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지마는 오늘 아침 카게야마가
홀 : 올 거라고 생각한다
짝 :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시지마는 생각했다. 오늘 카게야마는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기대가 독과 같다고 말하던 입술은 진심으로 사랑스러웠다. 한 번 쯤은 자신을 배반해도, 아름다우니 용서할 수 있었다.
카게야마는 눈을 떴을 때
홀 : 오이카와를 생각했다
짝 : 우시지마를 생각했다
카게야마는 잡지 못했던 오이카와의 손을 떠올렸다. 다음에 봐, 토비오쨩. 작게 말하던 오이카와의 목소리도 기억했다. 어제의 일은 오직 그 밖엔 기억나지 않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카게야마가 우시지마와의 대화를 약속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평소대로 레점을 칩니다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마마. 오늘은 어느 궁에 가시겠습니까."
식사를 마친 카게야마에게 상궁이 여쭈었다. 카게야마는 뒤늦게 우시지마의 말을 생각해냈다.
"동궁의 우시지마님께서 오늘 온다면 새 요리를 해주신다고 하셨다."
"마마.."
"...가보고 싶지만."
카게야마는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은 마음이 누군가에게 이끌리는 게 무서웠다. 무섭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 말 외엔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우시지마는 당연하다는 듯 카게야마를 그의 품으로 끌어안으려한다. 언젠가는 모든 일을 그에게 의지하고서 안기게 될 것 같아, 카게야마는 두려웠다.
"서궁으로 가겠다."
"..! 미리 서궁에 연락을 넣겠습니다."
"어제 오이카와님의 기분을 내가 상하게 한 듯 하니..용서를 구하여야겠지."
카게야마는 울적하게 중얼거렸다.
카게야마는 서궁으로 가며 자신이 서궁에는 처음 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는 길목에 녹은 눈이 남아있었다. 어느날 밤 눈이 묻은 신발을 털어주던 오이카와를 카게야마는 떠올렸다. 서궁에 가까이 오자 정원 한 쪽에 과녁에 세워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궁도실에서 만났을 때 이와이즈미는 간식을 거절했었다. 조금이라도 들고 오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카게야마가 서궁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홀 : 오이카와
짝 : 이와이즈미
"이와이즈미님!"
카게야마는 활을 손에 든 이와이즈미를 보며 인사했다. 막 나가려던 참이었는지 이와이즈미는 겉옷을 입고 있었다.
"카게야마. 오늘 와줄 줄은 몰랐어. 소식을 듣고 놀랐다니까."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혹시 어디 나가시던 길이신가요? 제가 방해를 한 거라면."
"아니. 나가려던 건 맞지만.."
이와이즈미는 웃으며 카게야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게야마는 전부터 느꼈지만 정말 아이같네."
"..예?"
"하나밖엔 생각을 못하잖아."
"무슨 말씀이신가요."
카게야마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와이즈미는 대답 대신 카게야마의 몸을 살폈다.
"아직 몸이 아프지?"
"걱정해주신 덕에 괜찮습니다."
"걱정했다는 걸 알아주니 고맙다."
이와이즈미의 손이 머리에서 떨어졌다. 카게야마는 조금 아쉬웠다.
이와이즈미는 생각한다. 어제 저녁 오이카와는 싸늘한 얼굴로 돌아왔다. 무슨 일인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궁에서 오이카와의 신경을 긁는 것은 오직 카게야마 뿐이었다. 묻는 대신 어깨를 툭 치고 먼저 제 방으로 들어갔다. 오이카와는 오랫동안 홀로 남아있었다. 이와이즈미는 그의 친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분명 처음 자신에게 안긴 여자였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소중하게 돌봐줘야한다.
하지만 그래도, 누가 더 중요하냐고 선택을 해야한다면 오이카와였다.
식사를 끝내고 궁도실에 쳐박혀 있으려던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가 온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오늘도 동궁에 갈 줄 알았는데, 라고 말하자 오이카와는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안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억지로 불러내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가 내준 차를 마시며 물었다.
"오이카와님께선 계시지 않는건가요?"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가 기다린 여자가 순진무구하게 입을 열었다. 정말 아이같네.. 솔직하고 단순하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홀 : 글쎄
짝 : 오이카와!
중요한 건 오이카와. 허나 카게야마에게 동요한 것은 바로 자신. 이와이즈미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결국 오이카와를 불렀다.
"오이카와!"
"...오이카와씨는 없어요!"
"당장 안 나오냐!"
"이와쨩은 오이카와씨에게 너무해!"
"시끄러우니까 빨리 나와! 카게야마가 왔다고!"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의 대화를 들으며 입을 벌리고 웃었다. 아오바죠사이에 있을 때도 똑같은 대화를 들었다. 카게야마는 그리운 기분이 되었다.
