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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48. 2월 9일


2월 9일은 한 해의 운수를 점쳐보는 날이었다. 대길이라고 적인 떡만을 위에 뒤집어 두고서, 섭정은 직접 그 중 하나를 골랐다. 어느 떡을 집어도 대길이었다. 그래도 궁에서 길조가 들었다고 하면 민심은 부드러워진다. 카게야마는 전쟁을 다니느라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난 참 모르는 것이 많군."


섭정궁에서 고루고루 각 궁에 보낸 떡은 전부 다 대길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금 떼어 맛을 보면 카게야마가 여전히 알고 있는 그 떡맛이다.


"대흉이라고 적혀도 똑같이 맛있을 것 같은데?"

"마마. 불길한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머리를 빗던 상궁이 질색을 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어디를 가시겠습니까, 라고 상궁이 물으면 카게야마는 고민하다가 남궁? 하고 중얼거렸다.


"...요즘은 동궁에 가시지 않으십니다."

"바쁘실 터이니 방해가 되고 싶진 않구나."

"그 바쁘신 분이 마마를 위해서.."


여기 계신 것인데. 상궁은 못다한 말을 삼켰다. 카게야마는 네코를 불렀다.


"네코. 여기 좀 핥아보거라. 네가 간밤에 물어 아프구나."


잘 때 지나치게 세게 끌어안은 탓인지 강아지는 발버둥치다가 그만 카게야마를 물었다. 잇자국이 남아있는 손을 내밀면 네코가 혀를 내밀어 핥았다.


"또 물면 나도 똑같이 물어줄 것이다."

"마마.."


상궁은 카게야마에게서 네코를 빼앗고 차곡차곡 옷을 입혀주었다. 나오기 전 상궁은 남궁에도 맛을 보여야한다며 궁녀들을 시켜 떡과 간식을 가져가게 했다.

네코마는 키타가와와 먼 나라. 카게야마는 시라토리자와의 떡을 먹어봤었다. 그다지 입에 맞지는 않았다. 네코마의 입에 괜찮을지 카게야마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좋아하실까?"

"설마 앞에서 싫은 티를 내시겠습니까."

"...."


쿠로오님이라면 그럴지도..카게야마는 떡을 들고 남궁으로 갔다.

도착하면



홀 : 쿠로오 

짝 : 코즈



"쿠로오님."


어슬렁어슬렁 정원을 걷는 쿠로오와 마주쳤다. 


"아니 이게 누구야. 한번도 우리를 뽑지 않는 마마님 아니야?"

".....제가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야. 이렇게 만나러 와주면 좋지."


쿠로오는 카게야마가 곤란해할 때 쯤 얼른 정리하고는 뒤쪽을 쳐다보았다.


"뒤에 들고 있는 건 뭐지?"

"아, 저 떡을 좀."

"오늘 아침 그 떡?"

"제 궁에서 따로 만든 모양입니다."


상궁이 남궁에도 드려야한다고 말해서.. 카게야마는 괜히 민망해졌다.



홀 : 맛있겠네 

짝 : 떡 말고



"맛있겠네. 난 키타가와 음식이 좋더라."


의외로 순순히 쿠로오는 말했다. 손수 궁녀들에게 떡을 받아들면 궁녀들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마마님은 먹어봤어?"

"저는 아직."

"그럼 같이 가서 먹자."


순간 카게야마는 코즈메의 생각이 떠올랐다. 음식 먹기를 힘들어하는 사람 앞에서 먹어도 괜찮을까. 카게야마가 잠시 망설이는 기색이자 쿠로오도 알아차린 듯 웃었다.


"켄마는 자고 있으니까 들어가자."

"코즈메님은 어디 아프신가요?"

"늦잠이야."

"어디가 아프신 건 아니구요?"


쿠로오는 반복해서 물어보는 카게야마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마마님. 그런 건 아니야. 괜찮아."

"다행입니다."


쿠로오가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도 모른 채 카게야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쿠로오가 직접 보자기를 풀었다. 앙증맞은 간식함 안에는 막 만든 떡이 뜨거운 김을 내뿜고 있었다. 


