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는 침상에서 일어나 소리가 나는 쪽을 찾았다. 창 아래, 조그만 방울새 한 마리가 방에 들어와있었다. 분명 쪼는 소리를 들었는데 찾았을 땐 이미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툭툭 건드렸다. 네코가 갸웃거리기에 카게야마는 오지 못하게 했다.
"마마. 기침하셨습니까."
"새가 왔어."
"에그,"
죽은 줄 알고 놀란 상궁은 부스럭거리는 날개짓을 확인하고는 카게야마에게 말했다.
"철새가 다른 나라로 가려다가 기운이 다 한 모양입니다."
"..죽을까?"
"좁쌀을 좀 먹여보면 힘을 낼 지도 모릅니다."
얼른 가져오라고 시킨 후 손바닥 위에 놓고 쓰다듬어보았다. 아직 숨이 떨어지지 않은 새는 잠을 자는 마냥 몸을 뒤집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상궁이 좁쌀과 물과, 어디서 가져왔는 지 새장도 가져왔다. 은으로 만든 새장 안에 넣어주니 조금 움직이는 것도 같았다.
"마마. 새는 그만두고 이제 마마도 식사를 하셔야지요."
상궁은 새를 들여다보려는 카게야마를 붙잡았다.
*
밥을 한 술 떠먹고, 새장을 보고, 또 밥을 먹고나선 새장 쪽으로 달려간다. 상궁은 한숨을 쉬었다.
"마마. 새가 체하겠습니다."
"왜 밥을 안 먹지?"
"마마께서 계속 쳐다보시니까..."
상궁은 카게야마를 탓하며 말끝을 흐렸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겨울철새가 이동하다가 지치는 일은 의외로 흔하다고 했다. 죽지 않는다면 곧 밥을 먹고 회복될 것이라고 상궁은 카게야마를 달랬다. 자신의 집을 찾아가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었다. 카게야마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문득 우시지마를 떠올렸다. 얼마 전 만났던 우시지마는 여전히 다정했다.
"우시지마님께서 새도 고치실 수 있으실까?"
"예?"
"한 번 여쭈기라도 해봐야겠다."
"마마. 황제 폐하께 그런 청을 드리십니까."
제발 하지 마십시오. 상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카게야마는 새장의 손잡이를 들었다.
"괜찮다. 네가 우시지마님을 잘 몰라서 겁을 먹는 것이다."
"저는 ..마마께서 지나치게 겁이 없으신 듯 합니다."
상궁은 한탄했다. 카게야마는 그래도 기어코 새장을 들고 동궁으로 갔다. 조그만 새장은 들기 쉬웠다. 카게야마는 왠지 설레어 동궁을 향해 걸었다. 그러고보면 동궁에 가는 건 오랜만이었다. 저번에 직접 오셨으니 감사인사를 하기에도 적당한 시기였다. 카게야마는 동궁에 도착해, 호위에게 새장 속을 보여주었다. 조그만 새가 발라당 누워있는 것을 본 호위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웃었다.
"들어가도 되겠느냐?"
"어서 드시지요.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에 들어가면 우시지마가 앉아 있었다. 새장을 아래에 놓고 인사를 하니 어서 고개를 들라는 말이 들렸다. 그의 말대로 고개를 들면 황제는 몹시도 따스한 눈빛이었다.
"카게야마."
부르는 목소리에 온정이 깊었다. 카게야마는 부르는 대로 곁에 가 앉았다. 카게야마의 손을 잡은 우시지마는 흐뭇하게 웃었다.
"네가 궁에 오니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구나."
"근심이 있으십니까."
카게야마의 말에 우시지마는 손을 쥐었다가 다시 한 번 웃었다.
"네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홀 : 무슨
짝 : ....?
한 나라의 황제가 직접 평국에 와 있으니 문제가 없다면 이상할 것 같았다. 잘은 몰라도 우시지마만큼은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 사람이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에게 잡힌 손을 빼지 않은 채 머뭇거렸다. 물어봐도 괜찮은지, 아닌지 몰랐다. 그러나 근심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그대로 넘기고 싶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결국 카게야마는 다시 물어보았다. 우시지마는 다른 손으로 카게야마의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내다운 손가락에 결이 고운 머리카락이 몇 번이나 겹쳐져 스스르 내렸다.
