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기분 좋은 정도의 나른함이 카게야마의 몸을 감쌌다. 일어나고 싶지 않아. 조금만 더.. 베개에 얼굴을 비벼보다가 눈을 뜨면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들어왔다. 깊게 고민하는 표정의 이와이즈미는 잠든 사람 같지 않다.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문득 이불 속을 걷어보았다. 어제 그대로 깍지가 껴진 손은 단단해서 풀리지 않는다. 그리고 풀고 싶지도 않았다. 카게야마는 자유로운 손으로 이와이즈미의 눈 앞을 휘휘 흔들어보았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는다.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몸 쪽으로 제 몸을 붙였다.
"이와이즈미님."
일어나세요. 킥킥 웃으며 잡힌 손을 흔들면 이와이즈미가 부스스 눈을 열었다. 바로 눈 앞에 와있는 카게야마를 보고 놀란 듯 하다가 천천히 날카로운 눈이 휘어진다.
"카게야마.."
"이와이즈미님. 아침이에요."
"...아침인데 왜 예쁘지."
이와이즈미는 잠이 깨지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부끄러운 말에 카게야마가 폭 이와이즈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손깍지는 풀지 않은 이와이즈미가 다른 손으로 카게야마를 끌어안았다.
"카게야마. 추워?"
"안 추워요."
"추워야 이렇게 더 있을 텐데."
머리 위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는 다정한 그 품에서 오랫동안 어리광을 부렸다.
*
애정이 담뿍 담긴 눈이 카게야마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카게야마 또한 수줍어 이와이즈미와 눈을 맞췄다. 원래도 다정한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유난히 마음을 간질이는 부분이 있었다.
"몸이 불편할 테니 나오지 마."
"그래도.."
카게야마가 어렵게 침상에서 내려오려 하면, 이와이즈미는 역시나 말렸다.
"조금이라도 쉬었으면 좋겠어."
"아까 많이 쉬었어요. 이와이즈미님이랑."
따뜻하게 안겨 있으니 온 몸이 노곤해지고 편안해졌다. 카게야마의 말에 이와이즈미는 싱긋 웃었다.
"또 보면 되잖아. 내가 가는 게 좋아?"
"아..아니에요!"
"그러니까.. 누워 있어."
상궁이 무어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어쩐지 민망한 기색이었다. 카게야마는 결국 손수 이와이즈미가 덮어주는 이불을 받았다. 어깨까지 올려진 이불은 이와이즈미의 품만큼 따뜻했다.
카게야마의 이와이즈미에 대한 호감도가 50을 넘었으므로, 문안인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에게 이와이즈미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후의 수치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다만 오늘 만난 상대의 위험도가 선택지에 따라 +3 혹은 +5 로 오르게 됩니다. 카게야마의 호감도는 전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와이즈미를 만날 경우 이 사항은 사라집니다.
왠지 이와이즈미에 대한 생각 밖엔 할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기분 좋은 얼굴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상궁이 카게야마의 어깨를 주무르며 물었다.
"이와이즈미님이 잘 해주시나봅니다."
"이와이즈미님은 늘 다정하시니 좋구나."
"그러면 마마께선 이와이즈미님께 마음이..?"
"음?"
카게야마는 생글생글 웃다가 상궁을 쳐다보았다. 이성적인 호감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에게 잘해주어서 느끼는 호감인지 상궁은 구분할 수 없었다. 아마 자신의 주인 또한 구분짓지 않았을 것이다.
"아닙니다."
"..? 네코. 이리 와."
발치에서 재롱을 부리던 강아지가 얼른 카게야마의 허벅지 위로 올라왔다. 옳지, 옳지, 쓰다듬는 얼굴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서궁에 가서 이와이즈미를 보고 싶다는 카게야마를 상궁이 말렸다.
"마마. 어젯밤 보셨는데 또 보러가시면 사람들이 흉을 볼 것입니다."
"왜 그렇지?"
