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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25. 17일 <서궁-쿠로오-코즈메>

1.카게야마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츠키시마는 그의 곁에 있었나요?


홀 :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듯 나왔다

짝 : 이제 나가야하는데 나갈 수가 없었다

0 : 카게야마


츠키시마는 눈을 뜨자 제 옆에 누운 카게야마를 보고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진심이 될 것이 무서워 츠키시마는 도망치듯 단패궁을 나왔습니다.



2.카게야마는 오늘 밤 뭔가 이상한 소리를


홀 : 들었다

짝 : 듣지 못했다


카게야마는 예민한 귀로 오늘 밤 평소엔 들리지 않던 낯선 이의 기척을 들었습니다. 카게야마는 내일 아침 일어나 상궁에게 누군가 단패궁 근처에 있었냐고 묻습니다.




카게야마는 정말 귀가 좋구나, 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았어. 그러니까 만약 너희가 숨어버려도 내가 듣고 찾아갈 수 있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딱 한 번 뿐이었다.

 

카게야마는 눈을 떴다. 어렴풋하게 지난 밤 생각했다. 자신은 아침에 혼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침상 옆은 싸늘했다. 그는 흔적이 생생하게 남은 몸을 홀로 일으켰다. 어깨에 느슨하게 걸렸던 이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마"

 

기척을 알아차린 상궁이 들어왔다가, 애써 알몸의 카게야마에게 놀라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치열할 정도로 남자에게 안겼던 지난 밤의 얼굴은 사라져 있었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상궁을 위아래로 훑었다.


"너."

"예."

"그 전의 상궁은 어디갔지?"

"...."

"요양을 하러 간다고는 했지만, 그 뒤로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어."

"...."

"섭정이 방문한 다음날이었지."


카게야마는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묻어둔 말을 꺼냈다.


"섭정이 일부러 골라 내게 너를 보낸 거냐."



10일 동안 섭정궁을 찾지 않아 특수상황이 발생합니다.



지금 궁 안에서 가장 높은 이들은 당연히 성국의 왕족들이었다. 하지만 궁의 모든 일을 아는 사람은 섭정이다. 카게야마는 자신의 감시역으로 보내진 상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상궁은 부복한 채 카게야마에게 머리를 숙였다. 


"마마의 말씀이 맞습니다."

"...."

"하지만 감히 마마를 모시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다. 죄를 묻는 것이 아니니 일어나라."


카게야마는 그럼에도 고개를 들지 못하는 상궁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겨울 공기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에 닿아 소름이 돋았다.


"섭정이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묻는 것이다. 주인에게 솔직히 말해라."

"예."

"간 밤 아무도 없어야할 방 근처에서 어떤 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게 너였느냐."

"아닙니다."

"섭정이 보냈느냐."

"....그렇습니다."


카게야마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무엇때문에 보냈지."

"마마..의 안전을 위해, 마마께서 어떤 식으로 안기고, 어떻게 느끼셨는지 기록을 하실 거라 했습니다."

"...."



홀 : 침착

짝 : ....



"...알겠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몹시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던 상궁이 조심스럽게 눈을 들었다. 그녀의 주인은 덤덤한 얼굴이었다. 


"알겠다고 전해라."

"그렇다면 마마, 섭정궁에 가시겠습니까."



1~2 : 동궁

3~4 : 서궁

5~6 : 남궁

7~8 : 북궁

9~0 : 섭정궁



"서궁에 가겠다."


당장 찾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카게야마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가게 된다면 화를 낼 지도 몰랐다. 상궁은 눈을 꽉 감았다 떴다. 


"마마. 저는 오늘 마마께서 아신 일을 섭정 전하께 말씀드려야합니다."

"말해도 좋다."

"섭정궁은 찾지 않으시는 겁니까."

"...."

"마마."

"...말해도 좋다고 내가 말했지 않느냐."


상궁은 



홀 : 입을 다문다

짝 : 섭정에게 알린다 (섭정궁 각각 위험도+2)



"..비록 섭정 전하에 의해 불려졌으나 지금 모시는 분은 마마십니다."

"...."

"마마께서 눈치채지 못했다고 전할 테니 다녀오십시오."


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아침을 먹은 후, 카게야마는 단패궁을 나왔다. 그렇게 오래 섭정궁을 찾지 않았었나. 얼굴이 늘 생생해 오래 보지 못한 줄도 몰랐다. 카게야마는 서궁으로 가기 전 고개를 돌려 섭정궁 쪽을 바라 보았다.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카게야마는 정말 귀가 좋구나. 라고 말한 쪽은 쿠니미였다. 신기하다! 라고 감탄한 쪽은 킨다이치였다. 토비오라고 불러도 좋으니까, 라고 카게야마가 말했었다. 

