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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77. 3월 8일



상궁은 카게야마를 깨우기 위해 침전으로 들어왔다. 드리워진 휘장 사이로 카게야마는, 배에 한 손을 얹은 채 자고 있었다. 늦은 저녁까지 자장가를 조르던 카게야마의 얼굴엔 전에 없이 불안한 기색이 서려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컸으니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만했다. 여인의 몸으로 자수를 배우기보다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는 걸 먼저 배웠던 주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내하는 모습은, 송구스럽게도 상궁의 눈엔 아이처럼 보였다.


"마마. 일어나십시오."


상궁은 자신의 아이를 보살피듯 카게야마의 어깨를 토닥였다.


"응.."

"마마. 벌써 해가 중천입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카게야마는 하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상궁은 웃으며 그를 달랬다.


"좋아하시는 딸기를 한 바구니 가져왔습니다. 어서 일어나 드셔야지요."


상냥한 어조에도 좀처럼 눈을 뜨지 못하다가, 열린 문 사이로 네코가 들어와 짖으니 그제야 뭉기적댔다. 상궁은 얼른 네코를 안아와 카게야마의 품에 안겨주었다. 강아지는 분홍색 혀를 내밀어 얼굴을 마구 핥아댔다.


"간지럽다. 간지러워.."


결국 카게야마가 일어나자 네코는 꼬리를 흔들며 품 안에서 들썩거렸다. 


*


깨끗하게 씻은 딸기는 보통 먹던 것보다 컸다. 특별히 좋은 것만 골라온 것이라고 말하며 상궁은 카게야마의 입에 딸기를 넣어주었다. 자신의 손으로 먹을 수 있다고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카게야마 또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무척 물이 많고 달다고 들었습니다. 맛은 좋으십니까."

"음. 맛있구나. 너도 좀 먹도록 해라."


모처럼 잘 먹는 카게야마를 보며 상궁은 웃었다.


"귀한 과일을 두고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어차피 먹으려고 가져온 건데 어때."


카게야마는 직접 딸기를 잡아 상궁에게 내밀었다. 상궁은 눈을 깜박깜박거리다가, 재촉하듯 다시 손을 올리는 카게야마에게 딸기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마마."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홀 : 쿠로오

짝 : 코즈메

0 : 남궁


궁녀가 남궁의 방문을 알렸다. 카게야마는 딸기물이 든 손을 옷에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후 코즈메 켄마가 조심스러운 얼굴로 단패궁 안에 들어왔다. 카게야마의 얼굴에 반가운 빛이 떠올랐다.


"코즈메님."

"카게야마. 몸은 좀 어때?"

"걱정해주신 덕에 무탈합니다."

"다행이다.."


코즈메는 천천히 웃는 얼굴을 했다. 카게야마 또한 코즈메를 보며 따라 웃었다.



홀 : 먹고 싶은 건 

짝 : 몸 조심을

0 : 웃는 얼굴..



회임을 하였으니 응당 축하를 해야했으나 쿠로오는 코즈메와 같이 가고 싶지 않아했다. 그러나 코즈메는 카게야마가 오지 않는 순간 순간, 카게야마를 떠올렸다. 자신의 꿈을 꿨다며 이야기를 늘어놓던 동그란 입술. 햇빛 아래에서 반짝이던 파란 눈동자같은 것들을. 찾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쿠로오의 무언의 거절에도 홀로 단패궁을 왔다.


"여인이 아이를 가지면, 먹고 싶은 게 많다고 들었어."


코즈메는 카게야마의 배를 쳐다보며 물었다. 카게야마는 먹던 딸기 바구니를 가리켰다.


"저는 먹고 싶은 건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딸기가.. 좋아?"

"무척 답니다. 코즈메님도.."


카게야마는 딸기를 내밀다가 아차 싶어 도로 손을 물렀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코즈메는 맨 손으로 자신의 목을 슬슬 문질렀다.



홀 : 맛있겠다

짝 : 네코마엔



카게야마가 언젠가부터 자신에게 간식을 권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쿠로, 말한 걸까. 코즈메는 딸기를 거두는 카게야마의 손을 보았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예상하고 있었기에 놀라진 않았어도, 괜히 걱정하게 만든 건 싫었다. 어색한 얼굴의 카게야마를 보자 코즈메는 서둘러 말을 꺼냈다.


