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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83. 3월 14일



카게야마 토비오는 전쟁에 빠져 학정을 일삼았다. 


징병을 핑계로 백성들을 전쟁터로 내보냈고, 남편을 잃은 아내와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농사는 때를 놓쳐 철새도 찾지 않으며 이 땅에선 어떤 과실도 나지 않는다. 더구나 그 활끝이 향한 곳이 아오바죠사이인 것을 더이상 두고볼 수가 없음이다.


카게야마는 거울 앞에 앉아 비단신의 발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옥에 갇혀있을 때, 자신을 책망하던 그 글을 카게야마 또한 읽었다. 


"..오사와 대신의 몸이 불편하다고 들었다."


카게야마의 말에 상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이후로 계속 요양하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흠."

"..항간에는."


상궁은 목소리를 낮췄다.


"섭정 전하께서 일정 이상의 사병을 금지하도록 하였기에 불만을 품으셨단 말이 돕니다."

"사병."


선왕의 대에도 오사와와 귀족들의 사병은 존재했다. 선왕은 그것을 마음에 들지 않아하면서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카게야마 또한 왕이 되고 나서는 거기에 대해서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아마도 오사와는 쭉 자신의 사병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섭정..전하가 금지한다고 하여서 마음대로 할 수는 없을 텐데."

"그것은.."

"아, 아오바죠사이 때문이군."


아오바죠사이는 황자를 보내 직접적으로 섭정의 위치를 보장해주었다. 오사와가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구나..혼자 결론을 내린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궁은 생각에 잠긴 카게야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새소리가 시끄럽구나."


카게야마는 불쑥 입을 열었다. 시위에게 새를 쫓아버리게 할까요? 상궁이 물었다.


"됐다. 듣기 싫다고 쫓아버리면 무엇이 남겠느냐."

"제 잔소리는 늘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상궁이 슬며시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아침부터 새가 시끄러우니, 반가운 손님이 오실 모양입니다."


카게야마의 식사를 도우며 상궁은 창 밖을 힐끔 쳐다보았다. 



홀 : 1 

짝 : 2

0 : 3



식사를 다 한 후 입을 씻고, 카게야마는 상궁을 따라 자수틀을 들었다. 카게야마가 허락하지도 않았음에도 상궁은 허리춤에 매달 주머니를 잔뜩 만들어왔다. 그러나 불평하기엔 어차피 할 일도 없어, 까짓거 한 번 만들어보자고 카게야마는 마음먹었다.


"마마. 꽃은 여인들이 쓰는 무늬이니 다른 것이 좋겠습니다."

"꽃도 어려운데 다른 것을 해보란 말이냐?"


카게야마는 바늘을 들고 입을 삐죽거렸다. 상궁이 찬찬히 무늬들을 보여주었다.


"다 같은 것을 하지 말고, 무늬를 골라주시면 더 정성이 깊어보일 겁니다."

"음..."


길상의 무늬들을 살피며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히나타의 호감도가 50을 넘었으므로 누군가에게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히나타는 단패궁으로 간 이와이즈미와, 북궁의 츠키시마를 제외하고 한 명과 마주쳐 대화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쿠로오 테츠로 

6 : 코즈메 켄마 

7 : 동궁

8 : 서궁

9 : 남궁

0 : 북궁



입덧이 심하면 어떻게 돼? 히나타가 물었을 때 츠키시마는 당황한 듯 안경을 고쳐썼다. 입덧이 심하면.. 모체가 괴롭겠지. 히나타는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나을 수는 없어?"

"사람마다 달라. 병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고칠 수도 없어."

"병이 아니라는 건 무슨 뜻이야."

"임신의 증상 중 하나라 어쩔 수가..없지."


히나타는 그게 더욱 불만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냐고 물어보았으나 츠키시마도 아는 것이 없었다.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왜 몰라! 괜히 화를 냈다가 츠키시마에게 쫓겨난 히나타는, 걷던 도중 누군가와 마주쳤다. 키타가와의 장군이었다. 히나타를 보자 먼저 인사를 한다. 히나타가 먼저 다가왔다.


"토비오 입덧이 심한데, 섭정궁 쪽에선 알고 있어?"

"....."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킨다이치는 잠시 머뭇거렸다가 대답했다.


"단패궁의 건강은 늘 신경쓰고 있습니다."

"어제 찾아갔을 때 굉장히 힘들어했어."

"...!"

