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바죠사이는 듣던 대로 무척 컸다. 인질이나 다름없이, 교육이란 명목으로 끌려온 왕자들은 기가 죽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린 카게야마는 품에 짐을 직접 끌어안고서, 오이카와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국의 왕자를 환영한다며 직접 쏘아올린 화살은 매끄럽고 강력하게 멀리 있는 과녁을 뚫었다. 저 사람처럼 강해지고 싶다, 그러면 나도. 카게야마는 열망에 사로잡혀 간절하게 오이카와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때 누군가 카게야마의 어깨를 잡았다.
"야."
제각각 무리를 지어있던 왕자들은 만만하게 보이는 사냥감을 건드렸다.
"너 어디 출신이야?"
"..키타가와 입니다."
"아. 그 키타가와."
그러며 왕자들은 저희들끼리 낄낄 웃는다. 너희..왕.....어린 카게야마는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는 맑고 푸른 눈으로 왕자들을 응시했다. 방어할 수 없는 어린 짐승을 괴롭히는 죄책감이라도 든 것일까. 그것을 숨기려 왕자들은 카게야마에게 더욱 짓궂게 말했다.
"어린데 버틸 수 있겠어?"
"아오바죠사이의 교육은 무척 힘들다더라."
"너같은 어린애가,"
"너희. 뭐야."
비웃던 왕자들이 웃음이 멈췄다. 카게야마는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험상궂게 얼굴을 찌푸린 아오바죠사이의 무관이 왕자들에게 꾸짖듯 말했다.
"벌써부터 파벌이나 만드는 거야? 어린 놈들이 제법이네. 아오바죠사이에서."
"죄, 죄송합니다!"
"..너희 얼굴 봐뒀어."
으어, 으, 이상한 신음을 흘리던 왕자들은 꾸벅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무관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카게야마 쪽으로 무릎을 굽혀 살펴본다. 카게야마는 남자의 얼굴을 기억했다. 아오바죠사이의 오이카와 옆에 서 있던 어린 무관이었다. 어린데도 무관의 옷을 입고 있으니 인상깊었다.
"너... 괜찮아?"
"예. 감사합니다."
"그래. 씩씩하네."
혹시나 카게야마가 울지는 않을까 걱정했는지 한결 마음이 놓인 얼굴이었다. 카게야마의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무관은 몸을 세웠다.
"나는 이와이즈미 하지메다. 곤란한 일이 있으면.. 말해. 어려보이는데."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 라는 성을 곱씹어보고는 얼른 고개를 숙여 다시 인사했다.
"이와이즈미님. 감사합니다."
"정말 씩씩하네. 이름이?"
키타가와의 카게야마 토비오입니다. 이와이즈미님. 이름을 말하려던 카게야마는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면 단패궁.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궁 안에 비치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손으로 제 머리를 긁적였다.
"..갑자기 이게 무슨 꿈이야."
이와이즈미 하지메에 대한 호감도가 50이 넘었으므로 카게야마가 이와이즈미의 꿈을 꾸었습니다
간밤에는 이와이즈미의 꿈을 꾼 것 같았다. 아직도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얼굴이 생생했다. 카게야마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히나타가 오기 전까지 시무룩했던 카게야마를 기억하던 상궁이 의아하게 물었다.
"마마. 어디서 좋은 소식이라도 들으셨습니까."
"아침인데 무슨 말이냐. 잠이 덜 깼군."
"...그것이 아니오라."
상궁은 수상하게 여기는 눈으로 카게야마의 식사시중을 들었다. 그러다가 결국 또다시 묻는다.
"마마. 혹시 무슨 사고를 치신 것은 아니시지요?"
"네 말이 참 고약하군. 날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냐."
카게야마는 상궁이 먹기 좋게 잘라둔 두부를 마구 으깨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카게야마는 당연히 서궁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곧 발걸음이 멈췄다. 오늘따라 화사해보이는 카게야마가 머뭇거리자 상궁이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남궁에 가야겠다."