아무도 몰라. 내가 뭐든 잘 듣는 줄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너희 둘만 알고 있어. 

응. 

만약 너희가 없어지거나, 숨게 되면 나를 꼭 불러. 무조건 내가 찾아갈게.


하지만 카게야마는 서궁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제로 섭정궁을 찾아가게 될 수도 있었지만 카게야마가 원하지 않아 그러지 못했습니다. 상궁이 카게야마가 알아차렸단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섭정궁은 다음 밤에도 카게야마에게 사람을 보낼 수 있습니다.



카게야마가 서궁에 도착했을 때 


홀 : 오이카와

짝 : 이와이즈미


오이카와는 웬일로 정원에 나와있었다. 카게야마는 복잡했던 머리를 비우고 오이카와의 등 뒤를 쳐다보았다. 그는 활시위를 당긴 채로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고 있었다. 계속 같은 자리에 적중해 화살들이 제대로 과녁에 꽂히지 못하고 튕겨졌다. 겨울의 하늘을 배경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오이카와가 든 것은 카게야마는 들 수 없는 커다란 활이다. 곧은 자세로 집중하는 오이카와를 눈에 새기듯 카게야마는 눈을 깜박였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토비오쨩?"


카게야마를 알아챈 오이카와가 눈썹을 위로 올렸다가, 금세 웃는 얼굴을 했다.


"토비오쨩. 토비오쨩."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에게로 걸어왔다. 꾸며낸 듯 위협적으로 굴어도, 일상이라 카게야마는 바로 겁먹지 않았다. 활을 궁녀에게 건넨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보고 다시 한 번 웃었다.


"오이카와씨에게 그런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서 서궁에 온거야?"

"어떤 얼굴 말씀하십니까."

"밤에 많이 울었나봐요."


카라스노였던가?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눈가를 손끝으로 톡 건드렸다.


"하긴 토비오쨩 울보였지."

"...아침부터 또 저를 놀리시고."



홀 : 재밌으니까

짝 : 놀린 게 아닌데



"토비오쨩 놀리는 건 오이카와씨의 취미에요. 몰랐어?"

"...오이카와님께선 늘 그러시니 놀랍지도 않습니다."

"토비오쨩 주제에 건방진 소릴 하네."


오이카와가 말하는 것보단 오이카와가 쏜 화살에 더 눈이 갔다. 카게야마는 그리운 얼굴로 과녁을 보았다.

오이카와는



홀 : ..해볼래?

짝 : 자자,



오이카와는 카게야마가 얼마나 궁도에 재능이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보지 못한 척 카게야마를 끌고 가려했다. 그러나 푸른 눈이 간절하게 과녁을 쳐다보는 것은 막지 못했다. 오이카와는 눈으로 활을 든 궁녀를 불렀다.


"..해볼래?"

"예?"

"오이카와씨가 가르쳐주진 않을 거지만."


사실 가르쳐줄 것도 없었다. 카게야마는 홍조를 띠고 궁녀에게서 활을 받았다. 역시나 무거웠다. 오이카와만이 쓸 수 있도록 조율해놓은 활은 악기와 같은 물건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제가 오이카와님의 활을 만져봐도 될까요?"

"...이미 줬잖아?"

"오이카와님. 이 활은 다루기 어려우니까.."

"안 가르쳐 줄거야."


오이카와는 팔짱을 꼈다.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활을 들어올렸다. 아오바죠사이에 있을 때 카게야마는 어떤 무예라도 완벽하게 몸에 익힌 오이카와를 동경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카게야마의 시선을 잡아끈 건 활을 쏘는 오이카와였다. 카게야마는 눈으로 오이카와의 모든 자세를 외우며 시간을 보냈다. 근력이 약해 활을 제대로 들 수 없을 때도 머리로 몇 번이나 활을 쏘며 오이카와와 같은 과녁을 맞췄다.


"무겁습니다.."


타고난 힘은 어쩔 수 없어도 활은 활. 카게야마는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활시위를 크게 잡아당겼다. 깨끗한 동작을 보며 오이카와의 눈이 멈췄다. 침묵 후 화살이 날아간다.




..

.


화살이 과녁을 빗겨 돌담을 맞췄다. 돌담에 부딪혀 무언가 튕기는 소리가 났다.