"잘 보살피고 있는 건 맞아?"


의심스러운 히나타의 눈동자가 킨다이치를 쳐다보았다.


"..토비오의 회임은 축하할만한 일이지만. 저렇게 힘들어하니까.."

"..히나타님의 걱정은 감사합니다."


그러나, 킨다이치는 굳은 얼굴로 대꾸했다.


"키타가와 후계자의 일입니다. 부족함없이 저희가 보살펴서.."

"내 아이일 수도 있잖아."


순간, 킨다이치는 처음으로 히나타의 눈과 마주쳤다. 언제부터 쳐다봤을 지 모를, 오싹할 정도로 맑고 거침없는 눈동자였다.


"그리고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토비오 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어."

"...."

"내 첫 여자니까."


첫 여자. 히나타의 평생,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뿐이었다.



*킨다이치는 히나타가 카게야마에게 반했다는 것을 대화로 눈치챘습니다.



열심히 무늬를 고르던 카게야마는 바위에서 손을 멈칫했다. 저절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카게야마가 슬쩍 웃었다.


"이 것은 이와이즈미岩泉님을 드려야겠다."

"아.."


단순한 이유였으나 나쁘지 않았다. 상궁이 자수를 도우려는 때에 손님이 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서둘러 자수틀과 천조각들을 치우고 있자 이와이즈미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모습을 보고 카게야마가 다시 한 번 웃었다.


"...?"


이와이즈미는 어리둥절하였으나 카게야마가 웃는 얼굴을 보고 따라 웃었다.



홀 : 이건

짝 : 어제 

0 : 왜



"어제는 푹 쉬었어?"


그렇게 말하며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가 슬그머니 안쪽으로 밀어놓는 천더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이가 장난질을 해놓은 것처럼 엉망인 자수가 있었다. 카게야마가 얼른 손으로 가렸다.


"아무것도 아녜요!"


카게야마에게 비밀이 있다는 건 신기하고, 살짝 서운했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가 원하는 대로 눈을 돌려주었다. 서둘러 나머지 뭉치들을 치우고 나서야 카게야마는 멋쩍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와이즈미님.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그야.. 보고 싶어서."


당연한 것을 말하듯 대답하는 목소리엔 망설임이 없었다. 카게야마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푹 숙였다. 이와이즈미가 머리 위에서 웃었다.


"왜?"

"어제도, 그저께도 봤는데..."

"그래서 내가 지겨워졌구나."

"아니, 그건 절대 아니에요."


장난스럽게 물은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흔든다. 변하지 않는 순진함이 귀여워, 이와이즈미는 무심코 계속 그 동그란 머리를 쳐다보게 되는 것이었다.


*


상궁이 차를 내오며 창가에 둔 개나리를 가져왔다. 가운데에 두자 노란 개나리 사이로 서로의 얼굴이 보여 마치 봄같았다. 차와 함께 내온 다과를 제법 잘 먹어, 이와이즈미가 물었다.


"입덧이 좀 괜찮아진 모양이네."

"예. 여전히 고기는 싫지만.."

"그래도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날 텐데."


이와이즈미의 걱정하는 말투가 왠지 듣기 좋았다. 개나리 사이로 진지한 눈동자와 주름이 살짝 진 미간이 보였다. 카게야마는 화병을 자신의 앞으로 잡아당겼다.


"..왜?"


이와이즈미가 화병 옆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홀 : 이거 

짝 : 비밀



"이거.. 이거때문에 이와이즈미님 얼굴이 안 보여요."


제 앞으로 끌어당긴 화병을 두고 카게야마가 말했다. 평탄한 어조로 말하는 것과 달리 내용은 부끄럽게도 솔직해, 이번엔 이와이즈미의 뒷목이 뜨거워졌다. 카게야마는 화병을 바로 코앞에 둔채로 만족한 얼굴이었다.


"그럼 나는 네 얼굴이 안 보이잖아."

"...음.."


개나리 사이로 보이는 반질반질한 이마가 예뻤다. 곱게 빗어넘긴 머리카락 또한 그랬다. 이와이즈미는 손을 뻗어 화병을 자신의 앞에 두었다.


"이제 잘 보인다."

"..! 전 안 보여요."


옆에 두면 될 것을, 그 생각은 하지 못한 카게야마가 화병을 앞뒤로 잡아당겼다. 개나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길 반복한다. 남들이 보면 우스울 일이었다. 웃음을 참지 못한 이와이즈미는 결국 화병을 자신의 옆으로 밀어두었다.


