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는 눈을 번쩍 떴다.
"....."
쿠로오님, 잠이 덜 깬 목소리가 내뱉은 말은 남자의 이름이었다. 들어오던 상궁이 흠칫 놀라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알지 못한 채 카게야마는 쿠로오님.. 하고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꿈에서 그 남자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음... 미간을 찌푸린 채로 생각에 잠겨있다가 곧 강아지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카게야마를 지켜보던 상궁은 그만 풋, 웃어버렸다.
"마마. 간밤 무슨 꿈을 꾸셨길래 그러십니까."
"쿠로오님의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나는 건 따뜻한 네코마의 햇살과 쿠로오의 웃는 얼굴 뿐이었다. 좋은 꿈 같아 떠올려보려고 애써도 어떤 꿈이었는지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마마. 식겠습니다. 어서 조금이라도 드십시오."
"...음..."
"본디 꿈은 반대라고 합니다. 좋은 꿈이었다면 잊는 게 좋으실지도 몰라요."
"쿠로오님의 꿈이었는데.."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삐죽 내밀며 음식을 떠먹었다.
홀 : 1
짝 : 2
0 : 3
네코가 아침부터 꼬리를 흔들며 방 안을 뛰어다녔다. 상궁이 걸려 넘어질 뻔 하고는 쯧쯧 혀를 찼다.
"마마. 배가 부르시면 이 짐승은 멀리 두셔야겠습니다. 혹시라도 마마께서 넘어지시면.."
"네가 넘어질 뻔하고는 네코에게 화풀이구나."
카게야마가 네코를 끌어안고서 앞발을 잡아 흔들었다. 잠시 네코와 놀아주는 사이, 손님이 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히나타님께서.."
카게야마는 웃으며 일어섰다. 단 둘이 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옷을 단정히 하고 있자 곧 히나타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보자마자 카게야마는 살짝 의아한 얼굴로 히나타에게 물었다.
"히나타님."
"토비오!"
"..키가 좀 크신 것 같아요."
소년같던 남자는 왠지 조금 커진 느낌이었다. 히나타는 허벅지를 두드리는 시늉을 했다.
"요즘 그래서 다리가 아파."
"다리가?"
"성장통이래."
그렇군요..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이나마 눈높이가 달라져 히나타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홀 : 내가
짝 : 어제
0 : 밤에
조금 수척한 얼굴이, 히나타는 신경쓰였다. 자리에 앉으며 히나타가 물었다.
"어제는 츠키시마가 왔다며."
"예."
"입덧? 이 심하다고 츠키시마가 알려줬어."
카게야마는 아침에 궁녀들이 꺾어온 꽃을 잠시 보았다. 츠키시마의 말대로 꽃향기는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켜주었다. 츠키시마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카게야마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츠키시마님께서 좋은 방법을 알려주셔서.. 오늘은 좀 괜찮습니다."
"임신을 하면 여인들이 고생하는 구나."
히나타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렇게 고생이라면 나는.."
내 아내한테 임신같은 건 시키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려다가 히나타는 입을 다물었다. 만에 하나 카게야마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면 기뻐할 것이 뻔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고 싶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입을 다문 히나타를 쳐다보았다.
"히나타님?"
"...남자가 몸이 튼튼하니 대신 임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몸이 튼튼해요."
히나타의 말에 카게야마가 살며시 웃었다.
히나타 또한 회임한 여자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는 한참 밋밋한 배를 쳐다보았다. 저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자신보다 키가 크더라도, 품에 안았던 카게야마의 몸은 무척 작았다. 저 조그만 몸에서 아이가 나오다니.. 히나타는 불쑥 일어나 카게야마에게 다가왔다.
"배 만져봐도 돼?"
"...."
카게야마는 아무에게나 배를 만져보게 하면 안된다던 쿠로오의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히나타 또한 '아무나' 는 아니었다.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히나타는 조심조심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카게야마의 발치에서 얌전히 앉아있던 네코가 왕, 하고 짧게 짖었다.
"네코. 가만히 있어."
카게야마가 얼른 네코를 안아들었다. 하지만 네코는 히나타를 보며 짖기를 멈추지 않았다. 놀라서 멈칫한 히나타는 곧 크게 웃었다.
"똑똑한 강아지네! 내가 토비오를 해치는 줄 아나봐."
"죄송합니다. 히나타님. 어서 내보낼게요."
