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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34. 26일 <서궁-히나타-이와이즈미>


눈이 내리고 있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 몸이 쑤시고 아팠다. 지난 밤 자신을 괴롭히던 오이카와는 옆에 없었다. 오이카와님이랑 할 때마다 힘들어. 카게야마는 괜히 자신의 배를 손으로 문질렀다. 망가질 것 같아 무서웠던 밤이었다. 


"아.."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입가에 마른 자국이 있었다. 카게야마는 뒤늦게 얼른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래도 제대로 지워지지 않았다. 오이카와의 성기를 빨고서 정액을 억지로 삼켰다. 오이카와는 코를 잡고서 다 삼킬 때까지 놔주지 않았다. 오이카와님은 심술궂어... 카게야마는 그의 맛을 떠올렸다. 이상한 그 맛은 아직도 입 안에 남아있었다. 카게야마는 얼른 거의 빈 술병을 들어 입을 적셨다. 


"마마..?"


기척을 듣고 들어온 상궁은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카게야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침부터 술을 드시다니.."


상궁이 잔소리를 했다. 카게야마는 모른 척 네코를 끌어안았다.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가 얼굴을 핥으려든다. 카게야마는 순간 화끈거려 네코를 무릎 위로 떼어놓았다. 주인의 품에서 깡총거리던 네코는 주인이 허락하지 않자 낑낑 울었다.


"목이 마르시면 저를 부르셔야 합니다."

"마시라고 가져다 놓은 술을 마셨을 뿐인데 장하게도 늘어놓는구나."

"술을 드시면 머리가 흐려지십니다."

"나는 술에 강하니 걱정할 것 없다."


카게야마는 코웃음을 쳤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카게야마는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오이카와에게 이런 일은 하지 말라고 부탁을 한 번 해야할 것 같았다.


"오이카와님께 할 말이 있으니 서궁에 가야겠다."

"..서궁에."


상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제 서궁에 가셨고, 밤에도 오이카와님과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또 서궁에 가신다면.."

"해야할 말이 있어서 가는 것인데 무어가 문제냐."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상궁은 다른 궁을 가기를 권했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다른 궁들에게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뽑은 후 다음날 다시 서궁에 갔다는 소식이 알려집니다 

레점으로 한 명의 위험도가 +1 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히나타 쇼요

5 : 츠키시마 케이

6: 쿠로오 테츠로

7 : 코즈메 켄마

8~0 : 리레주 지정

우시지마님


카게야마는 우시지마님과 마주쳤습니다



사박사박 내리는 눈을 맞으며 걸으면 다른 방향에서 온 발자국이 보였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돌렸다. 우시지마가 서있었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우시지마님을 뵙습니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잠시 침묵하던 우시지마가 머리 위에서 말했다.


"어딜 가는 것이냐."

"오이카와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서궁으로 갑니다."

"...그렇군."



우시지마 와카토시

○: 53 

◇: 23 (+1)



우시지마의 손이 카게야마의 어깨에 닿았다. 어깨를 쥐는가 싶더니 툭툭 옷을 털어준다.


"...고운 몸에 눈이 쌓였구나."

"감사합니다."

"어서 다녀오거라."


카게야마는 우시지마를 뒤로 하고 서궁에 도착했다. 그 곳에는



홀 : 오이카와

짝 : 이와이즈미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 어서 와."


카게야마는 어서 이와이즈미에게 인사한 후 저도 모르게 눈을 두리번거렸다. 따뜻하게 데운 간식을 권하던 이와이즈미는 그런 카게야마를 알아차렸다.



홀 : 오이카와 녀석을 찾아?

짝 : 카게야마. 먹어 봐.



누구를 찾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궁금해하는 카게야마에게 곧 나온다고 말해주려 했다. 그러나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카게야마의 귀에는 잇자국이 남아있었다. 이와이즈미는 그 남은 자국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카게야마."

"예."

"먹어봐. 맛있을 거야."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에게 간식을 내밀었다. 카게야마가 좋아하는 만두였다.


"와..잘 먹겠습니다."

"카게야마는 이거 잘 먹었지."

"네!"


어릴 때는 손으로 반을 쪼개 먹었다. 카게야마는 그때와 달리 젓가락질을 했지만, 맛있게 먹는 건 여전했다. 


"편하게 먹어도 되는데."


이와이즈미는 젓가락으로 만두를 가르는 카게야마에게 말했다. 카게야마는 입에 문 것을 삼키며 웃었다.


"이와이즈미님. 저는 어린아이가 아니라구요."

"하하. 그랬던가."

"정말인데."


맛있게 만두를 입 안 가득 넣고 삼키는 눈앞의 여자는, 어젯밤 자신의 친우와 밤을 보냈다. 이와이즈미는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의미없이 웃었다. 눈을 마주치면 카게야마 또한 생긋 웃었다.


