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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47. 2월 8일


2월, 봄을 맞이하기 위해 밤은 살을 깎아낸다. 쿠니미는 12월에 이 방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빠르게 지나갔다. 밤이 짧았다. 너무나 짧았다. 어젯밤을 영원히 사겠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쿠니미는 망설임없이 모든 걸 주었을 것이다. 카게야마가 신음했다.


"으응.."


눈을 뜨면 쿠니미의 옆에 카게야마가 누워있었다. 일부러 아프게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늘 이런 얼굴일까. 미간에 주름이 져있다. 쿠니미는 웃으며 카게야마 쪽으로 돌아누웠다. 간 밤 흘린 눈물은 모두 쿠니미가 핥아마셔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쿠니미는 부족했다. 한참 바라보고 있자 카게야마도 슬며시 눈을 떴다.


"쿠니미.."


잠에 취한 목소리가 쿠니미를 불렀다. 눈이 마주쳤다.


"카게야마. 일어났어?"

"....안 자?"

"난 다 잤어."

"더 자."


카게야마는 하품을 하고는 눈을 감으려했다. 그러나 다시 떠보면 여전히 쿠니미가 쳐다보고 있었다.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못하여, 카게야마도 쿠니미를 따라 눈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얼굴. 그러나 다정한 눈동자는 여전했다. 카게야마는 그것이 좋아 한참 쿠니미와 마주보았다.


*


"아파."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옷을 입던 쿠니미는 달려오려는 상궁에게 고개를 저었다. 침상 위에 웅크리고 있는 카게야마에게로 간 쿠니미가 물었다.


"많이 아파?"

"그래."

"아프구나."

"...너 때문이야."


고집스러운 눈을 한 카게야마가 쿠니미를 세지 않게 밀었다. 순순히 밀려나준 쿠니미는 카게야마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핥아줄까?"

"뭐?"

"아픈 곳은 침바르면 낫잖아."

"저리 가."


카게야마는 쿠니미에게로 베개를 던졌다. 쿠니미는 힘들지 않게 그것을 받아냈다.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둔 쿠니미는 상궁에게 명했다.


"네 주인을 잘 돌보거라."

"섭정 전하. 명심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다면 꼭 내게 말하고."


쿠니미는 상궁을 보며 눈짓했다. 상궁은 다시 한 번 깊게 머리를 숙였다.


"가보겠습니다."

"뭐. 잠깐."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인사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듯 재빨리 궁밖을 나갔다. 침상 위에서 끙끙거리다가, 서둘러 나간 쿠니미를 보고 놀란 카게야마가 일어섰다. 귀를 기울이면 섭정궁 쪽으로 절뚝거리는 걸음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아팠다. 카게야마는 아래가 찢어졌는지를 보려고 하다가 상궁에게 들켜 혼이 났다.


"내 몸을 내가 보겠다는데.."

"마마. 망측하신 일은 그만두십시오."

"기가 막히군."


다른 궁녀에게 몸조리를 도우라는 게 훨씬 더 망측했다. 카게야마는 결국 상궁에게 약을 바르게 했다. 침상에 올라가 다리를 벌리면 상궁의 손가락이 약을 뜬 채로 들어왔다. 윽, 아프구나. 카게야마는 인상을 썼지만 상궁은 손속을 두지 않았다.


"다행히 상한 곳은 없는 듯 합니다."


시중받는 일에 익숙했지만 카게야마는 약을 바른 후 얼른 일어났다. 고통은 조금 가신 듯 했지만 이상한 이물감이 남아 있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쿠니미의 다리는 괜찮을까. 자신도 아픈 만큼 카게야마는 쿠니미의 다리도 아플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상궁에게 말하면 상궁은 평소처럼 말리지 않았다. 


"어젯밤 섭정과 밤을 보냈으니 오늘은 다른 궁에 가라고 할 줄 알았다."

"....마마께서 뜻하신 일을 제가 어찌 막겠습니까."

"평소엔 잘도 그러면서."


카게야마는 상궁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었다. 여전히 아래가 쓰라렸다



다른 궁들에게 카게야마가 쿠니미를 뽑은 후 다음날 다시 섭정궁에 갔다는 소식이 알려집니다 

레점으로 한 명의 위험도가 +1 됩니다 


1 : 우시지마 와카토시 

2 : 오이카와 토오루 

3 : 이와이즈미 하지메

4 : 히나타 쇼요

5 : 츠키시마 케이 

6 : 쿠로오 테츠로

7 : 코즈메 켄마 

8~0 : 리레주 지정



카게야마는 느릿하게 섭정궁 쪽을 향해 걸었다. 먼저 걷던 발소리가 멈췄다. 소리가 난 쪽을 보면 츠키시마 케이였다. 손에는 책을 들고 있었다. 아침 일찍 서고에 다녀오는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인사했다.


