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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5. 28일 <섭정궁-쿠로오>


답답하다.

도망치고 싶다.

이 곳에서 나가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답답하다.


카게야마는 눈을 번쩍 떴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


아주 오래된 꿈을 꾼 것 같았다.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빠졌다. 카게야마는 아침부터 인상을 찡그렸다. 세숫물을 들고 온 궁녀가 마마, 하고 사근사근 카게야마를 불렀다.


"마마. 어제부로 모두 오셨으니 아침마다 한 분이라도 뵈어 문안인사를 하셔야 합니다."

"거참. 내 인사를 안 받으면 병이라도 걸린다더냐."


어젯밤 오이카와가 찾아와 인사를 바라던 것을 떠올리자 카게야마는 더욱 기분이 상했다. 카게야마는 부러 천천히 식사를 마쳤다. 궁녀들이 여쭈었다.


"마마. 미리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어디로 가시렵니까?"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동궁의 우시지마님은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서궁의 오이카와님은..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였다. 남궁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북궁의 히나타님은 부끄러운 말을 했지만 싫지 않았다. 다만 그 옆의 안경이 싫었다. 카게야마는 한숨을 쉬었다.


"재ㅅ.. 섭정께 여쭈어라. 어제 듣기로, 대장군이 아프다하였으니 안부를 묻고 싶구나."

"그리 하겠습니다."

"폭군이 사라져 출전할 일이 없으니 장군도 궁에 들어앉아 있겠지?"


궁녀들은 어찌 답해야할 지 몰라 묵묵히 카게야마에게 옷만 입혔다. 어쩌면 카게야마는 자신이, 익숙한 상대를 찾아가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부디 그런 무른 마음은 아니길 바랐다. 자신은 이제 어떤 상대라도 상대해야한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귀인이나 혹은 어릴 때부터 같이 커온 소꿉친구라도 밤을 보내야하는 것이다. 이럴 때 자신의 등을 친 친우들을 찾아가고 싶어지다니 어지간한 마음이라고 카게야마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하지만 섭정궁 앞에서 서있는 쿠니미와 킨다이치를 본 순간 카게야마의 걸음이 빨라졌다. 찬바람을 맞으며 둘은 서있었다. 언제부터 서있었던 건지 모른다. 마치 왕의 행차를 알려 미리 마중을 나온 후궁과도 같았다. 지금의 카게야마는 일개 왕족인 여인. 이렇게 모셔야할 상대가 아니었다.


"몸이 좋지 않다 들었는데, 들었습..니다."


인사도 하지 않은 카게야마가 킨다이치를 쳐다보며 말했다. 킨다이치는 고개를 저었다.


"걱정해주시니 감격스럽습니다."

"섭정 전하께선 바람을 쐬이면 ....안 좋지 않으십니까."


딱딱하게 쿠니미에게도 말을 건넸다.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어서 들어가시지요."




섭정궁 안에선 카게야마가 좋아하는 겨울의 유자향이 났다.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상석에 앉으려다가 자리에서 멈췄다. 쿠니미가 앉기를 기다리며 서있자, 쿠니미는 앉는 대신 차를 내온 궁녀들을 물렸다.


"폐하."


쿠니미는 카게야마에게 상석을 가리켰다.


"앉으십시오. 폐하의 자리입니다."

"...섭정 전하는 날 또 희롱하려함인가?"

"어찌 폐하께 그러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하는건가. 위왕을 모시지 못하겠다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지금은 다시 왕좌에 앉으라 권하다니."


카게야마는 싸늘한 눈으로 킨다이치와 쿠니미를 노려보았다. 킨다이치의 입이 열렸다.


"폐하. 저희는.. 한시도 폐하를 그리워하지 않은 일이 없었습니다."

"권력을 쥐고나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더냐."

"폐하."

"..그 입으로 내게 폐하라 칭하다니."


너희가 어떻게, 어떻게 계속 내게 이런단 말이냐. 카게야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홀 : 킨다이치는

짝 : 쿠니미는



킨다이치는 카게야마에게 다가갔다. 왕이 되면 그 곁을 지키겠다 말해줬던 카게야마의 장군이었다. 


"폐하."

"....듣기 싫다."

"폐하야말로, 저희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습니다."

