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야마 토비오가 쿠니미 아키라에 의해 임신했습니다. 3월 첫째 주의 생리가 없는 것으로 임신이 알려지게 되며, 이후 호감도와 위험도에 따라 유산, 사망 위험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카게야마가 임신을 하였으므로 태몽을 꿉니다. 태몽을 꾸어도 현재의 인물들은 태몽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호감도/위험도 수치와는 상관없습니다.
홀 : 카게야마
짝 : 쿠니미
0 : 킨다이치
태몽의 종류는
홀 : 동물
짝 : 식물(꽃, 과일)
0 : 보석
카게야마는 숲을 저벅저벅 걷고 있었다. 상쾌한 공기다. 울창하고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오랜만에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걸었는지는 몰랐다. 제법 오래 걷자 물소리가 들렸다. 기민한 귀부터 먼저 물을 찾았다. 가까이 다가가면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깨끗하네.."
오래 걸었기에 마침 목이 말랐다. 카게야마는 양 손으로 떠서 물을 한 모금 마시려했다. 그러나 문득 카게야마는 옆을 보았다. 바로 옆, 겨우 자란 시들시들한 잎사귀는 메말라보였다.
"자.."
물을 마시기 전 카게야마는 변덕이 들어 손바닥으로 물을 끼얹었다. 몇 번을 물을 주자 신기하게도 꽃이 폈다. 짙은 보라색 꽃창포였다. 그윽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놀란 카게야마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가 주위에 온통 꽃. 보라색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
임신했을까.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안에 파정하며 든 자신의 욕망에 진저리를 쳤다. 마지막으로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다리 안쪽은 흠뻑 젖어 무언가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쿠니미는 그 이름이 무엇인 지를 알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집착이었다. 눈을 뜨지 못하는 카게야마를 안고서 쿠니미는 아이에 대해 생각했다.
카게야마와 자신의 아이. 아이는 필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카게야마를 모시며 평생 결혼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몸이었다. 그렇지만, 카게야마와 자신의 아이라면... 쿠니미는 눈을 떴다. 품 안에는 카게야마가 잠들어 있었다. 그대로 기절해서 아마도 계속 조용히 잔 모양이었다.
"카게야마."
쿠니미는 속삭이며 카게야마의 알몸을 어루만져보았다. 아이처럼 체온이 높았다. 차가운 손으로 담백하게 더듬으면 카게야마는 으응..하고 쿠니미의 쪽으로 머리를 기댔다.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으려 한 행동이었겠으나, 쿠니미는.
"...."
팔 안에 다시 카게야마가 들어왔다. 쿠니미는 홀린 사람처럼 천천히, 카게야마의 체온으로 덥혀진 손으로 자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지 궁금했다. 멍청히 더듬어보던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얼굴 또한 만져보았다. 밤새 애욕으로 흐느끼던 얼굴에는 그 증거가 남아있었다. 자신이 낸 눈물자국. 쿠니미는 조심스럽게 카게야마의 뺨을 만졌다. 간지러운 숨결이 느껴졌다.
"..ㅇ.."
귀한 것을 쓰다듬듯 조심스러운 손길에 카게야마는 눈을 떴다. 졸음이 아직 남아 있었다.
"....쿠니미."
"안녕."
"..아침이야?"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눈을 제 손으로 가렸다.
"아직 밤이야."
*
쿠니미의 거짓말 때문에 상궁이 올 때까지 카게야마는 늦잠을 잤다. 이미 옷을 입은 쿠니미가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카게야마를 보며 웃었다.
"편히 주무시게 한 것으로 폐하의 미움을 사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너 마음에 안 들어."
"그래도 푹 주무시지 않았습니까."
그때까지 밤이었다면 카게야마를 쉽게 손에서 떼어놓을 리 없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카게야마는, 괜히 심술을 부리다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보니 이상한 꿈을 꿨지."
"무슨 꿈이십니까."
"산 속을 걷다가 창포꽃을 봤어."
아름답고 향기로운 꿈이었다. 그렇게 말해도 쿠니미는 그런가요, 하고 대충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왠지 그 꿈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 폐하."
가보겠습니다. 쿠니미는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단패궁을 나섰다. 전처럼 카게야마에게는 배웅할 틈을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쿠니미의 명에 따라 방 안에 들어오지 않은 상궁은 그제야 카게야마를 찾았다.