점차 과녁에 닿는다.



과녁의 중심으로 화살이 꽂히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흔들림없이 마지막 남은 화살을 집었다. 무게가 무거운 활이니 일부러 조금 엇나가도록, 그래서 활의 반동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카게야마는 팔의 각도를 살짝 낮췄다. 오이카와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화살이 날아갔다. 카게야마가 원한 대로. 



명중이었다.



오이카와는 과녁의 끝에서부터 횡으로 꽂히다가 기어코 정중앙에 맞춘 화살을 보며 웃었다.


"토비오쨩은 정말.."


정말, 천재네. 오이카와는 기쁜 얼굴로 과녁을 들여다보는 카게야마를 보며 생각했다. 아마 이런 명수는 두 번 태어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이런 재능을 받아 태어난 사람이 여자인 것도 처음일 것이다. 순수하게 재능을 아끼고 사랑하는 온화한 질투와, 여자의 몸에 갇힌 능력, 능력을 채워넣은 여자를 가지고 싶어하는 탐욕이 오이카와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어두운 마음이 뭉클거리며 피어나기 직전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불렀다.


"오이카와님."


카게야마가 궁녀에게 활을 돌려주었다. 무거운 활을 다루어 팔근육이 저리는 지 손으로 팔뚝을 주무르고 있었다.


"오이카와님, 정말 대단하시군요. 저런 무거운 활을."

"..오이카와씨가 대단한 건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저도 오이카와님처럼 강해지고 싶었으니까요, 저 활을 예전부터 만져보고 싶었습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웃던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하며 웃는 얼굴이 오이카와의 망막에 새겨졌다. 오이카와는 눈을 피했다. 


"..딱히 오이카와씨, 배려한 거 아니니까요."


카게야마는 머릿속이 물로 씻은 듯 상쾌해졌다. 아침에 우울했던 기분이 좀 나아짐을 느낀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에게 물었다.


"이와이즈미님께선 어디 계십니까?"

"이와쨩은 토비오쨩이 찾지 않아서 울면서 서궁을 나갔어요."

"예?"


카게야마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와 동시에 정원으로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검을 허리에 찬 이와이즈미가 걸어오고 있었다.


"오이카와. 또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거냐."

"토비오쨩은 이와쨩의 뺨에 말라붙은 눈물이 보이지 않..악!"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주먹을 피해 몸을 숙였다. 가볍게 휘두른 이와이즈미가 카게야마를 보며 물었다.


"카게야마. 안에 들어가지 않고?"

"아. 저 잠시..오이카와님의 활을 빌렸습니다."


오이카와님께서 빌려주셨습니다. 카게야마는 기분 좋은 얼굴을 했다. 이와이즈미는



홀 : 머리를 쓰담쓰담

짝 : 옷 속으로 보이는



이와이즈미는 습관처럼 카게야마의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다가 자신을 향해 드러난 목덜미로 눈이 갔다. 두 번을 안았던 몸엔 자신이 모르는 흔적이 남아있었다. 오이카와의 흔적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와이즈미는 더욱 솔직하게 그 자국을 볼 수 있었다. 아이같던 여자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욕망의 대상이 되어간다. 이와이즈미는 그런 카게야마가 조금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자신 또한 그렇게 카게야마를 보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카게야마."

"예. 이와이즈미님."

"춥다. 어서 들어가자."


이와이즈미는 머리를 쓰다듬는 대신 카게야마의 옷깃을 추슬렀다. 이와이즈미가 왜 그러는 지 알아차린 오이카와가 가볍게 웃었다.


"이와쨩도 질투를 하네."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라고."


카게야마는 그저 자신을 신경 써주는 이와이즈미에게 얼굴을 붉혔다.


"이와이즈미님께선 그럼 남궁에 다녀오셨군요."

"아. 네코마의 황자가 검을 잘 쓰더라고. 대련 상대가 되어달라기에 다녀왔어."

"쿠로오님께서..?"


카게야마는 체격은 좋으나 몸쓰는 일은 귀찮아할 것 같은 쿠로오의 얼굴을 떠올렸다. 추운 날씨는 싫다고 털옷을 껴입고서 늘 따뜻하게 남궁을 덥혀놓는 쿠루오. 검을 든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았다.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한 동안 계속 키타가와에 머무를 테니 서로 나쁘게 지내봐야 뭐하겠어."

"굳이 친하게 지내서 좋을 것도 없다는 건 오이카와씨의 생각."


