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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4-1. 28일 아침 + 오사와 루트 배드엔딩

깊은 산 속으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산짐승 울음을 잘못 들었는 줄 알았으나, 잠에 취한 카게야마의 신경을 건드리는 소리였다. 조심스럽게 속삭이고 있다. 들켜선 안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자신들끼리 말을 주고받으며, 분명 이 쪽으로 가까워져온다. 카게야마는 벌떡 일어났다. 간 밤 찬바람을 많이 맞아서 그런지, 오사와의 얼굴은 창백했다. 


"사야코. 일어나라."

"폐하.."

"누가 오고 있다..여기서 나가야해."



홀 : 오이카와+우시지마

짝 : 오사와 대신



........죽여...

..같이..도망...

...이 곳에서...

끝..


카게야마는 두런두런 들리는 남자들의 목소리에 귀을 기울였다. 살려둘 생각이 없어보이는 적의. 이쪽에 오사와 사야코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알아도, 상관없다는 걸까.


귀족.


카게야마는 사병을 소유하고 있는 10명의 귀족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그들은 자신을 왕에서 끌어내리려했다. 카게야마의 폭정은 백성에게도 가혹했으나 귀족에겐 더욱 가혹했다. 그들은 전대 왕보다 내야할 세금이 훨씬 많아진 것에 대해 불만을 품었다. 전쟁을 위해서라면 돈을 가진 쪽을 쥐어 짜야했다. 아오바죠사이에게 활을 든 것은 반역의 명분. 창고에서 빠져나가는 금은 반역의 이유. 대강의 사정은 알고 있었으나 카게야마는 쿠니미와 킨다이치가 어째서 귀족에게 협력했는지는 몰랐다. 허나 이제 와선 상관없는 일이었다. 지금에야말로 귀족들이 자신을 죽이러 왔기 때문이었다.


카게야마는 희게 질린 오사와를 쳐다보았다. 자신 혼자라면, 이렇게 깊은 산 속에 어디든 숨을 곳이 있을터였다. 오사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추운 겨울 보단 따스한 봄이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오사와."


카게야마는 조용히 말했다.


"너는 여기 남아라."

"폐하! 어째서 오사와라 부르십니까."

"나는 이제부터 도망치기 위해 널 이용한 것이다.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병사들이 오면 오사와의 딸이라고 말해라. 위왕이 너를 인질로 삼았노라며."

"폐하..! 어째서..저도 같이.." 


오사와는 믿지 못하겠단 얼굴로 고개를 젓다가 눈물을 흘렸다. 카게야마는 오사와의 몸에 제 겉옷을 걸쳐주고 뛰쳐나왔다. 사방에서 사병들이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사야코는 살려주겠지. 살려야만 했다. 카게야마는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애썼다.  달리던 카게야마는 눈을 감았다. 먼 곳에서부터 가까운 곳까지 목소리와 발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그는 소리들을 피해 최대한 먼 곳으로 가려했다.



..........왕.......

...시해.............

.............도망.......

...도망친 왕........

..행방..불명.....

............

...


.

.

.,-

..ㅡ

..하..

폐하..!

사야코, 폐하를 찾아..서..

..폐하....

....어디에...

..제...들리시지 않습니까..



"바보같은!!"


카게야마는 눈을 떴다. 오사와의 근처로 병사들이 접근하고 오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모를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사와가 자신을 부르며 울고 있었다. 마구 산길을 헤매다가 넘어진다. 발목이 삐어 움직이질 못했다. 


"..사야코."


이제 더 이상의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가던 길을 다시 뛰어올라갔다. 헐떡거리며 숨이 차올랐다. 찬 바람을 맞은 오사와가 발목을 쥐고 신음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달려오는 카게야마를 발견하곤 다시 눈물을 흘렸다. 


"폐하!"

"사야코. 왜 바보같은 짓을 하는 것이냐."

"제발 저를 데려가주셔요."


혼자 가게 두진 않는다고 하셨죠. 제발 저를 데려가셔요. 오사와의 눈엔 어떤 결심이 담겨있었다. 


죽기를 바라는 눈.


카게야마는, 어렴풋이 애초에 오사와가 바란 것은 이런 일이었을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카게야마는 오사와를 품에 안았다. 양 팔로 목을 끌어안은 오사와가 카게야마의 가슴이 기댔다. 병사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더해진다.


저기 있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카게야마는 무작정 뛰었다. 산 위로 해가 서서히 뜨고 있었다. 달갑지 않은 빛이 그들을 밝혔다.



카게야마는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병사들이 뒤를 쫓는 소리가 오사와의 귀에도 이제 들렸다. 그러나 다만 오사와는 차분한 눈으로, 카게야마의 품에서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킨다이치 장군의 말을 떠올렸다. 죽을 힘을 다해 카게야마를 지키라고 그는 말했다. 아마 장군이였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카게야마를 도망치게 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못한 걸까. 안한 걸까. 그녀는 자신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카게야마 토비오는 지금 그녀의 것이었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이 사야코만의.


궁병들이 따라잡은 모양인지 멀리서 화살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사야코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카게야마의 턱 끝에서 떨어진 땀방울이 사야코의 가슴에 닿았다. 다리가 끊어진 것처럼 아팠다. 접질린 발목 때문은 아닐 것이다. 화살들이 머리 위로 바람처럼 날아온다. 카게야마의 신음이 점점 거칠어졌다. 


"폐하."

"하아, 하아."

"폐하. 제가 이제 미워지셨나요?"


사야코는 문득 물었다. 카게야마의 옷이 등 뒤에서부터 피로 젖어 상의가 붉게 물들어갔다. 사야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쏟아지는 화살의 빗속에서 드디어 카게야마의 걸음이 멈췄다. 


"..미워, 하느냐고?"

"...예."

"....왜..어째서..? 내가.. 널 미워해야하지?"


피에 젖은 얼굴. 그러나 진심으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의 카게야마를 보며 사야코는 마지막으로 환히 웃었다.




폐하


폐하께서는 한번도, 저를 처음으로 여겨준 적이 없으셨지요 


제가

곁에 있어도 


폐하의 마음은 재상이나 장군이나, 아니면 어떤 다른 곳에 쏠려있어

저는 그 것이 참으로,

참으로 서운했답니다 


폐하가 여자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송구하지만,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직 저만이

폐하를 도망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폐하의 주변은 전부

폐하를 놔주지 않을테니까요 



저는 결코 폐하의 처음이 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마지막은 


함께

도망치셔요 


아니 


함께라면

이 카게야마 사야코 


죽어도 여한이 


여한이 없습니다 






「마지막 초야」





12월 27일. 단패궁의 카게야마, 인질로 오사와의 장녀를 삼고 궁을 나오다

12월 27일. 오사와 대신의 주도 아래 수색에 들어가다

12월 28일. 카게야마 토비오, 오사와의 장녀 오사와 사야코를 죽이고 도망가다

12월 28일. 오사와 사야코의 시신을 수습하다

12월 28일. 카게야마 토비오의 시신을 수습하다

12월 29일. 대장군 킨다이치 유타로 사의를 표명하다

12월 30일. 시라토리자와, 아오바죠사이, 카라스노, 네코마의 왕족들이 오사와 사야코의 죽음을 애도 후 환궁하시다

12월 30일. 단패궁이 폐쇄되다

 




폐왕의 밤 첫 번째 엔딩을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분기점이었던 27일 오사와의 방문으로 다시 시간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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