"이제 됐지?"


화병과 이와이즈미를 번갈아 보던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


얼굴을 보니 좋았다. 매일 봤던 얼굴이라도 오늘 봐서 좋았다. 이와이즈미는 어제의 일을 생각했다.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카게야마의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같이 있는 순간들이 전부 소중해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이와이즈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카게야마."

"예. 이와이즈미님."

"그래, 그 호칭 말인데."

"예."


무슨 말을 꺼낼 건지 알 수 없어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내가 가기 전까지만이라도 좀..편하게 불러줄래?"

"....편하게?"

"응."


카게야마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1~3 : ..? 이와이즈미님..? 

4~6 : 하지메님..? 

7~9 : 어떻게

0 : ㅇ..



편하게 부르라고 하여도 막상 어떻게 부를 지 몰랐다. 망설이던 카게야마의 입술이 열렸다.


"...하지메님..?"


다른 것을 기대하던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순간 허물어졌다. 그래, 그것도 좋다. 이와이즈미는 조금은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게야마는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제가 어떻게 이와이즈미님의 이름을 함부로."

"토비오."


카게야마는 깜짝 놀라 이와이즈미를 쳐다보았다.


"..라고 나도 부르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아.."

"너도 하지메라고 불러줘."


여인에게 이름을 불린 적은 어머니를 제외하곤 없었다. 이와이즈미가 이름을 허락하자 카게야마는 입 속에서 조용히 하지메님, 하고 이름을 굴려보았다. 하지메(一) 라는 이름은 단순하고도 곧아보여 이와이즈미와 잘 어울렸다. 마치 바위같은 단단함. 그렇게 생각하면 이름을 부르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메님."

"응. 토비오."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뭉클해졌다. 하지메님..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가 허락해준 이름을 조그만 목소리로, 몇 번 불러보았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 73 (+3)

◇: 35 (+1)

카게야마 토비오 

□: 68 (+2)



이와이즈미는 한참을 있다가 일어났다. 카게야마도 따라서 일어섰다.


"피곤할 텐데 내가 너무 오래 있었구나."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면 안 돼. 그러면 저녁까지 있고 싶어지니까."


예전같으면 쉽게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아닌 여자에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손을 가볍게 잡았다가 놓았다.


"가볼게."

"...."

"토비오."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던 카게야마에게 이름이 들렸다. 카게야마는 서둘러 이와이즈미에게 인사했다.


"살펴가세요. 하지메님."



카게야마는 돌아와 다시 자수틀을 집어들었다. 이와이즈미가 보지 못하도록 숨긴 자수는 카게야마가 봐도 무척 엉망이었다. 과연 잘 할수 있을까..? 다 못한다면 적어도 이와이즈미의 것이라도 완성하고 싶었다. 십장생의 바위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마마..?"


카게야마가 스스로 자수틀을 잡고 있는 것을 본 상궁이 놀랐다. 카게야마는 바위 문양을 상궁에게 보여주었다.


"이걸 완성하려면 얼마나 있어야할까?"

"..저라면 하루만에도 다 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



1~3 : 정원

4~6 : 공부

7~9 : 선물

0 :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궁에게 심술이 났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잠시 정원에 다녀오마."

"마마. 어딜 가십니까. 궁 안에 계심이.."

"조금 걷고 싶구나."


복잡한 자수틀은 내팽개치고서, 카게야마는 궁녀 한 명을 데리고 단패궁을 나왔다. 어제처럼 좋은 날씨였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카게야마."


카게야마는 고개를 돌렸다. 우시지마가 눈앞에 서있었다. 다가온 황제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고서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입덧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정말이군. 야위었구나."

"우시지마님."

"궁에서 쉬지 않고.."

"답답하여서 잠시 나왔습니다."


우시지마님께선 어디에 가십니까? 라고 묻기 전 알 수 있었다. 사냥 준비를 마친 우시지마의 손에는 커다란 활이 들여있었다.


"...."


잠시라도 좋으니 따라가고 싶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를 올려보았다.



1~9 : .... 

0 : 힘들테니



"....."


우시지마 역시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데려가고 싶은 것은 같은 마음이었으나, 야윈 얼굴이 신경쓰였다.


"어쩌지."


우시지마의 커다란 손이 카게야마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올렸다.


"데려가고는 싶으나, 그래도 괜찮을 지 모르겠군."