"아니야. 이리 와."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품 속에 있던 네코를 데려왔다. 그르릉.. 조그만 개가 앙칼지게 우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히나타는 조금 거칠게 네코를 쓰다듬었다.
"이름이 뭐라고?"
"네코입니다."
"너 강아지 주제에 고양이란 이름 달고서, 잘도 짖네."
재밌다는 듯 히나타가 네코를 만졌다. 굳어있던 네코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히나타의 손길에 조금씩 꼬리를 흔들었다.
"토비오를 해치거나 하지 않아. 내가 왜 그러겠어."
강아지를 달래는 목소리는 무척 자상했다. 혹시라도 히나타가 기분이 상했으면 어쩌나 걱정하던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손을 핥는 네코를 보고서 입술을 삐죽거렸다.
"네코는 처음에 저만 보면 겁을 냈습니다.. 히나타님이 좋은 가봐요."
"응. 어디라도 내 편을 만들어둬야지."
히나타는 네코를 들어 뺨을 비볐다. 즐거워진 강아지가 정신없이 히나타의 얼굴을 핥아올렸다.
홀 : 귀여워
짝 : 네코는
주황색 북슬거리는 머리카락의, 남자가 되기 직전의 소년이 강아지와 함께 웃고 있다. 카게야마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귀여워.."
태양처럼 선명하게 존재를 주장하는 남자를 카게야마는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강아지를 끌어안은 채 반짝거리는 얼굴. 생기가 넘치는 눈동자. 언제라도 쉽게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귀엽단 말에 히나타가 고개를 돌리자, 카게야마는 얼른 입을 손으로 막았다.
"죄송합니다."
히나타님.. 카게야마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1~3 : 괜찮아
4~6 : 더
7~9 : 남자에게
0 : 토비오는
히나타는 손 안의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짐승의 새끼가 귀여운 이유는 이렇게 인간들에게 귀여움을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겉모습의 사랑스러움에 빠져 나중에 충성스러운 사냥개가 될 지, 목을 물어뜯을 맹수가 될 지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자신에게 방심한다면 그걸로 좋았다. 그렇지만 눈앞의 여자에게만큼은 남자로 보이고 싶은 것이다. 히나타는 곤란해하는 기색의 카게야마에게 말했다.
"괜찮아."
"히나타님.."
"내 눈엔 토비오가 더 귀여우니까."
"..귀엽지 않아요."
히나타의 기분이 상하지 않은 걸 확인한 카게야마가 작게 대꾸했다. 강아지를 카게야마에게 돌려주며 히나타는 살짝 배를 만졌다. 긴장한 카게야마가 흡 하고 숨을 들이쉬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귀여운걸. 여기 배도."
부풀지 않은 배를 만지며 히나타는 이것으로, 카게야마의 임신이 마지막이길 바랐다.
"..나는 두번이나 고생시키고 싶진 않으니까.."
히나타의 중얼거림에 카게야마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히나타 쇼요
○: 45 (+3)
◇: 27 (+1)
카게야마 토비오
□: 44 (+2)
네코가 꼬리를 흔들며 따라 나왔다. 히나타는 허리를 숙여 네코를 들여다보았다.
"내가 그렇게 좋아?"
왕, 하고 대답하듯이 짖는다. 지나치게 히나타를 잘 따르는 네코를 보자 카게야마는 진심으로 질투가 났다.
"그럼 너, 히나타님 따라가."
심술궂게 한 마디 하자 알아들은 것처럼 네코가 이번엔 카게야마의 발치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히나타는 웃음을 꾹 참고서 말했다.
"나 그럼, 가볼게."
"살펴가세요. 히나타님."
"안녕. 네코."
히나타가 손을 흔들며 떠났다. 카게야마는 그의 등을 쳐다보았다. 역시 키가 큰 것 같았다.
*
나만 그렇게 따르더니.. 카게야마는 일부러 반대 방향으로 네코의 털을 쓰다듬었다. 카게야마의 무릎 위에 앉은 네코는 불편해서 꿈틀꿈틀 피했다.
"가만히 있어."
카게야마의 말에 귀를 축 늘어트린다.
1~3 : 산책
4~6 : 공부
7~9 : 선물
0 :
한동안 잠잠하던 네코의 귀가 쫑긋 섰다. 카게야마 역시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상궁이 다가와 카게야마에게 말했다.