"츠키시마님을 뵙습니다."

"..왕님. 일찍 일어났네."

"예."


비웃는 듯한 웃음이 입가에 걸렸다. 


"섭정궁에 가는 길인가봐."

"그렇습니다."

"단패에는 히나타나 남궁의 이름은 없어?"

"..그렇지 않습니다."


츠키시마의 이름도 어제 확실히 확인했다. 그렇게 말하면 츠키시마는 재미없는 얼굴이었다. 



츠키시마 케이 

○: 42 

◇: 28 (+1)



"믿을 수 밖엔 없군."


츠키시마는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어색하게 걷는 걸음. 누구라도 어제 저 여자가 남자와 오랜 밤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였다.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츠키시마는 문득 자신이 지나치게 오래 카게야마를 붙잡고서 대화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왕님. 가 봐."

"그럼 츠키시마님. 다음 번 뵙겠습니다."


카게야마는 서둘러 섭정궁으로 갔다. 도착하니



홀 : 쿠니미

짝 : 킨다이치



킨다이치는 진작에 섭정궁의 앞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카게야마를 보자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폐하. 오셨습니까."

"오랜만이군."


쿠니미를 어제 보았기 때문인지 킨다이치의 얼굴이 반가웠다. 섭정궁에 들어가면 카게야마가 좋아하는 유자향이 가득 풍겼다. 



홀 : 오늘은 

짝 : 어제는



"오늘은 무슨 일로 귀한 걸음을 하셨습니까."


킨다이치는 유자차를 내밀며 조심스레 물었다. 카게야마가 잔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하고 뜨거운 것이 목 안으로 쉽게 넘어갔다.


"무슨 일이 있어야만 내가 올 수 있느냐."

"그런 것이 아니라.."


피곤하실 텐데, 일부러 와주시니 황공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킨다이치는 최대한 말을 고르고 골라 대답했다. 조심하는 태도를 보니 왠지 약을 올려주고 싶어진다. 충직하여 믿음직스럽던 자신의 친구. 카게야마는 불쑥 물었다.



홀 : 너도 

짝 : 오지 말까?



"장군. 너도 경험이 없느냐."

"..예?"

"섭정은 그렇더군."


카게야마의 말에 킨다이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뒤늦게 뜻을 알아차렸다. 폐하, 저는, 저는. 당황하여 내뱉는 말들이 재밌었다. 얼굴이 빨개진 킨다이치를 보다가 아팠다고 이야기하면 더욱 분주해졌다.


"폐하. 어쩐지 걸음이 좋지 않아보이셨습니다."


얼굴이 빨개진 채로도 마음에 걸렸는지 걱정을 한다. 카게야마는 피식 웃었다.


"농을 한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

"제가 섭정에게 단단히 당부하겠습니다."


쿠니미와 킨다이치 중 좀 더 많이 이야기를 하는 쪽은 쿠니미였다. 킨다이치는 언제나 한 발자국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카게야마가 다치기라도 하면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왔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나를 배신했을까. 예상은 하고 있지만, 너희는 혹시...변한 것 없는 친구의 모습은 그저 똑같아 카게야마는 생각에 잠길 수 밖엔 없었다. 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킨다이치가 쥐어짜듯 말했다.


"혹시나 제가 폐하를 모시게 된다면 결코 폐하의 몸에 손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


카게야마는 고지식한 킨다이치의 말을 잘랐다. 


"그런데 섭정은?"

"섭정은 잠시 나갔습니다."

"...다리는 괜찮던가."


킨다이치는 카게야마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진지한 눈빛이라 카게야마 또한 킨다이치를 쳐다본다.


"괜찮아."


킨다이치는 천천히 말했다.


"쿠니미는 괜찮으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정말이야."


찻잔을 잡고서 떠는 카게야마의 손을 킨다이치는 잡아주었다. 침을 꿀꺽 삼킨 카게야마는 잠시 그렇게 있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절뚝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늦었습니다."


잠시 후 쿠니미가 카게야마를 보고는 환히 웃으며 들어왔다.


"섭정. 폐하께서 몸이 불편하시니 말씀을 낮추십시오."


