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깔깔했다. 물.. 밤새 히나타의 이름을 불렀던 입으로 중얼거려보면, 마른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고통이 밀려왔다. 카게야마는 더듬더듬 침상에서 내려와 궁녀들이 미리 준비해놓은 물을 마셨다. 찬 물을 반 이상은 입 밖으로 흘리며 마셔댔다. 갈증을 채운 카게야마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히나타는 보이지 않았다. 단패를 뽑은 후 아무도 없는 아침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조금 서운한 얼굴로 빈 침상을 보았다가 거울로 눈을 돌렸다. 몸 곳곳에 순흔이 짙었다. 갓 배워 신기한 아이처럼 히나타는 그렇게도 많은 자국을 남겼다.
"....?"
눈을 돌려보면 의자 위에 모르는 옷이 걸려 있었다. 어제 히나타가 입고 온 옷이었다. 옷을 제대로 입지도 못하고 서둘러 나가다니, 얼굴 보기 부끄러웠던걸까. 얼굴이 붉어진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옷을 주워들었다. 서툴게 접어 다시 놓아두면 상궁의 인기척이 들렸다.
*
"히나타님께서 마마를 깨우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상궁은 조용히 아침식사를 하는 카게야마를 신경쓰며 말했다. 아침에 혼자 남은 주인이 상궁이 보기에도 낯선 탓이었다. 카게야마는 갓 따온 나물을 입에 넣었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써."
"몸에 좋은 것이 입에 씁니다."
"달걀이나 과일은 몸에도 좋고 맛도 좋지 않느냐."
"...."
상궁은 할 말이 없어 물잔만 건넸다.
입술을 삐죽 내민 카게야마는 조금 속상한 얼굴로 물을 마셨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쿠로오의 호감도가 50을 넘었으므로 누군가에게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쿠로오는 단패궁에서 돌아오는 히나타와, 남궁의 코즈메를 제외하고 아침에 한 명과 마주쳐 대화를 합니다. 이 상황은 각자의 호감도/위험도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카게야마가 문안인사를 남궁에 가므로 자동적으로 카게야마가 남궁에 도착해 처음 만나는 사람은 코즈메가 됩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북궁
7~8 : 섭정궁
9~0 : 리레주 지정(히나타, 코즈메 제외)
홀 : 오이카와
짝 : 이와이즈미
조금 몸이라도 움직여볼까, 해서 쿠로오가 아침부터 찾아간 곳은 서궁이었다. 이와이즈미를 찾아왔다고 하니 순순히 문이 열렸다. 쿠로오는 어슬렁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검을 휘두르고 있던 이와이즈미는 동작을 멈추고 깍듯하게 인사했다. 동갑이니 말을 놓으라고 해도 말만 놓았을 뿐 이와이즈미는 쿠로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켰다. 일부러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쿠로오는 마음에 들었다. 어깨를 한 쪽으로 돌리며 쿠로오는 검을 잡았다. 긴장을 풀듯 날씨 이야기부터 흘러나온다.
"키타가와의 날씨는 아직도 차네."
그러면 이와이즈미도 능숙하게 받았다.
"그래? 아오바죠사이의 날씨도 여기와 비슷한데."
"그럼 난 절대로 아오바죠사이엔 가지 못하겠군."
그리고 곧바로 검날이 부딪힌다. 챙챙, 번쩍이는 검신이 아침의 햇빛 아래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흩뿌려졌다. 보기에는 가벼워보이나 공격적인 쿠로오의 검과 달리, 이와이즈미는 오로지 검 뒤의 사람을 지키기 위한 검술이었다. 그러니 합이 잘 맞을 수 밖엔 없다. 쿠로오는 계속 해서 달려들었고 이와이즈미는 뒤로 물러서지 않은 채 검을 받았다. 짜맞춘 것처럼 서로 공격을 주고받던 쿠로오는 순간 이와이즈미를 곤란하게 할 만한 화제를 생각해냈다.
"마마님, 말이야."
"?"
날뛰던 이와이즈미의 검이 조금 잦아들었다. 틈을 놓치지 않으며 쿠로오는 입을 열었다.
"어제 북궁의 그 작은 황자랑 보냈는데, 조금 아쉬워."
"...."
"마마님이 남궁은 정말 싫어하나봐."
