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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14. 6일 <동궁-오이카와>


여자아이로 태어나 누군가와 혼인을 하였다면


나는 어떤 사람과 함께 평생을 살았을까

누구의 아이를 낳았을까

행복했을까


카게야마는 이제 피가 거의 묻어나오지 않는 속옷을 살펴보며 혼잣말을 했다.  


"누구를 위해 이 피는 흐르는 거지."




1월 임에도 날씨는 포근했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왠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상궁에게 말하자 어의가 서둘러 달려왔다.


"가벼운 고뿔이십니다."


한 동안 추운 날에 나가셨으니 그러신 줄로 압니다. 어의는 조심스럽게 말하며 약을 지어주었다. 상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오늘은 나가시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귀빈은 성국 그 자체라고 어제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몸이 나른했으나 상궁의 곤란한 얼굴을 보자 웃음이 났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서궁에 가 동백이 보고 싶었다. 남궁이 궁금했다. 북궁으로 가면 즐거울 것 같았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동궁에."

"마마."

"동궁에 가겠다."


파리한 얼굴의 주인이 하는 말을 상궁은 말리지 못했다.



카게야마는 약을 먹어 나른한 몸을 끌고 우시지마를 찾았다. 우시지마에게 딱히 할 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보내주신 새 요리는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왠지 우시지마님이



홀 : 보고 싶었다

짝 : 필요했다 



"우시지마님을 뵙습니다."

"고개를 들어라."


우시지마는 카게야마가 조용히 고개를 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열에 찬 눈, 들떠있는 얼굴. 일부러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도 용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카게야마가 억지로 이 궁에 오는 일은 원하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구나."

"약을 먹었습니다."

"굳이 오지 않아도 됐다. 내 힘이 필요했다면 불렀어도 상관없으니. 가까이 와라. 고쳐주마."


카게야마는 멍한 머리로 대꾸했다.


"아파서 온 것이 아닙니다."

"...."

"뵙고 싶어 왔습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토록 솔직한 말이 나오다니.


"자세히 말해봐라."


우시지마는 금방이라도 카게야마에게 가까이 갈 듯했으나, 자세를 고쳤다. 반듯하게 앉은 우시지마를 올려다보며 카게야마는 마음에 있는 말을 그대로 내뱉았다.


"...뵙고 싶기에 그렇다고 한 것 입니다."

"좀 더 자세히."

"어느 궁에 가야할 지를 생각하였을 때, 우시지마님이 떠올랐습니다."

"좀 더."



1~3 : 어제 친우를 만나

4~6 : 아플 때 마다

7~9 : 모르겠습니다

0 : 만약 아이를 가진다면 



"모르겠습니다.."

"...."

"혹시 우시지마님은 아시겠습니까."

"...."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알려주신다면.."

"카게야마."


횡설수설하는 카게야마를 우시지마는 멈췄다. 그리고 자리에서 내려와, 한 손으로 열이 오른 뺨을 매만졌다. 차가운 손이었다. 뜨거운 얼굴이 점차 식어간다. 카게야마는 눈을 감고 우시지마의 손길을 받았다. 눈을 감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 입을 다물려 했지만 반대로 눈은 감기고, 입술이 열렸다. 우시지마는 까칠한 아랫입술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입이 벌어지며 하얀 이와 붉은 혀가 눈을 어지럽혔다.


"알려주고 싶지 않다."

"...우시지마님?"

"네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군."

"하지만.."

"눈을 뜨고 날 봐라."


그 말대로 눈을 뜸과 동시에 이마 위로 입맞춤이 내려왔다. 가볍게 붙었다가 떨어져버린다. 놀라서 이마를 손으로 가리자 우시지마는 흐뭇한 얼굴로 웃었다.


"치료해준 값이다."

"..장난이 심하시군요."

"나는 원래 장난을 좋아한다."


역시 이상한 사람이야. 카게야마는 속으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몸을 괴롭게 하던 열이 식었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


"언제든 몸이 아프면 오거라."

"몸이 아프지 않으면 오지 않겠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카게야마가 농을 걸었다. 우시지마는 즐거워보였다.