이와이즈미의 말을 반박하듯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카게야마는



홀 : 저 때문에 일부러

짝 : 쿠로오님은



카게야마는 새삼 자신 때문에 성국의 중요한 이들이 키타가와에 모였다는 걸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말이 어떤 식으로 들릴 지 생각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감상을 말했다.


"저 때문에 일부러 오셔서.. 나라로 돌아가셔야하는데 폐를 끼칩니다. 어서 돌아가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에게 차를 권하려던 손을 멈췄다. 오이카와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토비오쨩?"

"예."

"지금 무슨 말을 한 줄 알아?"

"그만해. 오이카와."


이와이즈미는 목 뒤가 뜨거워졌다. 임신을 시켜달라고 조르는 듯 말하는 말은 의도하지 않았기에 더욱 부끄러웠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 토비오쨩."


오이카와는 손으로 머리를 괸 채 카게야마를 놀렸다. 정작 놀림을 받는 카게야마는 자각없이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이와이즈미가 살짝 한숨을 쉬었다.



1~3 : 그런 말은

4~6 : 노력하지 않아도

7~9 : ....(이와이즈미 위험도 +1)

0 : 그렇다면 어제도 (이와이즈미 위험도 +2)



"카게야마."

"예."

"약속하자. 그런 말은 하지 마."

"..어째서입니까?"


이와이즈미는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지 말란 뜻이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친절한 이와쨩. 이와쨩은 엄마에요?"


오이카와의 말에도 이와이즈미는 꿋꿋하게 카게야마의 약속을 받아냈다. 카게야마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와이즈미님 말씀이 그러시다면 따르겠습니다."


신뢰하는 사람을 보는 눈빛. 어두운 빛을 띤 암청색의 눈동자가 이와이즈미를 향해 반짝였다. 그러므로 마지막에서 이와이즈미는 약간의 우월감을 느꼈다. 



오이카와 토오루

○: 26 (+3)

◇: 27 (+1)

카게야마 토비오

□: 23 (+2)


이와이즈미 하지메

○: 27 (+2)

◇: 19 (+1)

카게야마 토비오

□: 26 (+2)



모처럼 활을 쏘아 기분이 좋아진 카게야마가 웃는 낯으로 단패궁에 돌아왔다. 상궁은 카게야마에게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아침의 일은 이미 마음에서 내려놓은 카게야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 죄는 묻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황공하옵니다."

"얌전한 척 하지 말고 할 말이 있으면 하거라."

"마마. 선물이 왔습니다."


그제야 카게야마는 상궁의 뒤에 놓인 함을 보았다.


"어느 분이시지?"



츠키시마를 제외하고 선물을 보낸 사람을 정합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쿠로오 테츠로

8 : 코즈메 켄마

9,0 : 리레주 지정



상궁은 자신도 모르게 카게야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꼬리를 흔드는 네코를 슬쩍 쳐다보았다. 시선을 알아차린 카게야마가 웃었다.


"설마 또 쿠로오님인신가."

"..맞습니다."

"오늘은 무엇을 보내주셨는지 보여다오."


카게야마가 손을 뻗어 함을 직접 들었다. 열어보자 함 속에는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ㄴ네코마의 궁 하나

함을 열자 카게야마의 눈에 처음 보는 문장이 보였습니다



함을 열자, 카게야마는 처음 보는 문장이 가장 먼저 보였다. 반들반들하게 길을 들인 나무패에 문장은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다. 정교한 맹수를 형상화한 문장은 카게야마가 처음 보는 동물이었다. 먹에 찍혀 마치 검은 호랑이처럼 보였다. 카게야마는 상궁에게도 문장을 보여주었다. 상궁이 미심쩍은 얼굴로 들여다보았다. 


"이게..뭐지?"

"..마마. 이 것은 제가 보기에 보통 문장이 아닙니다."

"....?"

"마치 궁의 문장같습니다."


카게야마는 그제야 키타가와의 제관들이 품에 넣고 다니는 통행패를 떠올렸다. 각 신분에 따라 통행패는 달랐다. 신분이 높을 수록 궁의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 패에는 기준이 되는 궁의 문장이 찍혀있기 마련이었다.


"마마. 서신이 같이 있습니다."


카게야마는 상궁이 내민 서신을 읽었다. 


'나라를 드렸으나 오셔서 머물 궁이 없음이 걱정이 되어 머무르실 곳을 보냅니다. 부디 단패궁께서는 언제든 찾아주십시오.'