"..우시지마님."

"조르는 얼굴을 하고 있구나."


저번처럼 마차를 움직이게 하면 괜찮지 않을까. 우시지마는 고민했다



1~9 : 그래 

0 : 마마..



짧게 생각하던 우시지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게야마가 반색하며 뒤에 서 있던 궁녀에게 말했다.


"우시지마님과 잠시 다녀올 테니 그렇게 말하거라."

"마마.."


아까부터 카게야마를 말리고 싶었던 궁녀는, 기뻐보이는 카게야마의 얼굴에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1~9 : 마차 

0 : 고장난 마차



한 번 탔던 마차였다. 자신 때문에 말에서 마차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카게야마는 말했으나, 우시지마는 고개를 저었다. 황제는 옅게 웃음이 깔린 눈으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말에 타면 너를 볼 수 없으니 마차에 태우는 것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겁니다."


부끄러워서 그렇게 대답하면, 우시지마는 크게 웃었다. 


"쉽게 볼 수 없으면 더 품에 안고 싶어지는 걸 모르는 구나."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 마차가 도착했다. 우시지마는 활을 챙기도록 하며 카게야마에게 말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지난 번처럼 안아서 데려올 걸 그랬다."

"..오늘도 그곳에 가시는 건가요?"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이 떠올랐다. 카게야마의 물음을 들은 우시지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대로 시라토리자와로 갈까."

"...!"


농담인 줄은 알았다. 하지만 우시지마는 끝까지 농담이란 말은 하지 않고서 마차에 카게야마를 태웠다. 


*


지난 번에는 마차가 어디를 가는 지 몰라 불안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시라토리자와의 마차는 창구멍에 귀한 유리를 끼워 바람을 맞지 않도고 밖을 볼 수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흠, 하는 헛기침이 들렸다. 카게야마가 얼른 눈을 돌렸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를 흔들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야위었구나."

"잘 먹고 있습니다."

"새를 잡아서 보내줘야할까. 고기는 먹지 못하더라도 국물은 괜찮지 않겠느냐."


다정한 목소리였다. 카게야마는 공손하게 고개를 저었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거참, 애타게 하는군."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손을 잡아 쥐어보았다. 카게야마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우시지마님께서 주신 베게."

"....?"

"참 편합니다. 매일 그것을 안고 자고 있어요."


백조깃털이 가득한 베개는 신기하게도 꺼지지 않고, 카게야마의 몸을 잘 받쳐주었다. 카게야마의 말을 들은 우시지마는 흐뭇하게 대답했다.


"시라토리자와에서는 항상 곁에 있어줄 수 없는 아내를 생각하며 남편이 만들고는 하지."

"...."

"그래서 내 생각을, 좀 하였느냐."


우시지마의 물음에 카게야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가 멈췄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전에 보았던 그 숲이 있었다. 하얀 자작나무들이 넓고, 길게 펼쳐져 있다. 우시지마는 빈 활시위를 가볍게 잡아당겼다가 튕겼다. 팅, 하는 맑은 소리가 숲 속에 울렸다. 활을 점검해본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렇게 빨리 같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저는 신경쓰지 마셔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허리를 숙인 우시지마가 짧게 카게야마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날 따라 같이 가보겠느냐."

"..말을 타고 가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어차피 짐승을 잡으려고 나온 건 아니니 상관없다."


궁 안에만 있는 것이 지루한 건 우시지마 또한 마찬가지었다. 그 길에 카게야마를 만나 같이 왔으니, 사냥은 이제 의미가 없었다. 우시지마는 입을 맞추었던 뺨을 손등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궁으로 돌아갈 때엔 빈 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테니.."

"....?"


카게야마는 의아해하다가 곧 우시지마가 내민 손을 잡았다. 해가 높이 떴는데도, 숲 속은 울창한 나무그늘 덕에 시원했다.


*


푸른 새벽의 숲과, 한낮의 숲은 다른 장소처럼 느껴진다. 카게야마는 이미 와보왔던 장소인데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두리번거렸다. 우시지마는 혹시라도 카게야마가 넘어질까 손을 단단히 잡았다. 


"안아줄수도 있는데 고집을 부리는구나."

"..! 우시지마님의 사냥에 방해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벌써 우시지마가 가장 바라던 사냥감을 손에 넣었다는 것은 모르는 카게야마가 종알거렸다.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려서 그런지 짐승은 보이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 한마리 지나가지 않네요."