이와이즈미는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마마님, 이라고 카게야마를 부르나보지."
"그, 래."
쿠로오의 검이 훅 들어온다. 이와이즈미는 뒤로 몸을 돌렸다. 반응이 둔탁했다. 그러고보면.. 순간적으로나마 약간의 화도 치솟았다. 이와이즈미의 이야기를 하며 분명 기분이 상한 적이 있었다.
"저번엔 네 얘기도 나에게 하던데, 친해?"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봤, 으니까..!"
이와이즈미가 급하게 다시 한 번 몸을 피했다. 쿠로오는 씩 웃었다.
"아. 그렇군. 어릴 때."
"..신경 쓰이나 보지."
평정을 잃었던 검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쿠로오는 단숨에 이와이즈미의 목끝을 노렸다. 하지만 찌르지 않을 것을 알아차린 이와이즈미는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종이 한 장 차이의 간격. 쿠로오는 사람 좋게 웃어보였다.
"..이래놓고, 신경 안 쓰인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네."
"...."
뒤에서 궁녀가 쿠로오를 찾았다. 카게야마가 남궁을 향해 떠났단 소식이었다.
*이와이즈미는 쿠로오가 카게야마에게 반했다는 것을 대화로 눈치챘습니다. 이와이즈미와 만났을 경우 일정한 확률로 쿠로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며 레점에 따라 쿠로오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위험도가 올라갈 확률이 생깁니다.
카게야마는 수저를 입에 문 채로 곰곰히 생각했다. 아무래도 코즈메가 마음에 걸렸다.
"오늘은 남궁에 가야겠다."
"오늘도 남궁에 가십니까."
상궁은 곤란한 얼굴로 말을 받았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식사를 마친 카게야마는 상궁에게 물었다.
"새는?"
"뒷방에 두었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 놔줘야하는데."
카게야마는 창 밖으로 흘깃 하늘을 보았다. 청명한 하늘 위로 이름을 모르는 새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
남궁에 도착하면 코즈메만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2월의 중순에도 네코마들이 머무는 궁은 한 겨울처럼 따뜻했다. 카게야마는 코즈메에게 조용히 인사했다. 혹시 화를 내면 어쩌나 싶어 얼굴을 살폈으나 코즈메는 언제나와 같았다.
"코즈메님."
"응."
"어제는.."
카게야마는 망설였다. 괜히 건드려 코즈메의 심기를 상하게 만들 것이 걱정됐다. 하지만 이대로 불편하게 지나가는 것도 싫었다. 그는 코즈메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홀 : 코즈메
짝 : 카게야마
"어제는..제가 코즈메님께 폐를 끼친 것 같아서, 죄송하다ㄴ.."
"무슨 폐?"
코즈메는 큰 눈을 카게야마에게로 고정한 채 물었다. 깜박이지도 않고 뜬 커다란 눈은 카게야마의 속을 꿰뚫어볼 것 처럼 깊었다.
"어제, 제가 코즈메님을 너무 편하게 여겨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나 싶어서요."
코즈메는 우시지마의 이야기를 하다가 자리를 떴다. 자신때문에 기분이 상한 게 맞을 것이다. 시라토리자와와 네코마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자신은 모르는 것이 많으니 아마 코즈메 또한 다른 사정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카게야마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고르며 말했다. 코즈메는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나를 편하게 여겼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코즈메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사람처럼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홀 : 너는
짝 : 그렇구나
카게야마가 간 후 코즈메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생소해 한참 혼자 있었다. 조금 화가 났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고, 짜증도 났으며 동시에 단패를 뽑는다는 걸 알면 기대가 차올랐다. 여자들은 싫었다. 나긋나긋하게 다가와 아무렇지도 않게 코즈메를 해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남장을 하고 살았다는 카게야마가 편했던 걸지도 몰랐다. 웃으며 건넨 독을 받아마신 후 코즈메는 한 번도 여자가 주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자신의 앞에 있는 저 파란 눈동자를 코즈메는 어젯밤 계속 생각했다.
"너는.."
"...."
"나를 이상하게 만들어."
"예?"
코즈메는 카게야마를 물끄러미 보았다가 눈을 돌렸다. 산쇼쿠가 그르릉거리며 코즈메에게 다가와 뺨을 비볐다.
