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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81. 3월 12일



카게야마는 손목을 내밀었다. 상궁이 조심스럽게 이와이즈미가 준 팔찌를 채워주었다. 기분 좋게 흔들면 맑은 소리가 짜르르 울렸다.


"마마. 오늘 기분이 좋아보이십니다."

"우시지마님께서 편한 베개를 주셔서 푹 잤고, 츠키시마님께서 주신 꽃 덕에 입덧도 좋아졌고.."


카게야마가 다시 한 번 손목을 흔들었다.


"이와이즈미님께선 이렇게 예쁜 팔찌를 주셨으니 기분이 당연히 좋아야지."


창가로 흘러들어온 햇살에 가만히 비춰본다. 색을 머금고 있는 보석들이 산란하여 바닥에 형형색색의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바닥에서 움직이는 빛깔들이 손에 잡히는 것인 줄 안 네코가 달려들었다. 카게야마는 팔찌를 움직이며 네코를 놀려댔다. 



홀 : 1

짝 : 2 

0 : 3



카게야마가 놀고 있는 사이 단패궁 앞에서 두 사람이 멈춰섰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한 명 지정)

ㄴ킨다이치 유타로



킨다이치는 마주친 남자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우시지마 와카토시 

3 : 오이카와 토오루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히나타 쇼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 0 : 리레주 지정 (킨다이치 제외)



네코마의.... 킨다이치는 닫혀있는 단패궁의 문을 보았다가 다시 한 번 앞을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기 힘든, 작은 사내는 무덤덤한 얼굴로 킨다이치에게 인사했다.


"안녕."

"이곳에 걸음을 하신 건 단패궁을 보시기 위함이십니까."


경계하는 말투에 코즈메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 


"말했잖아."

"...."

"좋은 사람이니까 더 알고 싶다고."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살피며, 그 속에 녹아든다. 다른 이들의 눈에 띄는 것은 싫었다. 쿠로오의 곁에서 제대로 보좌를 하는 것만이 코즈메가 바라는 일이었다. 하지만 무심코 한 번 더 눈이 가버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관찰이 아닌 순수한 호감에서 나온 호기심. 코즈메는 킨다이치를 빤히 쳐다보았다. 키타가와의 장군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걱정되면 같이 가."


코즈메는 문을 바라보았다. 때맞춰 단패궁의 문이 열렸다. 


*


바닥에 뿌려지는 보석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안 네코는, 삐진 것처럼 바닥을 향해 왕, 짖었다. 그리고는 열린 문을 통해 정원으로 빠져나간다. 너무 멀리 갈까 걱정된 카게야마가 얼른 일어섰다.


"네코.."


강아지를 따라나가려던 카게야마는 멈칫했다.



홀 : 킨다이치 

짝 : 코즈메 



"킨다이치."


카게야마는 무심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침에 보는 얼굴이 반가웠다. 킨다이치. 혹시 네코를 보지 못하였느냐고 물으려던 카게야마는, 킨다이치의 뒤에 온 코즈메를 발견하곤 얼른 입을 다물었다. 코즈메는 조금 신기한 얼굴로 카게야마를 보고 있었다.


"장군을 그렇게, 불러?"

"아..코즈메님."

"부르시던 습관이 남아 그러신 것이니 코즈메님께선 괘념치 마십시오."


킨다이치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코즈메는 킨다이치를 힐끔 보았다. 아무래도 키타가와의 장군은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코즈메 또한, 과시하는 것 같은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두분께서."


카게야마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홀 : 저기, 

짝 : 앞에서



"저기,"


코즈메는 카게야마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꽃향기가 단패궁 안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꽃향기.."

"전에 쿠로오님께서 주신 꽃씨가 벌써 다 자랐답니다."

"아, 빨리 꽃이 피거든."


카게야마는 방긋 웃었다.


"향이 입덧에 좋다고 해서 궁에 놔두고 있어요."

"꽃씨.. 더 가져다줘야겠네."


자신이 준 것은 아니었으나 네코마의 국화가 마음에 든다니, 코즈메에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킨다이치는 헛기침을 했다.


"폐..단패궁 마마. 코즈메님께서 서계시니 안으로 들어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카게야마는 그 말에 정신을 차린 것처럼 얼른 두 사람을 안으로 모시게 했다. 이번엔 코즈메가 궁 안으로 앞서 걸었다. 뒤에서 못마땅한 기색을 내뿜는 킨다이치가 그는 신경 쓰였다.