"네코마엔.."

"예."

"날씨가 따뜻해서, 단 과일이 많아."


카게야마는 그제야 다시 코즈메를 쳐다보았다. 


"딸기보다 더 달까요?"

"응. 아마도."


카게야마의 몸이 살짝 코즈메 쪽으로 기울어졌다. 좀 더 듣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코즈메는 기억을 더듬으며 맛보았던 과일들을 이야기해주었다. 


"키타가와의 딸기처럼 새콤한 맛은 덜하지만...과일이 많이 나거든. 토양 때문이라는데 실은 나도 잘 몰라."

"사실은 먹고 싶은 것 있어요."


카게야마는 코즈메의 말을 들으며 쑥스럽게 입을 열었다.


"고기나 생선은 비린내가 나서 싫습니다. 과일이 좋아요."

"그래?"

"네코마의 과일도 먹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카게야마는 뒷말을 덧붙였다. 코즈메는 문득 그저께 만난 키타가와의 장군을 떠올렸다. 카게야마에 대해 어떤 참견도 하지 말라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말투에 왠지 화가 나, 코즈메 또한 킨다이치에게 단호하게 말했었다. 카게야마는 좋은 사람이었다. 더 알고 싶은 것은 당연했다.


"저기, 카게야마."

"예. 코즈메님."


카게야마는 코즈메의 부름에 얼른 고개를 들었다. 코즈메는 몇 번 눈을 피하다도 결국 카게야마에게 눈을 마주치고서 물었다.


"...지금 당장은 안 되겠지만... 나중에 네코마에 오지 않겠어?"

"..예?"

"좋아하는 과일, 잔뜩 줄게."


장난스럽게 덧붙인 말이었다. 그러나 막상 내뱉고 나니 진심인 걸 깨닫는다. 코즈메는 말을 마친 후 귓가가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1~3 : 감사합니다

4~6 : .... 

7~9 : 언젠가는

0 : 그건..



카게야마는 그저 웃으며 인사를 할 수도 있었다. 감사합니다, 라고 얼버무리기는 쉬웠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언젠가, 라는 단서로 넘어갈 말이 아니었다.


"...."


따뜻한 네코마.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동경했는지 모른다. 코즈메는 좋았고 쿠로오 또한 좋았다. 네코마도 그같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배를 슬쩍 손으로 감쌌다.


"...."


침묵은 답이 되기 충분했다. 코즈메는 잠시 기다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황한 카게야마가 따라 일어섰다.


"코즈메님."

"심란한 말을 했네."


코즈메는 눈을 내리 깐 카게야마의 배를 보았다. 아직 부풀어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배가 부풀었을 때 쯤 코즈메는 키타가와에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서운해졌다. 


"별 뜻 없었으니.."


잊어도 돼, 라는 말을 하려던 코즈메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편히 쉬고 있어."



코즈메 켄마

○: 51 (+1)

◇: 30 (+3)

카게야마 토비오 

□: 53 (+1)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코즈메가 서둘러 돌아가려하니 막을 수 없었다. 어두운 카게야마의 표정을 본 코즈메는 떠나기 전 카게야마에게 말했다.


"아마 며칠 후엔 네코마에서 사람이 온다고 했으니까."

"...."

"혹시 기회가 되면 네코마의 과일, 가져오라고 할게."


카게야마는 감사 외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코즈메는 왔던 것처럼 소리없이 돌아갔다.


*


카게야마는 조금 우울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코즈메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아 신경쓰였다. 그러나 함부로 약속을 하는 건 더욱 안될 말이었다. 카게야마가 시무룩하게 앉아있자 네코가 달려왔다. 혀를 빼고 발치에서 헥헥거리는 강아지를, 평소라면 안아주었을 것이다. 카게야마는 두어 번 팔을 뻗어 쓰다듬어준 후 조용히 자리에 기대었다.


"마마..?"


상궁이 들어왔다가 카게야마를 보고 놀라 무슨 일인지 물었다. 카게야마는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 



1~3 : 정원

4~6 : 공부

7~9 : 선물 

0 :


"마마. 그렇게 어두운 얼굴로 계시면 안 됩니다."