"코즈메님. 제가.. 이상해요?"
영문을 알 수 없어 카게야마가 되물었다. 코즈메는 고개를 저었다.
"너는 괜찮아. 이상한 건 나야."
"..? 코즈메님은 이상하지 않으세요."
"...응."
코즈메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떠올랐다. 코즈메가 자리를 뜨지 않자 카게야마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코즈메님. 쿠로오님께선 밖에 나가셨나봅니다."
"응. 아마 서궁에 가지 않았을까."
"이와이즈미님..?"
떠오른 이름을 말하면 코즈메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둘이 검을 자주 맞춰보니까 아마 오늘도."
"그렇군요."
"네가 온단 말을 듣기 전이니까, 좀 있으면 올 거야."
"예."
"..일부러 피한 건 아니야."
쿠로오를 위해 코즈메는 변명을 했다. 코즈메님. 정말 다정하시네. 카게야마는 코즈메가 준비한 차를 마시며 홀로 생각했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홀 : 뛰어들었다
짝 : 곁에 앉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거대한 흑표범이 뛰어들어왔다. 카게야마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굳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쿠로오님!"
"마마님. 왔다는 말에 빨리 달려왔어. 잘했지."
"...놀랐습니다."
카게야마는 긴장이 풀려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쿠로오라는 걸 알고 있어도 갑자기 마주치면 겁먹지 않을 수 없었다. 카게야마의 안색이 좋지 않자 코즈메가 쿠로, 하고 참견했다.
"카게야마가 놀랐잖아."
"그래? 놀랐어?"
쿠로오는 카게야마의 뺨을 혀를 내밀어 핥았다. 윤기가 흐르는 털이 카게야마의 몸에 닿았다.
"나인걸 알면서도 놀라면 어떡해. 마마님."
"갑자기 오시니까.."
"잘 기억해둬. 이렇게 생긴 표범은 나밖에 없으니까."
카게야마는 표범을 쳐다보았다. 맹수의 눈동자만큼은 쿠로오의 것과 같아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쿠로오가 표범일 때 더 쉽게 만질 수 있었다. 겉모습이 거대한 고양이 같아, 뺨을 핥아도 거부감이 없었다. 카게야마는 쿠로오의 허락이 떨어지자 조심스럽게 등줄기를 쓰다듬었다. 눈을 감은 쿠로오가 기분 좋게 꼬리를 살랑거렸다. 산쇼쿠는 진작 저 멀리 도망친 후였다.
"마마님이 만져주니 기분 좋네."
"괜찮으신가요?"
"역시 빨리 뛰어오길 잘했어."
쿠로오의 목 안쪽에서 그릉그릉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편하게 쓰다듬으라는 듯 쿠로오는 머리를 카게야마의 허벅지 위에 올렸다. 무릎베개를 해주게 된 카게야마는 상기된 얼굴로 열심히 커다란 표범을 만졌다. 손 끝에 감기는 부드러운 털들은 만질 때마다 행복한 기분을 떠올리게 했다. 기분이 나른해진다.
홀 : 쿠로오는
짝 : 카게야마는
쿠로오는 고개를 들었다. 카게야마의 손은 멈춰있었다.
"마마님?"
불러보면 꾸벅꾸벅 졸고있다. 따뜻한 짐승의 체온에 지친 몸이 데워진 탓이었다. 코즈메가 쿠로오의 겉옷을 건네주었다. 쿠로오는 스윽 몸을 일으켰다.
"자네."
"자고 있어.."
코즈메는 신기한 얼굴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불편할 것 같아 등받이를 해주면 벽에 머리를 기대고 고롱고롱거리며 깨지 않는다. 쿠로오는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기울어져 드러난 목에는 히나타가 남긴 자국들이 즐비했다.
"어제 굉장히 시달렸나봐."
"....쇼요가?"
"그래. 그 작은 황자."
쿠로오는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었다. 턱을 괴고 한참 앞에서 지켜봐도 카게야마는 깨지 않았다.
"정말, 우리를 너무 편하게 여기는 거 아냐?"
마마님. 확 덮쳐버려도 우리한테는 할 말 없어. 그래도 제법 상냥한 목소리였다.