"마마.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어제 비가 내려서 그런지.."
창에는 과연 상궁의 말대로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이 있었다.
*
잠을 늦게까지 자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카게야마는 궁녀가 직접 입에 넣어주는 것을 받아먹으며 동시에 머리를 정리했다. 서둘러 옷을 입고 단장을 하니 보기에는 그럴 듯했지만, 간 밤의 정사 때문에 다리 사이가 아팠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서궁에 갔을 때 서신을 보내지 않은 일로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무척 혼이 났다. 츠키시마의 꽃다발에도 카게야마는 답을 보내지 않았다. 그 뒤로 만나지도 못했으니 츠키시마 또한 못마땅해할 것이다.
"오늘은..북궁에 가야겠다."
카게야마는 찜찜한 기분으로 북궁으로 향했다.
북궁에는
홀 : 히나타
짝 : 츠키시마
"토비오!"
카게야마가 도착하자 히나타가 붕붕 손을 흔들었다. 며칠 전 히나타가 놀러왔던 밤이 생각났다. 카게야마 또한 히나타를 따라 웃었다.
"히나타님."
"보고 싶었어."
"얼마 전에 보셨잖아요."
함께 별을 보던 밤을 지적하면 히나타는 고개를 저었다.
"북궁에 안 와서 심심했단 말이야."
너무 오래 안 왔어.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손목을 잡았다.
홀 : 그러고보니
짝 : 그랬나..?
0 : 그래도
그랬나..? 그렇게 오랫동안 북궁에 오지 않았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마도 북궁에 따로 가지 않았더라도 히나타나, 츠키시마를 자주 봐서 그런지도 몰랐다. 카게야마가 말없이 고개만 갸웃거리자 히나타는 곧 힘없이 중얼거렸다.
"..기억 못 하나보네."
"예?"
"..아니야."
히나타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바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북궁의 뒤로 자리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늘이 없는 하늘이 높았다. 다시 히나타를 내려다보면
홀 : 있잖아
짝 : .....(시무룩)
이상하게도 히나타는 평소와 달리 시무룩해보였다. 언제나 활짝 웃던 남자가 웃지 않으니 날씨가 좋아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히나타를 쳐다봤다. 히나타는 말없이 카게야마의 손목만 잡고 달랑달랑 흔들고 있었다.
"저, 히나타님?"
"응."
"기분이 상하실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히나타는 카게야마를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말할 듯 하던 히나타는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들어가자."
"예? 좀 더 있으시지 않구요.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히나타의 얼굴이 어두워 조금이라도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히나타가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제법 단단하게 잡아 놓아주지 않는다.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있는데, 기억 못하는 것 같아서.. 괜찮아."
북궁으로 들어가는 카게야마의 뒤로 새소리가 나무 위에서 시끄러웠다. 갓 태어난 새새끼들이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 아우성치는 소리였다.
묘하게 축 쳐진 히나타가 걱정스러웠다.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북궁에 오는 건 거의 2주만이었다. 2주..? 카게야마의 머리에 언뜻 무언가가 스치려할 때 쯤, 츠키시마가 보였다. 오늘은 손에 아무것도 없이 편한 자세로 앉은 채였다.
"츠키시마님을 뵙습니다."
"아, 왕님. 왔어?"
츠키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건성인 태도였다. 이번에는 확실히 짐작가는 바가 있는 카게야마는
홀 : 지난 번에는
짝 : ..괜찮나?
카게야마는 얼른 츠키시마에게 사과부터했다. 오이카와와 다른 반응이라고 해도, 선물을 받아놓고는 답도 하지 않았던 건 분명 무례한 행동이었다.
"츠키시마님. 지난 번 보내주신 꽃다발은 잘 받았습니다."
"그거?"
츠키시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하도 안 오니 보낸 거였어. 그래도 남궁에 가길래 마음에 안 드나 했지."
"죄송합니다. 저, 그만 서신을 보낸다는 걸 잊어서."
"애초에 이쪽에서 서신을 잊을 만한 선물을 보낸 거야. 그다지 죄송할 필요까지는."