"내 일이 궁금한가."
"..우시지마님께서 염려하신다면, 중요한 일이겠지요. 소홀히 들을 수 없었습니다."
"기특한 말을 하는군."
우시지마는 그래도 말을 해주지 않았다. 조금 조바심이 난 카게야마가 물었다.
"시라토리자와로 돌아가셔야합니까?"
"신하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걱정없다."
"하지만,"
"괜찮다. 큰 일은 아니다."
큰 일이 아니라고 우시지마는 잘라내었다. 카게야마는 그렇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주위를 돌아보면
홀 : 반지
짝 : 서신
우시지마가 방금까지 쓰던 서신 옆의 반지가 눈에 띄었다. 처음 보는 반지였다. 투박한 모양이지만 유서가 깊어 보이는 금반지다. 매문양이 세공되어 있었다. 혹시 반지를 꼈던가 싶어 다시 우시지마의 손을 확인해봤지만 반지 자국은 없었다. 카게야마는 어제 쿠니미에게 받았던 반지를 떠올렸다. 여자인 자신도 반지가 불편한데 우시지마가 낄 것 같진 않았다.
"무엇을 보느냐."
"우시지마님께서 반지를 끼셨는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아차 한 얼굴로 우시지마가 반지를 집어들었다. 우시지마는 당황한 듯 했다.
"내 반지가 아니다. 이것은."
"그럼 어느 분의 반지입니까?"
"..시라토리자와의 황후가 끼는 반지다."
"그런 물건을 키타가와까지 가져오시다니.."
그런 귀한 반지를 타국까지 가져오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카게야마가 반지를 쳐다보자 우시지마는 슬쩍 옷 속으로 반지를 집어넣었다.
"...시라토리자와에 두었다가 내가 없을 때 어느 누가 가져가버리면 어떡하느냐."
"그렇습니까?"
"...자칫 다른 여인이 반지를 끼게 될 것 같아 가져온 것이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손을 잡는 것 같더니 손가락들을 하나하나 매만져본다. 우시지마님. 간지럽습니다. 카게야마가 깔깔 웃었다.
*
돌려말하는 말을 역시 여자는 잘 알아듣지 못했다. 알아들었어도 모른 척하는 거라고도 생각했지만..아닌 것 같았다. 애초에 먼저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던 물건이었다. 기대를 가지게 하는 것은 싫다고 하였으니 우시지마는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아볼 작정이었다. 손 안에 들어온 손가락의 치수는 반지와도 비슷했다. 다행이었다.
"우시지마님.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지?"
"혹시 새도 낫게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우시지마는 카게야마가 가져온 새장을 바라보았다.
1~3 : 새는 좀
4~6 : 한 번 볼까
7~9 : 그럴 수 있지만 (위험도+1)
0 : 낫게해주면
짐승은 우시지마의 능력 밖의 일이었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말을 떠올렸다. 기대를 가지게 하는 건 싫다. 과연 그랬다. 한껏 기대를 품고 바라보는 눈동자에 거절을 하려니 가슴이 아팠다.
"새는 좀, 보아주지 못하겠구나."
"..그러십니까."
카게야마는 새장을 내려 놓았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올렸다.
"실망했구나."
"아닙..예. 조금 그런 것 같습니다."
우시지마님이시라면 뭐든 낫게 해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종알거리는 말은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우시지마는 솔직하게 대답하는 카게야마를 보고 웃어주었다.
"짐승은 안 되지만 네가 다친다면 언제든 내게 오면 된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밑에서 난 새소리에 다시 새장을 들어올렸다. 지금껏 꼼짝하지 않고 있던 새가 포르르 일어나 좁쌀을 주워먹고 있었다.
"우시지마님. 이것 보셔요. 밥을 먹고 있습니다."
이제야 기운이 난 듯 새는 물도 마시고 좁쌀도 몇 번 더 먹었다. 카게야마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
"우시지마님을 뵈러 와서 기운이 났나봅니다."