"..어제 돌아오셔선 피곤해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좋은 분들이니 서먹하게 있는 것은 싫군."
어제 하루종일 우울했던 것은 쿠로오와의 대화 때문이었다. 카게야마는 유난히 말이 없던 코즈메도 신경쓰였다.
"..남궁에 갈래."
입술을 삐죽 내민 카게야마는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했다.
홀 : 쿠로오
짝 : 코즈메
네코가 따라가고 싶어 요란하게 뛰어다녔다. 겉옷을 입자 문쪽으로 먼저 가 작은 발로 박박 긁어댄다. 카게야마는 그런 강아지를 보며 웃었다.
"같이 갈까."
"마마. 짐승까지 데리고 가시는 건.."
"이 녀석도 좀 뛰어놀아야지."
가는 길목마다 꽃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코는 여기저기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남궁에 도착하니 웬일로 코즈메가 나와있어, 카게야마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코즈메님을 뵙습니다."
"..안녕."
"밖에 나오신 모습은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코즈메의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이마를 쓸었다가, 뒤로 넘어간다. 깨끗하고 하얗게 드러난 이마가 예쁘다고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홀 : 사실은
짝 : 네코
"..들어가도 될까요?"
말없이 서있는 코즈메에게 카게야마가 물었다. 코즈메는 카게야마 발치의 네코를 확인했다. 한 동안 데리고 오지 않더니 오늘은 데리고 왔다. 동물이 있으면 아무래도 공기가 부드러워지기 마련이다. 카게야마가 그걸 노리고 데려왔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변화가 무척 코즈메는 신경쓰였다. 코즈메는 눈치를 보는 카게야마를 불렀다.
"카게야마."
"예."
"사실은.. 어제 그렇게 보내서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어."
"..갑자기, 왜 코즈메님께서 사과를 하세요."
카게야마는 어쩔 줄 몰라 고개를 저었다.
"제가 쿠로오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 같고, 그래서 저는."
"쿠로 말을 들어봤어. 쿠로가 잘못한 게 맞아."
"...."
"기분이 좀 안 좋았던 모양이야. 화풀이였을 테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카게야마는 불편한 기색이 남아있었다. 코즈메는 살짝 웃었다.
홀 : 호수에
짝 : 들어갈래?
"들어갈래?"
카게야마가 어깨를 움찔했다.
"쿠로오도 기다리고 있을 걸."
"...정말요?"
"응. 들어가자."
코즈메는 발치에서 왔다갔다하는 네코를 안았다.
"가자."
"...코즈메님은 참 친절하세요."
"..그다지.."
네코만이 시끄럽게 꼬리를 흔들었다. 카게야마가 도로 달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그것만은 코즈메가 들어주지 않았다.
*
드러누워있던 쿠로오는 고개를 젖힌 채 마마님? 하고 카게야마를 불렀다. 카게야마 정면으로 쿠로오의 머리꼭지가 보였다. 코즈메는 네코를 아래에 내려두고 말했다.
"쿠로. 일어나."
"피곤한데.."
카게야마는 느슨하게 풀어진 모습의 쿠로오를 보고 침을 꼴깍 삼켰다. 그렇게 편하게 느껴졌던 사람이 오늘따라 어려웠다.
홀 : 일어나 주세요
짝 : 어쩔 수 없지요
장난을 쳐도 카게야마가 기분이 나쁘지 않을 정도만 건드리던 남자였으나, 오늘은 심기가 상해보였다. 어제의 대화 때문일까. 코즈메님은 카게야마가 나쁘지 않았다고 말해주었어도 쿠로오의 생각은 달라보였다. 이대로 돌아가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건 결국 도망치는 것이다. 여기서 물러서면 카게야마는 앞으로 편하게 남궁에 올 수 없을 지도 몰랐다.
"..그래도 일어나 주세요. 쿠로오님."
"왜?"
자리에 누워 눈만을 위로 올린 쿠로오가 간지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차피 마마님은 내 얼굴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일어 나세요."
카게야마의 말에 쿠로오가 커다란 짐승처럼 천천히 일어났다.
