

"남궁에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아름다운 짐승을 보았다. 하지만 말할 수 없기에 카게야마는 그저 웃기만 했다. 아침에 못한 식사도 금방 넘어갔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재 

7~9 : 단패궁 

0 :



식사를 마친 카게야마는 느긋히 걷고 싶어 단패궁 밖을 나갔다. 궁녀들이 뒤를 따른다. 늘 걷는 곳은 질려 일부러 다른 길로 나가보면, 마침 늙은 오사와 타카히로가 중신들을 이끌고 걷고 있었다. 카게야마를 발견하자 오사와가 웃었다. 


"단패궁 마마를 뵙습니다."


좀 더 완곡히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오사와는 한껏 비웃음을 참지 못하는 목소리였다.

카게야마는 피식 웃었다.


"잘 지내고 있나."

"마마의 덕분입니다."


카게야마는 재빨리 오사와의 뒤를 훑었다. 수는 줄어 있었다.


"내가 보기엔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은데."

"...."


그다지 길게 입씨름하고 싶은 상대는 아니었다. 오사와의 가문은 개국공신의 집안이다. 선왕 때까지도 권력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덕분에 선왕과 카게야마는 대대로 고생을 했다. 그래도 이런 큰 길에서 싸워봤자 좋은 것 하나 없다. 카게야마는 일부러 거만한 눈초리로 고개를 까닥였다. 


"비켜라. 오사와."

"...."

"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마지막 왕족이라고 나를 부르니."

"...."

"여전히 내게 고개를 숙여야 하지 않겠나."


오사와는 한발자국 물러섰다. 카게야마는 당연하듯 물러선 곳으로 향해 들어갔다.



홀 : 딸이 

짝 : 어제




"딸이.."


오사와는 카게야마의 걸음을 일부러 멈추게 만들었다. 카게야마가 돌아보자 희미하게 웃는 낯을 한다.


"딸이 거짓을 말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마마께서 폐인이 되시어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하더니."

"...."


사야코가 그런 말을 했다면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카게야마는 놀랐으나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오사와는 이제는 억지로 웃어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처음엔 나도 사람이라 힘들었지만, 못살 곳도 아니더군."

"그러십니까."

"어차피 내가 지내던 궁 아닌가."


카게야마는 그 말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사와가 꼬리처럼 매달고 있는 중신들이 얼른 고개를 숙였다. 나이가 든 노인은 자존심만큼이나 꼿곳한 허리를 세우고 카게야마에게 인사했다.


"그것 참으로 다행입니다."

"다 자네의 덕분이지."

"...수치도 모르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여전하시어 제 마음이 놓입니다."


모욕을 받아도 살아야하는 이유는 눈앞의 남자보다는 자신이 좀 더 낫다는 믿음 뿐이었다. 카게야마는 어깨를 으쓱이고 자리를 떴다. 궁녀들이 어쩔 줄 몰라하며 카게야마를 따라 왔다. 밝은 귀로 중신들이 오사와와 자신을 두고 음담을 지껄이는 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는 몇 발자국 걷다가 다시 단패궁으로 돌아왔다. 상궁은 지나치게 빨리 돌아오신 것이 아니냐고 의아해했다.



카게야마는 입 안에 잔뜩 단 것을 집어넣었다. 상궁은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계속 카게야마에게 간식을 가져다 주었다.


"마마. 너무 많이 드시는 것 같습니다."

"많이 먹어서 살찌더라도 내가 살찌는 것인데 네가 참견이구나."

"살이야 조금 찌셔도 좋지만 속이 상할까 그럽니다."


결국 상궁은 카게야마에게서 간식 접시를 빼앗았다. 불만스러운 얼굴로 카게야마는 네코를 쓰다듬다가 침상에 누웠다.


"자야겠다."

"피곤하실 테니 주무십시오."

"....."


카게야마는 눈을 감고 억지로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려 애썼다. 오늘 남궁의 쿠로오님을 보았다. 코즈메님도, 코즈메님의 고양이도 보았다.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모습이었다. 그렇지? 네코에게 물어보았지만 이미 네코는 자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심술이 나 강아지를 흔들었다. 잠을 자던 네코가 부르르 떨며 일어났다가 카게야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2월 1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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