사냥터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우시지마는 그런 카게야마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빨리 잡고서 돌아가고 싶은가 보지. 왜 그렇게 서두르느냐."

"그런 건 아니지만.."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의 한쪽 손에 들린 활을 살짝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활을 보니 흥분되는 것이었다. 손이 근질근질했다.


"...."


그 눈길을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던 우시지마가 피식 웃었다. 


"활이 쏘고 싶은 모양이군."

"아닙.."

"무거우니 내가 들고 가겠지만, 혹시 뭔가 나타나면..."


우시지마가 말하는 사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는 귀를 기울였다. 타박 타박 다가온다. 사람의 발소리는 아니었다. 카게야마가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바라는 것은 우시지마의 손에 들린 활이었다.  


그저 부드러운 얼굴로 카게야마를 보던 우시지마는, 그 손짓이 무엇을 가리키는 지 알아차렸다. 언젠가 같은 장면을 본 일이 있다.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순간에 사로잡혀 우시지마는 이 작은 나라까지 오게 된 것이었으므로.


"....뭔가 있군."


우시지마의 중얼거림에도 대답없이, 건네준 활을 잡는다. 근육이 빠진 팔에는 무척 무거운 활이었다. 카게야마는 눈을 감았다. 경계심어린 발자국 소리였다. 아마 저쪽에서도, 이쪽의 기척을 진작 알았을 것이다. 짐승의 예민함은 보통 인간의 감각을 상회한다. 하지만 카게야마의 감각은 보통을 뛰어넘어, 저 아득한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사슴."


작게 중얼거린 카게야마의 손이 활시위를 당겼다가 한 곳을 향해 쏘았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서 먼 곳을 향해 활을 쏘는 카게야마를, 우시지마는 놓치지 않고 보았다. 살짝 긴장해 아랫입술을 깨문 얼굴은 우시지마가 바라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멀리 날아간 화살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숲은 조용해졌다. 우시지마가 물었다.


"이제 만족하나?"

"..예. 감사합니다."


카게야마는 다시 활을 돌려주었다. 우시지마를 따라온 예속들이 활이 날아간 곳을 향해 뛰어갔다. 사슴을 잡았습니다! 숲 저편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슴고기는 먹을 수 있겠느냐."

"..저는 먹지 못하니, 여기까지 데려와주신 우시지마님께 드릴게요."


카게야마의 말에 우시지마는 즐거운 표정으로 웃었다. 


*


사슴을 잡았으니 더 이상 피를 볼 일은 없었다. 우시지마는 활도 마차에 가져다놓게 한 후 카게야마와 함께 숲속을 걸었다.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가 들어와 상쾌했다.


"팔이 저린 것 같으니 이리 보여다오."


갑자기 활을 쏘아 근육이 당겼다. 카게야마가 불편해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우시지마는 그의 팔을 잡았다. 


"괜찮ㅅ.."

"좋은 것을 보여준 대가이니 사양치 말거라."


곧 팔에 열감이 느껴졌다가, 저릿하던 통증이 사라졌다. 카게야마는 신기한 듯 손을 쥐었다가 펴보고는 얼른  우시지마에게 인사했다.


"우시지마님. 감사합니다."

"내 곁에 있는 한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정말, 그렇네요."


내 곁에 있는 한. 우시지마는 자신이 한 그 말을 곱씹어보았다.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오른다.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 77 (+3)

◇: 41

카게야마 토비오 

□: 69 (+3)



카게야마가 잡은 것은 가죽과 뿔이 멋진 숫사슴이었다. 피가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우시지마는 다시 마차에 카게야마를 태우고 돌아왔다. 단패궁으로 가자 연일 자리를 비운 카게야마의 걱정에 상궁이 나와있었다.


"마마..!"


우시지마와 함께 나갔다는 것을 알면서도 걱정을 숨기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우시지마는 상궁에게 카게야마를 부축하게 하고 말했다.


"피곤할 테니 어서 들어가 쉬거라."

"우시지마님.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나도 몹시 그랬다."


짧은 입맞춤이 이마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카게야마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우시지마를 배웅했다. 


*


몸을 씻고, 저녁을 먹은 카게야마는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았다. 카게야마의 다리를 주무르던 궁녀가 상궁에게 눈짓했다. 상궁이 다가와 카게야마를 깨웠다.


"마마."

"으음.."

"편하게 주무셔야지요."

"....."