"여전히 두분께선 사이가 좋으시네요."
"...카게야마. 그런 말 무서우니까 하지 말아줄래."
이와이즈미가 지친 목소리로 말하는 동시에, 오이카와가 안 쪽에서 튀어나왔다.
"아침부터 토비오쨩은 무슨 일?"
"문안인사를 드려야해ㅅ"
"우시와카쨩 보러가지 뭐하러 못생긴 이와이즈미랑 잘생긴 오이카와씨를 보러온거야."
오이카와가 혀를 내밀었다. 어제 좋지 않게 헤어져 마음이 무거웠던 카게야마는 용서를 구하겠단 생각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홀 : 가려고 했지만!
짝 : .....
"가려고 했습니다."
카게야마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오이카와의 얼굴이 굳었다. 이와이즈미는 슬쩍 오이카와의 얼굴을 확인했다.
"동궁에 가려고 했어요."
".....카게야마. 잠깐 그 이야기는 나중에.."
"우시지마님이 새 요리를 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놈의 새!"
오이카와는 짜증을 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서궁에 오려고 생각했습니다."
"....."
"아침에 눈을 뜨니, 오이카와님이 어제 화내셨던 일도 생각났고."
"....."
"이와이즈미님도 뵙고 싶었고."
"잠깐 잠깐!"
이와이즈미의 만류에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따져 물었다. 이와이즈미는 옆에서 손으로 끙, 이마를 짚었다.
"못생긴 이와쨩은 보고 싶었고 오이카와씨는 안 그랬던 거야?"
"예?"
"그러니까..!"
"....?"
"아! 정말 토비오쨩은 싫어!"
1~3 : 당연히
4~6 : 저를 싫어하시니까
7~9 : 혹시 저를
0 : 기분을 풀어드리려고
"오이카와님."
카게야마는 혼자 흥분하고 있는 오이카와에게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다. 혹시..
"오이카와님께서, 혹시 저를 기다리셨던건가요?"
"뭐..뭐?"
"지금 말씀이, 제가 싫지만 그래도 저를 기다리신 것 같아서.."
오이카와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와이즈미의 몸이 살짝 앞으로 숙여졌다.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오이카와님께는 제가 귀찮다는 걸 압니다. 그래도 오이카와님께서 다음에 보자고 해주셨으니까."
"...."
"그래서..만나뵈려고.."
"...."
"제가 오해한 거라면 죄송합니다. 오이카와님."
말이 없는 오이카와가, 또 화를 낼까 두려워 카게야마는 얼른 사과를 했다. 역시 싫어하는 사람이 이런 오해를 한다면 자신도 싫을 것이다. 카게야마가 시무룩해지려는 찰나 이와이즈미가 크게 웃었다.
"하하. 카게야마, 잘 왔어."
"예?"
"이 궁에는 처음 오지?"
"예! 처음 왔습니다."
"구경시켜줄까?"
"아, 감사합니다! 이와이즈미님."
정작 이와이즈미의 기분이 좋아보여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했다.
*
이와이즈미와 카게야마가 상냥한 대화를 하며 정원으로 나갈 때 쯤 오이카와 역시 겉옷을 입고 나왔다. 따뜻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나왔기 때문일까.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얼굴이 빨간 것을 보고 제 얼굴도 그럴까 걱정되었다.
"토비오쨩."
"예."
"......"
"오이카와님?"
"오이카와.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해. 아직 어린애잖아."
"이와이즈미님! 저는 애가 아닙니다."
이와이즈미는 멋쩍은 얼굴을 했다.
1~3 : 오이카와도 비슷한 수준
4~6 : 그렇지만 귀여우니까
7~9 : .....
0 : 그래. 애가 아니었지
"...."
생각해보면 눈 앞에 선 여자의 처음은 자신이 가져갔다. 일부러 더 아이라고 부르는 건 혹시, 여동생으로만 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렇게 보길 원하기 때문일까. 이와이즈미는 잠시 생각하다가 슬며시 웃었다. 카게야마 본인은 모르는, 삐져서 쭉 나오는 입술이 귀여웠다.
"카게야마."
"...예."
"미안하다. 혹시 기분이 상했어?"
"아..아닙니다. 단지 이와이즈미님께서 저를 너무 어린아이같이 보셔서.."
우물쭈물하는 카게야마에게 이와이즈미는 답 대신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카게야마의 고개가 이와이즈미쪽으로 올라갔다. 이와이즈미는 진지한 눈으로 카게야마를 훑었다. 찬 바람을 맞아 상기된 얼굴. 올곧은 푸른 눈. 그는 어느 날 밤을 떠올렸다. 자신에게 안긴 일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아이같은 여자.
