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스노의 여자 배구부 연습은 늘 남자 배구부보다 빨리 끝났다. 늦은 밤에 혼자 돌아가게 될 여학생들을 배려한 이유에서였으나, 배구에 굶주린 카게야마 토비오에겐 성가신 참견에 불과했다. 남자 배구부 사이에 끼어서 연습하려고 고집하는 카게야마를 두고 여러 번 토론이 벌어졌다. 그리고 결국 츠키시마 케이가 책임지고 집까지 데려다주게 된 것이다. 가장 집이 가깝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 이제 연습해도 됩니까? 라고 물으면서도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의 얼굴을 힐끔 살폈다. 틈만 나면 자신을 두고 놀리기 바빴던 츠키시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서, 카게야마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신경이 쓰였다.
그날 카게야마는 남자 배구부와 와글와글 쏟아져 만두를 얻어먹고 츠키시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커다란 달이 높게 떠서 대낮같은 밤이었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를 정말로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잘 가."
카게야마는 손을 들어 인사를 하려다가 왠지 부끄러워져 주먹을 쥐었다. 그 인사에 답하는 대신 츠키시마는 카게야마를 불렀다.
"여왕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있어?"
달이 밝아 츠키시마의 얼굴이 훤하게 보였다. 연한 색의 눈동자를 똑바로 카게야마에게 고정한 채 다시 한 번 묻는다. 좋아하는 사람 같은 거, 있어? 카게야마는 멍청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뭐?"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랑 사귈까?"
"...츠키시마?"
"있다면 거절해도 돼. 아마 없겠지만."
"...뭐, 뭐야. 갑자기."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의 제안에 당황해 고개를 저었다. 어깨까지 길어 한 곳으로 모아 묶은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츠키시마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싫어?"
"싫진 않은데."
"그럼 사귀면 좋잖아."
"..너 나 좋아해?"
츠키시마는 코웃음을 쳤다.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애한테 고백하는 남자가 있겠어. 여왕님."
"....뭐야. 그 태도."
"서민이 지나치게 과한 요구를 했다면 다시 한 번 부탁드리지."
츠키시마의 몸이 카게야마에게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달이 밝은 밤이었다. 카게야마는 가까워진 츠키시마의 몸이 살짝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말없이 올려다보면 츠키시마가 카게야마의 어깨를 양 손으로 쥐고 속삭이듯 말했다.
"여왕 폐하. 부디 저와 사귀어 주십시오."
"....."
"싫으면 거절해."
"...이렇게 갑자기!"
"좋아? 싫어?"
"..좋, 좋아?"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면 츠키시마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카게야마를 잡고 꽉 끌어안았다. 맞닿은 심장소리가 두근두근 울린다. 뒤늦게야 카게야마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갑작스런 고백이어도 싫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의 품에서 빨간 얼굴을 한 채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
그 달을 본 밤이 벌써 보름 전이었다. 카게야마는 시큰둥한 얼굴로 우유팩 스트로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츠키시마가 준 음료였다. '여왕님. 이거 마시지? 누가 줬는데 난 안 마시니까, 마시던가.' 츠키시마의 반에 교과서를 빌리러 가자 츠키시마는 평소대로 살짝 비웃고는-여왕님의 머리엔 배구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우유팩과 함께 교과서를 주었다. 잘 마시겠다고 인사를 한 후 나오자마자 츠키시마의 주변으로 같은 반 여학생들이 몰려갔다. 카게야마는 슬쩍 문이 열린 틈으로 고개를 뺐다.
"방금 그 여자애 누구?"
"여자 배구부원이야."
"맞아, 츠키시마 배구부였지."
그리고 자기들끼리 까르르 웃는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데 뭐가 기분 나쁜지 몰라서 그저 스트로에 잇자국만 내고 있었다. 사귀자고 한 후 츠키시마는 늘 밤마다 카게야마를 집에 데려다줬다. 가끔은 손을 잡고 갈 때도 있었는데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의 손이 따뜻해서 좀 좋았다. 도착한 후 잘 가, 하고 인사하면 츠키시마도 잘 자. 하고 짧게 말했다. 카게야마는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이층의 창문으로 달려간다. 츠키시마는 늘 카게야마 집 앞의 가로등 아래 서서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카게야마의 손이 다시 흔들렸다. 츠키시마도 확인하고 돌아간다. 그 일련의 과정이 카게야마에겐 좋았다.