하품을 한 카게야마가 손을 내밀었다. 상궁은 그 손을 잡고서 침상 위로 올라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오늘 마차를 타셨다더니 피곤하신 모양입니다."

"그래..그랬지.."


다시 한 번 크게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한다. 상궁은 이불을 어깨 위까지 덮어주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

"마마..?"


그 새 잠든 카게야마가 색색 숨을 내쉬었다.  



1~9 : 꿈

0 :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오이카와씨가 뭘 하려는지는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언제나 놀리는 것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 달콤한 색깔과 다르게 늘 괴로울 정도로 카게야마를 몰아붙이던 눈동자는, 카게야마의 위에 올라탄 채로 말하고 있었다. 손이 가까워졌다. 지옥같은 쾌감의 숨통을 끊어줄 하얀 손. 목을 조르며 다가오더니 입을 맞추려다가 곧 귀를 물어버린다. 카게야마는 헐떡이며 입을 크게 벌렸다. 헉, 하아, 가슴이 들썩였다. 숨이 차올랐다. 아..오이카와님. 그러나 하지 말아달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토비오쨩. 엄청 기대하는 얼굴."


실컷 희롱하던 입술이 떨어졌다. 짓궂게 웃으며 카게야마에게 속삭인다. 그렇게 오이카와씨가 좋아? 아니면 오이카와씨의..이거? 곤란하네. 정말. 카게야마는 다리를 숨기듯 꼬았다. 도망칠 수 없도록 호흡이 가까웠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멍하니 그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그렇게 봐도."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마치 멀리서 들리는 듯 했다. 꿈만 같은. 마치 꿈같은.


"오이카와씨..그다지 놔줄 생각이 없어."


입맞춤이 다시 시작되었다. 고개를 젓던 카게야마는 흐느꼈다. 

그리고 기어코 눈을 번쩍 떴다. 


그림자 하나 없이 적막한 밤이었다.


*


카게야마는 침상에서 내려와 창을 열어보았다. 아직 한밤 중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훅 들어와 더운 몸을 식혔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망측한 꿈을..."


혼잣말로 중얼거려보면 더욱 부끄러웠다. 꿈 속에서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매달려 많은 것을 요구했다. 입에 담기에 수치스러운 말을 하며 오이카와의 품 속에서 계속해서 우는 것이었다. 그 낯뜨거운 꿈을 떠올리고서 카게야마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


오싹, 소름이 돋아 카게야마는 창을 도로 닫았다. 침상에 누우면 오늘 네코를 보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다. 이와이즈미님..우시지마님..네코... 뒤척뒤척 오늘 있었던 기분 좋은 일들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곧 미간을 찌푸렸다. 식었다고 생각한 몸은 안쪽에서부터 여전히 달아올라 있었다. 도로 자리에 일어나 카게야마는 한숨을 쉬었다. 몸이 뜨거웠다. 


"왜 이러지.."


중얼거려보아도 답을 줄 사람은 없었다. 카게야마는 이불을 걷어 자신의 아래쪽을 힐끔 보았다. 보이지는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살짝 물기가 느껴지는 몸은 왠지 징그럽게 느껴졌다. 


자신은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좀처럼 오이카와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안아주던 손길, 입을 맞춰주던 입술. 방금까지 오이카와가 곁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했다. 망설이던 카게야마는 슬며시 손가락을 아래로 넣어 더듬었다. 민감한 몸은 그것만으로도 쉽게 반응했다.


"아..."


긴장한 아랫배는 배꼽을 중심으로 조여드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누가 들어올까 숨을 죽인 채, 카게야마는 더듬더듬 손을 놀렸다. 응..눈을 꽉 감자 눈물이 찔끔 흘렀다. 오이카와님. 싫어...갑자기 꿈에 나타나버린 오이카와를 원망하면서도, 오이카와를 떠올리고 말았다. 카게야마는 코를 훌쩍거렸다. 토비오쨩, 오이카와씨의 아기를 가지는 거야.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으..윽.."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서투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으로는 도무지 열기가 식지 않았다. 채워지지 않은 욕정으로 머릿속이 흐트러져버린 카게야마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이거, 혼자서도 쓸 수 있어.


언젠가 츠키시마가 말했던 물건이 생각났다. 카게야마는 홀린 듯한 얼굴로 "그것"을 꺼내왔다. 우둘투둘하게 굴곡이 있는 상아 막대. 카게야마의 손이 막대를 만지작거렸다. 원래의 용도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상아는 어둠 속에서 희게 빛나고 있었다. 가만히 만져보고 있으면 또 부끄러워져 카게야마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여전히 뜨거운 몸은 기다려도 식지 않았다. 


