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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58. 2월 19일


언젠가 본 적이 있는 호랑이였다. 너는, 하고 말을 걸면 다가와 기특하게도 카게야마에게 다가와 뺨을 핥았다. 간지럽다..간지러워. 카게야마는 도리질을 쳤다. 하지만 두터운 혀는 집요하게 카게야마의 얼굴을 핥아댄다. 겁은 나지 않았으나 왠지 부끄러웠다.


"그만해."


카게야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벗어나려는 카게야마의 위를 다시 한 번 호랑이가 덥석 올라왔다.


"카게야마."

"..우시지마님?"


어느새 호랑이는 우시지마로 변해 있었다. 우시지마님, 카게야마는 그를 다시 한 번 불렀다. 그러면 호랑이와는 촉감이 다른 입술이 카게야마의 뺨에 닿았다. 부드럽게 쪼듯이 입을 맞추고는 손으로 더듬어 카게야마의 흉터를 찾는다. 배 위의 흉터가 꽉 조이는 것 같았다. 아찔해져 배 위를 만지는 우시지마를 잡았다. 손을 잡힌 우시지마가 낮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와 가자."

"어디로.."

"시라토리자와로."

"...우시지마님. 저는."


가겠다는 말은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가지 못한다는 말도 왠지 하기 힘들었다. 카게야마가 망설이는 사이 우시지마는 얼굴을 숙였다. 호랑이가 그랬듯 흉터를 이를 세워 깨문다. 아프지 않아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배 위에서 어정쩡하게 헤매는 카게야마의 손을 이번엔 우시지마가 잡았다. 손등 위에 뜨거운 입맞춤이 쏟아졌다.


"같이 가자. 카게야마."


쪼로롱, 새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는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에 대한 호감도가 50 이상이므로 카게야마가 우시지마의 꿈을 꾸었습니다



어제 저녁 우시지마를 만났기 때문일까, 꿈 속에 나온 우시지마를 생각하던 카게야마는 얼굴을 붉혔다. 분을 칠해도 자꾸만 홍조가 돌아 상궁이 이상하게 여겼다.


"마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좋은 일이라니..."


어디에 낯부끄러워서 말을 하지도 못한다. 카게야마가 딱 잡아떼자 상궁도 더 이상 묻지않았다. 카게야마는 새장의 천을 벗겨보게 했다. 아침에 새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아직 새는 비실거리며 자고 있었다.


"오늘 놔줄까 했는데 안되겠구나."

"마음에 걸리시면 좀 더 지켜보신 후에 놓아주시지요."

"...."


아침을 먹은 카게야마는 자꾸만 떠오르는 우시지마 덕에 괜히 배를 문질렀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카게야마의 우시지마에 대한 호감도가 50 이상이므로, 문안인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에게 우시지마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후의 수치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다만 오늘 만난 상대의 위험도가 선택지에 따라 +3 혹은 +5 로 오르게 됩니다. 카게야마의 호감도는 전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카게야마는 동궁에 가려다가 멈칫했다. 꿈 속에서는 결국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우시지마가 똑같이 물어본다고 하더라도 카게야마는 결국 우시지마가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순 없을 것이다. 자신은 키타가와의 사람. 시라토리자와로 갈 수는.. 없다. 카게야마는 입을 다물고 잠시 생각했다.

"..남궁에 갈까."

쿠로오도 새를 궁금해하는 얼굴이었다. 카게야마는 겨우 마음을 정했다. 남궁에 가겠다고 하자마자 상궁은 다시 새장 위에 천을 덮었다.

"오늘은 이 짐승을 다른 궁에 데려가셔서는 안됩니다."
"...."

상궁이 말리는 바람에 새를 직접 쿠로오에게 보여줄 수는 없게 되었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남궁으로 걸어갔다. 수정처럼 맑아보이는 하늘이 높게 궁의 지붕 위에 떠있었다.


홀 : 쿠로오
짝 : 코즈메


궁에 도착하니 코즈메가 고양이를 끌어안고 있었다. 서둘러 인사하면 코즈메대신 고양이가 야옹, 하고 울었다.

"안녕."
"날씨가 무척 좋습니다. 코즈메님."
"..키타가와도, 이제 따뜻해지겠네."
"겨울은 좋아하지 않으시니 다행입니다."

코즈메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살폈다. 잘은 모르지만 들떠보이는 얼굴이었다. 단패를 뽑는 걸 좋아하는 걸까. 그걸, 카게야마는 좋아하나? 쿠로오나 코즈메 자신은 카게야마의 밤을 몰랐다. 코즈메는 멍한 얼굴로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카게야마에 대해 생각했다. 