"..쿠로오님. 장난치시는 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문장은 진짜같았다. 카게야마는 꼬리를 치는 네코를 슬쩍 쳐다보았다.



주사위를 굴려 선물에 대한 카게야마의 호감도를 정합니다

100면체 주사위를 굴렸습니다: 70

30 이하 : 호감도 1

60 이하 : 호감도 2

90 이하 : 호감도 3

99 이하 : 호감도 4



"..역시 재밌는 분이시다. 감사를 드려야겠어."


카게야마가 서신을 쓸 붓을 찾았다. 상궁은 공들여 길을 들인 나무패와, 그 위에 음각으로 새겨져 먹색인 문장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마마. 아무래도 이 패는 진짜같습니다."

"...?"

"직접 감사인사를 올리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설마 진짜일까."



홀 : 붓 내놔

짝 : ..진짜라고?



카게야마는 패를 자꾸만 쳐다보는 상궁을 보고 웃었다.


"네가 쿠로오님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마마."

"유쾌하신 분이시니 농을 던지신 것이겠지."


설마 그 나무패의 가치가, 쿠로오가 머무는 궁들 중 하나라는 것을 카게야마는 상상할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오랜만에 붓을 쥐고 쿠로오에게 보낼 서신을 썼다.


'앞서 주셨던 나라 덕에 이미 궁이 쿠로오님의 은혜로 가득 찼습니다. 보내주신 패를 손에 쥐고 돌이켜보니 제가 드린 것은 보이지 않아 심히 민망해 얼굴을 들 수 없습니다. 언제든 머무를 테니 부디 제가 갈 때까지 궁을 허물지 말아주십시오'


이 정도면 제법 근사하게 받아쳤다고 스스로 자찬했다. 카게야마는 서신을 궁녀의 편에 보낸 후 나무패를 소중하게 간직해두었다. 



쿠로오 테츠로

○: 24

◇: 17

카게야마 토비오

□: 21 (+3)



"쿠로오님은 정말 재밌으신 분이 아니시냐."


카게야마는 네코의 등을 긁어주었다. 꼬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꽉 잡자 끼잉끼잉 울면서 카게야마에게로 파고든다. 빠르게 움직이는 꼬리를 잡으며 괴롭히자 결국 네코가 카게야마를 아프지 않게 물었다.


"이 놈."


카게야마가 웃으며 네코의 앞발을 잡았다. 조그만 강아지가 애교를 부리는 모양이 귀여웠다. 그는 네코를 끌어안고 식사를 하며 때때로 네코에게도 간을 하지 않은 고기를 먹여주었다. 카게야마의 손바닥을 핥으며 파고드는 혀가 간지러웠다.



1~3 : 강아지와 밤산책을 했다

4~6 : 피곤해 침상에 누웠다

7~9 : 손님이 왔다

0 : ......



잠이 오지 않아 네코를 데리고 산책이라도 할까 하던 차였다. 네코를 묶을 적당한 줄을 찾던 카게야마에게 상궁이 알렸다.


"마마. 손님이 오셨습니다."



1 : 쿠니미 아키라

2 : 킨다이치 유타로

3 : 우시지마 와카토시

4 : 오이카와 토오루

5 : 이와이즈미 하지메

6 : 히나타 쇼요

7 : 츠키시마 케이

8 : 쿠로오 테츠로

9 : 코즈메 켄마

0 : 리레주 지정



"코즈메님이십니다."

"...코즈메님?"


남궁 외엔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남자였다. 그래도 반가워 카게야마가 얼른 코즈메를 들어오게 했다. 상궁이 서둘러 나갔다. 방으로 들어온 코즈메는 언제나처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코즈메님. 이 밤 중에 무슨 일이십니까."


카게야마가 궁금하여 물었다.



홀 : 설명을 (호감도 +1)

짝 : 남궁에.. (위험도 +1)

0 : 알고 싶어서



"오늘, 쿠로가 보낸 거 받았지?"


카게야마가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은 코즈메가 되물었다.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패를 가져다 보여주었다. 패를 확인한 코즈메는 살짝 웃었다.


"쿠로에게 보낸 서신 봤어. 네가..농담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서."

"...예?"

"이거 진짜 네코마의 궁패야. 이 패를 들고 들어가겠다고 하면 황제 폐하라도 막을 수 없을걸."

"...예??"


카게야마가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코즈메가 다시 웃었다.


"..이상한 얼굴."

"코즈메님. 장난치시는 건 아니시지요."