"맛있겠다. 배고팠는데."

"아침은 드시지 않은 건가요?"

"마마님이 가져온 떡 먹을 배는 비워놨어."


쿠로오는 웃으며 조그만 떡을 입에 넣었다. 그러다가 읍, 하고 한 손으로 입을 가린다. 깜짝 놀란 카게야마가 벌떡 일어서 쿠로오의 곁으로 갔다.


"쿠로오님? 왜 그러십니까?"

"윽...마마님.."

"왜, 왜 그러세요?"

"어떡하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쿠로오는 잠시 후 장난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맛있다."

"쿠로오님!"

"이 떡 진짜 맛있네. 마마님. 궁녀들 실력이 좋나봐."


카게야마는



홀 : 놀랐잖아요  

짝 : 재미없어요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쿠로오에게 하소연했다. 허공에 들렸던 손이 쿠로오의 등을 칠 듯 하다가 결국 아래로 내려간다.


"놀랐잖아요!"

"놀랐어?"

"쿠로오님. 그러지 마세요."

"마마님이 당황하는 모습 보는 게 재밌어서."

"떡이 목에 걸린 줄 알았단 말이에요."


입술을 삐죽 내민 카게야마는 도로 자리에 앉았다. 쿠로오는 카게야마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크게 웃었다.


"마마님. 진짜 놀랐구나."

"쿠로오님 큰일난 줄 알고..!"

"마마님이 생각보다 나를 너무 좋아하네?" 


큰일이야..마마님이 나한테 벌써 반하다니. 앞으로 더 반해버리면 어쩌지? 능글맞은 웃음이 얄미웠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훽 돌렸다. 쿠로오가 과장된 자세로 떡을 집어들었다. 카게야마의 얼굴 쪽으로 떡을 내밀며 놀려댄다. 


"마마님. 아 해. 먹여줄게."

"괜찮습니다."

"아 해봐. 부끄러워서 그래?"

"괜찮..코즈메님!"


카게야마가 반갑게 코즈메의 이름을 불렀다. 졸린 눈이 카게야마를 알아보고 반짝 떠졌다. 마치 고양이같았다.



홀 : 안녕 

짝 : 하지마



"쿠로. 하지마."


코즈메가 다가와 쿠로오의 손목을 잡았다. 쿠로오는 씩 웃고는 고분고분 제 입으로 떡을 넣었다.


"빨리 깼네."

"..시끄러워서."

"저 때문입니다. 죄송해요."


카게야마가 코즈메에게 사과하자 코즈메는 고개를 저었다.


"쿠로 때문이야."

"오늘따라 차갑네."

"카게야마를 계속 괴롭히잖아."

"어라? 켄마. 너..?"


쿠로오는 신기한 듯 묻다가 말을 흐렸다. 코즈메의 시선이 상 위의 떡을 향했다. 카게야마가 권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코즈메가 먼저 



홀 : 떡을 

짝 : 차를



코즈메는 스스럼없이 떡을 집어들었다.


"카게야마가 가져온 거야?"

"예."

"잘 먹을게."


카게야마는 말리려다가 쿠로오의 눈짓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코즈메는 조심스럽게 떡을 한 입 베어물었다. 잘근 깨물고는 내려놓는다. 오물거리며 씹는 입을 카게야마는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켄마. 차도 마시면서 천천히 먹어."


쿠로오는 코즈메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 아마도 카게야마에게 자신이 아픈 걸 알리지 않으려는 속셈인 게 분명했다. 그 배려심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남들 앞에서 먹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았는데.



1~3 : 천천히 

4~6 : 저도 같이 먹을래요

7~9 : 쿠로오님도 드세요 (위험도 +1) 

0 : 코즈메님은 정말로



친구가 괜찮은 척 하는 걸 보는 일 또한 카게야마가 잘 알고 있는 종류의 감정이었다. 웃고 있으면서도 코즈메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쿠로오에게도 카게야마는 미안해졌다. 카게야마는 쿠로오의 빈 잔에도 차를 따랐다. 


"쿠로오님도 드세요."

"아. 고마워."