"보고 싶어?"
"..누워계시면 얼굴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음. 마마님은 내가 보고 싶었구나."
부드럽게 말하는 목소리는 꽤나 만족스럽게 들렸다. 카게야마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쿠로오는 으르렁거렸다.
"이 놈. 여기에 그만 오라고 했지."
네코는 쿠로오가 내민 손을 거절하며 궁의 구석으로 뛰어갔다. 근처에 앉아있던 산쇼쿠가 깜짝 놀라 털을 세웠다.
*
코즈메가 직접 차를 따라주었다. 감사 인사를 한 후 마시는데 쿠로오가 카게야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카게야마는 조금은 편한 어조로 물었다.
"..쿠로오님. 계속 쳐다보고 계세요."
"마마님도 내가 엄청 신경쓰였나보네."
"예?"
"어제도 오고 오늘도 오고."
카게야마의 입술이 달싹이다가 멈췄다. 사실이니 반박할 말이 없었다.
홀 : ..(끄덕)
짝 : ..네코. 이리 와
반박할 말은 없으니 딴청을 부리게 되었다. 카게야마는 구석에서 산쇼쿠와 노는 네코를 불렀다.
"네코. 이리 와."
손을 뻗으면 한결 가벼워진 옷이 올라가 팔뚝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발톱에 할퀸 상처가 남아있었다.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 코즈메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 궁에 고양이는 오직 한마리 뿐이었다.
"카게야마. 어제 혹시 산쇼쿠가 긁었어?"
코즈메의 물음에 네코를 안아든 카게야마가 얼른 팔뚝을 가렸다.
"아, 그게."
"마마님 몸에 산쇼쿠가 흉을 냈다고? 어디 봐."
쿠로오가 다가와 카게야마의 손목을 잡았다. 옷을 내리면 희미하게 붉은 줄이 그어져있다.
1~3 : 아팠겠다
4~6 : 약 발라줄까
7~9 : 왜 말을 안 했어 (위험도 +2)
0 : 혼내야겠네 (위험도 +2)
"우리 고양이가 마마님한테 상처를 냈으니 어쩌지."
여기저기 팔뚝을 살피며 쿠로오가 혀를 찼다. 코즈메는 산쇼쿠의 발톱을 깎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산쇼쿠는 앞발을 코즈메에게 잡힌 채 처량하게 울어댔다.
"그저 긁힌 것 뿐입니다. 이젠 아프지 않아요."
오히려 카게야마가 당황해 고개를 저으면 쿠로오의 한쪽 눈이 깜박였다.
"약 발라줄까?"
"제가 궁에 돌아가면 궁녀들에게,"
"약 좀 가져와줘."
시중들기 위해 기다리던 궁녀들이 서둘러 연고갑을 가져왔다. 손가락에 듬뿍 연고를 퍼낸 쿠로오를 카게야마는 열심히 말렸다.
"그렇게 많이는 필요없습니다!"
"사과해야할 일이 있으니 듬뿍 발라줘야지."
"쿠로오님. 괜찮아요!"
"마마님 몸에 상처를 남길 순 없어. 어제 발톱 가진 놈들이 둘 다 말썽이었군."
쿠로오의 뒷말은 카게야마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괜찮아요, 괜찮, 까지 말해도 연고가 팔뚝에 번들번들 발라졌다. 끈적거리는 연고가 스며들 때까지 쿠로오는 카게야마의 팔을 잡고 문질렀다.
"다 됐다. 그리고 이건 마무리.
쿠로오는 잡고 있던 손목을 당겨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깜짝 놀란 카게야마가 손을 빼내자 코즈메가 쿠로, 그만해. 하고 타박했다.
쿠로오 테츠로
○: 41 (+2)
◇: 24 (+1)
카게야마 토비오
□: 40 (+2)
코즈메 켄마
○: 31 (+1)
◇: 20
카게야마 토비오
□: 35 (+2)
"마마님. 귀엽네. 일부러 신경쓰여서 찾아온 것 좀 봐."