"쿠로는 이런 걸로 장난 안 해."


나도 안 하고. 내용과 달리 평온한 말투여서 더욱 믿기 힘들었다. 카게야마는 놀라서 패를 보다가 다시 한 번 예? 하고 되물었다.


"혹시나 오해하면 궁이 아까우니까 말해주려고 했어."

"...이런 물건은 받을 수 없습니다. 코즈메님."

"응. 그건 쿠로한테 말해. 내가 준 것도 아니니까."


쿠로한테는 궁이 많아. 그러니까 하나쯤 줘도 상관없을걸. 코즈메가 다시 말했다.



홀 : 쿠로오에 대해

짝 : 네코마에 대해

0 : 코즈메에 대해



"쿠로오님께, 누가 되진 않을지."


카게야마는 대단한 물건을 받고도 알아보지 못한 채 달랑 서신만 보낸 자신이 부끄러웠다. 빨개진 얼굴로 말하자 코즈메는 고개를 저었다.


"쿠로가 가지게 되는 궁은 많으니까..하나 정도는 누구한테 줘버려도 괜찮을 거야."

"그래도 쿠로오님이나 코즈메님께서 나중에 필요하다면 꼭 말씀해주십시오."

"응?"

"가지 못한다곤 해도 위왕이었던 사람에게 나라의 궁을 주셨습니다. 돌아가셨을 때 혹시 해가 될까 두렵습니다."

"네코마로 가지 못해? 정말 와도 좋아."


코즈메는 스스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코마는 키타가와보다 따뜻해서 겨울이 없어. 쿠로가 확실한 후계자가 됐으니 쿠로가 하는 일에 반기를 들 사람도 없고.."

"...."

"나나 쿠로는 잠시 휴가를 보내러 키타가와로 왔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도 부담가지지 마."

"어떻게 부담을 안 가집니까. 코즈메님이야말로 이상하세요."


카게야마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볼멘 소리가 나왔다. 먼 곳을 바라보는 듯, 현실에서 유리되어있는 기색의 남자의 눈이 카게야마를 똑바로 보았다.


"저기."

"예."

"네코마로 와도 된다는 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예?"

"아이를 낳게 되면 단패궁에서도 나가게 되겠지. 머무를 곳이 없으면 네코마로 와. 너..착해보이고."


전쟁을 많이 일으켰다고 해서 어떨까 싶었지만, 착해 보여. 코즈메는 조용히 말했다. 



코즈메 켄마

○: 15 (+2)

◇: 14

카게야마 토비오

□: 18 (+2)



후계를 낳고 난 후의 일은 생각해보지 못한 카게야마는 우선 고개를 갸웃했다.


"착해보인다니 코즈메님께 그런 말씀을 처음 듣습니다."

"하지만 계속 쿠로나 나를 걱정해주고 있잖아."

"..당연합니다. 갑자기 궁 같은 걸 받았는데."


코즈메는 카게야마의 불만을 들어준 후, 그래도 어쩔 수 없단 식으로 일어섰다. 카게야마가 뒤를 따랐다. 나가기 전 코즈메가 짧게 말을 덧붙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제도가 마음에 안 들어."

"...."

"좀 이상하지?"


코즈메의 물음에 카게야마는 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쿠로나 나는 네가 남궁에 놀러와주는 게 좋아."

"코즈메님."

"여자로서 좋다기엔 좀..모르겠어도. 같이 있으면 편해."

"..다행입니다."

"응?"


카게야마는 약간 안심이 되었다.


"코즈메님께서는 말수가 적으셔서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줄 알았습니다."

"..? 아니야."

"정말 다행이에요."


코즈메가 카게야마를 올려다보았다. 고양이같은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가 카게야마와 시선을 맞추고 가늘어졌다.


"싫어하지 않으니 오해하지 마."

"예."

"잘 자. 늦은 시간에 미안했어."

"아닙니다. 코즈메님과 이야기해서 기뻐요."


뒤돌아선 코즈메가 천천히 궁을 나갔다. 카게야마는 코즈메가 남궁을 향하는 것을 확인한 후 침상에 누웠다. 상궁이 데리고 나간 네코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찾는다. 카게야마가 손을 뻗었다.


"이리 와."


누군가 한 나라라고 말하던 강아지가 폴짝 뛰어들어 품에 안겼다. 카게야마는 눈을 감았다. 손 안에 든 작은 심장소리가 콩콩 울려 귀를 간지럽혔다.



17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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