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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52. 2월 13일



밤새 내린 비는 그치지 않았다. 창가에서 튕겨 오르는 물방울을 구경하던 카게야마는 옷자락이 끌려 밑을 쳐다보았다. 비가 오는 걸 모르고 밖으로 나갔다가 홀딱 젖은 네코가, 카게야마의 옷을 물고 잡아당기고 있었다.


"같이 놀자고?"


카게야마는 젖은 코를 수건으로 감싸안았다. 동그랗게 말린 네코가 따뜻한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 놈이 추운 것 같으니 좀 따뜻하게 해주거라."

"그러게 왜 밖을 나가서는."


상궁이 혀를 찼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강아지가 감기에 걸리면 큰일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카게야마는 제 품에서 덜덜 떠는 네코를 걱정스럽게 보았다.


"남궁에 가봐야겠다."


네코를 준 건 남궁의 쿠로오니, 뭐라고 말해줄 것이 있을 지도 모른다. 카게야마의 말에 상궁이 정색을 했다.


"마마. 삼일이나 남궁에 가시게 됩니다."

"네코가 큰일인데 그러면 어딜 가느냐."

"..그래도 다른 곳을 가셔야하지 않겠습니까."


상궁이 걱정스레 말했다.



연속 3일 같은 곳에 간 상황에 따라 레점을 칩니다 


홀 : 그럼.. 

짝 : 네코가 걱정된다고! (쿠로오, 코즈메를 제외한 다른 이의 위험도가 +2 오른다)



"그럼 저번처럼 남궁에 갔다가 다른 궁에 들리면 되겠지."


카게야마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상궁이 한탄했다.


"오늘은 준비하실 것이 많은 날인데."

"남궁에는 무조건 갈 것이다."

"아이고.."


상궁은 차마 카게야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북궁

7~8 : 섭정궁

9~0 : 리레주 지정



궁녀들이 우산을 씌워주었다. 비를 맞지 않으려면 얌전히 걸어야했지만 결국 카게야마는 옷자락을 들고 뛰었다. 마마, 마마! 궁녀들이 뒤에서 아우성을 쳤다. 흠뻑 젖는 것이 나았다. 예전에는 이런 비 따위 맞아도 아무렇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서둘러 남궁을 찾았다. 비가 와서인지 정원엔 아무도 나와있지 않았다.



홀 : 쿠로오

짝 : 코즈메



어젯밤에도 보았고 오늘 아침에도 보자 조금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카게야마는 얼른 인사했다. 머리카락 아래로 물기가 뚝뚝 떨어져 코즈메가 놀란 눈을 했다.


"우산은?"

"..귀찮아서."

"감기 걸리잖아."

"괜찮습니다. 저는 튼튼하니까요."


카게야마는 머리를 살짝 털었다. 물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홀 : 이리 와

짝 : 말려야



"...그래도 말려야지. 자."


코즈메는 궁녀에게 수건을 가져오게 했다. 졸지에 아침의 네코같은 꼴이 된 카게야마는 감사하게 수건을 받았다. 머리와 얼굴을 닦고 있자니 코즈메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왜 우산도 안 쓰고 온 거야?"

"그게, 네코가 추워해서."


어느 정도 물기를 닦아내어도 얼굴에 달라붙는 머리카락은 어쩔 수 없었다. 짧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카게야마는 말을 이었다.


"네코가 추워하는데 강아지들은 감기걸리면 큰일난다고 해서요."


생각해보니 상궁이 그런 말을 했었다. 그걸 알면서도 남궁에 못 오게 하다니..카게야마는 속으로 상궁의 험담을 했다.



홀 : 약이라도 줄까?

짝 : 잘 모르겠네



카게야마는 뭐든 말해주길 바라는 얼굴이었다. 얼마나 개가 추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코즈메는 우선 카게야마의 얼굴이 먼저 들어왔다. 상기된 뺨에 달라붙은 검은 머리카락. 조금 두꺼워 옷이 몸에 붙지는 않았어도, 젖어있는 어깨와 등. 코즈메는 민망해져 고개를 돌렸다. 조금 부끄러웠다.


"..잘 모르겠네. 나는."

"..네.."

"고양이만 키워봐서 말이야. 그렇지만 쿠로는 뭔가 알지도."