"그걸 알면서 놀리긴."
코즈메는 산쇼쿠의 발톱을 깎으며 말했다. 틱틱 튕겨나간 발톱이 바닥에 튀자 궁녀들이 서둘러 치웠다. 쿠로오는 제 쪽으로 튕겨나온 발톱을 집었다. 날카로운 발톱 어딘가엔 카게야마의 피가 묻어있을 것이다.
"내 발톱엔 상처나지 않게 조심하면 되잖아."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내가 다 깎아버릴 거야."
코즈메는 고양이를 놓아주었다. 오랜만에 발톱을 깎인 산쇼쿠가 신발을 신은 듯 어정어정 뛰어갔다.
*
네코와 함께 단패궁에 돌아온 카게야마는 약냄새가 난다는 상궁의 말에 팔을 보여주었다. 긁힌 상처에 비해 과할 정도로 많이 발라진 연고 덕에 카게야마의 팔이 빛날 정도였다. 상궁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남궁 분들께서 발라주셨다구요?"
"응."
"..참 많이도 발라주셨습니다."
약냄새가 독한 모양인지 네코가 카게야마를 낯설어했다. 다리 위에 올리면 자꾸 뛰어내려간다. 카게야마는 네코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나 조금 우울해졌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이리 와."
네코를 부르면 오려고 하다가도 냄새가 싫은지 고개를 돌려 피했다. 카게야마가 어르고 달래도 오지 않는다. 심술이 나서 덥석 안으면 네코의 꼬리가 카게야마의 팔 아래에서 팔랑거렸다.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주인의 품은 좋지만 주인의 냄새는 싫은 강아지는 혼란스러워 계속 꼬리만 흔들었다.
홀 : 손님이 찾아왔다
짝 :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고집스럽게 계속 끌어안았다. 약을 바른 팔을 피해 네코가 킁킁 파고들었다. 모처럼 조용한 오후였다. 네코를 데리고 다른 곳을 돌아다녀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굳이 이 정적을 깨고 싶지도 않았다. 카게야마는 네코의 조그만 머리를 쓰다듬었다. 궁녀들이 카게야마가 먹을 간식과 네코의 밥을 가져왔다.
"줄까?"
바닥에 내려놓고 카게야마는 마른 육포를 강아지의 코앞에서 흔들었다. 왕왕! 애가 탄 네코가 폴짝거리며 뛰었다. 카게야마는 웃으며 한 입 먹여주고는 자신도 간식을 먹었다.
"마마. 곧 저녁을 드셔야하니 많이 드시면 안 됩니다."
상궁이 방의 정리를 하다가 참견했다. 카게야마는 모른 척 간식을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1~3 : 강아지와 밤산책을 했다
4~6 :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계속 궁 안에서 뒹굴거리고만 있으니 몸이 찌뿌듯했다. 저녁을 먹은 카게야마가 나가볼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상궁이 네코를 내보내며 말했다.
"마마. 손님이 오셨습니다."
"오늘도?"
"마마를 찾으시는 분이 많으십니다."
상궁은 살짝 뿌듯한 얼굴이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코즈메님께서?"
오늘 아침에 뵈었던 분이 또 오셨다니 급한 일인가 싶었다. 카게야마는 얼른 코즈메를 모시게 했다. 저번에 왔을 때 있던 고양이는 오늘 없었다.
"코즈메님. 무슨 일이십니까."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카게야마가 물었다.
홀 : 산쇼쿠.. (호감도 +1)
짝 : 그냥.. (위험도 +1)
0 : 궁금해
조금 편하게 대해줘도 좋겠지만 카게야마는 늘 자신에겐 과할 정도로 예의를 차렸다. 그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코즈메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카게야마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그냥?"
"..인사나 하러 온거라, 방해였어?"
"아, 아닙니다."
어서 앉으라고 권하면 코즈메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차와 간식을, 이라고 말하려던 카게야마는 궁녀에게 차만을 부탁했다.