..께서 직접 오셨는 걸요. 상궁의 말을 잘 듣지 못한 카게야마는 누가 오셨냐고 다시 물었다.



1~2 : 서궁

3~4 : 남궁

5~6 : 북궁

7~8 : 섭정궁 

9~0 : 리레주 지정



"섭정궁의,"


상궁은 말했다



홀 : 쿠니미 

짝 : 킨다이치



섭정 전하께서..라는 말이 끝나기 전에 쿠니미는 안으로 들어섰다. 상궁이 서둘러 나가 문을 닫았다. 카게야마는 뻣뻣한 쿠니미의 얼굴을 보고서 멋쩍게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냐."

"축하가 늦었습니다."


쿠니미는 직접 들고 온 함을 내려놓았다.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축하 선물은 각 궁마다 한 번만 줄 수 있습니다)

보라색 창포꽃


함 속에는 언젠가 꿈에서 보았던 그 꽃이, 있었습니다



은으로 만들어진 작은 함이었다. 보는 것 만으로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쿠니미가 함을 열자, 그 속엔 보라색 창포꽃이 한 송이 있었다. 카게야마는 손을 뻗으려다 멈칫했다. 꿈에서 보았던 꽃이었다. 카게야마는 이 꽃을 알고 있었다.


"창포꽃입니다."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손에 잘 다듬어진 꽃을 쥐어주었다. 


"폐하. 아십니까. 창포를 끓인 물에 몸을 씻으면 액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런 미신도 믿느냐."

"그렇다고들 하니, 저도 한 번 준비해보았습니다."


잔잔히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였다. 카게야마는 창포꽃을 쥐고 코 밑에 대어보았다. 무척 아름다운 향기였다. 


"폐하 곁에 둘 것이라, 깨끗한 물가에서 나는 것을 골라 가져왔습니다."

"..향이 참 좋다."

"나머지는 궁녀들에게 주었으니 한 송이는 곁에 두고 즐기십시오."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손에서 꽃을 가져가, 머리에 꽂아주었다. 쿠니미가 요령있게 짧은 머리카락에 꽂은 꽃은 물기가 아직 서려 생생했다.


"그러면 이런 건 아십니까."


카게야마는 손으로 꽃을 더듬어보다가 쿠니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꽃을 두고 사람들이 재미삼아 지어낸 말들이 있습니다."

"....?"

"예를 들면 창포꽃을 보면, 기쁜 소식이 온다고들 합니다. 회임 선물로 어울리지 않습니까."


쿠니미가 다가왔다. 카게야마는 꼼짝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가까이 다가온 쿠니미의 손이 머리의 꽃을 만지는가 싶더니,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거쳐 뺨을 스쳤다. 가슴을 따라 내려온 손길은 그저 확인을 하는 것처럼 천천히 카게야마의 배를 어루만졌다. 슬며시 누른 손길은 조금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내게 전에 창포꽃을 꿈에서 봤다고 말했잖아."


쿠니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보여주고 싶었어."

"...."

"적어도 내가 준 꽃은, 네 꿈 속보다 더 아름다웠으면 해서."


그렇다면 이 속에 든 것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도 화를 조금이나마 누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배를 쓰다듬었다. 얕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모양이 느껴졌다. 


회임 선물을 고르며 쿠니미는 우연히 카게야마의 말을 떠올렸다. 산 속을 걷다가 창포꽃을 봤어. 카게야마가 그런, 시시콜콜한 꿈 이야기를 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카게야마가 느끼기에도 무척 인상깊었기 때문에 불쑥 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그것은 태몽이라는 게 아닐까. 카게야마의 뱃속에 꽃을 피운 누군가의 꿈. 과한 추측이었지만 한 번 그 생각에 사로잡히자 선물을 고를 수 없었다.


"마음에 들어?"


쿠니미는 배에서 손을 뗀 채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검은 머리카락 위, 이슬이 묻어있는 보라색 창포꽃. 이것이야 말로 쿠니미가 꿈속에서 보고 싶은 장면이었다. 카게야마는 쿠니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음에 들어."

"..다른 사람에게 이제 꽃은 받지 마."