"도망친다면 상처를 만들어서라도 오게 하겠다고 말했을 텐데."

"너무하십니다."

"내가 낫게 해줄텐데 무슨 상관인가."



우시지마 와카토시

○: 27 (+3)

◇: 14

카게야마 토비오

□: 16 (+3)



동궁에 다녀온 마마의 몸상태가 좋아져, 단패궁의 궁녀들이 기뻐했다.

 

"그렇습니까. 시라토리자와의 황제께서 친히 치유를 해주셨군요."

"동궁에 가길 잘했다."

 

카게야마는 이마를 문지르며 상궁에게 자랑을 했다. 상궁은 무언가 하고 싶은 얼굴이었으나 결국 말하지 못했다.

 

"알겠다. 다음엔 다른 궁도 가겠으니 얼굴 좀 피거라."

"..아시는 분께서 그러십니까."

"하지만 오늘은..동궁에 가길 잘했지."

 


 

카게야마 토비오의 생일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오후에 만나는 사람의 호감도를 쌍방으로 무조건 올립니다

한 명을 리레로 달아주시면 그 사람과의 오후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이카와는 


홀 : 단패궁으로

짝 : 서궁으로



식사를 마친 후 잠시 낮잠이라도 자려던 카게야마는, 서궁에서 사람이 왔다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나가보니 본 적이 있는 서궁의 궁녀였다.


"서궁의 아오바죠사이 1황자 전하께서 잠시 보기를 청하셨습니다."

"...오이카와님께서? 무슨 일이신지는 말씀하지 않으시더냐."

"급히 오라는 말씀만 전하셨습니다."

"...?"


카게야마는 다시 옷을 걸쳤다. 벗어두었던 겉옷은 붉은 색이었다. 그는 잠시 서궁의 동백을 생각하였다.


"붉은 옷이 어울릴까?"

"가장 잘 어울리십니다."

"...."



홀 : 부끄러우니까 갈아입자

짝 : 잘 어울린다고 하니..



"그렇다면 그대로 입어볼까."


다시 옷을 꺼내는 것도 번거로워, 카게야마는 나비가 수놓아진 붉은 옷을 입고 서궁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궁녀들이 바로 안으로 들게 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할까. 서궁 안은 몹시 따뜻했다.



홀 : 오이카와님?

짝 : ..이와이즈미님?



"오이카와님?"


정작 부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와이즈미도 없었다. 카게야마는 한숨을 쉬었다. 또 오이카와의 장난에 걸려든 게 분명했다. 


"오이카와님."


두 번을 불러봤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사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어디에 있는 지 알았다. 안쪽 방에서 숨을 죽인 오이카와의 기척이 들렸다. 쓸데없이 좋은 귀였다. 다만 피하고 싶다면 그걸 돕는 것이 오이카와에게도 좋은 일이라 여겼기에, 모른 척 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보겠습니다."

"잠깐!!"


그대로 자신을 비웃을거라 생각한 오이카와가 잽싸게 튀어나왔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존재를 알았음에도 깜짝 놀라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오이카와는 기분이 상한 듯 했다.


"세 번은 불러야지! 토비오쨩 그렇게 안봤는데 매정하네!"

"예?"

"..됐고, 빨리 오기나 해. 왜 이렇게 늦었어?"


잠깐, 오이카와님..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손목을 잡힌 채 질질 끌려갔다.


잠시 후 카게야마의 앞에는



홀 : 뜨거운

짝 : 차가운



카게야마의 앞에는 뜨거운 고기 만두가 가득 나왔다. 돼지고기와 파를 가득 채워넣고 아오바죠사이의 양념으로 간을 했다. 아오바죠사이에 있을 때 잘 먹던 음식이었지만, 키타가와에선 그 맛을 흉내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걸 왜, 의아하게 오이카와를 올려다보자 오이카와는 팔짱을 꼈다.


"토비오쨩. 이거 제법 좋아했지?"

"...예. 그렇습니다만.."

"먹어."

"예?"

"먹으라고."



1~3 : 잘 먹겠습니다..?

4~6 : 이거 말고 본론을..