"그렇게 어여쁜 말만 하면 놓기 싫으니 그만하거라."
카게야마를 잡은 우시지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 61 (+2)
◇: 30
카게야마 토비오
□: 47 (+2)
신이 난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에게 인사를 한 후 새장을 안고 돌아갔다. 우시지마는 반지를 꺼냈다. 방금까지 만져본 손가락을 기억 속에서 더듬어 굵기를 가늠해본다. 이 정도였던가. 반지를 쳐다보면 헷갈렸다. 역시 끼워보는 편이 좋았을 것 같기도 했다.
"...."
우시지마는 다시 반지를 넣었다. 제대로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여자가 자신을 두려워하는 건 싫었다. 우시지마는 궁녀를 불렀다.
"단패궁의 상궁에게 주인의 손가락 치수를 알아오거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물을 위해 보냈다고 짐작할 테니 문제는 없었다.
*
이것 봐, 카게야마는 상궁에게 새장을 보여주었다. 카게야마가 자랑하는 대로 새장 속의 새는 제법 기운이 난 모양이었다.
"설마 우시지마님께서 낫게 해주셨습니까?"
"가만히 두니 저절로 나았다."
"거보십시요. 마마. 그대로 궁에 뒀으면 됐을 것을."
상궁은 잔소리를 하려다가 참았다. 카게야마가 워낙 기분이 좋아보이는 탓이었다. 쪼로롱 쪼로롱거리며 새가 울었다. 무척 고운 소리였다.
"예쁘게 우는 새구나. 이름을 붙여줄까?"
"마마. 기력이 생기면 도로 돌려보내야할 짐승입니다. 너무 정을 붙이진 마십시오."
카게야마는 입을 삐죽거렸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점심식사를 하는 내내 카게야마는 새장 근처에 붙어 있었다. 네코는 드디어 질투가 났는지 카게야마에게 안아달라고 졸랐다. 무릎 위에 강아지를 올려두어도 신경은 온통 새에게 쏠려 있었다.
"갑자기 죽거나 하지는 않겠지."
"설마 그러겠습니까."
상궁은 카게야마를 안심시켰다. 카게야마는 반도 다 먹지 못한 좁쌀을 더 채우라고 말했다. 물도 깨끗하게 갈아주었다.
홀 : 손님이 찾아왔다
짝 :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다
새를 돌보고 있던 카게야마에게 손님이 왔다고 상궁이 알렸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마마님. 어라?"
문 안으로 들어오던 쿠로오는 새장을 발견하고는 씩 웃었다.
"이제는 새도 키워?"
"아닙니다. 새가 떨어져있어서..."
"어디 보자."
쿠로오가 새장 근처로 얼굴을 가까이 했다. 방울새가 푸드덕거렸다. 아마도 표범이 자신을 잡아먹기 위해 보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꼼짝 못하고 새가 굳어있자 카게야마는 얼른 쿠로오의 옷을 잡아당겼다.
"쿠로오님. 그러지 마세요."
"응?"
"가까이 가서 새가 놀란 듯 합니다."
카게야마는 다시 한 번 쿠로오의 옷을 잡아당겼다.
홀 : 그러면
짝 : 놀랐어?
"그러면 새한테 가지 말고 마마님한테 가볼까?"
순식간에 맹수가 몸을 일으키듯, 카게야마에게로 훌쩍 다가온다. 쿠로오의 옷을 쥐고 있던 카게야마는 깜짝 놀라 옷자락을 놓았다. 하지만 얼굴은 더욱 가까워졌다. 눈을 뜨면 한 쪽밖에 보이지 않던 눈동자가, 머리카락 사이로도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쿠로오님."
"응, 여기 왔어."
"..가깝습니다."
"난 좋은데."
내뱉는 숨이 닿았다. 카게야마는 왠지 뒷목이 간지러워져 뒤로 물러섰다. 쿠로오도 그쯤 고개를 들었다. 네코가 겁을 먹고 있다가 캉캉거리며 짖었다.
"이 놈. 혼내준다?"