"...."


우선 이걸 적셔야 돼. 밤의 일에 익숙해진 카게야마는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향유는 오늘 밤 없었다. 바로 넣기라도 한다면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 망설이던 카게야마의 입술이 벌어졌다. 오이카와가 가르쳐준 것이 있다.


"ㅇ.."


혀를 내밀어 카게야마는 상아 막대를 핥았다. 혀 끝에 오돌도돌한 것이 느껴졌다. 죽을 만큼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수치스러운 일도, 힘들었던 순간도, 나중에 다가올 쾌감을 알기에 멈출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상아를 잡고서 열심히 핥았다. 타액이 입가로도 뚝뚝 흘러내렸다. 입속에 전부 넣기가 버거웠다. 그 생각을 하면 또 한번 오이카와가 떠오른다.


꼭 아래처럼 좁네. 


전부 다 넣을 수 없어 벅찼던 오이카와의 성기를 떠올리자 다시 한 번 몸이 더워졌다. 이상해..이런 거..정말..! 욕정을 부정하면서도 솔직하게 느껴, 부정하지 못했다. 카게야마는 어느새 집중하고 있었다. 최대한 상아를 적시며 애무를 하다가, 숨을 헐떡이며 입 안에서 뺐다. 자신의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상아가 카게야마는 괜히 꺼려졌다. 하지만 이제 준비는 된 것 같았다.


"...."


이불을 걷어올린 카게야마의 입에서 곧 신음이 터져나왔다. 




아..으...꽉 차게 들어온 상아의 표면은 민감한 점막을 짓누르듯 눌렀다. 카게야마는 어느 새 베개에 얼굴을 비비며, 엉덩이를 위로 올리고 상아를 움직이고 있었다.


"아, 응..ㅇ.....!"


손을 움직일 수록 기분 좋은 안타까움이 거세져간다. 쉽게 느끼는 몸이 무서워, 카게야마는 손을 멈추려고 애썼다. 하지만 한꺼풀만 벗기면 될 것 같은, 부풀어오른 쾌감은 견디기 힘들었다. 숨을 몰아쉬며 멈췄다가, 다시 한 번 움직이기를 반복한다. 카게야마는 울먹이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오이, 카, 와님..!"


그러면 마치 오이카와가 자신에게 다가올 것만 같은 것이다. 토비오쨩, 오이카와씨를 원하지. 원한다고 말해봐. 평소처럼 애를 태우며, 상상속에서조차 카게야마를 몰아세운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서 침이 줄줄 흘렀다.


"원해요..아..응.ㅇ...원..오이카, 와님..."


꿈속에서처럼 매달린다. 울먹이며 오이카와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카게야마는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 눈앞이 새하얘지다가 곧 상아를 잡은 손에서 힘이 풀렸다. 



오이카와 토오루

○: 61 

◇: 42

카게야마 토비오 

□: 45 (+3)



카게야마의 몸이 풀썩 아래로 흐트러졌다. 젖은 안쪽 깊숙히 들어와있던 상아는, 오물오물 잠겨있다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빠져나가는 그 느낌에도 신음같은 한숨이 나왔다. 카게야마는 한참 엎드려 있다가 몸을 바로 누웠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멍하니 천장을 쳐다본다. 힘이 빠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응.."


정리를..해야 돼..몸을 뒤흔드는 쾌감의 여운에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던 카게야마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상아를 닦아 제 자리에 돌려놓고 자신의 손도 닦았다. 질척한 물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카게야마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렇게 부끄러운 짓을 혼자 해도 괜찮은 걸까? 망설임과 죄책감이 다시 한 번 퍼진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일을 혼자 배워 불안했다. 카게야마는 배를 쓰다듬었다.


"....."


임신했는데 이런 일을 해도 괜찮은 건지, 혹시라도 잘못되는 건 아닌지. 그제야 걱정도 들었다.


"..괜찮겠지?"


카게야마는 혼잣말을 했다. 배가 아프지는 않았지만 신경쓰였다. 다시 침상에 누운 카게야마는 천천히 배를 쓰다듬다가 잠이 들었다. 모든 염려가 지워진다. 여름날처럼 더운 밤이었다. 



14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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