홀 : 쿠로오에 대해
짝 : 네코마에 대해
0 : 코즈메에 대해
점잖게 차를 마시는 코즈메가 입은 옷은 카게야마의 것보다 두꺼워 보였다. 네코마는 따뜻한 나라이니 카게야마가 느끼는 것보다 좀 더 겨울이 춥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곧 코즈메 또한 키타가와의 봄을 알게 된다. 카게야마는 어서 날이 따뜻해졌으면 했다.
"코즈메님."
"응."
"전에 네코마의 한파에 대해 말해주신 적이 있어요. 그렇게 춥나요?"
"...."
"키타가와의 겨울보다 춥습니까?"
백년만의 추위라고 들어도 제대로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물으면 코즈메는 조금 웃었다.
"춥다는 건, 날씨만을 말하는 건 아니야."
"예?"
"제대로 방비를 안 한 곳은 물자가 부족해지고, 교통이 끊겨. 나라 전체가 마비 돼."
"..왜 방비를 안 하지요?"
"우리의 건물과 길은 모두 따뜻한 날씨에 맞게 정비되어 있어."
전체를 보수하려면 돈이 많이 들거든. 결국 그게 문제야. 코즈메의 말에 카게야마를 고개를 끄덕였다.
"백년이라고는 해도 어느 때에 추위가 닥칠 지 모르니.. 황제께서 제대로 손을 보지 않으시는군요."
"자신의 치하가 아닐 때의 일에 국고를 낭비하려고 하겠어."
그러니까 그 난리가 나서.. 코즈메는 입을 다물었다. 카게야마는 곰곰히 생각했다. 계속 후대로 미루면 외상이 쌓이는 동안 내상도 쌓이기 마련이었다. 한파가 닥칠 동안엔 네코마 내부에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상당한 권력다툼이 있을 것이다. 성국이라고 다 이상적인 통치를 하는 건 아니구나. 카게야마는 왠지 납득이 되었다.
"그래도 쿠로오님께서 다음 황제가 되시면 코즈메님이 도우실 테니까, 걱정 없겠습니다."
카게야마는 웃으며 코즈메에게 말했다. 심각한 얼굴이었던 코즈메는 카게야마의 말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
"그렇게 되실 거에요."
"...."
카게야마가 힘주어 다시 한 번 말했다.
코즈메 켄마
○: 32 (+1)
◇: 20 (+1)
카게야마 토비오
□: 37 (+1)
"저기."
코즈메는 떠나기 전 생각났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산쇼쿠 말이야. 발톱 깎았어."
"발톱을..."
"긁혔잖아. 어제 말했으면 바로 약을 줬을 텐데."
코즈메는 카게야마의 가려진 팔로 힐끔 눈을 내렸다. 카게야마가 얼른 소매를 걷어 코즈메에게 보여주었다.
"코즈메님. 약이 잘 들어서 괜찮습니다."
"...다행이다."
상처 주위가 살짝 부어있던 살갗은 금방 가라앉아 이제는 흔적도 잘 보이지 않았다.
"코즈메님께서 알아봐주신 덕입니다."
"....애초에 긁어놓은 건 산쇼쿠잖아. 그런 말 해봤자."
코즈메는 멋쩍게 부정했다. 나가는 코즈메를 따르며 카게야마는 작은 남자의 등을 보았다. 호리호리한 작은 몸 속에 든 것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라, 카게야마는 코즈메가 더욱 좋아졌다.
"코즈메님. 안녕히 가세요."
어두운 밤 코즈메가 천천히 단패궁을 떠났다. 배웅을 하고 돌아온 카게야마는 얼른 상궁에게서 네코를 받았다.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단 말을 했다."
카게야마의 말에 상궁이 미소지었다.
"마마. 그러지 않으셔도 조금만 기다리면 봄입니다."
왠지 공기가 축축하게 느껴졌다. 카게야마는 침상에 올라가 눈을 감았다. 투둑, 투둑, 하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리다가 툭툭 툭 비로 내렸다.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할 정도로 소란스러운 빗소리였다.
12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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