자리에 앉은 쿠로오는 네코를 안아들고서 마구 쓰다듬었다. 손길을 피하려고 발버둥치던 네코가 틈을 보았다가 얼른 도망쳤다. 네코마저도 궁 밖에 나가면 단 둘이 되었다. 카게야마는 머쓱한 얼굴로 물었다.
"쿠로오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홀 : 그야
짝 : 그냥
"그야, 마마님을 보러온 거지."
더 무슨 뜻이 있겠어. 쿠로오는 명쾌하게 말했다. 카게야마는 마땅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였다. 숙인 뒷목, 그리고 고개를 들어올린 후 뒷목을 긁적거리는 손가락. 쿠로오는 웃는 얼굴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들어올린 팔에서 소매가 흘러내려 또다시 흰 팔뚝이 보였다. 자국은 옅게 남아 지워져있었다. 그는 눈썹을 위로 들썩였다.
아마 자신은 이것을 확인하려고 온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오늘 쿠로오와의 시간이
1~3 : ..너무 가까웠어 (호감도 +0)
4~6 : 쿠로오님 늘 장난만 치시고 (호감도 +1)
7~9 : 쿠로오님을 봐서 좋았어 (호감도 +2)
0 : 입맞출 것처럼 가까웠어.. (호감도 +3)
카게야마 토비오
□: 43 (+1)
쿠로오는 오늘 카게야마와의 시간이
1~3 : 당황한 마마님 귀여워 (호감도 +1)
4~6 : 정말 경계심이 없네 (호감도 +2 위험도 +1)
7~9 : 더 당황한 얼굴을 보고 싶어 (호감도 +3 위험도 +2)
0 : 깨끗한 팔 위로 자신의.. (호감도 +3 위험도 +3)
쿠로오 테츠로
○: 46 (+3)
◇: 29 (+2)
일부러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을 때 카게야마는 조금 떨고 있었다. 장난이라고 믿어보려고 하지만 은연 중에 불편해하고, 불안해하고 만다. 쿠로오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죄책감은 분명 그 푸른 눈동자에 들어 있었다. 카게야마는 빙글빙글 웃으며 쳐다보는 쿠로오에게 투덜거렸다.
"쿠로오님, 늘 장난만 치세요."
"마마님이 귀엽거든. 매번 당황해하잖아."
"너무하십니다."
"어쩌지. 나는 더.."
더, 당황하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쿠로오는 뒷말을 잇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볼게."
마마님. 안녕. 쿠로오는 손을 흔들고는 왔던 것처럼 금방 나갔다. 쿠로오가 나가자 쫄래쫄래 네코가 들어와 낑낑거렸다.
*
네코가 하도 조르기에 카게야마는 궁 앞의 정원에서 공을 던져주며 놀았다. 짧던 낮은 어느새 해가 길었다. 한참 놀고 저녁식사를 위해 들어가도 밝기만 했다.
"기운을 차린 모양입니다."
카게야마 대신 새장 곁에 선 어린 궁녀가 새의 노는 모습을 보고 재깍 알려주었다. 식사를 하던 카게야마는 기뻐하며 말했다.
"그럼 지금 풀어줄까?"
"날이 어두우니 내일 아침에 놓아주시지요."
상궁의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 카게야마는 창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 밝던 하늘은 눈 깜박할 사이에 또 밤이 되어 있었다.
1~3 : 밤산책을 했다
4~6 :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던 정원은 밤으로 뒤덮였다. 카게야마는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애완조들의 새장에는 검은 천을 덮어주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 실내에 있는 새들도 밤이 온 줄 알고 잠이 든다는 것이었다. 카게야마는 궁녀에게 검은 공단을 가져오게 했다. 바느질이라도 할 줄 알고 반색했던 상궁은, 가져온 공단을 새장 위에 덮어주는 걸 보며 이마를 짚었다.
"조금 걷고 오겠다."
"마마. 어두운데 나가십니까."
"괜찮아."
새장을 검은 천으로 꼼꼼히 싼 카게야마는 단패궁을 나왔다. 단패궁 주변도 장막을 둘러싼 듯 어둡다.