*


카게야마는 어색한 얼굴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코즈메가 좋았고, 킨다이치 또한 좋았다. 하지만 둘이 같이 있으니 카게야마는 어떻게 말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코즈메는 평소처럼 조용히 카게야마를 쳐다보다가 내킬 때마다 차를 마셨다. 킨다이치 역시 말재주가 있는 편은 아니었다. 


"...."


단패궁 안에 적막이 감돌았다. 제아무리 카게야마라도 무언가 말을 꺼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무인인 킨다이치와, 네코마의 귀족인 코즈메에게 무슨 말을? 카게야마는 곤란한 얼굴로 둘을 쳐다보았다. 



홀 : 킨다이치 

짝 : 코즈메



괜히 네코마를 경계하느라 카게야마의 기분을 살피지 못했다. 킨다이치는 어쩔 줄 몰라하는 카게야마의 표정을 알아차렸다. 눈이 마주친다. 킨다이치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웃었다. 도와달라는 듯한 파란 눈동자를 거절할 리 없었다. 킨다이치는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했다.

 

"..단패궁께서 입덧이 좋아지셨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이 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카게야마는 궁녀들이 만들어준 작은 화병을 킨다이치 쪽으로 밀었다. 네코마의 꽃 따위에 관심은 없었다. 킨다이치는 코를 킁킁거리며 한 번 냄새를 맡았다. 킨다이치에겐 모두 다 똑같은 꽃처럼 느껴졌다.


"단패궁께서 편하시면 그걸로 좋습니다."

"장군께서 걱정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카게야마는 더듬더듬 말했다. 코즈메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까는 이름을 부르는 사이더니, 편하게 말해도 돼."

"코즈메님의 앞에서 그런 무례를 할 수는 없지요."


킨다이치가 단호하게 대꾸했다. 코즈메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반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면서, 마치 카게야마를 보호하듯 등 뒤에 놓기 바빴다. 코즈메는 그런 킨다이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연회에서, 장군, 킨다이치는..


"....."


코즈메는 구부정하던 어깨를 웅크렸다가, 폈다. 모르는 일에 함부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홀 : 소꿉친구 

짝 : 잘못된 가르침



..소꿉친구라고 들었으니 역시 정이 남다른 걸지도. 코즈메는 쿠로오를 생각하고는 조금이나마 납득했다. 궁금한 점은 많았어도 역시 모른 척 캐내는 건 죄책감이 들었다. 킨다이치는 여전히 코즈메 쪽을 살피고 있었다. 코즈메는 그의 시선을 모른 척 했다. 카게야마는 짧은 침묵 속에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둘이 소꿉친구라고 들었어. 여전히 사이가 좋은가보네."

"...."


반란을 일으킨 후에도 여전히. 앞의 말이 생략된 코즈메의 말을 알아들은 건 킨다이치 뿐이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킨다이ㅊ..치 장군과는 오랫동안 봐왔기에 편한 사이입니다."


반란을 일으켰으나 위왕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킨다이치 쪽에서 무척 카게야마를 신경쓰는 듯 했다. 코즈메는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잔뜩 긴장했던 킨다이치의 어깨가 내려갔다.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코즈메는 중얼거렸다. 카게야마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말이라뇨."

"오늘은..이걸 주려고."


코즈메의 말에, 코즈메를 따라왔던 궁녀가 작은 자기를 내밀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과일을 꿀로 절여둔 과일 정과가 있었다. 투명하게 절여진 과일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그릇 속을 들여다본 카게야마가 얼른 코즈메를 쳐다보았다. 


"과일이 가장 좋다고 해서 준비해봤어."

"감사합니다. 코즈메님."


좋아하는 카게야마를 보며 망설이던 킨다이치 또한 인사했다.


"단패궁을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것 아니야."


코즈메는, 덤덤히 말했다.


*


성국의 귀족은 카게야마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네코마로 곧장 데려갈 듯 말한 남자치고는 조심스러운 행동들이었다. 뻣뻣하게 긴장해있던 킨다이치는 점차 몸에서 힘을 풀었다. 단패궁의 궁녀들이 정과를 보기좋게 다시 담아왔다.  색이 고운 과일을 먹으며 카게야마는 킨다이치에게도 그것을 권했다.


"장군..께서도 드셔보세요."

"감사합니다."


킨다이치는 두 손으로 받으려다가 코즈메의 시선을 의식하곤 겨우 한 손으로 집어들었다. 코즈메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홀 : 맛있습니다  

짝 : 코즈메님께



킨다이치는 머뭇거리다가 코즈메에게도 말을 걸었다.


"키타가와의 것과는 맛이 다릅니다. 네코마 식이군요."

"응. 입에 맞아?"

"맛이 좋습니다."