"....아무튼 오늘은 안됩니다. 제 목을 치십시오."
"그런 말을 할 거면 칼을 가져와라."
카게야마는 상궁의 만류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아도 상궁이 도무지 틈을 주지 않자, 결국 카게야마 쪽이 손을 들었다.
"그러면 남궁에 갈까."
"동궁에는 영 안 가십니다."
"바쁘실 테니 다음에 가겠다."
"...."
남궁을 가는 카게야마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남궁에 도착하니
홀 : 쿠로오
짝 : 코즈메
유독 밝은 얼굴의 카게야마를 보고 쿠로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단패를 뽑은 다음날 웃으며 돌아다니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럴만한 이유는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쿠로오는 모른 척 물었다.
"마마님. 오늘따라 예쁜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예?"
"에이, 주위에 꽃이 핀 것 같단 말이지."
"그런가요?"
카게야마는 제 옆을 둘러 보았다. 쿠로오가 크게 웃었다.
"마마님. 정말 꽃이 폈단 이야긴 아니야. 기분 좋아보인단 뜻이었어."
"...기분..좋은가.."
가볍게 던진 말에 카게야마는 단숨에 걸려들고 만다. 쿠로오는 윗입술을 혀를 내밀어 살짝 핥았다.
홀 : 어제
짝 : 이와이즈미가
정원에서 검을 휘두르던 중이었다. 평소같았다면 카게야마는 신기한 듯 다가와 쿠로오에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다른 생각에 푹 빠진 것처럼, 자신을 앞에 두고도 계속 의미모를 웃음만 보여주고 있다.
"이와이즈미..였나."
쿠로오는 손에 든 검을 검집에 도로 넣었다. 이와이즈미의 이름이 불리자 카게야마가 고개를 들어 쿠로오를 쳐다보았다.
"이와이즈미, 숙맥처럼 생겼던데 마마님이 엄청 만족했나봐."
"예?"
"그렇게 웃으면 궁금해지잖아."
"...."
"마마님을 어떻게 만족시켜줬을까. 나도 궁금하네."
그 동안 쿠로오가 단패에 대해 관심이 많았으나, 이토록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어떤 분노나 화보다는 그저 당황스럽기만 하다. 카게야마는 슬쩍 남궁 쪽을 쳐다봤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쿠로오가 보내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홀 : ...짠 (위험도 +3, 카게야마 호감도 +0)
짝 : 그러니까 (위험도 +5, 카게야마 호감도 -3)
"..그러니까, 마마님."
한 발자국 다가온 남자의 그림자에 의해 온 몸이 가려졌다. 어둠 속에서 카게야마는 눈을 간신히 들었다. 평소에는 늘 웃어주기만 하던 쿠로오의 얼굴이 오늘따라 낯설었다. 웃고 있으나 웃지 않는 눈은 무서울 뿐이었다. 뒤로 물러서려 하면 쿠로오의 손이 어깨를 잡아당겼다.
"그러니까.. 응?"
"쿠로오님."
"혹시나 내가 엄청 궁금해지면.. 그럴 수도 있잖아."
"..놔주세요."
"꼭 단패 뽑아야만 마마님 보러갈 수 있는 건가?"
"...."
"난 아닌 것 같은데."
쿠로오가 잡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것은 기싸움이다. 카게야마는 피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서 쿠로오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왜 자신에게 화를 내는지 카게야마는 알지 못했다. 웃고 있는 쿠로오를 쳐다보면 울컥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마마님 눈 이렇게 보니까 되게 파랗네."
한참을 노려보고 있으니 쿠로오가 손을 놓았다. 카게야마는 이번에야말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쿠로오가 뒷머리를 긁었다.
"마마님. 또 나 싫어하는 거 아냐?"
".....오늘 이상하세요."
"그게 아니라 마마님이 날 이상하게 만들었지."