코즈메는 제 잔을 내려다보았다. 반쯤 차있는 찻물을 보고 있다가, 충분히 식은 후에 냉큼 마셨다. 잔을 내려놓으면 산쇼쿠를 만지작거리던 카게야마가 코즈메에게 웃으며 물었다.


"코즈메님. 차를 더 드릴까요?"

"..응."


활을 쏘았다는 손가락이 얌전히 차를 따른다. 코즈메는 고양이가 사냥감을 노리듯 빤히 쳐다보았다. 서서히 쌓아올린 호감은 궁금증이 된다. 코즈메는 카게야마를 더 알고 싶어졌다. 



쿠로오 테츠로

○: 39 (+2)

◇: 18 (+1)

카게야마 토비오 

□: 41 (+2)


코즈메 켄마

○: 30 (+1)

◇: 17 (+1)

카게야마 토비오 

□: 34 (+2)



카게야마는 빈 간식통을 들고 돌아갔다. 산쇼쿠를 쓰다듬는 코즈메에게 쿠로오가 물었다.


"마마님이 마음에 들어? 여자들 안 좋아하잖아."

"...카게야마는 착해."

"착하고 귀엽지."


이야, 이거 진짜 우리 켄마가 네코마로 돌아갈 땐 마마님이랑 같이 가는 거 아냐? 쿠로오는 그 말을 하며 크게 웃었다. 웃다가 코즈메가 던진 방석에 얼굴을 맞는다.


"쿠로. 시끄러워."

"진짜 차갑다니까."


쿠로오는 그치? 하고 옆에 돌아다니는 산쇼쿠를 안아들었다. 고양이가 털을 세우고 빽빽 비명을 질렀다. 


*


카게야마는 단패궁으로 돌아왔다. 상궁은 빈 간식통을 보고 반색했다.


"맛있게 드셨나봅니다."

"그래. 그렇지만 남궁에 갈 때는 음식은 가져가지 않겠다."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 게 있어."


상궁의 궁금해하는 얼굴을 가뿐하게 카게야마는 무시했다. 심심해서 꼬리를 흔드는 네코에게 공을 굴리며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점심을 먹을 때였다. 네코를 품에 안고 먹으려고 하니 상궁이 잔소리를 해 그만두었다.


"짐승 버릇 나빠집니다."

"조그만 놈이 버릇이 나빠봤자 얼마나 나쁘다고.."


순식간에 찬 바닥으로 내려온 네코가 카게야마의 종아리에 얼굴을 비비며 서러워했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옳지 옳지. 착하다."


카게야마는 네코를 쓰다듬으며 밖으로 나왔다. 후원으로 나가면 막 피는 꽃냄새를 맡고 네코가 흥분해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웃으면서 뒤를 쫓는데 기척이 들렸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돌렸다.



1~3 : 오이카와

4~6 : 쿠로오

7~9 : 쿠니미 

0 : 세 인물 중 리레주 지정



요즘 자주 보게 되는 얼굴이었다. 도망가려는 네코를 잡아서 품에 안자 쿠니미가 살짝 웃었다.


"폐하. 그 개를 무척 아끼십니다."

"귀엽지 않느냐."

"그렇습니까."


쿠니미가 가까이 다가왔다. 



홀 : 만져봐 

짝 : 귀여워



오늘은 다리가 덜 아픈 모양인지 끄는 소리가 덜했다. 카게야마는 눈으로 쿠니미의 다리를 살피다가 도로 고개를 들었다. 쿠니미는 카게야마 쪽으로 몸을 숙여 강아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귀엽습니까.."


조금 의아하게 묻는 투라 카게야마는 불쑥 네코를 쿠니미에게 내밀었다.


"만져보거라."

"...."


쿠니미는 신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순한 강아지는 다가오는 쿠니미의 손을 보다가 혀를 내밀어 핥았다. 머리를 만지려던 쿠니미는 얼른 손을 내렸다.


"폐하. 이 놈이 저를 핥습니다."

"귀엽지."

"폐하가 더 귀엽습니다."

"..갑자기 또 쓸데없는 말을 하는구나."