얼마전 아침, 날카롭게 주고받던 분위기가 살짝 녹았다. 그래도 얼굴 볼 날이 남았는데 계속 날이 선 채로 있고 싶지는 않았다. 코즈메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홀 : 킨다이치

짝 : 코즈메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것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온화한 공기 속에 킨다이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코즈메 또한 따라 일어섰다.


"코즈메님."


카게야마가 일어서려는 코즈메를 불렀다. 코즈메보다 먼저 킨다이치의 고개가 돌아갔다.


"매번 받기만 하니, 저도 간식을 만들게 했습니다."

"간식..?"

"돌아가실 때 궁녀와 함께 보낼 테니 괜찮으시면..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카게야마의 말에 코즈메는 도로 자리에 앉았다. 킨다이치는 잠깐 멈칫했다. 그러나 곧 카게야마에게 인사를 마저 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응. 아니, 예."


결국 참지 못한 코즈메가 기침을 하듯 흠흠, 하고 웃었다. 킨다이치는 멋쩍게 코즈메에게도 인사한 후 궁을 떠났다. 카게야마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코즈메에게 말했다.


"제가 버릇이 되어서..듣기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야. 나도 쿠로에게 반말하잖아."

"..두 분도 어릴 적부터 같이 계셨지요."


무척 잔잔한 목소리였다. 코즈메는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부러운 듯, 그리운 듯, 코즈메를 쳐다보는 파란 눈동자가 아름다웠다.



킨다이치 유타로

○: 53 (+3)

◇: 39 (+1)

카게야마 토비오 

□: 40 (+2)


코즈메 켄마

○: 53 (+3)

◇: 33 

카게야마 토비오 

□: 55 (+2)



단패궁에서 코즈메에게 건넨 것은 뭉근하게 고아 만든 물엿이었다. 코즈메도 쉽게 맛을 볼 수 있게 하기위한 카게야마의 의도였다. 코즈메는 궁녀에게 건네기 전 그릇을 열어보고는, 꽃처럼 달콤한 향기를 맡고서 살짝 웃었다.


"잘 먹을게."


고마워. 코즈메는 남궁으로 돌아갔다. 카게야마는 코즈메를 배웅한 후 안으로 돌아왔다.


"단패궁을 찾으시는 분들께 작은 선물을 드리면 좋을 것 같구나."


카게야마의 말에 상궁은 좋은 생각이라며 거들었다.


"그러면 직접 자수를 놓으시는 건 어떠십니까."

"내 실력을 알면서 또 그러는군."


은근슬쩍 다시 바늘을 잡게 해보려던 상궁은, 자신이 돕겠다며 계속 카게야마를 부추겼다. 카게야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바느질은 정말로 질색이었다. 생각해보십시오. 마마. 조그만 주머니라도 마마께서 직접 만들어주시면 얼마나 좋아하시겠어요. 상궁은 포기하지 않고 카게야마의 앞에 고운 색의 천을 가져다주었다.


"허리에 다들 차고 다니시는 것입니다. 잘 보이지도 않을 테니 그저 자수 한 땀만 놓으셔도.."

"....그래?"

"주머니를 남들 앞에 꺼내놓을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새순같이 부드러운 연두색 천을 만지작거리며 카게야마는 우선은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상궁은 만족하였다.



1~3 : 이와이즈미와 산책

4~6 : 이와이즈미와 공부

7~9 : 이와이즈미의 선물 

0 :



카게야마는 손목의 팔찌를 만져보았다. 이와이즈미가 준 선물은 손목에 착 감겨 있었다. 천을 치우던 상궁은 카게야마를 보고서 말을 걸었다.


"마마. 이와이즈미님께서 주신 선물이 그렇게 좋으십니까."

"...그런게 아니라.."


힘들면 자신을 찾아오라던 이와이즈미의 말이 보석보다 더 아름답게 들렸다. 상궁이 나간 후에도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를 생각하며 팔찌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어제 만났는데도, 그 믿음직스러운 얼굴이 또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실밥에 걸린 팔찌의 매듭이 순간 풀려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으로 가득 쏟아진 보석구슬들을 보며 카게야마는 눈을 깜박였다. 


"...!!"



홀 : 이와이즈미 

짝 : 이와이즈미



이와이즈미님이 주신 팔찌!! 카게야마는 얼른 자리에서 내려와 구슬들을 주웠다. 다행히 깨진 것은 없었다. 바닥으로 흩어진 구슬들을 모아 줍고 있자니 밖에서 궁녀가 카게야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마. 서궁의 이와이즈미님께서 오셨습니다."

"...!!"