1~5 : 한참 정원에 서있다가 들어왔다
6~0 : 후원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
후원으로 난 길을 따라 걷던 카게야마는 발을 멈췄다. 앞선 기척이 들렸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어둠 속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우시지마님? 하고 중얼거렸다. 우시지마 또한 카게야마를 보고 다가왔다. 뒤를 훑어보고는 그는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밤길이 어두운데 궁녀도 없이 다니다니, 걱정이구나."
"조심히 다녔습니다."
"늘 이렇게 혼자 다니느냐."
다리 위에 모은 손을 우시지마가 잡아올렸다. 손도 차군. 우시지마는 짧게 신음했다.
"궁녀들이 너를 소홀히 모시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건 결코 아닙니다."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카게야마가 고개를 저었다.
"실은 안이 답답해 혼자 걷고 싶었습니다."
"..나를 만났으니 방해였겠군."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우시지마를 올려다보면 어두운 밤 가운데서도 사내의 눈이 카게야마를 향해 있었다. 까만 밤을 헤쳐 집요하게 쳐다보는 눈동자에, 카게야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침에 보고, 또 밤에는 궁에서만 보았지.."
"...."
"이렇게 어둠 속에서 보는 건 또 처음이구나."
"우시지마님."
"잘 보이지 않아 가까이 둬야하니 이건 또 이것대로 괜찮군."
얼굴이 가까웠다. 카게야마는 아까 전 쿠로오의 장난을 떠올렸다. 하지만 우시지마는 장난이 아닐 것이다. 다시 한 번 침이 꿀꺽 넘어갔다.
"입맞추고 싶구나."
"...."
"하게 해다오."
우시지마가 속삭였다. 카게야마는 언젠가 동궁에서 했던 입맞춤을 떠올렸다. 그때처럼 얼굴이 다가왔다. 그러면 카게야마는 눈을 감을 수 밖엔 없었다. 숨소리가 들렸다. 가까워졌다가, 뜨겁게 입술이 부딪혔다.
"ㅇ,,읍..!"
정중했던 물음은 욕망이 섞여 변질된다. 어둠 속에서 우시지마의 손이 카게야마의 허리를 붙잡았다. 꽉 끌어안고서 입술을 슬쩍 깨물면 카게야마가 도리질을 쳤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아랫입술을 물었다가 깊게 파고들었다. 안쪽에서 제멋대로 구는 혀가 섞여 격렬해져간다. 읍..카게야마의 눌린 신음소리가 우시지마를 자극했다. 조금 더, 깊은 곳으로. 좀 더. 우시지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곧 풀렸다. 그는 간신히 자제하고서 입술을 떼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젖은 입술 위로 가볍게 찍어눌렀다.
"밤이..좋군."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닦아주고 물었다.
"궁에 데려다주겠다"
홀 : ...예
짝 : 괜찮습니다
갑작스레 입을 맞추어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느새 익숙해진 애정에 부끄러워졌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우시지마는 살짝 조바심이 난 목소리로 물었다.
"나와 있는 게 싫은가."
"아닙니다. 저.."
"데려다 주겠다."
"...예."
결국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와 함께 돌아왔다. 우시지마가 손을 내밀었다.
"넘어지니 손을 잡아라."
"괜찮습니다."
"몇 번이나 더 나를 거절할 셈인가."
크고 두꺼운 손이 카게야마의 손을 찾아 잡았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 63 (+1)
◇: 30
카게야마 토비오
□: 49 (+1)
늦게까지 카게야마가 돌아오지 않자 기다리고 있던 상궁은 우시지마를 보고 놀라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주인에게 밤길을 혼자 걷게 하다니 태만하군."
"송구합니다. 우시지마님."
따지고 보면 제멋대로 궁녀들을 두고 온 카게야마의 탓이었다. 괜히 상궁에게 미안해져 카게야마는 그 앞을 막았다. 어떤 뜻인지 알아차린 우시지마는 말없이 카게야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쓸었다.
"귀한 몸이니 조심히 다녔으면 좋겠구나."
"명심하겠습니다."
"피곤할 테니 어서 들어가거라."
카게야마는 우시지마를 배웅했다. 뒷모습이 어둠 속에 숨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쭉 바라보았다.
18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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