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다이치는 카게야마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천천히 하라고 해도, 그만하라고 해도 결국 카게야마의 말을 듣지 않는다. 아예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카게야마는 엉엉 울며 킨다이치를 꽉 끌어안았다. 미워서 가슴을 치면 킨다이치의 입술이 떨리며 얼굴 여기저기를 찾았다. 입맞춤을 받고 있으면, 어느 순간 아득해져 정신을 잃었다.
그대로 기절했던 카게야마는 눈을 뜰 힘도 없어 숨만 내쉬고 있었다. 옆자리엔 온기가 남아있었다. 킨다이치는 어디에 있을까. 귀를 기울이니 킨다이치의 숨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렸다. 카게야마가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중얼거린다. 많이 힘들었나..자책하는 목소리였다. 핀잔을 주기엔 입안이 말라 껄끄러웠다. 킨다이치. 물 좀. 입을 열려던 순간 킨다이치의 손이 카게야마의 몸에 덮은 이불을 끌어올렸다.
"..힘들었나보다."
어쩌지. 킨다이치는 한참 카게야마를 덮은 이불을 만지작거렸다. 카게야마의 몸은 건드리지 않은 채 오직 이불 끝자락만을 쥐고 있는 모습은 어젯밤의 그 남자같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다리 사이가 욱씬거렸다. 그래도 카게야마는 평소의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래. 힘들었어."
"..카ㄱ, 폐하. 깨셨습니까?"
"..물 좀."
킨다이치가 서둘러 물을 따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당탕탕하다가 잔이 깨지고 만다. 곤혹스러운 탄식도 들렸다. 정말로 어제의 그 남자와 달랐다.
*
궁녀들은 잔이었던 물건의 잔해를 치우느라 분주했다. 혹시나 조금이라도 조각이 남아있을까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킨다이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카게야마의 앞에 죄인처럼 앉아있었다. 카게야마는 모른 척 하며 상궁에게 말했다.
"오늘 아침은 거르겠다."
"마마. 조금이라도 드십시오."
"..드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카게야마의 말에 킨다이치도 상궁의 말을 거들었다. 빤히 그쪽을 쳐다보면 슬쩍 카게야마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도 드셔야 합니다."
"...."
"어제..고생하셨으니.."
마지막까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끈질긴 말투였다. 저렇게까지 말하면 카게야마도 냉정하게 거절하기 귀찮아졌다. 결국 카게야마는 식사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제야 킨다이치의 얼굴이 밝아졌다. 식사를 한 술 뜨는 걸 보고서야 그는 단패궁을 나왔다. 억지로 밥을 밀어넣은 카게야마를 보며 상궁은 기특하다는 얼굴을 했다.
"장군의 말씀은 마마께서 잘 따르시는군요."
"...거기서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영영 여기서 나가지 않을 얼굴이지 않았느냐."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덕분에 제가 편해졌습니다."
식사는 잘 챙기셔야지요. 상궁은 기어코 카게야마에게 후식까지 먹게 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쿠니미의 호감도가 50을 넘었으므로 누군가에게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쿠니미는 단패궁에서 돌아오는 킨다이치와, 남궁을 제외하고 아침에 한 명과 마주쳐 대화를 합니다. 이 상황은 각자의 호감도/위험도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만약 쿠니미가 오이카와나 히나타를 마주치게 된다면, 오이카와/히나타와의 만남 시 0의 선택지는 쿠니미에 대한 내용으로 바뀝니다.
1~2: 우시지마 와카토시
3~4 : 오이카와 토오루
5~6 : 이와이즈미 하지메
7~8 : 히나타 쇼요
9~0 : 츠키시마 케이
오이카와 토오루와 마주쳤으므로, 이후 오이카와의 위험도 선택지는 우시지마 와카토시에서 쿠니미 아키라에 대한 내용이 변경됩니다
쿠니미는 킨다이치가 올 때쯤 일부러 궁에서 나왔다. 자신이야 상관없었지만, 킨다이치는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었다. 확실히 날씨는 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욱신거리는 다리의 고통이 덜했다. 따뜻해지면 약을 바르지 말아볼까. 정갈한 얼굴로 그런 생각을 하며 쿠니미는 궁 안을 걷고 있었다.