"뭐?"

"언제부턴가 폐하는.. 저희에게 아무것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카게야마는 멍한 얼굴로 킨다이치를 바라보았다. 킨다이치가 제게 소리를 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카게야마에게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아무리 무리한 명령을 해도 해보겠노라고 자신감있게 가슴을 치던 킨다이치였다.


"그러니 제발, 이 곳에서만큼은 저희의 말씀을 들어주십시오. 희롱하려 함이 아닙니다."

"...킨다이치."

"폐하. 폐하라고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하시길 청합니다."


킨다이치가 고개를 숙였다. 카게야마는 쿠니미를 힐끔 보았다. 쿠니미는 여전히 서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잔잔히 웃는다.


"폐하. 다리가 아픕니다. 앉도록 허락해주지요."


카게야마는 불편한 얼굴로 상석에 앉았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눈 앞의 두 사람이라면 분명 제 뜻을 따라줄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허나 그 믿음이, 둘을 쓸쓸하게 만들었던가.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니미와 킨다이치가 자리에 앉았다.


인사를 하러 왔다가 되려 인사를 받은 모양이었다. 폐왕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하의 예로 자신을 대하는 두 사람을 보며 카게야마는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가 카게야마는 다시 킨다이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내려다보는 위치가 되니 말만큼은 자연스럽게 하대가 나왔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므로, 카게야마는 인지하지 못했으나 킨다이치와 쿠니미는 그 익숙한 말투에 기뻐했다.


"헌데 장군은 몸이 불편했다 들었는데 이젠 괜찮은건가."

"...별 것 아니었습니다."

"하룻밤만에 나을 일이라면 뭐하러 얼굴도 비치지 않았지. 해이해졌구나."


카게야마는 불퉁거리며 혀를 찼다. 그럼에도 킨다이치는 상냥한 얼굴을 했다. 


"폐하의 말씀이 모두 옳습니다."

"폐하."


킨다이치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쿠니미가 카게야마를 불렀다.


"요즘 오사와 사야코양이 방문한다 들었습니다."

"아아. 이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던 겁니까."



홀 : 별 일 아니다

짝 : 부탁을 거절했다



..쿠니미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별 일 아니다. 신경쓸 것 없다."

"역시...그러십니까. 폐하."

"이제 혼약자도 아니니 오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

"폐하께서는."

 

쿠니미는 무언가를 말할 듯 카게야마를 보았다가, 또 킨다이치를 보았다가, 마지막으로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카게야마도 따라 창가를 보았다. 바구니에 노란 유자가 한가득 담겨있어 보기에 좋았다.

 

"저기서 향이 나는 거였구나. 어쩐지 유자향이 근사하다했다."

"폐하께서 좋아하시는 일이라면 저희가 모르는 게 있을까요."

 

그리고 쿠니미는 작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폐하는 너무나 강하셔서 저희의 손은 필요하지 않으신가봅니다."

"무슨 말이냐."

"진정 너무하십니다. 폐하."

 

장난스럽게 아뢰는 말이 어디까지 진심이고 어디까지 농인지, 카게야마는 몰랐다. 카게야마는 섭정궁을 나오며 유자 한 알을 받았다. 단패궁에 놓으면 향이 그윽할 것이었다. 

 

 

쿠니미 아키라

○: 17 (+1) 

◇: 15 (+3)

카게야마 토비오

□: 15 (+2)

 

킨다이치 유타로

○: 16 (+3)

◇: 17 (+1)

카게야마 토비오

□: 17 (+2)



궁녀들이 식사시중을 들었다. 카게야마는 코를 킁킁거렸다. 대화할 상대가 없으니 궁녀에게라도 말을 건다.


"향이 좋지 않느냐."

"마마. 그러합니다. 유자향이 참 좋습니다."

"겨울에나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지."


겨울이 지나면 이 향기도 빛이 바랐다. 궁녀들은 유자를 많이 따와서 놓겠다고 말했다. 카게야마는 머리를 저었다. 


"저것 한 알이면 충분하다."


정말로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식사를 마친 후 카게야마는



1~3 : 후원으로 나갔다

4~6 : 궁도실에 가보았다

7~9 : 단패궁에 남았다

0 :



식사를 마친 카게야마는 궁녀들이 다리를 주물러주겠다는 것에 질색하여 밖을 나왔다. 어린 궁녀 한명이 쪼르르 따라왔다.