"이와이즈미님은 안 드시나요?"


카게야마가 묻자 그제야 젓가락을 찾았다. 카게야마는 반쯤 먹고는 다시 주위를 돌아보았다.



홀 : 오이카와!

짝 : ....



"...."


누구를 찾는지 알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곧 나올 오이카와를 일부러 부르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잠시 산만하게 굴다가 다시 만두 접시에 집중했다. 


"맛있어?"

"네."

"많이 먹어."


이와이즈미님은 늘 다정하셔요.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가 내민 만두를 받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와이즈미는 자신이 다정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가 준비해둔 만두를 다 먹었다. 이와이즈미는 그제야 오이카와를 찾았다.


"오이카와!"

"오이카와님.. 주무시는 건가요?"

"그래. 아침에 들어오자마자 곯아떨어졌어."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앞에서 왠지 부끄러워졌다. 이와이즈미는 잠시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오이카와를 데리고 나왔다. 평소와 달리 부스스한 모습의 오이카와는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토비오쨩. 미리 연락을 줘야 오이카와씨도 준비하지."

"예? 저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오이카와님께서 주무셨잖아요."


카게야마가 억울하게 중얼거렸다. 


"토비오쨩도 오이카와씨가 찾아오기 전에 실컷 준비를 하죠? 오이카와씨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 거야."

".....죄송합니다."


오이카와는 살짝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카게야마는 입을 삐죽거렸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에게 만두를 더 주겠다며 직접 일어섰다. 빈 접시를 발견한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놀렸다.


"뭐야. 이 만두 토비오쨩이 다 먹었어? 토비오쨩. 돼지네."

"...!! 조금 먹었습니다."

"하긴 저번에도 오이카와씨가 준 만두, 전부 먹어버렸죠."

"...."


카게야마는 할 말이 없어 젓가락으로 괜한 접시를 쿡쿡 찔렀다. 그 모습을 보며 오이카와는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 이와이즈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홀 : 어제는 잘 잤어?

짝 : 목은 안 말라?  

0 : 오늘도 여기 왔네



"토비오쨩. 그렇게 만두를 먹었는데 목은 마르지 않아?"

"괜찮습니다. 저.."


카게야마는 순진하게 대답하다가 오이카와의 눈빛에 멈칫했다. 자신을 떠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카게야마는 간밤 같은 말을 들었다.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가 돌아오기 전 빠르게 속삭였다.


"오이카와님. 어제같은.. 그런 일은 하지 마세요."

"무슨 일을 했는지 오이카와씨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저한테 이상한 일을 하셨잖아요."


카게야마는 화난 목소리로 종알거렸다.


"제가 그.. 입에 넣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오이카와님은 그런 것도 모르세요?"

"모르겠는걸. 오이카와씨는 목이 마르냐고 물어봤는데, 토비오쨩은 다른 생각을 하나봐?"


카게야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이카와는 다리 사이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던 카게야마의 얼굴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입 안에 넣고서 괴로운 듯 찡그린 얼굴과 닮아 있었다. 



홀 : ...오이카와님 너무하세요

짝 : 다시는 그러지 마십시오



"아무튼.. 다신 그러지 말아주십시오."


카게야마는 짧게 대꾸했다. 오이카와의 눈이 가늘게 휘어졌다. 감히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카게야마는, 어젯밤 자신의 손 안에서 울기에 바빴었다. 언제까지 품에 안고 괴롭혀야, 나락으로 떨어져 모든 걸 당연하게 받아들일까. 그리고 오이카와는 이 결벽한 여자를 밀어버리는 건 자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어두운 소망을 가지는 것이었다.


"...토비오쨩은 참, 귀엽네."

"....."

"건방지고."


오이카와는 발톱을 들고 할퀴는 고양이를 보듯 카게야마를 보며 웃었다. 이와이즈미가 돌아와 카게야마에게 뜨거운 만두를 주었으나 기분이 상한 카게야마는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이와이즈미는 단번에 오이카와와 카게야마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이 오이카와에게 그랬듯 이와이즈미는 굳이 오이카와에게 무슨 일이었냐고 묻지 않았다.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은 카게야마는 애써 이와이즈미에겐 웃어보였다.


"이와이즈미님. 만두가 참 맛있습니다."

"토비오쨩."


젓가락으로 괜히 만두를 헤집던 오이카와가 장난치듯 물었다.


"내일도 서궁에 올래?"



1~3 : 몰라요 

4~6 : ..... (위험도 +2)

7~9 : 싫어요 (위험도 +2)

0 : ..약속은 드리지 못해요



"..몰라요."


카게야마는 젓가락을 놓았다. 오이카와는 마치 투정하는 애첩을 대하듯 다정하게 말했다.