"마마."
..께서 오셨습니다. 직접 선물을 들고 오셨어요. 상궁은 흐뭇한 얼굴이었다.
1~3 : 서궁
4~6 : 남궁
7~9 : 북궁
0 : 리레주 지정(인물 선택 가능)
ㄴ서궁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의 귀에 반가운 이름이 들렸습니다
"서궁의 이와이즈미님께서 직접 오셨답니다."
반가운 이름이었다. 카게야마는 얼른 모셔오라고 말했다. 곧 남자의 얼굴이 보여 카게야마가 활짝 웃었다.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
들어오기전까진 긴장으로 굳었던 얼굴은 카게야마와 눈이 마주치자 스르르 풀어졌다.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축하선물은 각 궁마다 한 번만 줄 수 있습니다)
ㄴ팔찌
함을 열자 색색의 아름다운 보석을 꿰어놓은 팔찌가 있었습니다
이와이즈미는 그저 반가워하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살폈다. 그사이 또 야윈 것 같아 그는 마음이 아팠다. 이와이즈미가 손을 들어 카게야마의 어깨를 붙잡았다.
"제대로 밥을 먹으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말랐어."
"이와이즈미님의 손도 여전히 차요."
"손이 차?"
이와이즈미는 얼른 손을 내렸다가 주먹을 몇 번 쥐었다. 양 손을 비비다가 짝짝 소리나게 박수도 쳐본다. 열이 충분히 오른 손으로 그는 다시 어깨를 만졌다. 카게야마가 조용히 그 위에 손을 얹었다.
"이제 따뜻합니다."
"회임하였으니 좋은 것만 보고, 따뜻한 자리에만 앉아야지."
"이와이즈미님 얼굴을 보니 좋아요."
무방비한 호감의 표시에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는 잠깐 고개를 숙이곤 아차, 하고서 다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선물을 주러 왔는데 내가 쓸데없는 이야기만 했구나."
"선물..?"
이와이즈미의 손엔 함이 없었다. 그러나 곧 옷 안에서 조그만 상자가 나왔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의 손에 그것을 놓아주었다.
"열어봐."
함을 열자 색색의 보석구슬 팔찌가 있었다. 예뻐요.. 카게야마는 보기만해도 아까운 보물을 눈도 깜박이지 않고 들여다보았다.
"..무슨 선물을 줘야하나 고민했어."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가 그저 들여다보고만 있는 팔찌를 꺼냈다. 카게야마의 눈이 팔찌를 따라간다. 손목을 잡아 팔찌를 채워주며 이와이즈미는 말을 이었다.
"네가 장신구를 잘 하지 않는 건 알지만, 그래도..회임을 축하하는 선물이니까."
"전에 목걸이도 주셨는데.."
"여기 이 붉은 석류석은 진실한 사람을 뜻한대. 아이가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야."
그의 말에 카게야마가 웃었다. 이와이즈미는 보석을 하나하나 만져주며 말했다.
"자수정은 너한테 용기를 줄 거고..푸른 남옥은 행복을 뜻한다고 하더라."
"보석에도 다 의미가 있나요?"
"..글쎄. 나도 잘 모르지만..."
아름다운 보석들이 반짝이는 팔찌가 팔목에서 차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카게야마는 예쁜 보석으로 채워진 팔찌를 매만졌다. 이와이즈미는 크게 숨을 들이쉰 후 말했다.
""알다시피 난 보석같은 걸 잘 모르니까. 그래도.."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목소리는 점차 담담해졌다.
"기왕 준다면 좋은 걸 전부 주고 싶었어."
뭘 줘도 아깝지 않아서, 이와이즈미는 그렇게 했다.
*
산모에게 주는, 좋다는 보석은 전부 모아 팔찌로 만들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한 것 같았다. 팔찌를 쳐다보며 이와이즈미는 말했다.
"좋은 건 카게야마 네가 모두 가져가도록 해."
"이와이즈미님."
"그래도 힘들면 날 찾아와."
알겠지? 그렇게 말하는 이와이즈미를 카게야마는 한참동안 볼 수 없었다. 코 안쪽이 뜨거워졌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카게야마. 왜 그래. 어디 아파?"
미간을 찌푸린 채로 눈물을 참는 카게야마의 얼굴. 그 얼굴을 보고 놀란 이와이즈미가 서둘러 물었다. 입술을 한 번 꾹 깨물었다가,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응?"