쿠로오는 절레 절레 고개를 흔들고는 남궁으로 들어가보라고 말했다. 카게야마가 앞섰지만 쿠로오는 따라오지 않았다. 찜찜한 기분으로 안에 들어가면 코즈메 대신 고양이 산쇼쿠가 카게야마의 뒤를 따랐다.
"...."
안아달라는 것 같았지만 카게야마는 시무룩해진 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코즈메 또한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궁녀들이 알아서 차를 내왔다. 홀짝거리면서 마시는데 산쇼쿠가 다시 카게야마의 근처를 서성거렸다. 하는 수 없이 손을 내밀면 빤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손톱을 세워 긁어버리곤 도망간다. 앗, 카게야마가 얼른 팔뚝을 확인했다. 붉은 줄이 몇 개가 그어져있었다.
홀 : 산쇼쿠
짝 : ...쿠로오는
마침 나온 코즈메는 눈으로 인사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카게야마는 얼른 옷을 내려 팔을 숨겼다. 도망갔던 산쇼쿠가 다시 코즈메에게 돌아왔다.
"...쿠로오는?"
밖에 나가던데. 코즈메가 묻자 카게야마는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쿠로오는 말했으나 카게야마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다.
"...밖에 계속 계신다고 했습니다."
"왜..? 이상하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말투. 코즈메는 또 쿠로오가 카게야마를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첫 만남에서 쿠로오에게 기분이 상한 카게야마는 한 동안 남궁을 오지 않았다. 또 그러면.. 곤란할 것 같았다. 코즈메는 고민하다가 산쇼쿠의 엉덩이를 밀었다.
"카게야마한테 가봐."
"아.."
이번엔 주인의 말을 따라서인지 고양이가 제법 안겨왔다. 그래도 옷 안의 팔뚝은 쓰렸다. 코즈메는 여자의 기분을 달래주는 말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어떤 말을 들었는지도 모르니 괜히 아는 척 하지도 못한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 계속 고양이만 쓰다듬고 있었다.
"...날씨가 제법 풀렸지."
한참 뒤에 코즈메는 카게야마에게 말을 꺼냈다.
홀 : 네
짝 : 그런가요
"그런가요.."
카게야마는 겨우 대답했다. 코즈메는 살짝 짜증이 났다. 도대체 쿠로오는 뭐라고 카게야마에게 말한 거지?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적막만이 감돌았다.
1~3 : ..쿠로오가
4~6 : 저기 (위험도 +2)
7~9 : 산쇼쿠 (위험도 +2)
0 : 화 풀어 (위험도 +3)
"산쇼쿠."
코즈메가 조용히 고양이를 불렀다. 카게야마의 손길에 눈을 감고 있던 고양이가 쪼르르 무릎에서 내려왔다. 다리 위에 있던 따뜻한 것이 사라지자 아쉬웠다. 카게야마는 코즈메를 쳐다보았다. 피곤한 얼굴이었다. 오늘 남궁에 온 건 나쁜 선택이었을 지도 몰랐다.
"코즈메님.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응."
한 동안 기분 좋은 일들로 꽉 차있던 곳이 오늘만큼은 외롭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와도 쿠로오 또한 보이지 않았다.
쿠로오 테츠로
○: 41
◇: 19 (+5)
카게야마 토비오
□: 43 (-3)
코즈메 켄마
○: 31
◇: 18 (+2)
카게야마 토비오
□: 36 (-1)
쿠로오가 남궁 안에 들어오자마자 코즈메가 말을 걸었다.
"카게야마, 왜 기분 상하게 했어?"
"마마님이 안에서도 티를 냈어?"
"...별로.. 심한 건 아니었어."
늘 재잘재잘 말하던 카게야마는 오늘은 입을 다물고서 시무룩한 기색이 역력했다. 코즈메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면 쿠로오는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너무하네. 내가 먼저 건드린게 아니라 마마님이 시작했다니까."
"쿠로가 참았어야지."
"켄마는 나한테 정말 박하구나."