"왜, 오이카와씨가 보기 싫어졌어?"

"....."

"삐졌구나."

"아니에요."

"내일도 와?"

"..모릅니다. 정말."


곤란해보이는 카게야마의 앞을 이와이즈미가 막아섰다.


"오이카와. 그만해. 계속 서궁에 와줬으니 카게야마도 곤란하겠지."

"네. 오이카와씨만 늘 나쁜 사람입니다."


오이카와는 투덜거렸다. 



오이카와 토오루

○: 39 (+1)

◇: 31 (+1)

카게야마 토비오 

□: 30 (+0)


이와이즈미 하지메

○: 38 (+2)

◇: 21 (+1)

카게야마 토비오 

□: 37 (+2)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가 챙겨준 만두를 들고 돌아왔다. 배가 불러 점심은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카게야마에게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 네코는 카게야마를 보며 캉캉 짖었다. 품에 안아들면 정신없이 손가락을 핥는다.


"네가 날 먹으려고?"


카게야마는 자꾸만 깨물려드는 네코의 주둥이를 손으로 꼭 잡았다.


"물면 안 돼."


검은 눈을 깜박이며 강아지가 벗어나려 애를 썼다. 네코와 씨름하는 사이 상궁이 함을 들고 들어왔다.


"마마.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어느 분께서?"



오이카와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히나타 쇼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 0 : 리레주 지정

ㄴ히나타


히나타 쇼요님의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상궁은 북궁에서 드디어 선물을 보내주셨노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북궁의.."

"히나타님께서 보내셨습니다."


카게야마는 지난번 쿠니미의 말을 떠올렸다. 왠지 그 후로는 북궁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카게야마의 속을 모르는 상궁은 망설이는 카게야마에게로 함을 건넸다.


"...."


카게야마는 함을 열었다. 그 속에는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까마귀 목걸이는 제외부탁드립니다."


함 속에는 카게야마가 잘 알고 있는 공이 있었습니다



"어..."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공을 꺼냈다. 북궁에서 첫 선물을 보내어 기대가 컸던 상궁의 얼굴은 실망으로 물들었다.


"아니.. 이게 무엇입니까."

"이걸로 북궁에서 카라스노의 공놀이를 배웠다."

"공이라니.."


상궁은 못마땅하게 공을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동글동글한 공을 손에서 굴렸다.



주사위를 굴려 카게야마의 호감도를 정합니다 : 61


30 이하 : 호감도 1

60 이하 : 호감도 2

90 이하 : 호감도 3 

99 이하 : 호감도 4 



북궁에서 했던 공놀이는 재밌었다. 카게야마는 상궁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을 통통 튀겼다. 네코가 신나서 공을 따라 꼬리를 흔들며 뛰어다녔다.


"마마. 안에서 공을 놀리시면."

"받아보거라."


카게야마는 킥킥 웃으며 상궁에게 공을 던졌다. 에그머니나! 상궁이 놀라 허우적거리며 공을 받았다.


"마마!"

"재밌지 않느냐."

"아이고..마마."



홀 : 서신을 

짝 : 잠깐 밖에



북궁에 대한 경계는 제대로 할 것이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공을 던져주며 웃던 히나타의 미소가 생각났다. 바닥에 떨어진 공을 주워든 카게야마는 상궁에게 붓을 가져오게 했다.


"서신을 보내시겠습니까."


상궁이 물었다. 카게야마는 붓에 듬뿍 먹을 찍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 오는 날에 괜히 차를 대접하겠다 청하는 것도 죄송하다."

"..마마께서는 아직 사내를 잘 모르십니다."


상궁은 카게야마가 모를 소리를 중얼거렸다. 카게야마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겨우 서신을 완성했다.


'적적한 때에 히나타님의 은정으로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원망스러울 정도로 내리는 눈 뿐이니, 제가 바로 공을 놀려보지 못한다해도 용서하여 주십시오.

어서 해가 밝아 북궁으로 가는 길의 눈이 녹았으면 좋겠습니다.'


카게야마는 궁녀의 편에 서신을 보냈다. 조용히 공을 손 안에서 굴리면 참으로 재미가 있었다.



히나타 쇼요 

○: 23 

◇: 16


카게야마 토비오 

□: 20 (+3)



저녁을 먹은 카게야마는 상궁 보란듯이 바닥에서 공을 굴렸다. 네코가 혀를 빼물고 달려가 조그만 발로 공을 긁어댔다.


"이 놈. 공을 망가트리는 구나."


카게야마가 서둘러 네코에게 공을 빼앗았다. 발치에 와서 애교를 부리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윤기가 흐르는 털을 쓰다듬어주며 카게야마는 코를 툭툭 건드렸다.