카게야마는 봄냄새가 나던 꽃다발을 떠올렸다. 함 속에 가득 피어있던 꽃들은 무척 향이 좋아 거의 일주일 동안 방을 장식했다. 츠키시마의 얼굴을 보면 정말로 별 일이 아닌지, 아니면 그런 척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히나타를 힐끔 쳐다봤지만 여전히 시무룩한 히나타는 간식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처음에 츠키시마는, 화가 났다. 북궁에 오지 않으니 꽤나 정성을 다해 구한 꽃들이었다. 수고가 무시당했으니 화가 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날 밤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궁에 들려 좋은 분위기였던 것 같았다. 신이 난 히나타의 얼굴을 보며 츠키시마는 수긍했다. 애초에 히나타를 위해 보내둔 꽃이다. 츠키시마는 그렇게 화를 삭였다.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여자는 사과를 했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신경쓰는 듯한 말투에 츠키시마는
홀 : 그러면
짝 : 괜찮다니까
"그러면..."
카게야마가 츠키시마를 보고 있었다.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어젯밤 그 얄미운 섭정에게 안겼을 몸. 무엇을 독점할 수 있는 건 참으로 기분좋은 일일 것이다. 츠키시마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 다음에 한 번 내 부탁을 들어주던가."
"부탁이요?"
"그래. 어떤 거라도."
불쑥 튀어나온 말은 오직 츠키시마와 카게야마만의 일이었다. 약속을 요구하는 말에 카게야마는 물끄러미 츠키시마를 바라 보았다.
1~3 : 어떤 거라도..?
4~6 : 알겠습니다
7~9 : 그렇지만 (위험도 +1)
0 :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알겠습니다."
카게야마는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츠키시마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셔도 다 들어드릴게요."
"너무 쉽게 말해서 오히려 못 믿겠네."
"그렇지만 츠키시마님께서 제게 곤란한 부탁을 할 것 같지도 않고.."
안 그런가요? 카게야마가 되물었다. 츠키시마는 피곤한 듯 안경을 빼어 미간을 주물렀다. 도무지 경계심이라곤 없는 여자에게 괜히 힘들게 청을 한 것 같아 츠키시마는 민망해졌다.
"토비오. 이것 봐."
히나타는 츠키시마의 안경을 가져가 자신의 얼굴에 썼다.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 같은 히나타의 모습에 카게야마가 열심히 반응했다.
"잘 어울리세요."
"나도 안경 쓸 까?"
"눈도 좋은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츠키시마는 히나타에게서 안경을 빼앗았다.
히나타 쇼요
○: 33 (+1)
◇: 19 (+2)
카게야마 토비오
□: 31 (+1)
츠키시마 케이
○: 44 (+3)
◇: 29
카게야마 토비오
□: 35 (+2)
카게야마가 돌아간 후의 북궁은 조용했다. 히나타는 츠키시마에게 바둑을 배웠다. 할 일이 없으니 몸을 움직이거나, 츠키시마와 노는 것 외엔 없었다. 그래도 히나타는 카라스노로 돌아갈 마음은 아직 들지 않았다.
"츠키시마."
"거기 잘못 뒀어."
거기에 두면 바로 상대한테 틈을 보인다고. 츠키시마는 히나타의 흑색 돌을 바로 잡았다. 하지만 히나타는 고집스럽게 돌을 다시 원래 자리에 두었다.
"츠키시마. 토비오가 나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아직 많이 만나보지도 않았고, 벌써 포기하기는."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렇다는 거야."
담담히 말하며 히나타는 바둑판을 노려보았다.
"좀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좋지."
"선물도 많이 보내고."
"그래."
츠키시마는 히나타의 진영을 공격하며 말했다.
"거기에 두면 이렇게 된다고 했잖아."
"아니야."
히나타의 손이 바둑판을 휘져었다. 엉망이 된 바둑판을 본 츠키시마가 헛웃음을 지었다.
"뭐하는 짓이야."
"이렇게 하면, 내가 이겼다."
흑색 돌이 바둑판 위로 와르르 쏟아졌다. 하아, 츠키시마는 한숨을 쉬었다.
*
카게야마는 단패궁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내내 못본 네코가 주인을 반겼다. 따뜻한 곳에 두었더니 어제와 달리 활기찼다. 손을 내밀어주면 발을 구르며 기뻐했다. 이렇게 자신을 순수하게 좋아해주는 건 이 강아지밖엔 없을 것 같았다. 카게야마가 강아지를 품에 안고 둥개둥개 얼러주고 있으니 상궁이 함을 들고 왔다.