같은 짐승이고 말이야. 코즈메는 어색하게 농담을 했다. 살짝 눈을 크게 뜬 카게야마는 뒤늦게 코즈메를 따라 웃었다.


"그런 말씀 해도 괜찮습니까?"

"못 들으면 상관없잖아."

"뭐가?"


마침 나온 쿠로오가 수상쩍은 얼굴로 코즈메의 근처에 앉았다. 털썩 앉았다가 카게야마를 보고는 문 쪽을 쳐다보았다.


"밖에 지금 비와? 마마님 다 젖었네. 궁녀들이 우산 안 씌워줬어?"

"카게야마가 먼저 뛰어왔대."

"..그렇게 빨리 우리를 보고 싶었단 말이야?"


쿠로오가 등을 기대며 웃었다. 카게야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쿠로오에게 물었다.


"쿠로오님. 혹시 강아지가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아세요?"



홀 : 따뜻하게

짝 : 감기라니



"감기라니. 마마님. 설마 네코를 아프게 했어?"

"그게 아니라..혼자 나가더니 비를."

"서운하네. 선물로 줬는데 감기에 걸릴 정도로 방치하고 말이야."

"아..아닙니다."


카게야마의 표정이 점점 울상이 되었다. 사냥만 해봤을 뿐, 작은 짐승을 길러본 적이 없는 카게야마는 네코에게 퍽 정을 붙이고 있었다. 자신이 미흡해 아프단 소리를 들으면 속상하지 않을 리 없었다. 코즈메가 쿠로오를 툭 쳤다. 그만해, 하고 말리자 쿠로오는 그제야 카게야마를 달랬다.


"장난이야. 마마님. 비를 좀 맞았다고 해도 그걸론 안 아파."

"추워 했습니다."

"따뜻하게 해주면 괜찮아. 물도 많이 주고."

"..그러면 될까요?"


카게야마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엽네, 쿠로오가 짧게 중얼거렸다. 



홀 : 마마님도 

짝 : 안아줘야



"마마님도 비 맞으면서 뛰어왔잖아?"


쿠로오는 손을 내밀어 카게야마의 젖은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볼 옆을 쿠로오의 손가락이 스치고 지나간다. 카게야마는 물기를 털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지만 강아지는 조그맣잖아요. 작은데 비를 맞았으니 아플 겁니다."

"마마님도 내 눈엔 작아보이는걸."

"...저는 큽니다. 네코보다는 커요."


카게야마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1~3 : 그래

4~6 : 그런가?

7~9 : 젖은 건 똑같잖아 (위험도 +2) 

0 : 따뜻하게 (위험도+2)



"젖은 건 똑같잖아."


쿠로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감상하듯 카게야마를 훑었다. 방금 손에 닿았던 머리카락의 감각이 생생했다. 옷이 두꺼워 살갗에 달라붙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한 번도 남궁을 뽑아주지 않은 여자는 무방비하게 젖은 몸을 드러내고 태연히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게 귀여우면서도 조금 야속했다. 그러고보면 오늘은 단패를 뽑는 날이었다.


"하긴, 강아지는 털을 벗길 수 없으니 더 곤란할까. 사람은 벗겨줄 수 있는데."

"...!!"


오랜만에 제법 야한 농담을 했다고 쿠로오는 생각했다. 그러나 털을 벗기는 부분만을 알아들은 카게야마는 경악한 채로 쿠로오를 쳐다보았다.



쿠로오 테츠로

○: 43 (+2)

◇: 25 (+2)

카게야마 토비오 

□: 42 (+0)


코즈메 켄마

○: 33 (+1)

◇: 21 (+1)

카게야마 토비오 

□: 38 (+1)



카게야마는 다른 궁에도 인사를 드릴 일이 있다며 나갔다. 쿠로오는 누워있다가 불쑥 코즈메에게 물었다.


"마마님. 오늘 단패 뽑는 날이네."

"응."

"언제 불러주려나."

"일부러 안 뽑는 것도 아니잖아."

"왠지 그게 더 싫단 말이지."


운이 없는 남자는 매력이 없잖아. 쿠로오는 지나가던 산쇼쿠의 꼬리를 잡아당겼다. 털이 삐죽 선 산쇼쿠가 캭캭거리며 도망갔다. 