쿠로오 테츠로
○: 51 (+2)
◇: 31
카게야마 토비오
□: 45 (+2)
코즈메 켄마
○: 35 (+2)
◇: 25 (+1)
카게야마 토비오
□: 41 (+2)
자다가 화들짝 놀란 카게야마는 허둥지둥 인사를 하고는 남궁을 떠났다. 코즈메는 쿠로오에게 물었다.
"남자와 잠자리를 하면 많이 피곤한가봐."
"아무래도, 그렇겠지? 여자는."
"피곤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어?"
쿠로오는 신기한 눈으로 코즈메를 보았다.
"켄마. 어제 오늘, 여러번 나를 놀라게 하네."
"...알려주기 싫으면 말고."
얼굴을 붉힌 코즈메는 책을 뒤적거렸다. 쿠로오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피곤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피곤한데도 와줬잖아. 그래서 그런 것 뿐이야."
"하긴 신경쓰이긴 하지. 켄마 넌 역시 착해."
"...."
"나는 나 때문에 기절할 정도로 피곤한 모습도 보고 싶거든."
쿠로오의 말에 코즈메는 변태, 라고 짧게 말한 후 들고 있던 책을 던졌다.
*
누가 봐도 잠에서 깬 얼굴로 돌아온 카게야마를 상궁은 아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마마.."
"알겠다. 내가 잘못했어."
"...."
"..피곤했단 말이다."
온 몸이 쑤셔 곤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돌아와서도 식사를 한 후 카게야마는 의자에 기대어 졸았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잠이 왔다. 몸이 무거웠다.
"마마."
상궁은 함을 안은 채 카게야마를 깨웠다.
"선물이 왔습니다. 보시고 주무세요."
"..선물.."
"예. 보십시오."
"히나타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 0 : 리레주 지정
"우시지마님께서 처음으로 선물을 보내주셨답니다."
상궁은 기꺼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시지마, 란 말에 카게야마는 눈을 반짝 떴다.
"우시지마님.."
"예. 우시지마님이십니다."
카게야마는 얼굴을 붉히며 함을 열어보았다.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우시지마의 반지는 제외부탁드립니다"
ㄴ시라토리자와 혼례복
함 속에는 카게야마가 처음 보는 고운 옷이 있었습니다
함을 열면 매가 수놓아진 희고 붉은 옷이 있었다. 포도색과도 비슷한 고운 옷은 카게야마가 처음 보는 복식의 옷이었다. 상궁도 카게야마를 따라 옷을 살폈다.
"이게 무슨 옷이지?"
"..시라토리자와의 옷인가봅니다."
"..예쁘다."
생소한 옷이었으나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은 그냥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주사위를 굴려 카게야마의 호감도를 정합니다 : 62
30 이하 : 호감도 1
60 이하 : 호감도 2
90 이하 : 호감도 3
99 이하 : 호감도 4
우시지마에게 처음으로 받아본 선물이었다. 카게야마는 함에서 꺼낸 옷을 몸이 대보았다. 상궁이 옷을 걸쳐보는 것을 도와주었다.
"마마의 피부가 고우셔서 이 색도 참 잘 어울리십니다."
"괜히 또 띄워주는구나."
"참 고우십니다."
상궁은 옷을 받은 카게야마가 기력을 되찾자 같이 들떠 장신구도 가져왔다.
"옷이 문양으로 가득 해 화려하니 조그만 보석만 착용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옷이다. 시라토리자와의 여자들은 모두 이렇게 예쁜 옷을 입나보군."
"그러게 말입니다."
홀 : 서신을
짝 : 손님이
평상복이라기엔 지나치게 화려하지만, 경박하지 않아 위엄이 있는 옷이었다. 거울 앞에 서서 살펴보는 카게야마에게 궁녀가 급히 손님이 오셨다는 것을 알렸다.
"우시지마님께서 오셨습니다."
"..우시지마님?"
받아보자마자 옷을 입어보았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워, 카게야마가 벗으려하면 상궁은 벗지 못하게 말렸다. 한참 실랑이를 하는 사이 우시지마는 들어왔다. 그리고 침묵한 채 그저 카게야마를 보는 것이었다. 얼굴이 빨개진 카게야마는 서둘러 우시지마에게 인사했다.
"...생각보다 더 잘 어울리는군."