이게 사귀는 건가? 기분 좋네. 그렇게 생각한 건 보름 정도. 아무리 성에 무지한 카게야마라도 츠키시마의 태도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에겐 사귀고 있단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방금도 여학생들에게 배구부원이라고 설명할 뿐이었다. 카게야마는 다 마신 우유팩을 쓰레기통에 넣으며 생각했다. 좀 이상하긴 해, 라는 의문과 저 녀석 정말 날 좋아하긴 하나? 란 의심이 섞여간다. 당사자를 제외하곤 어디에 따로 물어볼 수도 없는 고민이었다. 반의 친구들과는 이런 이야기를 할 만큼 친하지 않았고, 배구부의 사람들에겐 츠키시마와 사귀는 걸 알려야할지도 몰라서 곤란했다. 카게야마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교실로 들어갈 무렵 폰의 알림이 울렸다. 중학교 동창인 쿠니미 아키라였다.
[카게야마. 저번에 샀던 배구화 어디 제품이었어? 이번에 살 때 참고할게.]
중학교 때 싸우긴 했어도 고등학교에 올라와선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 중 한명이었다. 카게야마는 눈을 깜박였다. 적당한 상담원을 찾은 것 같다. 카게야마가 느릿느릿 폰을 만지작거렸다.
*
[킨다이치 유타로, 쿠니미 아키라 님을 초대했습니다]
쿠니미 : 갑자기 무슨 일이야?
킨다이치 : 안녕
카게야마 : 사실 상담할 게 있는데
킨다이치 : 뭔데?
카게야마 : 남자친구가 생겼거든..
쿠니미 : 뭐?
킨다이치 : 뭐?
쿠니미 : 카게야마. 남자친구는 애인 사이를 말하는 거야. 그냥 아는 남자 사람은 남자친구라고 하지 않아.
카게야마 : 그러니까 그 애인사이라고! 멍청이들!
킨다이치 :
쿠니미 : 대박
킨다이치 : 헐
킨다이치 : 누군데?
카게야마 : 일단은 비밀이야
킨다이치 : 우와..
쿠니미 : 일단은 카게야마도 여자애였구나
킨다이치 : 그러게
카게야마 : 아무튼 내 애인..이 나한테 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은데
킨다이치 : 카게야마 너 맞지?
쿠니미 : 확실히 카게야마가 아닐 수도 있겠다..
카게야마 :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나한테 신경..을 쓰게 만들까 하고..
쿠니미 : 카게야마가 아닌 게 확실해
킨다이치 : 그래..그런 것 같다
카게야마 : 너희는 둘 다 남자니까 좀 나한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잖아
쿠니미 : 음..
킨다이치 :
쿠니미 : 킨다이치?
킨다이치 : 미안 잠깐 폰 전원 껐다 키느라
쿠니미 : ㅋㅋㅋ
카게야마 : 좀!
쿠니미 : 음..그러니까 애정을 확인하고 싶단 말이잖아? 질투심을 유발해보는 게 어때
카게야마 : 질투심?
쿠니미 : 예를 들면 그 애인? 앞에서 다른 남자들이랑 친하게 지내본다거나
카게야마는 교실에서 여학생들과 이야기하던 츠키시마를 떠올렸다.
카게야마 : 한 번 해볼게
킨다이치 : 헐ㅋㅋㅋ
쿠니미 : 악ㅋㅋㅋ
*
카게야마는 연습 후 쉬는 동안 츠키시마가 스트레칭 하는 근처에서 얼쩡거렸다. 츠키시마는 눈썹을 위로 올렸다.
"할 말 있어? 여왕님?"
"없어!"
"..? 왜 그래?"
기분 안 좋아? 우유라도 마셔. 츠키시마는 가방을 뒤적여 카게야마에게 우유팩을 쥐어주었다. 그걸 쪽쪽 빨아 마시며 카게야마는 눈을 굴렸다. 다른 남자와 친하게 지내라고 해봐도 어떻게 할 지 몰랐다. 결국 카게야마는 제일 만만한 히나타에게 다가갔다.
"스트레칭 도와줄까?"
"오, 좋아!"
히나타는 신나서 카게야마에게 다리를 맡기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히나타의 다리를 잡은 카게야마의 눈이 츠키시마를 찾았으나, 츠키시마는 야마구치와 무언가 대화하고 있었다. 이게 아닌가..?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서 힘을 풀었다. 히나타가 불평했다.
"카게야마! 좀 더 세게 잡아줘!"
"아, 미안."
