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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60-2. 21일



심장을 쏘았어야했다는 말에 카게야마는 울음을 터트렸다.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날아가고 싶었던 적이 있다. 사실은 지금 또한 그랬다. 그러나 제 아무리 철새라도 돌아갈 둥지는 있다. 돌아가야할 둥지가 있었다. 카게야마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카게야마. 믿어줘."


쿠니미는 눈물을 흘리는 카게야마 쪽으로 제 고개를 숙였다. 


"너를 괴롭게 하는 모든 일이 나 때문이더라도, 결코 네가 미웠던 적은 없어."

"그게, 무슨 말이야.."

"단 한 번도 나는 너를.."


쿠니미의 손가락이 카게야마의 얼굴을 핥듯이 닦아주었다. 마치 눈물샘이 고장난 사람처럼 울던 카게야마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막 수련을 마쳤는지, 킨다이치가 검을 든 채로 카게야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홀 : 카게야마

짝 : 폐하



"폐하."


킨다이치는 저벅저벅 다가왔다. 심각한 얼굴로 와서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살피고, 쿠니미의 손에 묻은 눈물을 가늠해본다. 쿠니미는 슬며시 뒤로 물러섰다. 킨다이치의 얼굴에 노기와 닮은 걱정이 서렸다. 


"폐하께서 왜 눈물을 보이고 계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카게야마는 눈물을 훔쳤다. 갑자기 터진 눈물이 부끄러웠다. 킨다이치는 그런 카게야마를 안타깝게 쳐다보았다가, 쿠니미를 보았다. 쿠니미는 고개를 저었다.


"폐하께서, 제 다리를 걱정하시어 우신 겁니다."

"...곧 날씨가 따뜻해지면 섭정의 다리도 좋아질 겁니다."


미심쩍은 얼굴로 쿠니미를 한 번 쳐다본 킨다이치는 카게야마를 달랬다.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면 옆에서 자신을 말리던 킨다이치 또한 생각났다. 카게야마는 



홀 : ㅠㅠ

짝 : 장군



카게야마는 눈물을 그쳤다. 양 손으로 눈가를 비비어 닦고 고개를 들면 킨다이치의 얼굴이 보였다. 


"장군에게 보기 싫은 모습을 보였군."

"..괜찮습니다. 다만 오셨는데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울 뿐입니다."


킨다이치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아주려했으나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이만 가봐야겠다."


엉망이 된 얼굴을 보여주며 걱정을 하게 하고싶지는 않았다. 킨다이치는 작은 목소리로 벌써, 하고 아쉽게 대답했다. 



쿠니미 아키라

○: 53 (+5)

◇: 46 (+5)

카게야마 토비오 

□: 44 (+5)


킨다이치 유타로

○: 41 (+3)

◇: 32 (+3)

카게야마 토비오 

□: 31 (+3)



키타가와 과거 이야기가 해금되었으므로 오늘은 모든 수치가 +5 혹은 +3이 오르게 되었습니다 



킨다이치는 카게야마를 배웅하고 돌아왔다. 다리를 주무르던 쿠니미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킨다이치에게 말했다. 


"내 얼굴 뚫어지겠다."

"폐하께서 왜 우신 거야."

"...다리 때문이라고 했잖아."

"...갑자기..?"


쿠니미는 옷자락을 걷었다. 가려진 허벅지부터 드러난 종아리까지, 그날 카게야마의 화살을 전부 받아낸 다리는 보기 흉한 흉터로 덮어져있었다. 킨다이치는 고개를 돌렸다. 쿠니미는 몇 번이나 구멍이 났던 종아리를 만졌다.


"갑자기 또 생각이 났나보지."

"..미안하다."


킨다이치의 죄책감이 어떤 것임을 알고 있는 쿠니미는 그에게 슬며시 웃었다.


"너는 아무 잘못이 없다니까."

"...."


이건 모두, 내가 원한 거였어. 쿠니미는 통증이 밀려오는 다리를 주무르며 생각했다. 


*


단패궁으로 돌아오면 상궁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마.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섭정궁에서, 차마 그렇게 물어보지 못하는 상궁의 말을 카게야마는 대신 받았다.


"별일 아니었으니 소란떨지 마라."

"마마..하지만 얼굴이."


거울을 보니 눈이 붉었다. 카게야마가 손으로 문지르자 상궁은 기겁을 했다. 


"마마. 그렇게 눈을 괴롭히시면 안됩니다."