"재상, 아니지. 섭정 전하네."
비웃는 것처럼 말하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어려운 남자가 서 있었다. 아침부터 화려한 옷을 멋지게도 차려입었다. 머리카락은 또 얼마나 공을 들였을까. 하지만 저 가벼운 아름다움 속에 든 것이 다루기 쉬운 내용물 뿐이었다면, 오이카와 토오루라는 남자는 아오바죠사이의 후계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쿠니미는 오이카와에게 최대한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오이카와님."
"친구가 토비오쨩 방에 들어가서 심란한가봐요?"
무언가 캐내려는 듯 말을 건다. 쿠니미는 꾸며낸 얼굴로 웃었다.
"오이카와님이나 다른 분들께서 의무를 행하듯, 장군도 다른 마음은 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 대단하네. 그런 마음이니 역시 친구를 고발할 수 있었을까?"
"...여왕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니 저 역시 의무를 다했을 뿐입니다."
억지로 웃는 눈가에 경련이 일 것 같았다. 오이카와는 그렇지, 하고 마주 웃었다.
"하긴 그렇지. 허락되지 않는 일이야."
"...."
"그래도 오이카와씨는 가끔 생각해요? 토비오쨩, 아오바죠사이에 와서 뭐라고 했더라."
자신이 모르는 카게야마의 시간이 튀어나오면 쿠니미는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표정을 만드는 것도 관두고 자신을 쳐다보는 쿠니미를 보며 오이카와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강해져서.. 지켜야한다고 했었던가."
"...."
"누구를 지키려고 한거지? 토비오쨩. 불쌍할 정도로 엄청 노력했는데."
"..저는..모르겠습니다."
동요를 숨기며 쿠니미는 오이카와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 오이카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결국 원하는 걸 얻었다는 듯한 만족감이 섞인 소리였다. 쿠니미는 삐걱거리는 발을 멈췄다. 오이카와가 속삭였다.
"좋아하는구나."
"...."
"..좋아하고 있는데, 닿지 않으니 가지고 싶어서 단패궁에 밀어넣었어?"
싫은 남자네, 오이카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쿠니미는 서둘러 섭정궁으로 돌아왔다.
*쿠니미의 경우 마음을 숨기는 편이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 있는 여유가 없어 오이카와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오이카와와 만났을 경우 일정한 확률로 쿠니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며, 레점에 따라 쿠니미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위험도가 올라갈 확률이 생깁니다.
*
생각해보니 지난 15일 때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한 건 남궁 뿐이었다. 카게야마는 조금 두꺼운 옷을 입고 단상에 앉아있던 쿠로오와 코즈메를 떠올렸다.
"남궁에 가야겠다."
"준비하겠습니다."
네코가 자신도 데려가라는 듯 캉캉거리며 짖었다. 카게야마는 얼른 안아들고서 강아지를 달랬다.
"안 돼. 넌 여기 있어."
왜 안되느냐는 듯 카게야마의 품에 안겨 고개를 갸웃갸웃거린다.
"비 맞고 다닌 이후로는 내보내기가 겁난다. 그러니 여기 있어."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네코의 귀와 꼬리가 축 쳐졌다.
단패궁에 나와 남궁으로 가면
홀 : 쿠로오
짝 : 코즈메
"코즈메님을 뵙습니다."
"안녕."
코즈메는 산쇼쿠를 쓰다듬다가 카게야마 쪽으로 보내주었다. 고양이를 품에 안은 카게야마는 먼저 발톱부터 확인했다. 발등을 꾹 눌러보면 날카롭던 발톱이 짧게 깍여있었다. 아까는 분명 쿠로오님께서 산쇼쿠때문에 옷이 망가졌다고 했는데? 의아해하는 카게야마의 눈이 발톱에 고정된 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코즈메가 조금 급하게 말했다.
