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Q/카게른/폐왕의 밤

11. 3일 <동궁-오이카와>



"정녕 도망치겠느냐."

"아버지.."

"말해라. 가겠냐고 물었다."


왕이 엄한 목소리로 꾸짖는다. 카게야마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얗고 깨끗한 손에 피냄새가 났다. 아니, 온 몸에 죽은 피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곧 비틀비틀 왕에게 다가왔다. 왕은 흡족한 얼굴로 카게야마의 뺨을 쓸었다. 


"아들이었으면 좋았겠지만."

"...폐하."

"아들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사람들은 너를 사내로 알지."


그러니 강해져라. 왕자. 강해져. 그래야만...



카게야마는 눈을 번쩍 떴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는 홀로 깨어 눈을 감지 못했다. 기척을 느낀 궁녀가 인사 후 들어왔다. 그리고 하얗게 질린 카게야마를 발견하여 깜짝 놀라 다가온다. 


"마마.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그.."

"마마?"

"아버지께서는 어디에 계신가."

"...마마. 선왕께선 이미 붕어하시어 위패를 모셨습니다."

"....돌아가셨다고?"


카게야마는 죽어가는 사람처럼 말했다.


"방금까지 여기에 계셨는데.."

"꿈을 꾸신 겁니다."

"...계셨는데.."


카게야마의 안색이 좋아지지 않았다. 상궁은 걱정스레 물었다.


"마마. 오늘은 안에서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답답하구나. 나가고 싶다."

"마마.."


방 안에 있다간 결국 여인임을 들킨 자신을, 선왕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카게야마는 재차 쉬라는 권유도 거절한 채 나갈 채비를 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이 순간 카게야마는 쿠니미나, 킨다이치가 너무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보고 싶은 만큼 두려웠다. 카게야마는 어제 읽던 책을 문득 보았다. 츠키시마를 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히나타와 함께 놀았던 공놀이도 즐거웠다. 머릿속에 여러 사람들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하지만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왠지 편안하여 찾게 되는 남자였다.


"동궁에."

"마마?"

"동궁에 가겠다."


어제는 북궁에 갔었으나, 동궁에 대한 카게야마의 애호는 상궁에 보기엔 지나쳤다. 다섯 개의 궁이 있는데 네 번을 동궁으로 가는 것이 과연 괜찮을까.



5번 중 4번을 같은 궁에 가게 된 상황에 따라 리레점을 칩니다. 


1~3 : 괜찮을 것 같다 (우시지마를 제외한 전원 위험도 +0)

4~6 : 괜찮을까.. (우시지마를 제외한 전원 위험도 +1)

7~9 : 역시 말려야할지도 (우시지마를 제외한 전원 위험도 +2)

0 : 동궁으로 난입 (레점으로 재지정, 그 인물만 위험도 +3)


상궁은 과연 괜찮을까 고민했습니다.



"괜찮을까 저어됩니다."

"...동궁으로 가겠다."


카게야마의 고집을 상궁은 꺾지 못했다.



쿠니미 아키라

○: 18

◇: 20 (+1)


킨다이치 유타로

○: 19

◇: 20 (+1)


오이카와 토오루

○: 11

◇: 15 (+1)


이와이즈미 하지메

○: 14

◇: 14 (+1)


히나타 쇼요

○: 15

◇: 15 (+1)


츠시키마 케이

○: 17

◇: 14 (+1)


쿠로오 테츠로

○: 13

◇: 13 (+1)


코즈메 켄마

○: 10

◇: 12 (+1)



*



동궁에 도착했을 때 우시지마는 



홀 : 자리에 없었다

짝 : 자리에 있었다 



늘 문을 열어주던 호위가 당황한 얼굴로 카게야마를 맞았다.


"우시지마님께선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어디에 가신건가."

"..죄송합니다. 잘은 모르겠습니다."

"...."


카게야마는 살짝 실망해 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곧 말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카게야마는 걸음을 멈춰섰다. 호위가 의아한 얼굴로 카게야마를 보았다.


"말을 타고 나가셨나?"

"그렇습니다."

"곧 오실 것 같으니 기다려도 괜찮은가."


호위는 자신의 주인이 눈 앞에 선 여인을 아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어째서 올 것 같다는 말을 하는진 몰랐으나, 호위는 당연히 물러섰다. 주인이 없는 궁 앞에 선 카게야마는 듣고 있었다. 우시지마가 거친 숨을 내뿜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눈을 감았다. 우시지마의 걸음이 점점 가까워져온다. 말에서 내려 고삐를 호위에게 넘겼다. 숨이 거칠었다. 궁 밖을 달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심장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워졌을 때 한 번 멈칫했다. 자신을 발견한 걸까.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의 호흡이 더 거칠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곧 눈을 떴다. 우시지마가 앞에 있었다. 손엔 새 몇 마리를 들고 있었다.


"카게야마."

"우시지마님을 뵙습니다."

"...어제 오지 않았기에 오늘도 오지 않을 줄 알았다."


카게야마는 입을 열었다.



홀 : 그러니까

짝 : 혹시



"혹시."

