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잠이 들었는지 몰랐다. 그래서 언제 잠에서 깼는지도 카게야마는 알지 못했다. 귀가 간질거리는 느낌에 눈을 뜨자 우시지마가 눈 앞에 있었다. 카게야마는 멍한 눈으로 우시지마와 마주 보았다. 우시지마는 즐거운 얼굴이었다. 잠에 취한 머리로도 카게야마는 그의 웃음을 알 수 있었다.
"더 자거라."
"..습니다.."
카게야마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지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다. 카게야마는 어깨를 움츠렸다.
"간지럽습니다.."
"정말로 귀가 예민하군."
으응..카게야마가 짧게 신음했다. 무척 피곤한데도 반응을 할 수 밖엔 없었다. 우시지마는 작은 귓불을 어루만지다가, 이불 속에 파묻힌 카게야마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답답해서 고개를 젓던 카게야마는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자 그대로 머리를 떨어트리고 잠이 들었다. 우시지마는 오랫동안 카게야마를 놓지 않았다.
밤새 궁녀들의 처소에서 잠을 잔 강아지는 아침이 되자마자 캉캉거리면서 단패궁의 정원을 휘저었다. 카게야마는 그 소리에 눈을 떴다. 부스스 이불을 두른 채로 일어나니 우시지마는 이미 옷을 입고 있었다. 카게야마도 일어서려 했으나, 몸이 무거워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너무하십니다."
밤사이 신음해 목소리 마저 쉬어버린 카게야마가 우시지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비로소 카게야마가 깬 것을 알아차린 우시지마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무슨 말이지."
"잠도..못 자게 하고.."
"네가 우는 모습이 예뻐서 그랬다. 화가 났느냐."
"우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 어딨습니까."
"내 눈 앞에 있다."
침상으로 간 우시지마는 이불 속의 카게야마를 안아올렸다. 깜짝 놀라 버둥거리자 머리 위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움직이지 못하겠다니 치료해주고 싶지만, 그럴 마음이 안 생기는군."
"...."
"너무하단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우시지마는 카게야마를 안은 채 창가로 갔다. 열린 창 틈으로 강아지가 뛰어논다. 막 뜨기 시작한 해가 온화하게 단패궁을 밝히고 있었다.
"매일 너와 이 아침을 보았으면 좋겠구나.."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워 우시지마는 한 동안 카게야마를 놓지 않았다. 아침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그들은 함께 했다.
*
그래서 밤에 내가 어땠느냐. 우시지마는 가기 전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장난스러운 말투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카게야마는 몰랐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젯밤에 보고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나."
"...!"
"내가 어땠느냐. 말해다오."
부끄러운 일을 물어보는 남자에게 카게야마는 겨우 대답했다.
"..이상한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이상하다는 말을 못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이상했습니다."
"이상한 게 아니라 좋다고 말했을텐데."
"..이상합니다."
우시지마는 입꼬리를 올렸다. 별로 마음에 드는 대답이 아니었을 텐데도 계속 웃는 얼굴이라, 카게야마는 또다시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손 하나 꼼짝할 수가 없어 움직이기 힘들었다. 정말로 우시지마는 몸을 치료해주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끙끙 거리며 궁녀들의 시중을 받았다. 궁에 들어온 강아지가 침상에 누워있는 카게야마를 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주위를 맴돌았다.
"..오늘은 제법 귀염을 부리는군."
"마마가 좋은 모양입니다."
카게야마는 간신히 식사를 끝냈다. 밥을 다 먹고 손을 내밀자 강아지가 폴짝폴짝 뛰었다. 무릎 위에 강아지를 올려두고 놀고 있자 상궁이 다가왔다.
"마마..오늘도 문안인사를.."
"....인사가다가 내가 죽겠구나."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그러고보니.."
카게야마는 조그만 강아지를 쓰다듬어주었다. 쓰다듬으려는 손가락을 자꾸 핥는 것이 귀여웠다.
"아직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어."
"남궁에 가시겠습니까."
"그래야겠다."
몸에 좋다는 쓴 약을 마시고, 입가심으로 단 사탕도 넣은 카게야마가 단패궁을 나왔다. 궁녀가 강아지를 끌어안고 뒤를 따랐다.
남궁에 도착해 강아지를 정원에 풀어둔 카게야마는, 문득 저번에 남궁에서 봤던 그림자가 생각났다. 그때 그 커다란 건 뭐였을까. 정말로 바람이었나. 혹시 또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카게야마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홀 : 쿠로오
짝 : 코즈메
0 : 그림자
카게야마는 코즈에게에 인사를 해야한다는 것도 잊고, 코즈메의 품에 안긴 고양이를 홀린 듯 보았다. 삼색의 고양이가 코즈메의 품 안에서 교태를 부리며 그릉그릉 울었다.