*


계속 서궁에 가려고 했으나 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카게야마는 서궁의 문을 두드렸다. 호위들이 문을 열어주면 이와이즈미가 먼저 보였다. 카게야마에게 무척 반가운 얼굴이었다.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 남궁에 갔다고 들었는데."


카게야마는 기분 좋게 이와이즈미와 인사를 나누었다. 안에 들어가 차를 기다리는데 오랜만의 오이카와가 어두운 얼굴로 나왔다. 오이카와님..인사를 드리려 불러보면 못본 척을 한다. 카게야마는 다시 작은 목소리로 오이카와님? 하고 불렀다. 보다못한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 하고 대신 말을 걸었다.


"오이카와. 카게야마가 왔잖아."

"아, 오이카와씨가 모처럼 비싼 선물을 보냈는데도 무시하는 토비오쨩이 왔다고?"


카게야마는 지난 번 받았던 활이 떠올랐다.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기가 힘들어 서신도 보내지 못했다. 오이카와의 반응을 보니 역시 보내지 않은 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오이카와님. 죄송합니다. 선물은 감사히 받았어요."

"...."


사과를 해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오이카와가 더욱 화를 냈다.


"지금 토비오쨩, 뭘 잘했다고 한숨이에요?"

"..죄송합니다.."

"사과에 성의가 없잖아. 오이카와씨는 화가 많이 났거든."


이와이즈미는 그런 오이카와에게 한탄했다. 


"적당히 해라. 오이카와. 카게야마가 잊었을 수도 있지."


그래도 오이카와의 기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나마 자신을 내쫓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오이카와 토오루

○: 44 (+1)

◇: 33

카게야마 토비오 

□: 36 (+1)


이와이즈미 하지메(아오바죠사이, 호위) 

○: 58 (+1)

◇: 29

카게야마 토비오 

□: 53 (+1)



궁녀들의 재촉이 거셌다. 카게야마는 이번엔 우산을 제대로 쓴 채로 느긋하게 걸었다.


"마마. 어서 돌아가셔야합니다."

"옷이 젖지 않느냐."


아까 뛰어가던 모습을 알고 있는 궁녀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분명 단패궁으로 바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심술을 부리는 것이다. 카게야마는 옷이 젖지 않도록 조심하며 단패궁으로 돌아왔다. 준비를 마친 궁녀들이 카게야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홀 : 순순히 들어간다 

짝 : 비를 맞고 싶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카게야마는 궁녀들을 따라 순순히 들어갔다. 젖은 옷을 벗어던진 후 온탕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찬 빗줄기에 젖은 몸이 따뜻하게 풀렸다. 보송보송하게 마를 때까지 몸을 닦고, 봄 같이 가벼운 옷을 입어 치장한다. 카게야마가 상궁에게 말했다.


"네코를 따뜻하게 해주거라. 감기에 걸리면 큰일이니까."

"알겠습니다."


상궁은 카게야마의 기분을 맞춰주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머리 위에 올린 반짝거리는 장식들이 무거웠다. 


"누우면 벗겨지던데 꼭 이렇게 무거운 걸 올려야 하나."


카게야마는 투덜거리며 거울을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낯선 모습을 뚫어져라 감상하다가 뒤를 돌면 상궁이 패를 가지고 왔다.


"마마. 고르십시오."


카게야마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1 : 오이카와 토오루    

2 : 우시지마 와카토시 

3 : 츠키시마 케이      

4 : 쿠니미 아키라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쿠로오 테츠로      

8 : 킨다이치 유타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의 지정으로



카게야마는 패를 뒤집었다.


[쿠니미 아키라]


카게야마의 몸이 움찔 떨렸다. 다른 패를 뒤집어보려던 카게야마는 그만 두었다. 상궁을 올려다보면 조금 기쁜 얼굴이었다. 섭정궁 출신으로 섭정의 명을 받아 이리 왔으니, 쿠니미의 이름이 반가울만 했다. 카게야마가 무심히 말했다.


"섭정이 오는 걸 네가 더 반기는 구나."

"...! 마마. 그런 건 결코 아닙니다."

"...."

"섭정궁에 알리러 다녀오겠습니다."


카게야마는 서둘러 나가는 상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창가로 가면 아직도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뛰어가는 상궁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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