결국 히나타의 스트레칭만을 도와주다가 끝이 났다. 카게야마는 시무룩해져 츠키시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유난히 조용한 카게야마를 보던 츠키시마가 물었다.
"안 좋은 일 있어?"
"아니, 없어."
"컨디션 안 좋아 보이는데."
"그다지.."
카게야마는 차마 부끄러워서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어볼 수 없었다. 츠키시마의 눈이 카게야마를 내려다보다가 살짝 가늘어졌다.
"말하고 싶어지면 말해."
"...."
*
카게야마 : 소용없었어
킨다이치 : 그랬겠지
쿠니미 : 응 말한 건 나지만 기대는 안했어
쿠니미 : 네가 일부러 남자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흉내를 낼 수 있을 리 없으니까
쿠니미 : 그래서 헤어졌어?
카게야마 : 아니야!
킨다이치 : (박수)
쿠니미 : ㅋㅋㅋㅋㅋ
카게야마 : 좋아하는 게 맞느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쿠니미 : 오
킨다이치 : 우와
카게야마 : 직접 말하긴 좀..
킨다이치 : 이런 건 어때?
킨다이치 : 러브레터를 받았다고 해
카게야마 : 러브레터?
카게야마 : 그런 건 받은 적 없어
쿠니미 : 그러니까 거짓말로
쿠니미 : 받았다고 해보라고
쿠니미 : 널 진짜 좋아한다면 화낼 걸?
킨다이치 : 넌 내 애인이야!
쿠니미 : 그런 놈에게 러브레터 같은 건 받지 마!
킨다이치 : 왜냐면 넌 내 여자니까!
쿠니미 : 악ㅋㅋㅋㅋㅋㅋ
킨다이치 : ㅋㅋㅋㅋㅋㅋㅋ
카게야마 : ..걔가 그런 말 하면 엄청 이상할 것 같다
쿠니미 : 그래서 누군데?
쿠니미 : 우리도 알아? 배구부?
킨다이치 : 그래. 이제 말해줘
[카게야마 토비오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쿠니미 : 앗. 도망갔어
킨다이치 : 누굴까?
쿠니미 : 누군진 몰라도 고생하겠네
킨다이치 : ㅋㅋㅋㅋㅋ
쿠니미 : ㅋㅋㅋㅋㅋ
*
점심을 같이 먹자고 불러내면 츠키시마는 순순히 응했다. 낡은 구체육관 뒤는 인적이 드물어 같이 점심을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츠키시마는 도시락을 벤치에 내려놓고 물었다.
"갑자기 점심을 같이 먹자니 무슨 바람이야?"
"그냥 할 이야기도 있고."
카게야마의 츠키시마는 잠시 멈칫하다 입을 열었다.
"헤어지는 것 빼곤 다 들어줄게."
"아, 아니거든."
"그럼 뭔데? 여왕 폐하께서 친히 서민을 이곳에 부른 이유는?"
"그게.."
카게야마는 거짓말을 잘 늘어놓는 재주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과거에 러브레터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간신히 말했다.
"누가 나한테 편지를 줬어."
"...무슨 편지?"
"러브레터..같은 거?"
"누군지 알아?"
"몰라."
"그럼 대답할 필요도 없겠네."
츠키시마는 도시락 가방에서 우유팩을 꺼냈다. 스트로의 껍질을 까서 팩에 꽂은 후 카게야마의 손에 쥐어준다. 카게야마는 멍하니 츠키시마를 쳐다보았다. 이게 끝? 정말 이게 끝? 넌 내 여자니까 라는 대사는 전혀 기대 안했지만 진짜 이걸로 끝? 츠키시마는 턱을 까닥였다.
"오늘도 누가 줬어. 마셔."
"어.."
"러브레터, 들고 왔어?"
"버렸는데.."
"잘했어."
츠키시마는 덤덤하게 말하고는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우유를 마시며 몹시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츠키시마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데 자신 혼자 날뛴 것 같아 그녀는 민망해졌다. 할 말이 없어 카게야마는 괜히 우유팩을 만지작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 음료를 몇 번이나 얻어마셨다.
"츠키시마. 저기.."
"응."
"이건 누가 주는 거야?"
"...그러게. 난 안 마시는데 매번 가방에 있네."