"고양이.."
"안녕."
"...! 코즈메님을 뵙습니다."
"고양이, 좋아해?"
코즈메는 고양이의 앞발 사이에 손을 넣어 들어올렸다. 부드러운 흰 배가 달랑 들어올려졌다. 카게야마는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다가갔다. 가까이 갈 수록 고양이의 목 안에서 울리는 소리가 귀를 긁었다.
"저..만져봐도 괜찮겠습니까?"
"산쇼쿠는 만져주는 거 좋아해."
코즈메가 팔을 들어 고양이를 건냈다. 좋아서 얼굴이 잔뜩 달아오른 카게야마가 고양이를 받았다. 욱신욱신 쑤시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를 되찾았다. 카게야마는 정신없이 고양이를 끌어 안았다. 부드럽게 손에 차는 살집과 털이 좋았다. 몸에선 남궁에서 마셨던 향긋한 차냄새가 배어있었다.
"이 고양이 본 적 있습니다."
카게야마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코즈메에게 말했다.
"언젠가 정원에서 봤습니다. 코즈메님의 고양이였군요."
"응. 산쇼쿠.. 마음대로 돌아다니니까."
"이름이 산쇼쿠라니 재밌습니다."
"삼색이니까, 산쇼쿠라고 쿠로가 정해버렸어."
재미없지. 코즈메는 카게야마의 품 안에서 머리를 비비는 고양이를 슥슥 쓰다듬었다.
"산쇼쿠는 산책을 좋아해. 놔두고 안으로 들어가자."
홀 : 그럴까요
짝 : 저...
"저..코즈메님."
"응."
"조금만 더 있으면..안 될까요? 산쇼쿠랑.."
코즈메는 고양이를 끌어안은 카게야마를 보았다. 그는 최대한 말을 골랐다.
"그치만 너.."
"예?"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안 좋을 것 같은데."
어젯밤 단패를 뽑아 남자와 밤을 보낸 몸이었다. 코즈메는 카게야마의 옷 위로 보이는 붉은 자국들이 신경쓰였다.
"어제 무리했다면 따뜻한 안에 있는 게 좋아."
카게야마의 얼굴이 붉어졌다. 코즈메는 망설이다가 달래듯 다시 입을 열었다.
"산쇼쿠 다시 안에 데려가도 좋으니까, 안에 들어가."
"..예. 감사합니다."
내친 김에 강아지도 부르자, 정원에서 뽈뽈거리던 강아지가 뛰어왔다. 깡총거리면서 뛰더니 카게야마의 품에 안긴 고양이를 보며 심통이 난 얼굴을 한다. 카게야마의 옷을 잡아 무는 강아지를 보며 코즈메가 조금 웃었다.
"네가 산쇼쿠랑 있어서 질투하는 거야."
"그치만 어제까진 절 싫어했는데."
"별로..갑자기 좋아질 수도 있지 않아?"
"그런가요?"
"응."
코즈메가 다시 고양이를 데려왔다. 그제야 강아지가 순순히 카게야마를 따랐다.
"쿠로가 강아지를 줬다더니 그런 녀석이었네."
"예. 엄청 귀엽습니다. 오늘 이름을 지어주셨으면 해서."
"쿠로, 좋아할 거야."
네 서신을 받고 이름도 벌써 지어놨어. 코즈메가 덤덤히 말했다.
쿠로오는 여전히 삐죽하게 뻗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이제는 그 머리가 쿠로오에게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들었다.
"마마님."
"쿠로오님을 뵙습니다."
항상 웃는 인상이었지만 오늘은 유독 환한 웃음이었다. 카게야마는 강아지를 꼭 끌어안았다가, 쿠로오에게 내밀었다.
"쿠로오님."
홀 : 쿠로오님께서..
짝 : 이름을..
"응. 마마님."
이름을 지어달라고 말하려던 카게야마는 쿠로오의 미소가 왠지 신경쓰였다. 전에 남궁을 왔을 때와 어딘지 모르게 느낌이 달랐다. 본능적으로 위화감을 느낀 카게야마는 쿠로오에게 먼저 감사의 말을 전했다.
"쿠로오님께서.. 강아지를 보내주신 덕에 요즘 늘 즐겁습니다."
"..응?"
"이 녀석과 있으니 심심한 줄을 모르겠습니다."
"...."
"무언갈 키워보는 건 처음이라. 정말 감사합니다."
따뜻한 궁 안에 들어와서 그런 것인지, 카게야마는 뺨이 근질근질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쿠로오는 말없이 카게야마가 내민 강아지를 쳐다보았다.
