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Q/카게른/폐왕의 밤

41. 2월 2일



날씨가 풀리는 것 같았다. 날을 묻자 곧 입춘이었다. 영원할 것 같던 겨울은 결국 지나가고 봄이 온다. 카게야마는 네코에게 옷을 입히려다가 그만 두었다.


"어차피 털이 있으니 이제 옷은 필요 없겠지?"


머리를 빗어주던 궁녀가 카게야마의 말을 듣고 선선히 웃었다. 


"그래도 짐승들도 감기에 걸린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감기에?"

"개는 코가 축축해야 건강하다고 합니다."


카게야마는 얼른 네코의 코에 손가락을 댔다. 축축한 코가 만져졌다.


"넌 건강한 것 같군."


꽤 자란 강아지가 카게야마의 품에서 얼굴을 비볐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날이 풀려 태양이 떠오르면 왠지 북궁이 생각났다. 카게야마는 북궁으로 가겠노라고 말했다. 상궁은 카게야마에게 오늘도 약속을 했냐고 물었다.


"약속?"

"지난 날에는 약속 때문에 가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늘은 그저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다."

"매번 동궁만 찾으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제법 편해지셨나봅니다."

"..그런가?"


몇 가지 껄끄러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도, 확실히 처음보단 편하게 느껴졌다. 카게야마는 북궁으로 걸어갔다. 도착하자 정원에는



홀 : 히나타

짝 : 츠키시마



카게야마를 보고 한 발자국 물러선다. 그런 츠키시마에게 카게야마는 고개를 숙였다.


"츠키시마님을 뵙습니다."

"왕님. "


왔어? 츠키시마가 느릿하게 물었다. 단지 걷고 있었을 뿐이었는지, 츠키시마의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 히나타는 늘 공이나 다른 것을 들고 있었는데.. 확실히 눈앞의 남자에게는 책 외엔 어울리는 건 별로 없어 보였다.



홀 : 츠키시마님은

짝 : 히나타님께선



"히나타님께서는 오늘은 밖에 안 계십니까?"


츠키시마는 자신에게 히나타를 묻는 카게야마가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언제나 자신이 놀랄 정도로 똑바로 응시하던 여자는 슬슬 히나타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다행, 이었다. 


"왕님께서 웬일로 히나타를 찾아?"

"..? 정원엔 늘 히나타님이 계셨으니까요."

"어제 저녁 남궁으로 놀러갔다가 늦게 왔어."


히나타는 연회날 네코마의 코즈메 켄마와 인사를 하고 친해졌다. 나쁘지 않을 관계라 츠키시마는 히나타가 놀러가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 카게야마는 사정을 듣고는 웃었다.


"히나타님은 참 여러 분들과 빨리 친해지십니다."

"유일한 장점이지."



홀 : 좀 더 

짝 : 들어가서



카게야마는 궁금한 얼굴로 북궁의 안쪽을 기웃거렸다. 


"히나타님께선 그러면 주무시고 계시겠군요."

"그래."

"그러면 좀 더 있다가 인사를 드려야 겠습니다."


츠키시마는 입을 다문 채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북궁은 서궁과 달리 꽃이 적고 상록수가 심어져 있다. 그 중 어느 녹색나무 아래에 선 카게야마가 그 위를 고개를 빼고서 보았다. 혼자 어색해하던 츠키시마는 결국 카게야마에게 말을 걸었다.


"왕님. 뭘 보고 있어?"

"지난 번 히나타님께서 여기 새 둥지에 알을 놔주셨는데.. 잘 자라고 있을까요?"

"잘 자라겠지."

"....."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나무를 타는 건 쉬웠지만 츠키시마의 앞에서 똑같은 꼴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카게야마의 생각을 눈치챈 츠키시마가 씩 웃었다.


"보고 싶어도 좀 참아봐. 나중에 히나타에게 보여달라고 해도 좋고."

"..언제 일어나실 줄 알고."

"그러면 무등이라도 태워줘?"