킨다이치는 슬쩍 인상을 썼다. 쿠니미는 킨다이치 쪽을 보았다가, 카게야마를 쳐다봤다.


"많이 불편하십니까."

"괜찮다."

"꼭 문안인사를 드려야하는 건 아닙니다."


쿠니미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프실 때 일부러 찾아가는 것이 더 폐가 될 겁니다."

"...."

"먼저 알려주시면 제가 각 궁에 알릴테니 아프시거든 다른 궁에는 가지 마십시오."



홀 : 다른 궁에는? 

짝 : ....



"다른 궁에는?"


카게야마는 중얼거리가다 조금 웃었다.


"여기엔 그래도 오란 말처럼 들리는 구나."

"몸이 아프시면 저희가 모실 것이니 사양치 말아주십시오."

"시끄럽다. 섭정 너는 하고 싶은 말을 똑바로 해."


그래도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카게야마는 옅게 웃음이 깔린 눈으로 쿠니미를 쳐다보았다. 다리는 괜찮냐고 물으려다가 킨다이치의 말이 생각나 입을 다물었다.


"폐하."


킨다이치는 찻잔만 만지작거리는 카게야마에게 물었다.


"섭정이 틀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시면 저희가 모실 테니 편히 계십시오."

"오늘 몸을 불편하게 한 건 네 옆의 섭정이 아니냐."


놀리듯 말하면 킨다이치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상 아래에서 툭 치는 소리가 났다. 킨다이치가 옆에 앉은 쿠니미의 멀쩡한 다리를 손으로 친 것 같았다. 



홀 : 그만해 

짝 : ....



저희 딴에는 조용히 한다고 하는 행동이겠지만 카게야마의 귀에는 다 들렸다. 킨다이치가 치자 쿠니미도 지지 않고 킨다이치를 건드린다. 굳이 보이지 않아도 투닥거리는 모양새가 뻔했다.


"너희 둘 다 그만해."


카게야마가 말리자 드디어 멈췄다. 킨다이치가 억울한 듯 말했다.


"폐하. 섭정에게 혼을 좀 내십시오. 폐하께서 잘 해주시니 끝을 모릅니다."

"폐하. 장군의 잔소리가 늘어서 제가 늘 골치입니다."


둘 다 폐하, 폐하 하며 말하는 걸 듣고 있으니 조금 그리워졌다. 카게야마는 썩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빈 잔을 내밀었다.


"너희 둘 다 내 잔이 빈 것도 몰랐으니 그만해라."


유자차를 더 줘. 라고 말하면 킨다이치가 서둘러 일어섰다. 모처럼 온 섭정궁은 유년을 떠올리게 하여, 금방 떠나기 아까울 정도였다. 



쿠니미 아키라 

○: 36 (+3)

◇: 37

카게야마 토비오 

□: 32 (+3)


킨다이치 유타로

○: 30 (+3)

◇: 30

카게야마 토비오 

□: 21 (+3)



거의 점심때를 지나고 나서야 카게야마는 섭정궁을 나왔다. 다리가 아픈 쿠니미가 킨다이치를 따라 카게야마를 배웅했다.


"폐하. 살펴가십시오."


몇 발자국이나 된다고.. 또 타박을 하려던 카게야마는 킨다이치와 쿠니미의 얼굴을 보았다. 오랜만에 둘 다 기분이 좋아보였다. 카게야마 또한 그랬다.


"..그래. 너희도 어서 들어가."


고분하게 인사를 받아준 후 단패궁으로 돌아오면 상궁이 호들갑스럽게 카게야마를 맞이했다.


"마마. 선물이 왔습니다. 식사 전에 보시지요."

"어느 분께서?"



쿠니미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킨다이치 유타로

2 : 우시지마 와카토시

3 : 오이카와 토오루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히나타 쇼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 0 : 리레주 지정



오이카와님께서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라고 말하면 카게야마는 반지를 먼저 떠올렸다. 오이카와가 보내주었던 반지는 예뻤지만 무거워서 도무지 손에 익지 않았다.


"서궁에서 또 예쁜 보석을 보내주셨을까요."


상궁이 더욱 들떠 말했다. 카게야마는 상궁에게 함을 받아 열어보았다.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오이카와 것과 같은 카게야마 맞춤 활


함을 열자 카게야마의 손이 떨렸습니다 



카게야마는 얼른 함에서 활을 꺼냈다. 오이카와의 것과 같은 모양이었지만 언젠가 들었던 그 활보다는 가벼웠다. 상궁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번에는 아름다운 반지를 주시더니."