홀 : 코즈메
짝 : 강아지
왕왕. 쿠로오를 향해 강아지가 짖었다. 잠시 후 쿠로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마마님한테 보내준건데, 이게 나한테 약을 올리네?"
"짖지 마."
카게야마가 강아지의 튀어나온 주둥이를 손으로 앙 쥐었다. 산쇼쿠에게 물을 먹이던 코즈메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웃었다.
"봐 줘. 왜 쿠로가 화가 났는지는 모를 거야."
"난 화낸 적 없어."
그러면서도 카게야마에게 강아지를 받아와 공중에 붕붕 띄우고 논다. 위로 훌쩍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강아지를 보며 카게야마의 눈이 커졌다.
"쿠로오님!"
"괜찮아. 마마님. 꽉 잡아줄테니까."
"그치만..강아지가.."
"강아지가 아니야."
"예?"
"오늘부터 얘 이름은 네코야."
순식간에 강아지에서 고양이가 되어버린 네코가 주인을 찾으며 낑낑거렸다.
"네코..?"
카게야마는 쿠로오가 돌려준 강아지를 서둘러 받으며 다시 물었다.
"네코마에서 보낸 개니까 네코라고 하자. 마마님."
"개한테..그런 이름이 괜찮을까요."
"그래야 네코마의 쿠로오가 마마님께 보냈다는 걸 기억해주지 않겠어?"
쿠로오가 드러난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떴다.
1~3 : 네코!
4~6 : 기억할게요
7~9 : ?
0 : 쿠로
"꼭 기억하겠습니다."
카게야마는 고양이라고 불리게 될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쿠로오를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굳이 네코라고 부르지 않아도, 저는 기억할 수 있는데.."
"마마님의 기억력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선점같은 거지."
쿠로오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제 누가 마마님한테 선물을 보내도 나보단 못할 걸. 난 한 나라를 마마님한테 바쳤어."
"그런."
"마마님이 보기에도 꽤 근사하지 않아?"
"쿠로. 멋없어. 자기 입으로 그런 소리 하는 거."
"켄마는 오늘도 나한테 차갑네."
코즈메가 산쇼쿠를 풀어주자 느긋하게 카게야마에게로 와서는 머리를 비벼댔다. 카게야마가 쓰다듬으려 하자 갑자기 네코가 달려와 산쇼쿠를 향해 왕왕 짖는다. 쿠로오가 놀라 고양이와 개를 떨어트렸다.
"고양이랑 개는 사이가 안 좋다더니 진짜네."
주인을 독점한 네코가 카게야마의 옷자락을 물고 잡아당겼다. 당황해서 일어난 카게야마는 강아지를 끌어안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이름 감사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하. 강아지는 괜히 데려오라고 했네."
너 다음엔 남궁에 오지 마라. 쿠로오가 가볍게 강아지의 앞발을 흔들었다.
쿠로오 테츠로
○: 18 (+2)
◇: 17
카게야마 토비오
□: 16 (+2)
코즈메 켄마
○: 13 (+1)
◇: 13
카게야마 토비오
□: 14 (+2)
단패궁에 돌아와 네코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전하자 상궁은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네코마의 황자 전하께서 붙여주신 이름이니 적당하긴 하지만."
"개한테 고양이라고 부르는 건 재밌군."
"..제가 강아지라면 싫을 것 같습니다."
강아지에게 네코. 하고 부르자 저를 부르는 줄 모르고 엉뚱한 곳만 쳐다보았다. 카게야마는 강아지를 들어올렸다.
"네코. 네 이름은 이제 네코다."
끼잉..? 붙잡힌 강아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나갔다가 들어온 상궁이 함을 들고 카게야마에게 아뢰었다.
"마마. 오늘도 선물이 왔습니다."
"오늘도? 어느 분께서..?"
우시지마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오이카와 토오루
4 : 이와이즈미 하지메
5 : 히나타 쇼요
6 : 츠키시마 케이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0 : 리레주 지정
"서궁의 오이카와님께서 보내셨습니다."
"...?"
"마마?"
"오이카와님께서?"
오이카와님께서? 카게야마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함을 받았다. 상궁이 주인의 기분을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좋은 마음으로 보내셨을테니 열어보시지요."
"..그렇겠지?"
카게야마는 함을 열었다.
함 속에는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ㄴ오이카와 자신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함을 열었다. 약간의 기대를 품고 열어본 함은 텅 비어있었다. 상궁이 옆에서 숨을 들이키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넣어 함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으나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
"마마. 무언가 착오가."
"...오이카와님께서 장난을 치셨나보다."
"마마.."
오이카와가 보냈다는 말에 놀랐지만 역시 단순한 장난이었던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함을 밀어냈다. 강아지가 함으로 달려가 박박 긁었다. 상궁이 어쩔 줄을 몰라하는 그 때, 다시 단패궁의 문이 열렸다.