얼음을 대어드릴 테니 잠시 쉬십시오. 상궁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식사를 한 후 얼음주머니를 눈에 대보았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카게야마는 몸을 일으켰다. 침상에 가만히 누워있으라고는 해도, 답답해서 오히려 기분이 가라앉았다. 카게야마는 아침에 들었던 새소리를 생각했다. 후원에 가볼까. 그러면 그 새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너도 갈래?"


옆에서 꼬리를 흔드는 네코에게 물으면, 네코는 그 말을 알아듣고 폴짝폴짝 뛰었다. 한 동안 데리고 나오지 않았으니 답답했을 것이다. 네코는 카게야마를 쫓으며 신나하는 눈치였다. 빨리 뛰어가고 싶어하는 강아지를 겨우 잡으며 걷고 있으면,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1~3 : 오이카와

4~6 : 쿠로오

7~9 : 쿠니미 

0 : 세 인물 중 리레주 지정



쿠니미는 강아지를 끌어안고 있는 카게야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침에도 보았는데 왜 또 여기서 만난담. 카게야마는 언젠가 쿠니미와 함께 이 곳에서 만난 날을 기억했다. 쿠니미의 손이 강아지를 흔들었다. 카게야마의 발치에 있던 네코는 몇 번 본 사람이라고 얼른 달려갔다.


'저도 다음 생에는 충분히 짐승으로 태어날만 하니..'


이곳에서, 카게야마의 품에 안긴 네코를 부러워하며 쿠니미는 그렇게 말했다.



홀 : 지금도 

짝 : 킨다이치는



킨다이치는 어디에 있지, 섭정 혼자서 어디를 가는가. 인사로 건넬 말은 많았다. 그러나 네코의 발을 잡고서 쓰다듬어주는 쿠니미는 드물게도 편히 웃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너를 미워한 적이 없어. 내가 미워한 건 쭉 나뿐이야. 단 한 번도, 나는 너를.


카게야마는 네코의 머리를 쓰다듬는 쿠니미에게 물었다.


"아직도 전의 그 마음이 그대로야?"

"...."

"죽을 때까지."


쿠니미는 죽을 때까지 카게야마가 그를 보아주기를 원한다고 했었다. 쿠니미는 강아지를 쓰다듬던 몸을 일으켰다. 네코가 아쉬운 얼굴로 쿠니미를 올려다 보았다.



홀 : 부럽지만 

짝 : 예



"부럽지만..확실히 부럽습니다."


쿠니미는 자신과 카게야마의 사이를 돌아다니는 네코를 바라보았다. 꼬리를 흔들며 근심없이 뛰는 강아지로 태어나면, 사람의 마음을 잊은 채 행복할 것이다. 모든 불행은 깨달음에서부터 온다. 카게야마에 대한 마음을 자각했을 때부터 쿠니미는 기쁘고 불행했다. 쿠니미는 절뚝거리며 카게야마에게 다가왔다. 피하지 않는 카게야마의 허리를 잡고, 마주본 채 그는 웃었다.


"하지만 짐승으로 태어나면 이렇게 폐하를 만지지는 못하겠지요."

"...가까워."

"짐승으로 태어나면, 이렇게."


쿠니미의 손이 등줄기를 훑었다. 아, 하고 신음한 순간 쿠니미의 입술이 카게야마의 입술에 겹쳐졌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은 2월과 비슷했다. 아직 추웠으나 따뜻한 온기가 끝에 남아 있었다.


"..이렇게 네게 할 수 없으니까."

"너, 갑자기..!"

"이제는 덜 부러워."


카게야마는 당황해 쿠니미의 가슴을 밀었다. 얼굴이 화끈거려 왠지 쿠니미를 볼 수 없었다. 가겠어, 하고 등을 돌리면 대답없이 고개를 숙이는 기척이 뒤에서 들렸다.



쿠니미 아키라

○: 58 (+2)

◇: 51 (+1)

카게야마 토비오 

□: 49 (+2)



카게야마는 거울을 보았다. 쿠니미를 만난 후로 눈물을 흘려 눈이 부었고, 입술 또한.. 부었다. 괜히 짜증이 나서 얼굴을 마구 문지르자 네코가 카게야마의 무릎 위에 올라와 얼굴을 핥았다. 부드럽고 작은 혀가 날름날름 얼굴을 먹어치우듯 핥는다. 간지러워 카게야마는 킥킥 웃었다.