"힘들면 이와이즈미님을 찾아갈테니까, 쫓아내지 말아주세요."
"내가 왜 그러겠어.."
이와이즈미는 안심한 얼굴로 카게야마의 어깨를 쓸어주었다.
*
카게야마는 한참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외운 것들을 말했다. 이건요?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 새처럼 재잘거리며 묻는 입술이 귀여워, 이와이즈미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대답했다.
"괜찮아?"
조심스럽게 물으면 카게야마는 활짝 웃었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
"무겁지는 않고?"
"이 정도는 거뜬합니다."
"그래, 그래."
손목을 들어보이는 카게야마를 이와이즈미는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선물이
1~3 : 정말 예뻐 (+3)
4~6 : 감동했어 (+4)
7~9 : 눈물이 날 것 같아 (+5)
0 : 힘들면 이와이즈미님에게로 (+7)
카게야마 토비오
□: 59 (+4)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의 반응이
1~3 : ..정말 예뻐 (호감도 +3)
4~6 :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 (호감도 +4 위험도 +1)
7~9 : 내 손으로 눈물을 닦아줄 거야 (호감도 +6 위험도 +2)
0 : 언제라도, 내게 의지해주기를 (호감도 +7 위험도 +5)
이와이즈미 하지메
○: 64 (+6)
◇: 33 (+2)
보석보다 이와이즈미의 마음이 더 좋았다. 감동한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보며 방긋방긋 잘 웃었다. 눈물을 글썽이던 얼굴이, 실은 좋아서였다라는 걸 깨달은 이와이즈미는 이제와서 또 아쉬워졌다.
"카게야마."
"예?"
카게야마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의 흔적은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발그레한 눈가를 손가락으로 더듬어보았다. 눈물을 보는 건 싫었다. 하지만 만약 흘리게 된다면 자신의 손으로 닦아주고 싶었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카게야마에게 이와이즈미가 입을 열었다.
"선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정말 마음에 들어요."
"응. 그래."
마음이 벅차올라 이와이즈미는 쉽사리 손을 뗄 수 없었다. 기다리던 상궁이 결국 기척을 내며 들어왔다. 카게야마가 얼른 이와이즈미를 붙잡았다.
"이와이즈미님. 저녁식사를 하고 가셔요."
"응?"
"같이 저녁을..바쁘신가요? "
이와이즈미는 대답보다 먼저 자리에 앉았다. 카게야마의 입가에 잔잔히 미소가 번졌다.
둘 만의 식사시간이었다. 모처럼 이와이즈미와 단 둘이라, 카게야마는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카게야마가 움직일 때마다 팔찌에서 보석이 부딪혀 차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 쪽으로 과일 그릇을 밀어주다가 물었다.
"소리나서 시끄럽지 않아?"
"..? 듣기 좋은 걸요."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앞에서 손목을 흔들었다. 단패궁 안에 맑은 구슬소리가 울렸다. 이와이즈미가 단패궁을 나간 후에도 그 소리는 한참동안 카게야마의 손목에서 들렸다..
"마마. 그렇게 좋으십니까."
카게야마에게 차를 내온 상궁이 물었다. 카게야마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지 않느냐."
"더 예쁜 보석도 많으시면서."
"...그래도, 예쁜 걸."
세상의 가장 좋은 것만을 모아둔 팔찌였다. 예쁘지 않을 리 없었다.
*
네코가 다가와 팔찌에 관심을 보였다. 카게야마는 소매로 팔찌를 가렸다.
"먹는 게 아니니 물면 안 돼."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네코는 유순하게 혀를 내밀어 핥았다.
홀 : 안
짝 : 밖
0 :
"마마. 피곤하실 테니 얼른 주무세요."
카게야마는 고개를 들었다. 상궁이 부드러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요새 계속 안에만 있었는데.."
"회임하셨으니 이 어두운 밤에 나가시는 건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가고 싶구나."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도, 상궁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자 카게야마는 씩 웃었다.
"그래. 알겠다."
안으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팔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맑게 보석들이 부딪히는 소리였으나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카게야마는 손목을 다시 한 번 올려보았다. 자글자글 빛나는 팔찌가 방 안에서 선명했다.
"..내일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면, 따라온 네코가 왕, 하고 짖었다.
11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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