"마마. 송구하오나 오늘은 안에서 쉬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오늘 밤에는.."

"알고 있으니 그만두거라."

"허나 마마."

"어허."


카게야마의 얼굴이 굳어졌다.


"주인이 하는 말에 토를 달다니, 네가 무서운 줄을 모르는구나."

"..!! 마마. 용서하여주셔요!"


겁을 주자 덜덜 떨며 무릎을 꿇고 비는 모습 역시 보기 좋진 않았다. 천진하기에 자주 말을 걸었는데 그 것이 오히려 독이 된 듯 싶었다. 다른 곳으로 보내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카게야마는 궁녀를 보냈다. 다른 궁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하지만 카게야마는 별 일이 있겠나 싶어 느긋하게 걸었다.


그 때 



1~2 : 오이카와

3~4 : 쿠로오

5~6 : 코즈메

7~8 : 쿠니미

9~0 : 츠키시마



"우와. 무섭네."


일부러 남궁에서 먼 곳이었음에도 카게야마는 쿠로오와 마주쳤다. 경계 가득한 얼굴로 카게야마는 쿠로오에게 인사했다.


"쿠로오님을 뵙습니다."

"하하. 되게 솔직한 얼굴이네."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본인은 모르나? 그럼 됐고."


쿠로오는 따뜻해보이는 털옷을 입고 있었다. 키타가와에서는 본 적이 없는 복식의 옷이었다. 네코마의 것일까? 카게야마가 머뭇거리며 쳐다보자 쿠로오는 다른 뜻으로 알아들은 듯 했다.


"추워? 벗어줄까?"

"괜찮습니다."

"그럼 왜 벗어주길 바라는 얼굴로 보고 있었어?"

"..!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신기해서 본 것 뿐입니다!"


카게야마가 빠르게 말했다. 1초라도 오해를 사고싶진 않다는 말투였다. 쿠로오는 재밌는 것을 구경하듯 카게야마의 얼굴을 보았다. 본인은 아마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으나 평소의 단정하던 얼굴은 입을 삐죽거리고 있다. 잔을 상에 내리칠 때부터 알아봤다. 차분하게 생겨서는 다혈질이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쿠로오는 카게야마에게 말했다.



홀 : 만져볼래?

짝 : 오해할만했지



"오해할만했지. 너무 열렬하게 봐서 유혹하는 줄 알았으니까 말이야."

"...!!!!"


카게야마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쿠로오님.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니 안심하시지요!"

"아니. 그렇게 단정하니까 섭섭하네. 오늘 내가 들어가게 된다면 단패궁 마마님께선 날 설레게 해야하는데."


쿠로오는 카게야마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얼굴이 가까워지기에 놀라 피하려하지만 어깨가 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 뺨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가, 한 순간에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닿았다. 어깨 외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는데 카게야마는 얼굴 전체가 쿠로오에게 붙잡힌 기분이었다. 소리에 예민한 카게야마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가까웠다. 


"아이를 가지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아니었나?


경험이 많아서 충분히 충분하도록 능숙하다고 했지? 쿠로오가 빙글빙글 웃었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꾹 깨물고 쿠로오를 밀쳤다. 아이고. 쿠로오가 가볍게 밀려나주었다.


"저번부터 나한테 너무하네."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침 다른 궁녀가 카게야마를 찾으러 왔다. 쿠로오는 궁녀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아까 그 궁녀는 참 많이 혼났지."

"...."

"네게 혼나지 않았으면 다른 곳에서 분명 실수를 해서 쫓겨나거나, 벌을 받았을거다."

"..거기까지 생각한 일은 아닙니다."


카게야마는 차갑게 대꾸했다. 쿠로오는 다시 한 번 하하, 하고 웃었다. 


"정말 솔직하지 못한 여인이야. 다들 고생 좀 하겠군."


쿠로오를 후원에 남겨둔 채로 카게야마는 단패궁으로 돌아왔다. 