"마마. 선물이 왔습니다."
"어느 분께?"
"쿠니미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킨다이치 유타로
2 : 우시지마 와카토시
3 : 오이카와 토오루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히나타 쇼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0 : 리레주 지정
카게야마는 방금 보고 온 츠키시마가 선물을 보낸 걸 알고 놀랐다. 상궁이 설명하듯 말했다.
"원래 아침에 보내신 건데, 아이들이 오후에 편히 풀어보시도록 놔둔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북궁에서 선물 때문에 곤란했는데.."
"예? 무슨 말씀이신가요?"
카게야마는 또 잔소리를 들을까 얼른 말을 끊었다.
"어떤 선물을 주셨는지 보자."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ㄴ달 모양 등
함을 열자 대낮임에도 달이 떠있었습니다
츠키(月). 카게야마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였다. 상궁은 아름답게 세공된 등을 꺼내들었다. 달 모양의 동그란 노란 등은, 가림막이 있어 원하는 대로 초승달로도 보름달로도 만들 수 있었다.
"마마의 방에 놓으면 참 보기 좋겠습니다."
상궁이 칭찬했다. 선물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주사위를 굴려 카게야마의 호감도를 정합니다 : 11
30 이하 : 호감도 1
60 이하 : 호감도 2
90 이하 : 호감도 3
99 이하 : 호감도 4
"응.. 예쁘구나."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궁은 호들갑을 떨며 카게야마가 잘 볼수 있는 서랍 위에 두었다. 불을 넣어 등을 켰지만 낮이라 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카게야마는 상궁에게 불을 끄라고 말했다.
"밤에도 한 번 더 봐야겠구나."
"그러시겠습니까."
상궁이 서신에 대해 말하려는 순간 궁녀가 밖에서 상궁을 찾았다. 나가보라고 한 후 카게야마는 한참 등을 쳐다봤다. 창가로 가서 하늘을 보면 자신의 방에 있는 것과 같은, 하얀 낮달이 박혀 있었다.
츠키시마 케이
○: 47
◇: 29
카게야마 토비오
□: 37 (+1)
저녁 식사 동안 카게야마는 자꾸만 무릎 위에 올라오려는 네코를 안아주느라 바빴다. 시중을 들던 상궁이 결국 한소리를 했다.
"마마. 짐승이 버릇이 나빠집니다."
"네코는 아프지 않았느냐."
"..개털이 조금 젖은 걸로 아팠겠습니까."
"매정한 소리를 하는 구나."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안아든 네코의 콧등 위에 카게야마가 쪽 입을 맞췄다. 그러면 카게야마의 입가와 뺨을 네코가 핥으며 기뻐했다.
1~3 : 강아지와 밤산책을 했다
4~6 :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낮에 궁 안에만 있었으니 걷고 싶었다. 네코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문득 카게야마는 아침에 꾼 꿈이 생각났다. 산속에 가득 피었던 꽃청포. 진한 향기의 보라색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참 예뻤지."
카게야마는 홀로 중얼거렸다. 네코가 따라오며 여기저기 킁킁 냄새를 맡았다.
1~5 :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6~0 : 누군가와 마주쳤다
낮처럼 포근한 밤이었다. 카게야마는 네코를 데리고 열심히 걸었다. 꿈에서처럼 꽃이 천지에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그런 이상한 생각이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원하는 청포꽃은 당연하게도 찾을 수 없었다.
"...."
카게야마는 아쉽게 걸음을 멈췄다. 다시 단패궁으로 돌아온 카게야마는 네코의 발을 닦아준 후 침상에 데리고 올라왔다. 상궁이 나가기 전 츠키시마의 등을 켜주었다. 가림막으로 초승달을 만든 후 불을 켜자 은은히 빛나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츠키시마님께 감사 인사를 해야하는데."
카게야마가 작게 말했지만 피곤한 상궁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어서 주무시라고 한 후 상궁이 나간다. 카게야마는 몸을 돌려 등을 보았다. 창 속에도 달이 훤하게 떠있고, 방에도 조그만 달이 있었다. 두 개의 달. 그만큼 밤도 길어질까... 카게야마는 눈을 감았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밤이었다.
14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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