"귀여워라. 처음에 나를 피하던 그 강아지가 맞는지 모르겠다."


상궁이 식사를 가지고 왔다. 붉게 칠했던 입술이 지워진 것을 안 상궁은 혀를 찼다.


"마마께서 짐승 버릇을 잘못 들이면, 계속 화장을 고치셔야합니다."


카게야마는 네코 전에 제 입술을 핥은 이가 있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1~3 : 밤산책을 했다

4~6 : 침상에 누웠다

7~9 : 3

0 :



저녁식사를 마친 카게야마는 자리에 누웠다. 상궁이 카게야마의 잠자리를 보아주며 말했다.


"내일은 단패를 뽑으시는 날이니 일찍 주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벌써?"

"...힘드십니까."


힘들다, 라고 물어보면 힘들다고 대답해야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순간 그 동안 보낸 밤들을 기억했다. 그 생각을 하면 몸 안쪽이 뜨거워지고, 쑤셔온다. 달거리가 끝날 때 쯤 느꼈던 저릿함이 카게야마의 몸에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당연히 힘들지."


카게야마는 상궁을 외면했다. 왠지 얼굴이 뜨거웠다. 그리고 몸은 이상했다. 열이 있는 것 같아 카게야마는 나가려는 상궁을 불렀다.


"네코를 데리고 가거라."

"마마?"

"..오늘은 편히 자고 싶다."


감기에 걸린 거라면 큰일이었다. 카게야마는 붉은 얼굴을 숨긴 채 네코를 내보냈다. 가기 싫은 네코가 낑낑거리며 상궁에게 잡혀갔다. 혼자 남게 된 카게야마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쓰고 가슴을 들썩였다.


이상했다. 



*이하 성적 묘사가 있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왜..?"


자신도 모르게 카게야마는 다리를 꽉 꼬았다.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만져주지 않았는데. 카게야마는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자신의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한번도 구체화된 적이 없는 욕망이 카게야마의 머리를 지배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마마님, 하고 부르던 목소리가 떠오른 건 카게야마도 알 수 없었다. 남궁과 밤을 보낸 적은 없었지..그렇게 생각하면 네코처럼 카게야마의 뺨을 핥아올리던 흑표범이 생각났다. 네코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두꺼운 혀는 카게야마의 뺨을 핥고, 마마님이라고 부르며, 또..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하며 끙끙 몸을 옆으로 누웠다. 그는 울상이 된 채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상해.."


유달리 좋은 귓 속에 자꾸만 쿠로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마님이 만져주니 기분 좋네. 그르렁거리는 목소리. 쿠로오의 모든 모습을 보았으나 보지 못한 건 옷 속의 몸 뿐이었다. 그 생각까지 하게 되면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다리 사이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는 손가락들이 조금씩 움직였다. 응, 으..카게야마는 아픈 사람처럼 앓았다. 제 손으로 피워내는 쾌감은 단패를 뽑을 때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 바로 그 감각이었다. 


"이상, 으응, 이상해.."


카게야마의 뺨이 베개에 비벼졌다. 쿠로오님, 이상합니다. 카게야마는 쿠로오를 생각하며 다리를 꼬았다. 아래에서부터 번진 기분좋은 느낌이 몸 안쪽부터 잠식했다. 



쿠로오 테츠로

○: 53 

◇: 31

카게야마 토비오 

□: 47 (+3)



"아..!"


조금 만진 것만으로도 울컥 젖어버렸다. 안으로 넣지는 못한 손가락들은 계속 그 근처를 비비고, 욕망은 부풀어오른다. 카게야마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젖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런 밤이 있을 리 없었다. 카게야마는 조용히 헐떡이며 눈을 감았다. 바르르 떨리는 몸 안쪽에서부터 애가 탔다.


"흑..."


카게야마는 젖지 않은 손으로 눈을 가린 채 흐느꼈다. 오늘 치의 눈물은 다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상해. 이거 뭐야. 이건... 쾌감이 지나간 자리엔 죄악감이 그 자리를 채운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척이나, 무척이나. 견딜 수 없이 좋았다.


잠시 숨을 내쉬며 몸을 진정시킨 카게야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젖은 손을 천으로 닦아내면 부끄러운 얼룩이 생겼다. 혼란스러운 밤, 몸을 떨던 카게야마는 다시 침상에 올랐다. 밀도가 높은 공기가 끈끈하게 카게야마를 짓눌러, 찬 물을 마셔도 쉽사리 몸이 식지 않았다.



21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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