"이제 아이라고 부르지 않으마."
"예!"
"이와쨩. 갑자기 왜 폼잡고 그래?"
둘 사이로 오이카와가 슬쩍 끼어들었다. 곧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의 주먹이 오이카와를 내려치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
카게야마는 서궁의 잘 가꿔진 정원을,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를 따라 걸었다. 마치 아오바죠사이에 있을 때 같아 카게야마는 유년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서궁에는 동백꽃이 많네요."
담을 따라난 동백꽃은 눈을 맞고 자라 깨끗하고 붉게 피어있었다. 카게야마의 말에 이와이즈미가 한 송이를 꺾어주었다. 양 손을 펼쳐 카게야마는 동백꽃을 받았다. 손 안 가득 꽃이 찼다.
"감사합니다."
"토비오쨩, 꽃하고 하나도 안 어울려."
오이카와는 냉큼 손 안에서 꽃을 가져가 자신의 머리에 대었다. 붉은 동백이 놀랍도록 잘 어울려 카게야마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네..오이카와님께선 참 잘 어울리시네요."
"남자한테 꽃이 어울린단 소리 하는 거 아냐!"
"하지만..!"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말에 발끈 반응하려다 참았다. 이와이즈미의 주먹을 피한 오이카와는 날쌔게 다시 카게야마의 귓가에 꽂았다. 검은 머리에 붉은 동백. 오이카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정말 안 어울리지만 볼만 하네. 토비오쨩."
"카게야마. 이 녀석 말은 무시해. 잘 어울리니까."
"이와쨩 너무해!"
카게야마는 귓가의 꽃을 만졌다. 이 몸에 튀기는 붉은 것은 핏물 뿐인 줄 알았는데, 꽃도 있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 11 (+2)
◇: 19
카게야마 토비오
□: 9 (+1)
이와이즈미 하지메
○: 14 (+3)
◇: 15 (+1)
카게야마 토비오
□: 13 (+2)
카게야마는 단패궁으로 돌아왔다. 궁녀들에겐 귀에 꽂은 동백꽃이 아름다우니 붉은 옷을 지어야겠단 말을 들었다.
"이미 지은 옷이 많은데 뭐하러 그러겠느냐."
"하지만 흑단같은 검은 머리카락이 강조되어 몹시 아름다우십니다."
"듣기 좋은 말만 하는군. 필요없으니 밥이나 다오. 시장하다."
관심없다고 잘라버리는 카게야마가 궁녀들은 안타까웠다. 그래도 서궁에서 가져온 동백꽃은 창가에 놓였다.
아침 우시지마의 레점결과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레점을 칩니다. 상황전개 레점이며 호감도 변화는 없습니다.
홀 : 기다린다
짝 : 기다리지 않는다
카게야마는 요리 중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 보는 요리인데."
"이는 동궁에서 주신 요리입니다."
"우시지마님께서."
"오늘 서궁으로 가셨단 말씀을 듣고 보내주셨습니다."
새고기를 조리하여 근사한 냄새가 나는 음식이었다. 냄새가 식욕을 돋궜다. 카게야마는 살점을 조금 떼어 먹어보았다. 맛있었다.
"동궁으로 감사인사를 드리고 오너라."
"무엇이라 말씀드릴까요?"
"..말씀하신대로, 입맛이 좋아 덕분에 식사를 잘 하였다고 전하거라."
무척 맛있는 식사였다.
1~2 : 후원
3~4 : 궁도실
5~6 : 서고
7~9 : 단패궁
0 :
밥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 걷고 싶었다. 카게야마는 두툼한 겉옷을 챙겨 밖을 나왔다. 아래에 피가 비치는 것이 덜해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었다. 카게야마는 즐거워져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다가 누가 오는 기척에 발을 멈췄다.
1~3 : 오이카와
4~6 : 쿠로오
7~9 : 쿠니미
0 : 세 인물 중 리레주 지정
모를 리가 없었다. 적어도 카게야마만은. 조금씩 절뚝이는 걸음걸이. 천천히 발을 떼었다가 살짝 바닥을 끄는 소리. 모를 리가 없다.
"폐하."
"...물러가있거라."
폐하라는 말에 카게야마는 궁녀를 뒤로 보냈다. 궁녀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쿠니미가 말했다.
"폐하. 아무리 후원이라고는 하나 궁녀는 꼭 데리고 다니셔야합니다."
"..이제와서 나를 해칠 사람이 있겠나."
"왜 없겠습니까."
"..해치더라도, 애초에 믿지 않으면 아플 필요도 없다."