"...."

"저를 기다리신겁니까."


그는 말의 숨은 뜻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쿠니미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시지마의 말은 알아듣기 쉬웠다.


"기다리시지 마십시오. 우시지마님."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가."

"...다른 이의 기대가 독이 되어 무서울 때가 있었습니다."

"무엇이 무섭지."


우시지마는 손에 든 새를 바닥에 던졌다. 


"나는 자제하지 말라고 말했다."

"...우시지마님."

"나를 계속 매달리게하는군."


카게야마는



홀 : 내일은

짝 : ....



"...내일은 오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기다리겠다. 내일도 오거라."

"우시지마님."

"무엇이 무서운지는 모르겠으나 감히 이 시라토리자와의 황제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어깨를 잡았다. 심장소리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급히 숨을 들이쉬었다. ...우시지마의 숨결이 너무 가까웠다. 카게야마는 처음으로 우시지마에게 불편함을 느꼈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강하게 깨닫고 만다.


"너같은 강한 여자가 무엇을 두려워하는 지 모르겠군."

"..제가."

"....."

"강했다면 우시지마님은 저를 보지 못했을 겁니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말을 되뇌었다. 제가 강했다면 우시지마의 앞에 설 일은 없었겠지요.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의 어깨를 꽉 잡았다.



1~3 : 어째서

4~6 : 자극하지마라

7~9 : 사랑스럽군

0 : 입술이



"...사랑스럽군."


카게야마는 내리깔았던 눈을 위로 올렸다. 예상과 달리 우시지마는 웃고 있었다. 평소엔 무감한 눈이 카게야마를 보며 부드럽게 휘어졌다. 왠지 얼굴이 달아올라 카게야마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곧 어깨 위에 올려졌던 손가락이 턱을 살짝 밀어 정면을 보게한다. 우시지마의 눈을 보며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어쩌면 


정말로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랑스럽구나."

"우시지마님."

"무엇이 오늘 너를 약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약한 모습 또한 사랑스럽다."

"...."

"이미 반했는데 다시 반하게 만들다니 무서운 여자군."


우시지마는 천천히 카게야마를 놓고 바닥의 새를 주워들었다. 카게야마는 보지 못한 새였다. 


"네가 신년 첫 날 잘 먹지 못한 것 같아 새를 잡아왔다."


잘 이해할 수 없어 우시지마를 쳐다보니 설명을 해준다.


"입맛이 없을 땐 시라토리자와에선 새 요리를 한다.. 싫어하느냐?"

"...싫어하진 않습니다."

"내일 오거라. 요리를 만들게 하겠다."


카게야마는 그제야 조금 웃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 24 (+3)

◇: 12 (+2) 


카게야마 토비오

□: 14 (+2)



*



카게야마는 동궁을 나왔다. 다짜고짜 고백하던 우시지마의 말은 언제나 잘 들렸다. 그 속에 담긴 것이 진심이 아니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자신에게, 지금 누군가의 호의가 도움이 될 것인가? 괜히 기대를 하고 기대를 받아버린다. 그러면 작은 호의마저도 잃어버릴 수 있다. 이미 가지고 있던 걸 빼앗기는 기분은 화가 난다기 보단 슬펐다. 아마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그래도. 

만약 강하지 않은 자신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티를 내지 못해도 속으론 안도의 한숨을 쉬겠지. 카게야마는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몹시 약해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민망해져 카게야마는 얼른 궁으로 돌아왔다. 


삼일이 지나니 배가 아팠던 걸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식사 시중을 받았다. 궁녀가 요리를 권했다. 


"마마. 오늘 닭요리가 맛있게 되었습니다. 드시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먹지 않겠다."


카게야마는 열심히 식사를 했다. 약해진 마음을 어떻게든 채우고 싶었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식사를 마친 카게야마는 걷고 싶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나오자 단패궁의 단풍나무 아래로 무언가 후다닥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궁에 길짐승이라도 있나?"


카게야마의 중얼거림에 뒤를 따르던 궁녀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가끔 고양이를 보긴 했습니다."

"고양이.."


보고 싶었다. 카게야마는 고양이가 사라진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소리없이 걷는 고양이는 너무 재빨라 바람소리에 섞여 잘 잡히지 않았다. 눈을 감고 집중해 보려니 이쪽으로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는 다시 눈을 떴다. 



1~3 : 오이카와

4~6 : 쿠로오

7~9 : 쿠니미

0 : 세 인물 중 리레주 지정



"토비오쨩."

"..오이카와님을 뵙습니다."


오이카와와는 왠지 궁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잘 만난다고,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언제나 이 근처를 산책하시는 겁니까?"

"글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궁녀에게 눈짓을 했다. 궁녀가 서둘러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간다. 카게야마는 멀어진 궁녀를 한 번 돌아보았다가, 오이카와의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토비오쨩이야말로 우시와카쨩이랑 노느라 동궁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우시와카..?"

"우시지마 와카토시잖아."


동화책에서 읽은 영웅의 이름과 같았다. 카게야마는 살짝 웃었다.


"우시지마님께 잘 어울리는 별명입니다."