쿠로오 테츠로

○: 11 (+2)

◇: 11


카게야마 토비오

□: 8 (-1)



단패궁의 궁녀들은 바빴다. 첫날밤은 갑자기 귀인이 오신단 소식을 들었기에 제대로 카게야마를 꾸미지 못햇던 것이다. 그래서 다들 이번만큼은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싶어했다. 궁녀들이 여럿 달라붙어 향유로 구석구석 씻기는 바람에 카게야마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짧은 머리카락엔 산호를 얹고, 귀엔 진주를 붙이고, 옷은 붉은 방에 어울리도록 금사를 수놓은 흰 옷을 입혔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 밤하늘같은 암청색 눈동자 속엔 굳센 심지가 별처럼 반짝인다. 순종적인 보통의 여인이었다면 그저 한 번 취하고 말겠으나, 어딘지 남심을 뒤흔드는 구석이 분명 있었다. 

 

"마마. 고르시지요."

 

전에 보았을 때는 다섯 개였던 단패가 아홉 개로 늘어있었다. 

카게야마는 희게 칠한 얼굴로 손을 뻗었다.

 

 

1 : 오이카와   

2 : 우시지마   

3 : 츠키시마   

4 : 쿠니미      

5 : 이와이즈미 

6 : 히나타      

7 : 쿠로오      

8 : 킨다이치   

9 : 코즈메     

0 : 지정



카게야마는 중간의 패를 집었다. 그리고 뒤집자마자 보인 이름에 바닥으로 툭 떨어트렸다. 곁에 있던 궁녀가 패를 주워 확인했다. 


"마마. 그럼 알리겠습니다."

"...."

"마마?"


혼곤하여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겪어야할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카게야마는 제가 잘못 본 이름이길 원했다. 궁녀가 궁 밖을 나갔다. 카게야마는 패를 고른 것만으로도 지쳐 침상의 기둥에 기댔다. 



*



"뭐?"


서궁의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몹시 당황했다. 궁녀의 말을 듣던 오이카와도 무심결에 벌떡 일어났다.


"나라고?"

"그렇습니다. 이와이즈미님. 준비가 끝나시면 단패궁으로 가시지요."

"나..나라고?"


이와이즈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오이카와가 흐응, 콧소리를 내곤 이와이즈미의 등을 탁 쳤다.


"이와쨩. 예전부터 토비오쨩을 귀여워했지? 어서 가봐."

"잠깐만. 잠깐..왜 갑자기.. 왜.."

"마마님께서 이와이즈미님의 단패를 뽑으셨습니다."


궁녀는 동요하는 이와이즈미의 목소리와 반대로 차분히 말을 읊었다. 오이카와는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첫날밤엔 그 섭정이었고, 두 번째는 이와쨩이라니. 토비오쨩 혹시 이름 보고 뽑는 거 아냐?"

"..! 절대 그런 일은 없으시니 안심하시옵소서."

"아아. 농담. 농담이야."


오이카와는 다시 한 번 이와이즈미의 등을 쳤다. 멍하니 서있던 이와이즈미가 화들짝 놀란다.


"어차피 해야할 일이었잖아. 뭘 그렇게 꺼리는 거야. 이와쨩."

"아니. 상대는 그 카게야마 토비오고."

"하긴. 못생긴 여자아이니 이와쨩이 고생하겠네."


못생기진 않았잖아? 하고 대꾸하려했다가 입을 다문다. 이와이즈미는 그저 장난스러운 오이카와의 얼굴을 외면했다.  


"..아무튼. 다녀온다."




걸음이 무척 무거웠다. 이와이즈미 하지메에게 카게야마 토비오란 결국 언제나 오이카와를 매개로 한 대상이었다. 분명 그는 좋은 동생이었고 귀여운 아이였다. 활에 놀라운 재능도 있었다. 그때문에 오이카와가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이와이즈미에게 카게야마란 그런 존재였다. 오이카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작은 꼬마. 허나 오이카와를 제외하고는 딱히 알 필요가 없는 동생.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었기에 카게야마에게도 잘해주었으나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사람이었다.


때문에 이번 키타가와의 일도 오이카와가 끝까지 잡아끌지 않았다면 올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국 왕족의 의무감으로 카게야마의 임신을 도와야한다곤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카게야마와 밤을 보내리라고는. 그는 결코...


이와이즈미의 발이 멈췄다.

단패궁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