"매일 깎고 있어. 그러니까, 안고 있어도 돼."
"아..."
그러고보면 산쇼쿠는 쿠로오의 옷 뿐만 아니라 자신의 팔뚝도 긁은 이력이 있었다. 자리에 앉은 코즈메는 카게야마를 보며 말했다
홀 : 상처는 괜찮아?
짝 : 네코는 어때
"상처는?"
지난 번과 달리 얌전하게 안겨 가르릉거리는 산쇼쿠를 쓰다듬고 있으면, 코즈메가 물었다.
"상처, 어때?"
"..상처.."
산쇼쿠가 할퀴었잖아."
작은 상처라 잊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확인하듯 팔뚝을 훅 걷어올렸다. 코즈메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보여달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괜찮습니다. 흉도 남지 않았어요."
카게야마는 자랑하는 사람처럼 코즈메에게 흰 팔뚝을 보여주었다. 다행이네, 중얼거리며 코즈메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보고 있던 쿠로오가 우와, 마마님. 대단해. 하고 감탄했으나 카게야마는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홀 : 코즈메님
짝 : 쿠로오님
"쿠로오님. 왜 그러시는 건가요?"
팔뚝을 걷어올린 카게야마가 쿠로오를 지목했다. 쿠로오는 쓰게 웃었다.
"저기, 마마님."
"예."
"..보이거든."
무엇이, 라고 말하며 내려다보면 잇자국과 함께 여기저기 순흔이 남아있었다. 어젯밤 온 몸에 자국을 남기던 킨다이치가 그제야 떠올랐다. 붉어진 코즈메만큼이나 더욱 새빨개진 얼굴로 카게야마는 소매를 내렸다. 쿠로오는 아아, 하고 과장된 한숨을 쉬었다.
"마마님. 정말 너무하잖아."
"죄, 죄송합니다."
"우리가 남자로 안 보이는 건가."
민망해진 카게야마는 다른 손으로 팔뚝을 꾹꾹 눌렀다. 그렇게 하면 자국이 사라지기라도 할 듯 제법 필사적이었다. 카게야마가 쓰다듬주지 않자 산쇼쿠가 풀썩 내려와 다시 코즈메에게로 돌아갔다.
1~3 : 쿠로. 그만해
4~6 : ..상처, 다 나아서 다행이다
7~9 : 그럴지도 (위험도+2)
0 : 뭔지 알고 있는데 (위험도+2)
한 번도 남궁과 밤을 보내지 않았다. 코즈메는 속으로 쿠로오의 말에 동의했다. 카게야마는 아마도 자신들을 편한 대화 상대 정도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나쁜 인상을 주는 것보단 나았다. 코즈메는 쿠로오를 쳐다보았다. 카게야마를 괴롭히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쿠로. 그만해."
코즈메의 말에 카게야마가 고개를 조심히 들었다.
"무안하게 하지마. 여자아이잖아."
"...켄마. 네가 그러면 내가 정말 나쁜 사람같다고."
"잘못했다고 해."
"..마마님. 잘못했어."
쿠로오는 꼼짝하지 못하고 카게야마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눈은 조금 번뜩이는 것 같아, 카게야마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쿠로오 테츠로
○: 45 (+1)
◇: 27 (+2)
카게야마 토비오
□: 42 (+1)
코즈메 켄마
○: 34 (+1)
◇: 22
카게야마 토비오
□: 39 (+2)
카게야마가 나간 뒤에야 궁녀들이 들어왔다. 쿠로오는 코즈메에게 웃으며 소매를 보여주었다.
"이것 봐."
"...옷이 왜 그래?"
"마마님이 이렇게 만들었어. 마마님 바느질은 예상했지만 정말 못하네."