절대로 이걸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카게야마는 바닥을 기듯이 구슬을 주우며 외쳤다.


"아직 준비가..!"

"..카게야마?"


카게야마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고개를 올리자 당황한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의 손바닥에 가득한 보석들을 본 이와이즈미는, 곧 상황을 이해하고서 얼른 카게야마를 일으켜주었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한 채 카게야마는 그만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왜 네가 직접 줍고 있어."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가 몸을 숙이지 못하게 자리에 다시 앉게 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푹 숙인 카게야마가 우물쭈물 대답했다. 


"팔찌..너무 만져서 풀렸나봐요."

"그게 그렇게.."


좋았어? 라고 물어보려던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가 계속 난감해하는 것 같아 질문을 그만두었다. 카게야마의 눈앞에 이와이즈미의 삐죽한 머리카락이 보였다. 몸을 숙여 열심히 보석을 줍고 있는 사내가 아오바죠사이의 제일검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보이는 구슬을 전부 주운 이와이즈미는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모아두었다. 


"죄송합니다. 이와이즈미님.."


선물로 받은 팔찌를 망가트릴 뻔했으니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이와이즈미가 주워준 보석구슬들을 꿰며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화를 내지 않을까, 생각했던 이와이즈미의 얼굴은 그저 웃음 뿐이었다.


"어디 보자."


이와이즈미는 서투르게 꼬물거리며 구슬을 꿰는 카게야마에게서 팔찌를 가져왔다. 흠 하나 없는 구슬들이 줄 안에서 달그락거리며 반짝였다.


"힘들 때는 나를 찾으라고 했는데, 오늘 바로 그렇게 됐네?"

"이와이즈미님..."


놀리는 것 같은 말투조차도 다정해 카게야마는 어쩔 줄을 몰랐다. 


*


이와이즈미는 팔찌의 이음새를 살펴보았다. 느슨한 곳이 있었다. 아마 처음부터 손을 봤어야하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차라리 궁 안에서 먼저 풀어져서 다행이었다. 밖에서 팔찌가 끊어졌다면 구슬들을 제대로 찾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이거 안 되겠는데."

"예?"


이와이즈미의 말에 놀란 카게야마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당황하는 얼굴이 귀여웠다. 이와이즈미는 음.. 잠시 고민한 후 입을 열었다.


"서궁에 새 줄이 있으니 가져올게."

"저 때문에..?"

"아니, 애초에 팔찌 줄이 약했던 것 같아. 새 줄 가져올 테니까 기다릴래?"


그러나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를 따라 일어섰다.


"저도 같이 갈래요."

"..어?"

"제 팔찌니까..."


저도 같이, 라고 말하며 이와이즈미의 옷을 잡는 손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를 따라 단패궁 밖을 나왔다. 보석구슬들을 담은 주머니가 카게야마의 옷 안에서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렸다. 무척 기분 좋은 날씨였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를 힐끔 쳐다보았다. 궁녀들이 따라오겠다는 것을 이와이즈미는 괜찮다고 말했다. 단둘이 걷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둘이 있고 싶었기 때문에, 누구도 따라오지 말라고 자신은 말했던 걸까. 생각없이 내뱉았던 말은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러운 속뜻이 있었다. 이와이즈미가 쑥스러워하는 것을 모르는 카게야마는 불쑥 입을 열었다.


"이와이즈미님. 날씨가 참 좋습니다."

"그렇네."

"이와이즈미님과 걸으니 더 좋아요."


그 말을 들은 이와이즈미는, 몇 번이나 망설이던 손으로 옆에 서있던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깜짝 놀란 카게야마가 이와이즈미를 돌아보았다. 손을 잡은 채 이와이즈미는 앞을 보고 말했다.


"넘어지면 안되니까."

"..? 감사합니다.."


갑자기 잡은 손은 따뜻해 싫지 않았다. 눈앞에 봄나비가 날아다녔다. 향긋한 꽃향기가 사방에서 풍겨온다. 정말 봄이네..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손을 잡고서 날아가는 나비를 보았다. 


"카게야마."

"예."

"..오이카와 녀석, 잠시 궁 밖에 나갔거든."


서궁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의 손을 꽉 붙잡았다.


*


오랜만에 오는 서궁은 조용했다. 괜히 어색하게 느껴져 카게야마는 자꾸만 두리번거렸다. 이와이즈미가 방으로 들어가려하자 카게야마도 따라 일어섰다. 다급한 얼굴로 이와이즈미는 물었다.


"왜?"

"저도 이와이즈미님의 방이 보고 싶어요."

"..어.."

"안 되는 건가요..?"