"무슨,"


미간을 찌푸린 카게야마를 물끄러미 보며 쿠니미는 생각했다. 꽃은 시들기 마련이었다. 언젠가 시들어버릴 운명이라면 카게야마의 손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바라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쿠니미의 선물이


1~3 : 아름다운 향기 (+3)

4~6 : 시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4)

7~9 : 꿈보다 더 아름다웠다 (+5) 

0 : 어쩌면 이 아이는 (+7)


카게야마 토비오 

□: 57 (+5)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반응이


1~3 : 아름다운 모습 (호감도 +3) 

4~6 : 내가 꺾어온 꽃, 잘 어울려 (호감도 +4 위험도 +1) 

7~9 : 꿈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해줘 (호감도+6 위험도 +2) 

0 : ..조금만 손에 힘을 주면 (호감도+7 위험도+5)


쿠니미 아키라 

○: 64 (+6)

◇: 62 (+2)



카게야마는 머리에서 꽃창포를 뺐다. 쿠니미는 꽃을 손에 든 카게야마를 보며 긴장했다. 누구인지 모르는 이에게 자신은 이다지도 질투하고 있었다. 카게야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마치 사형선고처럼 기다리며 쿠니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꿈에서 본 것 보다, 더욱 아름답다고, 

내 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해줘.


"쿠니미."


카게야마는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창포를 손에 들고 쿠니미를 쳐다보았다.


"이 꽃 정말 예쁘다."

"...."

"꿈에서 몇 번 봤어.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한 번도 보지 못한 꽃이 꿈에 나온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카게야마는 긴장한 쿠니미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순순히 말했다.


"실제로 보니까 더 예뻐."

"...그래?"

"고맙다. 쿠니미."


그리고 보여준 카게야마의 웃는 얼굴은 쿠니미의 뇌리에 단단히 박힌다.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


상궁은 식사를 하셔야한다며 어느 순간 슬그머니 들어왔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창을 한 번 본 카게야마는, 쿠니미에게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권했다. 멈칫한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말에 따랐다. 궁녀들이 창포꽃 몇 송이를 가져와 카게야마의 방에 놓아주었다.


맑은 향기가 단패궁 안에 가득 퍼졌을 때가 되어서야 쿠니미는 단패궁을 나갔다. 카게야마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이런 꽃이었구나.."


정말로 꿈보다 더, 아름다웠다.


*


"섭정 전하께서 좋은 창포를 가져와주셨습니다. 창포꽃을 끓여 내일 목욕을 하실 것입니다."


상궁은 카게야마의 머리를 빗어주며 즐겁게 말했다.


"몸단장을 전부 마치셨으니 이제 나가실 수 있습니다. 참 장히 견뎌주셨어요."

"내일은 나갈 수 있느냐."

"예. 그럼요. 물론 멀리 나가시면 안 되시지만.."


내일은 우선 아침에 선왕들의 위패를 모신 곳에 가서 향을 올리실 겁니다. 그리고 연회를 열으셔야지요. 마마께서 훌륭히 회임을 하셨으니.. 상궁은 카게야마보다 더욱 들떠보였다. 카게야마는 피식 웃었다.


"네가 더 기뻐하는 구나."

"마마께서 무탈히 아이를 낳으시기만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상궁은 마지막으로 창포꽃에 매달린 이슬을 받아 카게야마의 얼굴에 털어주었다.


"이렇게 창포 이슬로 얼굴을 씻으시면 피부가 고와지신답니다."

"...윽."


카게야마는 얼른 얼굴 위로 흐르는 것을 닦아내었다. 얌전히 카게야마의 무릎 위에 앉아있던 네코는, 카게야마가 움직이자 신이 나 얼굴을 핥으려 들었다. 폴짝거리는 강아지를 상궁이 얼른 낚아챘다.


"마마. 요 것이 핥게 두시면 안 됩니다."

"목이 말라서 그러는 구나."


카게야마는 손바닥을 동그랗게 말고 물을 부어 내밀었다. 상궁의 품 속에서 고개를 내민 네코는 허겁지겁 카게야마의 손을 핥았다. 아이참, 버릇을 나쁘게 들이신다니까요. 상궁은 한탄하면서도 카게야마를 말리지 않았다.



8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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