추운 날씨에 걷고 있는 쿠니미를 보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카게야마의 날 선 말에도 쿠니미는 웃을 뿐이었다.
"저를 믿어서 아프셨다는 말씀을 돌려 하시는군요."
"....."
"불경하다 여기시겠지만 기쁩니다."
"또 쓸데없는 말을."
카게야마는 쿠니미의 얼굴을 바로 보지않은 채 중얼거렸다.
"동궁에 자주 가셨다 들었습니다."
쿠니미는 여상한 말투로 물었다. 카게야마는 별 일 아니란 말투로 대꾸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러십니까."
"상궁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마음대로 문안인사를 가라고 해놓고는 다들 눈치를 주는군."
"걱정이 되어서 그럽니다."
"무엇이 걱정이란 말이냐."
1~3 : 다른 궁들의 질투가
4~6 : 동궁의 마음이
7~9 : 폐하의 솔직함이
0 : 제가
"시라토리자와 황제의 마음이 걱정입니다."
쿠니미는 단정하였다.
"폐하는 언제나 폐하이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한 곳만 자주 간다면 동궁에선 폐하를 기꺼워하실 겁니다."
"...그게 무슨 문제인가."
"사람의 발목을 잡는 것은 언제나 다른 이의 기대입니다. 폐하께서는 잘 알고 계시겠지요."
"...!"
"폐하. 설마 키타가와를 버리시고 다른 나라로 가실 생각은.."
카게야마는 쿠니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카게야마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네가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폐하."
"내가 왜 도망치지 못한 줄 알면서, 어째서..쿠니미.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오늘 처음으로 불린 이름에 쿠니미는 가볍게 카게야마의 등을 끌어안았다. 멱살을 쥐고 있던 손이 스르르 풀린다. 유자 냄새가 났다. 섭정궁엔 언제나 유자향기가 그윽한 것인가.
"카게야마."
쿠니미는 눈을 감고 카게야마를 불렀다.
홀 : 쿠니미
짝 : 섭정
"섭정. 놓아라."
카게야마의 말에 쿠니미는 쉽게도 카게야마를 놓았다. 그러나 눈은 카게야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카게야마는 그 시선을 고개를 돌려 억지로 피했다.
"...너는 너를 미워하며 버티라고 했다."
"폐하."
"하지만 내 생각에, 증오는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게 아닌 것 같구나."
"....."
"나는 그저 친구들을 지키고 싶었다. 너희를. 그렇게 버텼다."
"...."
"어리석었다고 해도 그것이 오직 내 마음이었으니. 이제 와서 후회해보았자 소용이 없군."
카게야마의 얼굴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쿠니미는 다가와 카게야마를 잡으려는 듯 했다가, 결국 잡지 못한다. 대신 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주었다. 작은 천주머니에 마른 유자 냄새가 났다. 속을 열어보자 잘 마른 유자껍질이 가득했다.
"폐하가 자주 후원을 다니신다기에, 뵙게 되면 드리려고 가지고 다녔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 카게야마는 쿠니미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두면 오랫동안 향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친구의 얼굴을 하고, 섭정의 목소리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구나. 넌 도대체 누구지?"
카게야마는 독기가 빠진 채 힘없이 물었다. 쿠니미는 대답했다.
"폐하의 쿠니미 아키라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쿠니미 아키라
○: 18 (+1)
◇: 21 (+2)
카게야마 토비오
□: 17 (-1)
"폐하. 주변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쿠니미는 본인이 가장 해서는 안되는 말을 경고라고 해주었다. 카게야마는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꼴보기 싫으니 돌아다니지말고 어서 궁으로 돌아가기나 하거라."
"...저는 폐하가 저를 걱정하실 때가 좋습니다."
"내가 언제..!"
쿠니미는 웃으며 물러갔다. 카게야마 역시 궁으로 돌아왔다. 유자주머니를 신경질적으로 내던지려고 했다. 그래도 던지지 못한 카게야마는 옷을 갈아입은 후 베개 밑에 주머니를 두었다. 눈을 감자 유자향이 밑에서부터 은은하게 풍긴다. 키타가와는 유자나무가 많았다. 어릴 적 6월에 피는 흰 유자꽃을 보러 킨다이치와 쿠니미와 함께 궁을 몰래 나온 적이 있었다. 향긋한 유자꽃냄새를 맡고, 덜 익은 연녹색 단단한 열매를 재미삼아 따고 던지며 함께 놀았다.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으리라 믿은 적은 단연코 없었다.
카게야마는 베개 밑으로 손을 넣어 수북한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오전에는 유년을 보냈던 아오바죠사이, 오후에는 소꿉친구. 언제나 좋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그리움만큼은 존재했다. 그는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4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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