일부러 쿠로오가 내놓은 검은 실 덕에 삐뚤한 실밥은 더욱 잘 보였다. 코즈메는 산쇼쿠를 쓰다듬다가 못마땅한 어조로 물었다.
"카게야마에게 바느질을 하도록 옷을 만든 건 쿠로지?"
"아니야. 산쇼쿠가 그랬어."
그렇지? 쿠로오는 코즈메의 무릎에 있는 고양이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과격한 손길에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질색을 했다.
*
단패궁으로 돌아오며 카게야마는 속으로 킨다이치의 욕을 했다. 멍청이. 멍청이! 이렇게 자국을 남기면 어쩌자는 거야. 궁녀들은 옷을 갈아입혀주며 뻔히 다 보았을 텐데도 말해주지 않았다. 돌아와 궁녀들을 노려보면 궁녀들은 주인이 왜 그러나 싶어 얼른 비위를 맞추려 들었다. 차마 입으로 말은 꺼낼 수 없어 발만 탕탕 굴렀다. 카게야마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상궁이 서둘러 함을 들고 왔다.
"마마. 화내시지 마시고..선물이 왔습니다."
"내가 언제 화를 냈느냐."
"좋은 것이 있는지 보십시오."
상궁은 카게야마의 짜증을 받아주며 함을 안겨주었다.
"킨다이치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우시지마 와카토시
3 : 오이카와 토오루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히나타 쇼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 0 : 리레주 지정
ㄴ 쿠니미 아키라
쿠니미 아키라님의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상궁이 어서 보라는 이유가 있었다. 쿠니미가 보냈다는 소식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쿠ㄴ..섭정이?"
"어서 보십시오."
쿠니미가 보내주었던 그림은 아직도 가끔 꺼내보고 있었다. 하지만 또 보내줄 것이 있던가.
카게야마는 함을 열었다. 그 속에는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손에 끼워본 카게야마는 머뭇거리다가 도로 뺐다.
"반지는 역시 불편하네."
"..예쁜 반지인데 아깝습니다."
그래도 카게야마가 다시 끼어보려고 하지 않아, 상궁은 하는 수 없이 보석함에 반지를 두었다. 카게야마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허전한 손이었지만 역시 반지가 없는 쪽이 편했다.
쿠니미 아키라
○: 51
◇: 46
카게야마 토비오
□: 41 (+1)
식사를 한 카게야마는 홀로 방 안에 놓아둔 활을 쓰다듬었다. 서궁에 가게 되면 오이카와에게 활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카게야마 또한 오이카와처럼, 이 활을 제대로 사용하고 싶었다. 공을 물고 온 네코가 놀아달라는 얼굴로 꼬리를 흔들었다.
"놀아줄까?"
논다라는 말을 알아듣고 더욱 세게 꼬리를 흔든다. 이제 네코는 제법 알아듣는 말이 많아진 것 같았다. 그런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은 카게야마는 역시 반지가 없는 쪽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1~3 : 강아지를 안고 밤산책을 했다
4~6 : 강아지와 놀아주다가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입에 문 조그만 공을 빼앗으면 네코는 낑낑거리며 그러지 말라는 것처럼 울었다. 네가 공을 줘야 내가 던져주잖아. 카게야마는 휙 방구석으로 공을 던졌다. 네코가 쪼르르 달려가 공을 물고왔다. 자랑하는 것 같아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다시 입 안의 공을 잡아당겼다. 네코는 공을 빼앗기자 또 끙끙 울었다.
"아니..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야. 놀아주지 마?"
공을 던져주기를 원하지만 공을 가져가는 것은 싫어한다. 기가 막혀서 공을 침상으로 던져주자 네코가 폴짝 뛰어올랐다. 그 뒤를 따라 카게야마 또한 침상에 누웠다. 네코는 뿌듯하게 공을 머리 맡에 두었다.
"이제 자자."
자자, 라는 말에도 반응해서 뺨을 핥았다. 어디까지 말을 알아듣는 건지 카게야마는 궁금해졌다.
17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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