우시지마가 카게야마에게로 다가왔다. 상궁이 빠르게 방을 나갔다. 둘만이 남으면, 우시지마는 거침없이 카게야마의 어깨를 양 손으로 잡았다. 커다란 손이 어깨 위에 수놓아진 매의 얼굴을 전부 가렸다.
"잘 어울리는구나."
"이 것은 시라토리자와의 여인들이 입는 옷인가요? 참 예쁩니다."
카게야마가 수줍게 말했다. 우시지마는 어깨를 잡은 채 곳곳을 훑어보며 대답했다.
"여인들이 입는 옷이 아니라, 네 옷이다."
"예?"
"네가 마음에 든다면 너만 입을 수 있도록 해주마."
갑자기 거대한 제안을 하니 도무지 따라갈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에게 반쯤 안긴 채 고개를 들었다. 우시지마는 몹시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이렇게..고운 옷을 저만 입으면 아깝지 않습니까."
카게야마는 웃었으나 우시지마는 웃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지. 네가 입으니 보기 좋구나."
"그래도 어떻게 옷을 저만 입게 하세요. 그건 안 됩니다."
카게야마는 옷을 만지작거렸다. 곱게 물을 들인 천의 색에 눈이 다 부셨다. 그러고보면 우시지마에게는 옷을 두 벌이나 받았다. 겨울 내 잘 입은 망토는 상궁이 가져가 햇빛에 말려 보관해두었다.
"망토도, 이 옷도 전부 마음에 듭니다."
"네 마음에 드니 다행이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평상복은 아닌 듯 합니다. 언제 입는 옷인가요?"
카게야마의 물음에 우시지마는 말없이 옷깃을 여며주었다. 가슴 위에 닿은 뜨거운 손이 카게야마의 목 아래를 쓸다가 다정하게 올라가 뺨을 어루만진다.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나중에.."
"그때까지 잘 간직하고 있도록 하거라."
"....?"
나갔던 상궁이 차를 가져왔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에게 공손히 차를 대접했다. 펄럭이는 짙은 포도색의 옷자락을 보며, 우시지마는 느슨하게 풀린 얼굴로 웃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 64
◇: 30
카게야마 토비오
□: 50 (+3)
모처럼 얻은 예쁜 옷이 망가질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네코를 들어오지 못하게 한 후 옷을 갈아입었다. 낑낑거리며 문을 긁던 네코는 카게야마가 문을 열어주자마자 얼른 뛰어들어 왔다. 팔 안에 폭 안겨서 짖지도 않고 꼬리만 흔든다.
"내가 보고싶었구나."
간질간질한 기분이 되어 네코를 쓰다듬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잘 놀아주지 않았으니 저녁은 같이 먹고 싶어, 카게야마는 네코를 품에 안고 식사를 했다. 상궁은 못마땅한 얼굴이었으나 카게야마의 고집은 꺾기 힘들었다. 카게야마에게서 떼어내려고 하면 네코가 작은 이를 드러내고 으르릉거리는 것도 한 몫 했다.
1~3 : 강아지와 밤산책을 했다
4~6 : 피곤해서 얼른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계속 졸아서 잠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피로감은 남아 있었다. 네코의 등털을 쓰다듬으며 멍하니 앉아있는 카게야마에게, 상궁이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오늘은 자주 이 궁에 와주시는구나."
아침에 혼자 일어났을 때 느꼈던 쓸쓸함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카게야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열린 문으로 밤과 함께 쿠니미가 들어왔다.
"..섭정."
"폐하."
쿠니미는 우아한 동작으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상궁은 쿠니미가 미리 말을 해놓았는지 들어오지 않았다. 얼떨떨한 목소리로 카게야마가 물었다.
"이 밤에, 무슨 일.."
홀 : 선물이 (호감도 +1)
짝 : 남궁에서 (위험도 +1)
0 : 그리워서
"보낸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 같아, 용서를 빌러 왔습니다."
쿠니미는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그제야 카게야마는 쿠니미가 주었던 반지를 생각했다. 예쁘게 세공된 반지였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게.."
"불편하셨겠지요."
"..알면서도 반지를 보냈구나."
카게야마가 장신구에 익숙하지 않다는 건 쿠니미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쿠니미는 태연히 웃는 얼굴을 했다.
"불편하시더라도 제가 보낸 반지를 끼는 모습이 보고 싶었으니까요."