아쉬워하는 카게야마에게 초조해진 츠키시마는, 순간 말을 내뱉고는 제 풀에 놀라 얼른 침묵했다. 카게야마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웃었다.


"츠키시마님께선 약하지시 않습니까."

"...왕님. 전부터 꾸준히 내 체력을 무시하네."

"워낙 말라 보이시니까요."


카게야마는 상궁이 제게 했던 말을 떠올리곤 그대로 츠키시마에게 해주었다.


"츠키시마님께선 살이 좀 더 찌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카게야마의 말투는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아니라고 따지는 것도 우스워 츠키시마는 카게야마를 데리고 북궁으로 들어왔다. 마침 잠에서 일어난 히나타가 입을 크게 벌리며 기지개를 펴다가, 카게야마를 보고 얼른 양 손으로 입을 막았다.


"토비오!"

"히나타님. 일아나셨습니까."

"일어나자마자 카게야마 얼굴 보니까 기분 좋아."


히나타는 방긋 눈을 접었다. 츠키시마는 자리에 앉아 늦은 아침을 권했으나 히나타는 고개를 저었다.


"토비오, 오늘 날씨 따뜻해?"

"예. 꽤 풀렸습니다."

"그러면 우리 같이 날자."

"지금요?"


저번에 약속했잖아! 히나타가 버둥거렸다.



홀 : 둥지를 보러

짝 : 아침부터



지금은 달거리 중이었다. 나는 것에는 흥미가 있지만.. 혹시나 싶어 카게야마는 물러났다.


"히나타님. 빈 속은 좋지 않으니 아침부터 드십시오."

"오늘도 싫어?"

"그게.."


카게야마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 지 고민했다. 츠키시마가 눈치를 채고 히나타를 자리에 앉혔다.


"오늘은 왕님 몸상태가 좋지 않아보이니 밥이나 먹어."

"....."


히나타는 뾰로통한 얼굴로 밥을 먹었다. 몇 번이나 거절했으니 마음이 상할만 했다. 카게야마가 앞에 앉아 이것저것 말을 걸어도 히나타는 짧게 대답했다. 늘 밝은 얼굴의 히나타가 그러니 카게야마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비굴한 것이 아니었다. 호의를 보내준 이에게 제대로 답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면 평소의 히나타는 늘 먼저 카게야마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어떻게 히나타에게 말을 걸지 생각하는 동안 히나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홀 : ...토비오는 아침 먹었어?

짝 : 나랑 있는 게 싫어?

0 : 혹시



"혹시."


히나타의 입에선 의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이와이즈미님과 토비오는 친한 사이야?"

"예?"

"저번에 한 번 마주쳤는데, 토비오와 친해 보였어."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와 히나타가 언제 보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히나타가 먼저 말을 걸어준 것이 기뻐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와이즈미님께선 제가 아오바죠사이에 있을 때 잘 돌봐주신 분이십니다."

"아. 토비오는 아오바죠사이에 갔겠구나."

"다정하신 분이세요. 히나타님께서도 빨리 친해지실 것 같습니다."



1~3 : 그래?

4~6 : .... (호감도 +1 위험도 +1) 

7~9 : 글쎄 (호감도 +1 위험도 +2)

0 :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같은 건 없어 (위험도 +3)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칭찬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츠키시마가 뒤늦게 카게야마의 말을 잘랐다. 


"왕님. 몸도 안 좋은데 이만 가보는 게 좋지 않아?"

"예?"

"가서 쉬어. 이쪽도 히나타가 피곤할 테니까."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돌아 보았다. 히나타는 말없이 식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히나타의 기분은 풀리지 않고, 어떻게 해야할 지도 알 수 없었다. 카게야마 역시 가라앉은 얼굴로 인사했다.


"그럼 돌아가보겠습니다."

"잘 가. 왕님."


카게야마가 뒤를 돌아보았으나 히나타는 여전히 카게야마를 쳐다보지 않았다.