"그리고 저는 이 강아지가,"



홀 : 부럽습니다 

짝 : 질투가 납니다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품에 안긴 네코에게서 눈을 뗐다.


"부럽습니다."

"어..?"

"폐하 품에 안겨서, 죽을 때까지 폐하께서 돌보아주실 것 아닙니까."

"...."

"그렇군. 죽을 때까지.."


스스로 말해놓고 새삼 깨달은 듯 쿠니미는 제 말을 되새겼다.


"그것 참 부러운 일입니다."

"...네가 네코처럼 작으면 생각해보마."


무어라 답해야할지 몰라 카게야마가 어설프게 받아쳤다. 쿠니미는 다시 한 번 손을 뻗어 카게야마 팔 안의 네코를 쓰다듬었다. 털을 거꾸로 쓰다듬는 바람에 강아지가 싫어하며 발버둥쳤다. 쿠니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이 못된 짓을 하면 다음 생에는 짐승으로 태어난다고 하더군요."

"..그런가."

"분명 이 개도 전생은 사람이었을 텐데.."

"...."

"저도 다음 생에는 충분히 짐승으로 태어날만 하니 내생에는, 그 말씀 기억하겠습니다."


네코가 카게야마의 팔에서 벗어나 풀썩 뛰어내렸다. 깜짝 놀란 카게야마는 쿠니미에게 인사를 하고 네코를 쫓았다. 정말 부럽네, 라는 작은 중얼거림이 카게야마의 귀에 들려왔다.



쿠니미 아키라

○: 39 (+2)

◇: 37 (+1)

카게야마 토비오 

□: 35 (+1)



단패궁에 돌아와 쿠니미의 말을 곱씹어보면 기분이 이상해졌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이며 네코에게 말했다.


"그 녀석은 괜히 어려운 말을 쓰지 않느냐."


카게야마의 말이 다 맞다는 듯 네코가 왕왕 짖었다.


"마마. 이제 봄이 되면 짐승은 밖에 두십시오. 궁 안이 개짖는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네 잔소리가 더 시끄럽다."


그렇지? 하고 카게야마가 다시 물으면 네코는 발라당 누워 배를 보였다. 귀여운 모습에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다. 상궁은 배를 쓰다듬는 카게야마에게 저녁 식사를 올리겠다고 아뢰었다. 



1~3 : 강아지와 밤산책을 했다

4~6 :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내일은 단패를 뽑으시는 날이니 그만 주무시지요."


한참 공을 굴리며 네코와 놀아주고 있으니 상궁이 카게야마를 말렸다.


"저것도 피곤해서 가물거리지 않습니까."

"네코가?"


카게야마는 공을 쫓는 네코를 쓰다듬어보았다. 주인의 손길에 꼬리만 흔든다. 거보라는 상궁의 얼굴을 무시하고서 카게야마는 공을 다시 한 번 굴렸다. 쪼르르 쫓아가다가 중간에서 털썩 네 다리를 뻗고 누워버린다. 상궁은 옷가지를 줍듯 강아지를 주워 카게야마에게 안겼다. 품에 안긴 강아지는 눈을 감고서 어느새 자고 있었다. 


"마마. 주무십시오." 

"..그래야겠다."

"어디 가시지 말고.."

"거참. 알았다."


상궁이 보는 앞에서 카게야마는 침상에 올랐다. 옆에 강아지를 두면 체온을 찾아 꿈틀거리다가 카게야마의 곁에 딱 붙었다. 네가 내 자리를 다 차지하는 구나, 타박하면서도 카게야마는 강아지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편히 쉬십시오."


이부자리를 보아준 상궁은 불을 끄고 나갔다. 새까만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모든 건 그 자리에 있었다. 카게야마는 어둠 속에서 방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떠올려 본다. 흑단 의자, 옥으로 장식한 서랍장, 상 위의 귀한 유리병, 바닥에서 뒹구는 공..벽화가 그려진 천장까지 떠올려보면 카게야마도 눈이 잠기는 것이었다. 조용한 잠이 궁 안을 찾아왔다.



9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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