"너는 참 말썽이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군."

"...."


상궁은 그릇을 치우며 한숨을 쉬었다.



1~3 : 강아지와 밤산책을 했다

4~6 : 공을 굴리다가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ㅇ..



카게야마가 열심히 강아지와 공을 가지고 놀 때였다. 상궁이 손님의 방문을 알렸다. 강아지를 끌어안고 누구냐고 물으면, 상궁은 우선 공부터 치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는 반가운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이와이즈미는 조금 민망한 얼굴로 단패궁에 들어왔다.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예. 이와이즈미님. 무슨 일이셔요?"


그저 반가워 카게야마는 어서 이와이즈미에게 자리에 앉기를 청했다.



홀 : 이거.. (호감도 +1)

짝 : 그건? (위험도 +1)

0 : ...그러게



그러게.. 이와이즈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이곳에 올 이유는 없었다. 카게야마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이와이즈미를 계속 쳐다보고 있다. 이와이즈미는 목이 타 차를 마셨다. 갈증은 사라졌으나 카게야마를 쫓는 눈은 그대로였다. 카게야마는 네코를 놓아주고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와이즈미님..?"


이와이즈미는 솔직히 대답했다.


"네가 보고 싶어서 왔나봐."

"예?"

"그런 이유면 안 될까?"


카게야마는 잠시 당황했다가 그리운 눈을 했다.


"아오바죠사이 때에는 이렇게 종종 와주셨지요."

"네가 가장 어렸으니까.

"그때 몰래 제게 간식을 주셨던 것, 기억 나세요?"

"오늘은 빈 손이야. 내가 잘못했구나."


이와이즈미는 부드러운 얼굴로 웃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만두를 많이 주셨잖아요. 정말 맛있었어요."

"..먹고 싶다면 언제든 만들게 할게."

"이와이즈미님은 정말로 다정하신 분이세요."



홀 : 오이카와에 대해

짝 : 아오바죠사이에 대해 

0 : 이와이즈미에 대해



"아오바죠사이에서도 늘 그러셨어요."


카게야마는 언제나 자신을 챙기던 이와이즈미를 떠올렸다. 다들 아오바죠사이의 아래에서 경쟁하던 왕자들 사이에서, 어린 카게야마는 치일 수 밖엔 없었다.

그때마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를 도와주었다.


"걸음이 늦은 저를 두고 가지 않으셨으니까요."

"너는 혼자서 전부 다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였고."


이와이즈미 역시 어린 카게야마를 기억해냈다. 어리고 작았던 왕자는 친우에겐 경계의 대상이었고, 자신에겐 돌봐야할 동생이었다. 유독 신경이 쓰였던 왕자. 여자로 나타나 이렇게 되리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여자로 나타나.. 이와이즈미는 자신도 모르게 카게야마의 드러난 귀를 살폈다. 잇자국은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뺨과 함께 상기되어 귀가 붉었다. 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조그마한 귀가 이와이즈미는 귀엽다고 생각했다. 아니, 귀엽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갑자기 네게 닥친 일이 힘들겠지."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카게야마. 그러니까 힘들다면.. 내게 기대도 좋아."

"이와이즈미님."

"적어도, 네가 혼자 걷지는 않게 해주마."


왠지 코끝이 찡해져 카게야마는 고개를 숙였다. 무척이나 위안이 되는 밤이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 40 (+3)

◇: 22 


카게야마 토비오 

□: 39 (+3)



이와이즈미는 따라 일어나는 카게야마를 말렸다.


"눈이 와서 추워. 어서 자."

"그렇게 춥다면 서궁까지 어떻게 가세요."

"그럼 자고 갈까?"


이와이즈미에게서 불쑥 튀어나온 말에 카게야마가 깜짝 놀라 눈을 깜박였다.


"이와이즈미님. 그렇다면 제 침상을 쓰세요. 저는 다른 곳에서.."

"..카게야마. 농이야."

"이와이즈미님께서 그런 농담도 하시나요."


카게야마는 유독 어린 얼굴로 웃었다. 이와이즈미는 머쓱하여 뒷머리를 긁었다. 


"나오지 마."


이와이즈미는 단단히 주의를 준 뒤 단패궁을 나왔다. 그러다가 혹시나 싶어 뒤를 돌아보면 카게야마가 창을 열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모든 것을 덮어 조용한 궁의 앞뜰. 카게야마와 이와이즈미의 눈이 마주쳤다. 


"이와이즈미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카게야마가 손을 흔들었다.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끄덕이곤 서둘러 서궁으로 돌아갔다. 정말로 추운 날이었다. 창을 닫기 전 고개를 빼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카게야마의 이마 위로 작은 눈송이들이 입을 맞추듯 떨어졌다. 



26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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