"...많이 친해졌나보네."


오이카와 역시 카게야마를 따라 웃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같이 웃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이카와님. 혹시 무슨 근심이 있으십니까?"

"무슨 근심?"

"왠지.."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괜한 말을 했다가 또 미움을 살까 두려워졌다. 그에게 오이카와는 종잡을 수 없는 상대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뭔데? 말해봐."

"....."



홀 : 조금,

짝 : 아닙니다



"아닙니다."


카게야마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닙니다. 오이카와님."

"...."

"제가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지난 밤에는 왠지 쉽게 이야기를 했는데, 낮이 되니 입을 열기가 어려워진다. 아마도 태양 아래 오이카와의 표정이 그대로 비추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를 존경하는 만큼 그가 어려웠다. 카게야마가 입을 다물고 있자 오이카와가 한 발자국 다가왔다.

카게야마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진다. 


"착각이 아니라면?"

"예?"

"지금 오이카와씨의 기분이 별로라면, 토비오쨩이 풀어줄래?"



1~3 : 노력해보겠습니다!

4~6 : 왜 기분이 별로이신가요?

7~9 : ....

0 : 우시지마님께서



"우시지마님께서."

"...."

"입맛이 없을 땐 새 요리를 먹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카게야마는 어떻게든 오이카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방금 들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오이카와님께서도 혹시 기분이 안 좋으시다면.."

"....."

"맛있는 음식을 드시고."

"...."

"기분을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

"오이카와님?"


오이카와는 말없이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순간 섬뜩함을 느껴 기척을 살폈다. 궁녀는 저 멀리 있다. 지나가는 사람 또한 없었다. 오이카와님, 카게야마가 다시 한 번 오이카와를 불렀다. 한참 뒤 오이카와의 입이 열렸다.


"토비오쨩."

"예."

"내가 무서워?"

"...."

"방금 살짝 옆을 봤지?"


카게야마는 부정하지 못했다.


"혹시 또 내가 널 때릴까봐."

"....오이카와님."

"...딱 한 번이었는데, 토비오쨩은 늘 내가 토비오쨩을 때릴 것처럼 쳐다보고 있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멱살을 잡았다. 카게야마의 몸이 가볍게 딸려 올라왔다.


"그때도 내가 이렇게 멱살을 잡았던가?"

"..오이카와님, 오이카와님."

"제발 귀찮게 하지 말고 가라고 했었지."

"저.."

"때리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손이 잘못 나가서."

"..귀찮게 하지 않을테니까.."


놔주세요.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아오바죠사이에 있을 때처럼 어린 말투로 말했다. 



홀 : 놔주지 않는다

짝 : 놔준다



오이카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카게야마를 놔주었다. 카게야마는 숨을 헐떡이며 오이카와를 올려다보았다. 


"토비오쨩은 정말, 귀찮네."

"....."

"귀찮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카게야마는 손을



홀 : 잡았다

짝 : 잡지 못했다



카게야마는 몸이 떨려 오이카와의 손을 잡지 못했다. 천천히 잡으려 몸을 일으켰을땐 이미 오이카와의 손은 거둬진 후였다. 오이카와의 얼굴은 평소처럼 돌아왔으나 카게야마는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토비오쨩."

"..."

"대답해."

"예."

"무서웠어?"

"...예."

"하나만 알려줄게. 나 원래는 토비오쨩에겐 알려주는 거 싫어하지만."


오이카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카게야마 쪽으로 허리를 숙였다. 


"무서워하는 상대 앞에서, 무서운 티를 내면 안돼."

"...어째서."

"그러면, 정말 무섭게 만들어주고 싶어지거든. 토비오쨩."


오이카와씨의 강의는 이걸로 끝. 오이카와는 웃으며 이번엔 억지로 카게야마의 손을 잡아 올렸다. 거의 오이카와에게 기댄 채로 카게야마는 일어섰다.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궁녀를 불러 그를 데리고 돌아가게 했다.


"다음에 봐. 토비오쨩."


뒤에서 작게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제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오이카와가 지금의 자신을 본다면, 또 다시 무섭게 만들어주고 싶어질 것이다. 카게야마는 우울한 얼굴로 단패궁에 돌아왔다. 



오이카와 토오루

○: 11

◇: 16 (+3)


카게야마 토비오

□: 11 (-2)



무척 피곤해 카게야마는 씻자마자 침상에 누웠다. 눈을 감으니 야옹,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양이를 찾으러 가고 싶었지만 그럴 기운이 없었다. 카게야마는 등을 동그랗게 만 채로 누웠다. 꿈을 다시 꿀까 무서운 밤이었다.



3일 밤 끝


'HQ/카게른 > 폐왕의 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 5일 <섭정궁-쿠로오>  (0) 2016.01.06
12. 4일 <서궁-쿠니미>  (2) 2016.01.05
10. 2일 <북궁-츠키시마)  (2) 2016.01.04
9. 1월 1일 <동궁-이와이즈미>  (0) 2016.01.04
8. 31일 <츠키시마-북궁-오이카와>  (0) 201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