"이건 그 반지보다 더 귀한 물건이다."


카게야마는 화살 없이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마치 카게야마 자신의 몸처럼 딱 맞았다.



주사위를 굴려 카게야마의 호감도를 정합니다 : 14


30 이하 : 호감도 1 

60 이하 : 호감도 2

90 이하 : 호감도 3

99 이하 : 호감도 4



정말로 마음에 드는 활이었다. 카게야마는 계속 만져보았다. 그러나 이 활을 제대로 다루려면 오이카와에게 가르쳐달라고 해야할 것이다. 일부러 신경써서 활을 보내주셨는데, 가르쳐달라고까지 말하면 귀찮게 여길지도 몰랐다.


"글쎄요.."


상궁은 카게야마의 말을 듣고 살짝 의뭉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마마, 섭정궁에서 유자차를 받아왔으니 식사 후에 올리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일부러 섭정궁 쪽에서 챙겨주셨으니 드십시오. 상궁의 말에 듣던 카게야마는 그만 오이카와에게 서신을 보내는 것을 잊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 44 

◇: 33


카게야마 토비오 

□: 35 (+1)



카게야마는 아쉽게 활을 만지작거렸다. 제대로 다뤄보고는 싶지만 오이카와가 성가시다고 말할 것이 두려웠다. 그래도 이렇게 신경을 써주셨으니 감사한 일이었다. 다음에 만나면 슬쩍 물어나봐야겠다고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활을 한 곳에 세워두면 네코가 다가가 삭삭 핥았다. 


"하지마."


카게야마는 네코를 안아올렸다. 오늘 오랜만에 안아보는 강아지는 여전히 따뜻했다.


"저건 핥는 게 아니니 건드리지 말거라."


손가락으로 활을 가리키며 말하자 네코는 혀를 내밀어 그 손을 핥았다.



1~3 : 강아지와 밤산책을 했다

4~6 :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저녁을 먹은 후 자리에 누울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상궁이 카게야마에게 손님이 온 것을 알렸다.


"마마. 아직 잠자리에 드시면 안됩니다."

"누가 오시기라도 하느냐."


상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츠키시마님께서 오셨다고?"


카게야마는 오늘 아침에 봤던 츠키시마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이를 드러내며 킥킥 웃었다.


"다음 번에 뵙겠다고 했는데, 오늘 또 보게 되었구나."

"..마마. 그렇게 웃지 마십시오.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으셔야 합니다."

"내 마음대로 웃지도 못한다니 내가 왜 사는 지 모르겠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들어오던 츠키시마가 카게야마의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왕님. 표정이 왜 그래?"

"아..아닙니다. 츠키시마님.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홀 : 보자며? (호감도 +1) 

짝 : 오늘은 (위험도 +1)

0 : ...달이 밝아서



"보자고 했잖아?"


츠키시마는 털썩 앉았다. 카게야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오늘이었습니까?"

"왕님. 싫어?"

"..싫은 건 아니지만. 츠키시마님께서 그런 일을 신경쓰실 거라곤."


츠키시마의 눈썹이 위로 슬쩍 들렸다. 


"신경 써."

"예?"

"며칠이나 북궁에 안 왔잖아. 신경 써야지."

"...."

"그러면 왕님이 언제 또 북궁에 계속 와줄 지도 모르고."


한 동안 북궁에 들락날락하던 여자가 오지 않자 히나타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신 또한 오늘 카게야마가 어디를 갔는지 살피게 되는 것이다. 츠키시마는 고개를 갸웃하는 카게야마를 물끄러미 안경 너머로 보았다. 안경이란 참 좋은 물건이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보고 있는지 숨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홀 : 히나타에 대해

짝 : 카라스노에 대해 

0 : 츠키시마에 대해



지난 번 서궁에서 카게야마는 분명히 오이카와의 말을 들었다. 카라스노들은 그다지 신용이 안 가. 후계자들끼리 대놓고...밤이 되면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더 이상 추측만으로 북궁을 대하고 싶지 않았다.


"츠키시마님."

"왜."

"키타가와에 오시기로 했던 건 히나타 다이고님이셨습니까?"


갑자기 물어본 질문에 츠키시마의 눈이 커졌다가 곧 사그라들었다.


"역시 섭정궁이 왕님에게 말을 했나보네."

"숨겨야했나요?"

"숨기고 싶었지."