누가 주는 거지. 카게야마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
체육관의 보수 때문에 그날 연습은 빨리 끝났다. 밤이 되기 직전의 하늘을 보며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의 옆을 따라 걸었다. 가끔 귀찮아하는 카게야마와 달리 츠키시마는 땀을 흘린 후 매번 샤워를 했다. 가까이 가면 비누 냄새가 맡아졌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입술이 근질근질해졌다. 조금 떨어져서 걷고 있는 카게야마에게 츠키시마가 입을 열었다.
"여왕님."
"응?"
"이번 주말에 혹시.."
"아, 잠깐만."
카게야마는 딩동, 하고 울리는 라인 메시지를 확인했다. 쿠니미였다.
쿠니미 : 이번 주말에 만나서 자세히 듣고 싶은데 시간 괜찮아?
킨다이치와 쿠니미가 말해준 계획은 전부 다 실패였다. 만날 필요 없다고 느리게 적고 있는 카게야마의 폰 화면을, 옆에 서 있던 츠키시마가 들여다보고 물었다.
"..주말에 약속 있어?"
"응, 아니야."
"쿠니미라면 키타가와지?"
"어."
"아직 연락하네."
"킨다이치랑도 어제까지 라인 했는걸."
"..그렇구나."
너네한테 이제 할 얘기는 없어! 라고 시원하게 쏘아붙인 카게야마는 고개를 들었다. 막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하늘을 배경으로 츠키시마가 카게야마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한텐 이야기 안하는 것도 그 둘한텐 잘 하나봐."
"...? 별로..?"
"..슬슬 열 받네."
츠키시마의 몸이 가까워졌다.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의 말뜻을 이해할 수 없어 그저 츠키시마를 쳐다볼 뿐이었다. 츠키시마의 등 뒤로 이제 막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다른 배구부원들이랑 노는 거야, 어차피 네가 남자로 여기지 않으니 상관없어. 모르는 남자에게 러브레터 받았다고 자랑하는 것도 참을 만 해. 그렇지만 다른 남자들이랑 속닥이는 건 마음에 안 들어. 여왕님."
"...어?"
"멋대로 구는 건 여왕님이니 어쩔 수 없지만 일단은 내가 너의 애인이거든."
"츠키시마?"
카게야마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가, 금방 츠키시마의 팔 안에 잡혔다. 골목이 많은 길은 아직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화를 내는 츠키시마에게 카게야마도 대꾸했다.
"너야말로 그걸 다 봤으면서 왜 이야기 안했어? 난 네가 날 싫어하는 줄 알고."
"내가 널 싫어해?"
츠키시마가 예의 그 비웃음을 입가에 걸고 되물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고백하는 남자는 없다고 했잖아."
"..다른 사람들한테 사귀는 건 비밀로 해서,"
"너도 딱히 알리잔 말은 안 했어. 좋아. 배구부까지 전부 말할게."
"..나를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고.."
"...."
"질투..같은 것도 없었으니까..."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스스로의 입에서 나온 말에 얼굴이 붉어져, 보기 흉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츠키시마는 안경을 벗고서 카게야마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좀처럼 잘 볼 수 없는 연한 색의 눈동자가 카게야마를 찾는다.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로 츠키시마가 물었다.
"내가 신경써주길 원해?"
"...."
"여왕님."
"....으.."
"카게야마. 고개 들어봐."
이름이 불렸다. 카게야마가 얼굴을 들면 곧바로 입술이 맞부딪혔다. 닫힌 입술끼리 비벼지다가, 신음하기 위해 카게야마 쪽에서 먼저 입을 열면 츠키시마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벌리게 했다. 응, 으응, 카게야마는 당황해서 살짝 몸부림쳤다. 츠키시마의 품에 갇힌 몸은 단단하게 고정되어 벗어날 수 없었다. 카게야마를 집어삼키듯 키스하던 츠키시마는 입술을 떼고 다시 물었다.
"내가 질투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나봐."
"츠,"
"정말 보여줘도 되겠어?"
카게야마의 눈에 츠키시마의 젖은 입술이 들어왔다. 어두워진 밤, 흐트러짐이 없던 츠키시마의 눈이 이채를 띤 채 반짝였다.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츠키시마의 모습이 카게야마는 좋았다. 잡아주는 손도, 의외로 다정한 목소리도, 질투하며 달려드는 눈동자도. 어쩌면 먼저 좋아했던 쪽은 자신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신경이 쓰였다.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의 눈가를 어루만졌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보여줘. 그러면 다시 한 번 녹을 듯한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
"..그런데 정말 그 우유는 누가 주는 거야?"
"누가 챙겨주는 건지 여왕님이 한 번 맞춰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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