"..너 정말 성격 나빠."
"아시지 않습니까."
"...."
"한 번은 보고 싶습니다."
카게야마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보석함을 찾았다. 반지를 꺼내어 손에 끼면,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손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잘 어울리십니다."
"..싫은 건 아니었어."
카게야마는 작게 중얼거렸다. 쿠니미가 가져온 반지는 손가락에 딱 맞았다. 새삼스레 반지를 만져보던 카게야마는 고개를 들었다. 손가락을 쳐다보는 줄만 알고 있던 눈은 카게야마를 직시하고 있었다.
홀 : 쿠니미에 대해
짝 : 키타가와에 대해
0 : 쿠니미와 카게야마에 대해
자신을 보는 저 눈이 친구인지 섭정인지, 아니면 둘 다 아닌지 밤에는 알 수가 없다. 카게야마는 반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쿠니미와 눈을 마주쳤다. 그 눈을 피하지 않고서 물어본다.
"키타가와는."
마음에 걸려도 물어보지 못한 말들이었다.
"섭정이 잘 하고 있는 거겠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쟁만을 좋아하던 왕 대신 네가 있으니 안심이다."
"카게야마."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반지를 낀 손이 가볍게 쿠니미의 손 안에 들어왔다.
"내가 원망스럽지 않아?"
".....원망해줘?"
"나를 미워하지 못하는 건 내가 키타가와의 섭정이기 때문일까."
"...."
"아니면.. 여전히 나는 네 친구가 맞아?"
카게야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손 위로 지나 손목과 팔등을 어루만졌다.
"어쨌거나 나는 좋아."
"....쿠니미..?"
쿠니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카게야마는 결코 키타가와를 떠나지 못할 것이다. 혹여나 후에 자신을 미워하더라도, 키타가와를 인질로 삼아 버틸 수 있다. 자신이 이 다리로 카게야마를 잡았듯이.
*
쿠니미는 반지를 살살 빼냈다. 손가락이 간지러웠으나, 카게야마는 그런 쿠니미를 보고만 있었다. 완전히 반지를 빼낸 쿠니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하고 얄밉게 말했다.
"더 이상 끼는 모습은 구경하지 못할 테니 가져가겠습니다."
"...나를 탓하고 있구나."
"그럴 리가."
카게야마는 반지를 손에 쥔 쿠니미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주는 것도 네 마음이었으니 가져가는 것도 네 마음이다."
"그리고 폐하는 결코 저를 밀어내지 못하시죠."
"잘난 척 하지마."
단호한 말에 반발심이 들어 울컥 대답하면, 쿠니미는 말없이 웃었다.
쿠니미 아키라
○: 51 (+2)
◇: 46
카게야마 토비오
□: 42 (+2)
쿠니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게야마는 무의식적으로 쿠니미의 다리를 살피었다가 눈을 올렸다.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의 쿠니미를 보자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서 가."
"카게야마."
"..응."
"오늘 피곤했다며. 나오지 말고 얼른 들어가."
남궁에서 졸았던 일이 섭정궁까지 들어간 모양이었다. 카게야마는 놀라지도 않고 투덜거렸다.
"상궁은 정말 네게 뭐든 말하나보다."
"폐하께서 워낙 여기저기 말썽을 부리고 다니니까."
"나를 화나게 하려고 온 거야?"
카게야마는 정말로 궁금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정성스럽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뒷머리가 미웠다. 한 대 때려주려던 카게야마는 쿠니미가 머리를 들면 쥐었던 손을 폈다. 잔잔하게 웃는 얼굴을 도무지 때릴 수가 없었다.
"주무십시오. 폐하."
"..너도 어서 들어가."
"폐하께서 먼저 들어가시면."
따라 나오지 말고. 쿠니미는 손으로 방 안쪽을 가리켰다. 그래도 문까지는 나가려던 카게야마는 쿠니미의 계속된 만류에 결국 도로 들어가야 했다. 침상에 올라가서 귀를 기울인다. 쿠니미의 절뚝이는 걸음소리가 들렸다가 점점 멀어졌다. 조금 걷던 발자국이 멈췄다. 단패궁을 보고 있을까..아무리 좋은 귀로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카게야마는 언제 쿠니미가 다시 걷는 지를 기다리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정말로 피곤한 하루였다.
20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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