츠키시마는 카게야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안경이 불빛에 반짝였다. 가까이 오면 오히려 표정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카게야마는 뚫어져라 츠키시마의 입술을 쳐다보았다.


"형제의 피를 손에 묻힌 채로 구애를 한다면 히나타를 꺼릴 게 분명하잖아."

"..3황자라는 것은 그러면."

"정확히는 3황자도 아니야."


츠키시마는 중얼거렸다.


"다이고가 1황자와 2황자를 죽였으니, 실제로는 1황자 자격이었겠지."

"...."

"무사히 키타가와에서 카라스노로 돌아왔다면 말이야."


이 세계에서 핏줄은 중요했다. 그랬기에 카게야마는 이 단패궁 안에 있는 것이다. 나라 전체가 침략당하지 않는 이상 왕가의 피는 계승되어야했다. 카라스노같은 성국은 특히나 더욱 그러할 것이다. 카게야마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째서..?"

"...뭐가?"

"어째서 형제를 죽여야만 합니까?"

"그야 모두가 황제가 되고 싶어하거든. 왕님. 왕님이 남장을 하고 왕위에 올랐듯이."


시라토리자와는 애초에 한 명의 자식만을 두어 파벌싸움을 막았다. 아오바죠사이와 네코마는 여러 아이를 낳아 가장 먼저 능력이 개화된 아들을 후계자로 둔다. 나머지 자식들은 아오바죠사이의 경우 국외로 쫓아냈고, 네코마는 그들을 가신으로 두었다. 카라스노 또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만큼 계속 낳게 했다. 그러나 카라스노는 혹독한 겨울의 나라. 발현시기와 상관없이 가장 강한 자임을 입증해야했다.


"카라스노의 풍습이야."


츠키시마는 간단히 정리했다. 더 묻고 싶은 것들이 있었으나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쉽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말했다.


"대답을 피하실 줄 알았어요."

"짐작하고 있었어."


츠키시마는 탁자 위를 손가락으로 토도독, 두드렸다.


"섭정이 수상쩍게 구는 게 왠지 말했을 것 같았거든."

"수상쩍은 건 북궁이세요."

"그래. 이제 다 말했으니까 됐지?"

"...."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떠올렸다. 언제나 웃는 얼굴.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히나타가 누군가를 죽였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비난할 자격은 자신에겐 없었다.


"저 또한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

"그런 일로 꺼리진 않아요."

"대단하네. 왕님은."


짧게 중얼거리던 츠키시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숨기자고 한 건 나야. 여자들은 피비린내나는 이야기따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어."

"저도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러니 히나타는 미워하지 마."

"...츠키시마님은 미워해도 되나요?"


무심코 물어보면, 츠키시마는 얼굴을 찡그리듯 웃었다.


"그러던가."



츠키시마 케이 

○: 42 (+2) 

◇: 29

카게야마 토비오 

□: 32 (+2)



카게야마는 츠키시마를 배웅하기 위해 따라 일어섰다. 달이 참 크네, 츠키시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따라나온 카게야마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큰 달이 떠 정말로 밝은 밤이었다. 그 아래 선 츠키시마의 머리카락이 금빛으로 빛났다. 카게야마의 입이 열렸다.


"츠키시마님은 밤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내가? 어둡단 뜻이겠군."

"달처럼 밝단 뜻이었습니다."


츠키月가 들어가서 그런가요? 카게야마의 물음에 츠키시마는 말없이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왕님. 그런 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제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아니야."


츠키시마는 인사를 하고는 걸어갔다. 카게야마 또한 단패궁으로 돌아가다가, 시선을 느껴 등을 돌린다. 츠키시마가 카게야마의 등을 쳐다보다가 움찔거렸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 츠키시마는 조금 급하게 단패궁을 나갔다.


"네코."


궁 안에 들어온 카게야마가 네코를 불렀다. 바닥에서 졸던 네코가 비틀거리며 카게야마에게 달려왔다.


"같이 자자."


강아지를 데리고 침상에 올라가면 벌써 밤이 늦었다. 꼬물거리며 네코가 몸을 붙였다. 잊었던 아픔이 다시 밀려온다. 양 다리를 꽉 붙인 카게야마는 끙끙거리며 이불을 덮는다. 주인이 신음하자 네코가 부드럽게 카게야마의 얼굴을 핥아주었다.


"아픈 곳에는 침바르면 낫는다는데, 네가 핥아주니 괜찮은 것 같아."


그러면 말을 알아들은 듯 네코가 더 열심히 카게야마를 달랬다.



8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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