7~9 : 만두 때문에 부르신 거..?

0 : (감동)



할 말이 있다하여 불렀다가, 숨고는, 또 다시 나타나 만두를 먹으라고 하는 오이카와를 카게야마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만두를 손에 들었다가 놓은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이카와님."

"..왜? 이제 만두 싫어졌어?"

"아닙니다. 그저.."

"토비오쨩. 무슨 문제라도?"

"..저를 왜 부르셨나하고."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카게야마의 물음에 오이카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너, 너..뭐라고 하려다가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오이카와님? 갑자기 오이카와가 부들부들 떨자 카게야마가 놀라서 일어섰다. 오이카와는 여전히 달아오른 얼굴로 카게야마에게 삿대지를 했다.


"...너..토비오쨩. 정말 눈치가 없구나."

"예?"

"아아. 오이카와씨는 왜 또 이런 바보를 데리고 놀아보려는 생각을 했을까요."

"....?"

"됐어! 토비오쨩한테 줄 만두는 없어!"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앞에 놓인 접시를 빼앗았다. 카게야마가 울컥 해 소리쳤다.


"저한테 먹으라고 주셨습니다!"

"오이카와씨는 마음이 바뀌었어요."

"먹겠습니다! 주십시오!"

"싫거든, 싫거든! 오이카와씨가 다 먹을거야."

"....저도 먹고 싶은데.."


아오바죠사이에서 유독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었다. 눈 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게 뺏기자 서러워져 카게야마는 중얼거렸다. 시무룩 어깨를 늘어트린 카게야마를 오이카와는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동그랗고 검은 머리가 보인다. 머리 아래의 옷은 붉다. 오이카와는 시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깨끗한 꽃을 떠올렸다. 

아마도 머리부터 떨구어 눈 위로 비장하게 떨어지는

한 송이 동백


오이카와는 결국 접시를 돌려주었다. 


"다 먹어도 괜찮아."

"오이카와님?"

"..어차피 먹으라고 부른 거니까."


갑자기 만두를 잔뜩 받게 된 카게야마는 연유는 몰랐으나 기뻤다.


"절 주시는 건가요?"

"..나도 갑자기 만두가 먹고 싶어서 만들게 한거야. 토비오쨩 주려고 만든 건 아니거든."

"이렇게 많이 주셔도 괜찮으세요? 오이카와님은.."

"난 별로 안 좋ㅇ..아니 많이 먹었으니까. 먹고 가."

"..??"

"..저번에 내가 좀 화낸 것도 있고. 그러니까.."


오이카와는 고개를 돌렸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와 정원에서 만났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차갑게 자신을 밀치던 손.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오이카와와도 같은 손이었다. 다시 손을 내밀어준 것으로도 카게야마는 기뻤다.


"..잘 먹겠습니다.."

"천천히 먹고 가."

"예!"

"오늘 또 동궁 갔더라?"

"예. 몸이 좋지 않았는데 우시지마님께서 고쳐주셨습니다."

"아..그래서?"


카게야마는 만두를 입에 잔뜩 물고 오이카와를 올려다보았다. 왠지 오이카와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많이 먹어. 토비오쨩."

"감사합니다."

"여기, 묻었다."


오이카와는 손을 뻗어 카게야마의 뺨에 묻은 만두 조각을 떼어주었다. 따뜻한 손이 닿자 부끄러워졌다. 만두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감사합니다."

"아직 아이네. 토비오쨩."

"아이 아닙니다!"

"네, 네. 어. 또 묻었다."


다시 오이카와가 손을 내미는 시늉을 하자 카게야마는 얼른 입을 가렸다. 손을 거둔 오이카와가 큭큭 웃었다.


"장난이야."

"오이카와님!"



오이카와 토오루

○: 13 (+2)

◇: 19 

카게야마 토비오

□: 10 (+2)


카게야마는 남은 만두를 가지고 왔다. 배부르게 먹고도 잔뜩 남았다. 얼마나 많은 만두를 만들었기에 오이카와도 먹고 자신도 이렇게 먹을 수 있는지 카게야마는 궁금해졌다. 



6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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