이와이즈미도 카게야마의 방에 들어왔으니, 카게야마 또한 안쪽의 방이 궁금했다. 카게야마의 말에 머뭇거리던 이와이즈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신이 나서 이와이즈미를 따라가면 코끝에 박하냄새 같은 것이 풍겼다. 왠지 정리가 잘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이와이즈미가 변명하듯 말했다.


"하루에 한 번 정도만 치우게 하거든. 그.. 줄, 줄 꺼내줄게."

"예."

"앉아있어."


이와이즈미는 허둥지둥 문갑을 열었다. 문을 활짝 열자 카게야마 쪽에서도 문갑 속의 것들이 보였다. 반짝이는 것들이 보여 카게야마가 고개를 기웃거렸다.


"이와이즈미님."

"응?"

"같은 팔찌를 몇 개씩..?"


팔찌들은 카게야마가 받은 것과 비슷해보였다. 의아한 얼굴의 카게야마가 묻자 이와이즈미는 할 수 없이 들킨 것을 보여주었다. 카게야마는 팔찌들을 살펴보았다. 이와이즈미가 이름과 뜻을 알려주던 보석들이 동글동글 모여있었다.


"..너한테 준 게 제일 괜찮아 보였어."


이와이즈미는 중얼거렸다. 


"조금씩 모양도 다르고, 색도 달라서.."


비슷한 팔찌를 손에 들고서 어느 것이 가장 예쁜 지 이와이즈미는 생각했다. 좋은 걸 전부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가장 보기에 좋아야했다. 이와이즈미는 신중하게 팔찌의 줄을 하나 빼내었다. 튼튼한 이음새를 확인한 후에야 안심이 됐다.


카게야마는 시키는 대로 손을 내밀었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 쪽으로 몸을 숙여 팔찌를 채워주었다. 가장 아름다운 팔찌는 이와이즈미가 사랑하는 손목에 자리했다. 물끄러미 손목의 팔찌를 쳐다보는 눈동자가 사랑스러웠다. 이와이즈미는 새삼스럽게도, 카게야마와 단 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카게야마."

"예."

"...음.."



홀 : 카게야마

짝 : 이와이즈미



"액땜이었나봐."

"액땜?"

"그냥 뒀으면 팔찌가 끊어졌을 지도 몰라. 미리 알아서 다행이다."

"그런가요?"


다행이라는 듯 웃다가, 이와이즈미가 눈을 떼지 않으면 점차 잦아들었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이와이즈미를 쳐다보았다. 따뜻한 손이 카게야마의 어깨를 잡았다. 


"..입맞춰도 돼?"

"...이와이즈미님."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 같지만."

"그게 뭐예요."


까르르, 보석구슬이 부딪히는 것처럼 맑은 웃음소리가 이와이즈미의 입술 속으로 먹혔다. 눈을 크게 뜬 카게야마는 곧 팔을 뻗어 이와이즈미를 끌어안았다. 젖은 입술을 부딪혔다가, 뗀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를 끌어안고 물었다.


"싫지 않아?"

"...싫다고 하면 하지 않으실 건가요?"

"요게."


당돌한 카게야마의 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이와이즈미는 이마를 콩 맞대었다. 휘어진 눈가가 고스란히 이와이즈미의 눈 속에 담겼다.


"그래. 싫다고 해도 계속.."


이와이즈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카게야마가 입술을 들어 쪽 맞췄다. 목을 끌어안은 카게야마의 손목에서는 팔찌 소리가 찰랑거리며 그치지 않았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 70 

◇: 35

카게야마 토비오 

□: 63 (+2)



이와이즈미와의 호감도가 70을 넘어, 카게야마와의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이와이즈미의 애정표현에 카게야마의 호감도가 +2 올라갔습니다



서궁에 잠시 다녀올 거라던 카게야마가 돌아오지 않았다. 상궁은 궁녀를 보냈다. 저녁을 먹고 단패궁으로 돌아갈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해가 지고 나서야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상궁은 이와이즈미와, 입술이 부은 카게야마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이와이즈미님. 조심히 가세요."

"추운데 어서 들어가."


어서 들어가라는 이와이즈미와, 가는 모습을 보겠다는 카게야마의 실랑이가 잠시 이어졌다. 결국 이와이즈미는 가면서 뒤를 돌아보았고 카게야마는 문 근처에서 손을 흔들었다.


"마마. 이제 들어가시지요."


보다못한 상궁이 카게야마를 모시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아쉬워 카게야마는 귀를 기울인다. 이와이즈미의 발자국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카게야마는 눈을 감고서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12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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