홀 : 기분이 
짝 : 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여."


코즈메는 차를 마시는 카게야마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더 카게야마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는 최대한 단어를 골랐다.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좋은 일이라뇨.. 없습니다."

"...."

"아, 코즈메님이랑 만난 건 좋습니다."


코즈메님은 항상 제게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카게야마는 고양이에게 긁혔던 팔뚝을 손으로 감쌌다. 상처도, 킨다이치가 남긴 자국도 사라진 팔은 깨끗했지만 이번엔 다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들어올 때부터 기분 좋아보이는 얼굴인데."

"그건.. 오늘 이상한 꿈을 꾸어서."

"이상한 꿈?"


코즈메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카게야마는 망설이다가 천진하게 대답했다.


"시라토리자와의 우시지마님이 나오는 꿈을 꾸었습니다."

"....."

"이상한 꿈인데.. 우시지마님께서 호랑이로 변하셨어요."

"응.."

"혹시 쿠로오님말고 다른 분께서도 변하실 수 있는 건가요?"



홀 : 내가 알기론 없어 (위험도 +3, 호감도 +1)

짝 : 이상한 꿈이네 (위험도 +3)



다른 남자의 이름을 편하게 말하는 카게야마를 보며 코즈메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 무척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이름은 '불쾌함'이었다. 코즈메의 눈이 느리게 깜박였다.


"..이상한 꿈이네."

"예. 그렇지요."

"....시라토리자와의 황제는 자주 만나나봐."

"자주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제 밤 우연히.."


마주쳤다, 라는 이야기를 하려던 카게야마는 입을 다물었다. 입맞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말을 멈춘 카게야마를 코즈메 역시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


"코즈메님..?"


어딜 가냐는 듯 묻는 카게야마에게 코즈메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조금 피곤해서.. 들어갈게. 쿠로는 조금 있다가 올거야."


코즈메님. 하고 다시 불렀으나 코즈메는 고양이와 함께 안쪽으로 들어갔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코즈메에게 카게야마는 조금 섭섭함을 느꼈다.


*


쿠로오는 잠시 후 궁으로 돌아왔다. 검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수련을 하고 온 것 같았다.


"마마님? 왜 혼자 있어?"

"코즈메님께서 피곤하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켄마가..."


그럴 녀석이 아닌데. 쿠로오는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괜히 초조해진 카게야마가 쿠로오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실수를 한 걸지도 모릅니다."

"응? 마마님이?"

"저와 이야기하시다가 갑자기 들어가셨어요."

"...."



홀 : 내가

짝 : 무슨



악의가 없는 솔직함은 쿠로오도 대충 알고 있었다. 그 점이 귀엽다고는 생각하지만, 거슬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쿠로오는 웃는 얼굴을 하고 카게야마에게 물었다.


"마마님. 켄마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꿈을."

"꿈?"

"이상한 꿈을 꾼 걸 이야기해드렸습니다."


아마도 꿈의 내용이 켄마를 거슬리게 했을 것이다. 쿠로오는 잠시 망설였다. 카게야마는 자신때문인 것 같다고 자책하고 있었다. 장난이, 단순히 장난이 아니게 되는 경계선이 눈 앞에 있었다. 



홀 : ..괜찮을 거야 

짝 : 어떤 꿈인데



지금까지 쌓아온 호감을 단숨에 망가트리면서까지 듣고 싶지는 않았다. 쿠로오는 씩 웃었다. 쿠로오의 웃음에 카게야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을 거야."

"..그럴까요?"

"켄마, 정말로 자주 피곤해하니까."


얼굴 봐. 매일 졸려보이잖아. 쿠로오의 말에 카게야마는 조금 웃었다.


"이제 좀 웃네. 마마님."

"저 때문에 코즈메님께서 피곤하신 건 싫습니다."

"쿠로오는? 나도 지금 방으로 들어가면 어쩌려나."

"...쿠로오님께서는 장난이라는 걸 아니까 놀라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카게야마는 힐끔 쿠로오를 쳐다보았다.  


"..피곤하신가요?"

"아침부터 일찍 무거운 걸 휘둘렀더니."


카게야마의 눈이 다시 쿠로오의 검집으로 갔다. 기품있는 곡선의 검은 쿠로오와 잘 어울렸다. 대련 상대는.. 이와이즈미님이셨을까? 카게야마는 물어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지난 번 이와이즈미의 이야기를 꺼냈다가 쿠로오가 기분 나빠한 적이 있었다. 그러고보면 왠지 오늘과도 비슷했다. 


"무슨 생각해? 마마님."