"토비오쨩."
"..오이카와님?"
카게야마를 기대하게 만들었다가, 실망을 시켰던 남자가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
"뭐지? 이 귀여운 강아지는 처음 보는걸. 토비오쨩이 키우기엔 너무 귀여워요."
오이카와는 들어오자마자 가타부타 말없이 네코부터 번쩍 들어올렸다. 네코가 으르렁거렸다. 화려한 남자의 등장에 정신이 없어진 카게야마가 대꾸했다.
"쿠로오님이 주신 네코입니다."
"네코? 뭐야. 네코마 선물이었어?"
이름 한 번 이상하게 지었네. 오이카와는 네코를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눈치빠른 상궁이 얼른 차를 내와 자리를 비켰다.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한 카게야마는 멍하니 오이카와를 올려다보았다.
"오이카와님께서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토비오쨩이 맞춰봐."
아마 못 맞추겠지만요. 오이카와가 생글생글 웃었다.
"이건 인정해. 오이카와씨, 제법 어제 조급해졌으니까요."
"예?"
"설마 우시와카쨩을 먼저 뽑을 거라곤 상상도 안했는데. 토비오쨩 손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예?"
"어떻게 이 오이카와씨를 두고 먼저 우시와카쨩을 뽑아?"
예? 카게야마는 계속 된 오이카와의 알 수 없는 말에 끝없이 되물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오이카와는 계속 제 할 말을 했다.
"토비오쨩 둔하니까 한 번은 이렇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고."
"그런데 토비오쨩은 서궁에도 잘 안오죠? 맨날 동궁에만 가니까 어쩔 수 없이."
"오이카와씨가 직접 선물로 와줄 수 밖엔 없네. 모두의 오이카와씨라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겠지."
마지막 말만큼은 카게야마의 귀에 박혔다. 카게야마가 더듬더듬 물었다.
"혹시..오이카와님. 보내주신 선물이.. 오이카와님이신 겁니까?"
"사실 오이카와씨는 선물 그 자체니까."
"...."
주사위를 굴려 선물에 대한 카게야마의 호감도를 정합니다
100면체 주사위를 굴렸습니다: 43
30 이하 : 호감도 1
60 이하 : 호감도 2
90 이하 : 호감도 3
99 이하 : 호감도 4
당당하게 자기 자신이 선물이라 말하는 오이카와를 두고 카게야마는 조금은 안도했다. 열심히 떠들던 오이카와가 왜 그런 표정? 하고 물었다.
"사실은, 오이카와님께서 장난을 치신 줄 알고 놀랐습니다."
"음?"
"함이 텅 비어있었기에."
오이카와는 턱을 괴고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토비오쨩."
"예."
"그래서 실망했어? 아무것도 없어서?"
카게야마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카와는 조금 더 가까이 몸을 기울여 물었다.
"그럼 선물 받은 지금은 어때?"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다니! 오이카와씨가 직접 와줬거든요!"
그러니까 모레는 꼭 나를 뽑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머리를 흐트러트리듯 쓰다듬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 15
◇: 19
카게야마 토비오
□: 12 (+2)
오이카와는 끝까지 남아 카게야마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자신을 싫어한다고 알고 있어도, 오이카와와의 대화는 즐거운 구석이 있었다. 언제나 화제는 풍부했고 유쾌해 심심하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네코를 계속 쿡쿡 찔렀다.
"개 주제에 네코라고 불리다니 자존심도 없네요."
왕왕! 네코는 오이카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차를 마신 후 오이카와는 서궁으로 돌아갔다. 순식간에 카게야마 혼자 남게 된 단패궁은 쓸쓸한 지 조용한 지 구분할 수 없었다.
1~3 : 밤산책을 했다
4~6 : 강아지를 데리고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어디선가
푹 쉬라는 상궁의 말이 있었으나 밤이 되니 몸이 괜찮아진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조금 걷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밤에 나오는 것 같았다. 높은 겨울하늘을 올려다보자 별이 반짝였다. 언젠가 보았던 바다가 생각났다. 달빛이 물 속에 부서져 아름다웠다.
1~5: 추워서 얼른 궁으로 돌아갔다
6~0: 누군가와 마주쳤다니다.
에취, 카게야마가 재채기를 했다. 옷을 가볍게 입고 나왔기 때문인지 몸이 추웠다. 어제 무리했다면 따뜻하게 있는 게 좋아. 라고 말했던 코즈메의 말이 떠올랐다. 카게야마는 돌아가기 싫어하는 네코를 억지로 데리고 단패궁으로 돌아왔다.
들어가기 전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자, 여전히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11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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