어휴, 한숨을 쉬며 쿠로오가 푹신한 자리에 기대어 앉았다.
*
카게야마는 우울한 얼굴로 단패궁에 돌아왔다. 주인에게 서궁 말고 다른 궁을 권했던 상궁은 초조하게 카게야마의 기분을 살폈다. 말없이 네코만 끌어안고 쓰다듬는 카게야마를 안절부절 못하였다가, 반가운 소식에 얼른 함을 안고 들어왔다.
"마마. 선물이 왔습니다."
"선물..?"
"예. 얼른 보십시오."
이와이즈미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히나타 쇼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0 : 리레주 지정
상궁은 기쁜 얼굴로 츠키시마의 선물이라고 말해주었다.
"츠키시마님, 선물을 보내주신 건 처음이십니다."
"..그랬던가?"
"아이참, 마마. 그런 것도 기억 못하십니까."
함을 받고 망설이는 카게야마에게 상궁이 타박했다.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ㄴ꽃다발
함을 열자 작은 꽃보라가 일었습니다
카게야마는 함을 열어보았다. 눌려있던 안의 공기가 팍 터져나와 꽃잎이 조금 흩날렸다. 색색의 꽃잎이 날리는 것을 본 카게야마는 얼른 안을 들여다보았다. 봄의 꽃밭을 옮겨놓은 듯한 아름다운 꽃다발이 가득 피어 있었다.
"예뻐라. 이런 꽃들을 어디서 구하셨을까요."
상궁이 흐뭇한 목소리로 카게야마의 기분을 북돋으려 애썼다.
주사위를 굴려 카게야마의 호감도를 정합니다 : 23
30 이하 : 호감도 1
60 이하 : 호감도 2
90 이하 : 호감도 3
99 이하 : 호감도 4
아름다운 꽃다발. 향긋한 봄냄새가 물씬 단패궁을 메웠다. 응당 감사의 표현을 해야할 것이었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상궁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화병에 꽂아두거라."
"...마마. 좀 더 즐기시지 않구요."
"...오늘은 그다지.."
서궁에 가지 마시라고 말렸던 장본인은 카게야마가 계속 우울해하자 조용히 물러났다. 잠시 후 궁녀들이 큰 꽃다발을 여럿으로 나누어 화병들 안에 꽂아 왔다. 꽃들에게 잔뜩 둘러싸여 있어도 서운함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쿠로오님과 코즈메님이 보고 싶어서 간 것이었는데, 언제나 편하게 오라고 하던 말씀은 거짓이었나. 카게야마는 한숨을 쉬었다. 몇 번이나 한숨을 쉬자 네코가 걱정스럽게 발치에서 올려다 보았다.
츠키시마 케이
○: 44
◇: 29
카게야마 토비오
□: 34 (+1)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카게야마는 츠키시마가 보낸 꽃잎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부드러운 꽃잎들을 만져보면 향기가 손가락 끝에 묻어나온다. 뒤늦게 카게야마는 자신이 츠키시마에게 어떠한 서신도 보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중에 만나게 되면 감사했다고 말씀드려야지."
그래도 괜찮을까? 하며 다리 위에 있는 네코의 앞발을 잡아당기면 네코가 낑낑거렸다.
1~3 : 강아지와 밤산책을 했다
4~6 :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기운이 없어 일찍 자려고 자리에 누울 준비를 하는데 상궁이 급하게 카게야마를 찾았다.
"마마. 손님이 오셨습니다."
"..어느 분이?"
상궁은 어두운 표정의 카게야마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히나타님께서?"
카게야마가 확인하기도 전에 히나타의 얼굴이 상궁 뒤에서 쏙 나왔다.
"토비오!"
"히나타님. 이 밤 중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응? 그거야,"
히나타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홀 : 보고 싶으니까 (호감도 +1)
짝 : 오랫동안 (위험도 +1)
0 : 밖에 나갈래?
"그거야 당연히, 토비오가 보고 싶으니까."