쿠로오는 검을 쳐다보는 카게야마에게 물었다.



1~3 : 그냥.. 

4~6 : 아무것도

7~9 : 제가 (위험도 +2)

0 : 쿠로오님의 (위험도 +2)



"그냥.. 검을 봤습니다."


카게야마는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코즈메의 기분이 상한 건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남궁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것이 고작 일주일 전이었다. 본능적으로 그는 말을 피했다. 검을 보았다는 말에 쿠로오는 냉큼 검집에서 검을 뽑아 카게야마에게 들어보게 했다. 활은 잘 다루지만 검은 어려운 카게야마는, 쿠로오의 검을 잡고 휘청거렸다. 낭창하고 유연하게 생긴 검은 겉보기와 달리 훨씬 무거웠다. 마치 쿠로오같은 느낌이었다. 가벼워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쿠로오는 웃으며 검을 도로 받아갔다.


"무겁지?"

"무겁습니다."

"그리고 무섭지."


쿠로오는 검을 공중에서 스윽 휘둘렀다. 검날이 반짝이며 허공을 갈랐다.



쿠로오 테츠로

○: 49 (+2)

◇: 31

카게야마 토비오 

□: 44 (+1)


코즈메 켄마(네코마, 보좌) 

○: 35 

◇: 22 (+3)

카게야마 토비오 

□: 41 (+0)



쿠로오는 카게야마를 데려다준 후 코즈메가 머무는 방으로 들어왔다. 코즈메는 무릎을 세운 채로 침상 위에서 앉아 있었다. 산쇼쿠가 코즈메의 관심을 끌기 위해 머리를 비벼도 쳐다보지 않는다. 이야, 켄마. 왜 그래? 쿠로오는 과장된 한숨을 쉬었다.


"내가 마마님을 놀리고, 네가 말려줘야 하잖아. 켄마 네가 없어서 오늘은 조용했어."

"..잘 됐네."

"...마마님이 정말 큰 실수를 했나?"


쿠로오는 침상에 털썩 앉았다. 산쇼쿠가 털을 쭈뼛 세우다가 야옹거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히 보이는 코즈메의 동공이 세로로 가늘어졌다. 


"..카게야마는 잘못 없어."

"그럼 켄마 잘못?"

"...오늘 단패를 뽑아?"


쿠로오는 놀란 얼굴을 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쿠로."

"응."

"..나 좀 이상해."


코즈메는 세운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


단패궁으로 돌아온 카게야마는 새장이 없는 걸 알아차리고 상궁에게 물었다. 도망가려는 네코를 겨우 잡아 품에 안은 상궁은 고개를 저었다. 


"마마. 귀한 날에 짐승을 안에 들여놓겠습니까."

"걔는 아프잖아."

"잘 보살필 테니 걱정마시고 준비부터 하시지요."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홀 : ...그래 

짝 : 싫어!



어차피 상궁의 말을 따르는 편이, 나중에 서두르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카게야마는 고분고분 상궁의 말을 따랐다. 몸을 씻은 후 치장을 하는데 줄이 풀린 네코가 헥헥거리며 카게야마를 찾아왔다. 네코, 하고 부르면 궁녀들 사이를 헤치고 카게야마의 발치에 앉는다.


"에그머니나!"


궁녀들이 줄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네코를 따라 날뛰었다. 한참동안 잡히지 않던 네코는 결국 가장 어린 궁녀의 손에 잡혀 낑낑거리며 나갔다.


"마마."


치장을 다 한 카게야마에게 상궁이 패를 가져왔다.


"뽑으십시오."

"...."


처음 이 패를 뽑을 때는 지나치게 긴장했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손을 뻗는 자신의 모습이, 카게야마는 적응되지 않았다. 



1 : 오이카와 토오루    

2 : 우시지마 와카토시 

3 : 츠키시마 케이      

4 : 쿠니미 아키라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쿠로오 테츠로      

8 : 킨다이치 유타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의 지정으로



카게야마는 패를 뒤집었다.


[히나타 쇼요]


"히나타님."


요 근래 자주 뵙지 못한 이름이었다.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말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토비오. 나는 처음이니까.. 카게야마의 귀 끝이 붉게 물들었다. 히나타와도 한 번은 밤을 보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다가오니 역시 진정이 되지 않았다. 패를 쥔 손이 살짝 흔들리는 걸 발견한 상궁이 마마? 하고 카게야마를 불렀다.


"..괜찮다."

"그러면 북궁에 알리러 가겠습니다."

"...."


자신이, 자신만이 처음이라고 쭉 말해온 남자와의 밤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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