히나타 쇼요

○: 24 (+1)

◇: 18 (+1)

카게야마 토비오 

□: 24 (-1)


츠키시마 케이(카라스노, 보좌) 

○: 37 (+2)

◇: 27 (+1)

카게야마 토비오 

□: 30 (+1)



북궁에 갔지만 오히려 기분이 상했다. 카게야마는 속상해서 괜히 상의 다리 부분을 발로 툭툭 찼다. 네코가 노는 줄 알고 카게야마의 발을 향해 달려들었다. 잘못해서 걷어차게 될까봐 카게야마는 얼른 네코를 무릎 위로 올렸다. 식기를 놓던 상궁이 한숨을 쉬었다.


"마마. 상을 차시면 안됩니다."

"이 정도로 망가진다면 낡은 것이니 바꿔야지."

"...."


상궁은 카게야마의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카게야마는 식사를 마친 후 밖으로 나왔다. 어제의 경험이 있어 일부러 다른 쪽을 돌아가면,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레스 끝자리와 끝에서 두번째 자리의 인물이 만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이와이즈미님과 히나타님이 만났습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가보면 히나타와 이와이즈미가 있었다. 아침에 히나타를 보고, 여기서 또 보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그리고 히나타에게 친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이와이즈미까지 함께 있었다. 반가워서 다가가면 둘의 대화소리가 먼저 들렸다.


"토비오랑 오래 알고 지냈다고 들었습니다."

"어릴 적에 봤으니 오래 알았다면 그런 셈이지요."

"....그래도 아오바죠사이는 키타가와의 반란을 묵인했으니 토비오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군."


카게야마는 자신을 두고 하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어째서 히나타가 이와이즈미에게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카게야마는 알지 못한다. 아오바죠사이는 카게야마가 여자인 걸 알고 해야할 일을 했다. 따로 원망하는 마음은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나타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홀 : 인사해볼까?

짝 : ..돌아가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계속 듣고 있는 것도 민망했다. 나가서 인사를 해볼까 하다가, 오늘 아침 어색하게 헤어진 히나타를 또 보는 게 부끄러워 카게야마는 자리를 피했다. 방금전까지 카게야마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둘은 계속 서로를 마주본 채로 서있었다.


"오늘 토비오랑 놀려고 했어." 


히나타는 어느새 말을 놓았다. 한 나라의 황자가 하는 일에 하나하나 반기를 들 생각은 없어, 이와이즈미는 그저 듣기만 했다.


"그런데 당신의 이야기를 했지."

"...카게야마가."

"나하고 당신이 친해졌으면 좋겠대."

"...."


이와이즈미는 흉흉한 히나타를 보며 대충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당신이 별로.. 좋아지지 않아."

"히나타님께서 편하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

"...."


히나타는 이와이즈미 쪽으로 내딛으려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과연 얼굴도 보기 싫은 모양이었다. 이와이즈미는 허탈하게 웃었다. 카게야마. 네 덕에 카라스노 황자에게 미움을 샀어. 그래도 히나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부분은 결코 싫지 않았다.


*


카게야마가 단패궁에 돌아오자 상궁이 팥죽을 내밀었다. 


"금방 쑤었습니다. 좋아하시는 새알을 넣었으니 드셔보십시오."

"맛있겠다.."


잠깐 돌아다닌 것뿐인데도 금세 지쳤다. 아래에서 피를 쏟고 있으니 지치는 게 분명했다. 배가 많이 아프진 않았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역시 북궁에서 히나타와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 것 때문이리라. 카게야마는 히나타가 준 공을 방 안에서 튀겨보았다. 상궁이 질색을 해도 바닥에서 굴리며 놀았다.


둥지 안의 새알. 잘 있을까. 카게야마는 느즈막이 침상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새의 꿈을 꾸고 싶었다.



2일 밤 끝


'HQ/카게른 > 폐왕의 밤' 카테고리의 다른 글

43. 2월 4일  (2) 2016.02.23
42. 2월 3일  (4) 2016.02.22
40. 2월 1일  (4) 2016.02.21
39. 31일  (0) 2016.02.18
38. 30일  (2) 201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