지당한 일을 말하듯 히나타는 활짝 웃었다. 카게야마는 그런 히나타를 보다가 따라 웃는다. 상궁이 조용히 방 안을 나갔다.
"저도 히나타님이 보고 싶었습니다."
"응, 자려고 하던 중이었어? 내가 와서 못 자는 거야?"
"아니에요. 히나타님이랑 이야기하는 게 더 기쁜 걸요."
천성으로 타고난 밝음은 밤에도 지울 수 없었다. 히나타는 과장된 몸짓으로 이야기했다.
"심심해서, 이- 렇게 길을 돌아오는데 여기에 불이 켜져 있잖아?"
"그랬나요?"
"응, 그래서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된다고 해서 왔지."
말하는 동안에도 주황색의 머리가 붕붕 흔들렸다.
홀 : 히나타에 대해
짝 : 카라스노에 대해
0 : 히나타와 카게야마에 대해
눈앞에 서있는 남자는 어두운 의외성을 품고 있었다. 카라스노의 9황자, 그리고 형제를 죽이고 3황자의 자리를 얻어낸 남자. 하지만 조그만 몸으로 뛰어오르며 카게야마에게 공놀이를 가르쳐주었고, 자신을 안고 하늘을 날아오르기도 했다. 그 것이 카게야마가 알고 있는 언제나의 히나타 쇼요였다. 늘 밝고 상냥하게 카게야마를 위로해준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오늘도 이렇게 카게야마에게 와주었다. 혼자 밤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카게야마는 충분히 위안이 되었다.
"히나타님."
"응?"
"히나타님..저는 히나타님이 참 좋습니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히나타의 얼굴이 벌개졌다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토비오가 좋지만."
"네. 정말 좋습니다."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히나타가 카게야마의 얼굴로 고개를 디밀었다.
"말했잖아. 난 키가 작아서 토비오 얼굴이 더 잘보인다고."
"그러셨지요.."
"무슨 일이 있다면 나한테 말해. 내가 도와줄게."
단지 말뿐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근사한 선물이었다. 카게야마는 비로소 활짝 웃었다.
"히나타님."
"응."
"나중에 히나타님과 밤을 보내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뭐, 으..ㅇ.."
당황한 황자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왜 그러세요? 라고 물으니 히나타는 덥석 카게야마의 어깨를 잡았다.
"응. 나 정말 잘 해줄게!"
"약조하셨습니다."
"그래. 진짜라니까."
히나타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히나타 쇼요
○: 30 (+3)
◇: 19
카게야마 토비오
□: 28 (+3)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손을 잡고 따라 나왔다.
"카게야마. 저기 별들 좀 봐."
히나타의 손이 별을 가리켰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보며 카게야마는 눈을 찡그렸다.
"저는 별자리를 잘 모릅니다. 몇 번 배워보려고 했지만."
"나도 몰라."
당당하게 히나타가 대답했다. 카게야마는 쿡쿡 웃었다.
"별자리를 가르쳐주시는 건 줄 알았습니다."
"나는 그런 건 잘 몰라. 츠키시마가 알 걸. 그래도,"
히나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몰라도 예쁘잖아? 그러니까 토비오도 보면 좋겠어."
"..그렇네요."
"별자리 이름을 알아도 몰라도 예쁜 건 똑같아."
카게야마는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수만의 별들이 눈을 어지럽힌다. 계속 쳐다보면 쏟아질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그대로 쏟아지더라도 감내해야할 만큼 아름다운 밤이었다.
"..예쁘다."
"네. 그렇네요."
카게야마는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히나타가 웃으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번엔 토비오가 예쁘단 말이었어."
"...."
비도 내리지 않는데 물에 젖은 것처럼 별빛들이 일렁거렸다. 밤의 파도가 친다. 드높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히나타와 자신, 둘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히나타님, 안녕히 가세요. 마지막에서야 인사를 하면 히나타는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11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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