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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단편

[오이카게] 인터뷰




카메라의 불이 깜박였다. 침대 위에 앉은 남자가 카메라를 보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안녕."

"...안녕하세요."

"이름은?"

"...카게야마.. 토비오입니다."

"응. 이 쪽 봐줄래? 카메라 보세요."

(고개 돌림)

"부끄러워하는 거야? 귀엽네요."

"저, 역시 이거 이상한,"

"자자. 토비오쨩. 다시 시작할까?"

"..네."

"토비오쨩 나이 몇 살?"

"...(한숨) 열다섯 살입니다."

"학교는?"

"아, 아오바죠사이."

"아오바죠사이 고교 1년생 카게야마 토비오군. 교복 보여줄래? 어라? 명찰 이름이 달라요."

"이건 선배 교복입니다."

"선배? 왜 선배 교복 입고 있어?"

"어젯밤에 선배 집에서 잤다가 바꿔 입었습니다."

"으응, 좋은 선배구나. 후배를 재워주다니. 선배 이름이 뭐라고?"

"..오이카와 토오루."

"오이카와씨랑 토비오쨩은 자주 같이 자나 봐요?"

"그게..저.."

"응?"

"애인, 사이라서."

"앗. 토비오쨩. 애인이 남자였구나."

"예."

"고백은 누가 먼저 했어?"

"(발끈)"

"응? 말해주세요."

"..제가 먼저 했습니다."

"토비오쨩이 먼저 고백했을 정도라니 굉장히 잘생긴 선배였나 봐? (웃음)"

"오이카와선배는 배구를 잘합니다."

"..그거 말고 다른 점은?"

"서브를 잘합니다. 정말로 굉장한 서브를,"

"....됐어요. 잠깐 카메라 갈고 올게."


(컷)


"자. 이제 진짜 중요한 걸 물어볼 거예요."

"예. 저는 배구를.."

"그게 아니야! 토비오쨩은 애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배구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배구 말고. 예를 들면 잠자리에서."

"(짜증)"

"어라? 토비오쨩 지금 짜증내는 거예요?"

"..아닙니다."

"토비오쨩, 토비오쨩 지금 부탁하고 있었죠? 아끼는 cd를 망가트려버렸으니 용서해달라고 하는 입장 아니었나요? 토비오쨩 거짓말쟁이구나."

"..아닙니다. 말하겠습니다."

"최대한 자세하게. (웃음)"

"그.. 오이카와 선배는 좀 끈질기다고 생각합니다."

"..끈질겨?"

"제가 싫다는데도 자꾸, 놔주지 않아서."

"잠깐만!"


손에 비디오카메라를 든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에게 삿대질을 했다.


"끈질기다니 무슨 소리야! 오이카와씨한테 매번 울면서 더해달라고 조르는 쪽이 끈질기겠죠!"

"그런 적 없습니다!"

"좋아, 나중에 녹화할 테니까 확인해 볼 거야."

"그럼 이제 이 AV 인터뷰는 끝입니까? 선배 정말 변태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 아오바죠사이 학생입니까. 일단 전 카라스노 졸업한 지도 한참 지났어요!"


카게야마는 이를 갈았다. 오이카와가 좋다고 권해준 CD를 받아 들어보려고 하니 고장이 났다. 설마 이걸 빌미로 이 나이가 되어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을 줄은 몰랐다. 카게야마는 인상을 찌푸린 채 몸에 걸친 아오바죠사이의 흰 교복을 만지작거렸다. 오이카와가 간직해둔 모교의 교복이었고, 어쩌면 카게야마가 입었을 수도 있었을 교복이었다. 같은 팀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오이카와와 반대편에서 경기를 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카게야마는 생각한다. 그래도 아쉬움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는 없었다. 오이카와가 시키는 대로 입은 건 그 때문이었다. 그러자 카메라가 들이닥쳤다. 오이카와는 수상한 질문들을 하며 야한 말을 강요한다. 어릴 적 강제로 보았던 AV물의 도입부 같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오이카와는 정말로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게야마는 촬영분량을 살펴보는 오이카와에게 투덜거렸다.


"오이카와 선배. 이런 취향이었습니까."

"...오이카와씨는 토비오쨩이 나와 같은 학교를 다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

"...."

"약한 척 하지 마세요. 교복 입고서 하고 싶으신 거잖아요."

"토비오쨩 주제에 제법이네. 그럼 다시 진행해볼까?"


아오바죠사이에 갓 입학한 카게야마 토비오는 한숨을 쉬었다. 



*



"자자, 아오바죠사이 고교 1학년 토비오쨩."

"예.."

"첫 경험도 그렇다면 당연히 그 선배겠네요?"

"...."

"...응?"

"....아닙니다."

"...네??"

"선배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잠깐만요. 이런 건 들은 적이 없는 데요."

"카메라맨에겐 말할 필요 없으니까요. (웃음)"

"지금 정말 성격 나빠 보이는 얼굴 하고 있어요. 토비오쨩. 그나저나 농담이 심하네요."

"농담 아닙니다."

"....진짜?"

"중학교 때 체육관에서였나."

"....뭐?"

"옥상이었던가?"

"..헷갈릴 정도로 했, 했어? 중학생이잖아! 난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는데!"

"처음이라고 하니까 부드럽게 리드를 해줬습니다. ㅇㅇ에 ㅇㅇ하고 ㅇㅇ하는 건 기분이 좋았어요."

"잠깐! 컷!"


오이카와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외쳤다.


"토비오쨩! 오이카와씨는 딱히 처, 처음에 의미를 두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방금 그거 농담이지? 어? 거짓말이지?"

"당연하죠. 무슨 소릴 합니까."

"그런데 왜 그렇게 말해!"

"그런 컨셉이라고 한 게 누군데요. 고등학생이면서 야한 인터뷰를 하고 나중에 카메라맨이랑 하는 것도 찍고 싶다고 말한 쪽은 오이카와 선배거든요."

"그렇지만 기왕이면 선배와의 첫 경험으로 해줘.."

"...정말 귀찮다.."

"상처받으니까 소리 내서 말하지 말아줄래?"


한참 입씨름 후에 카게야마는 결국 오이카와가 원하는 대사로 수정했다. 카메라맨이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사람을 하나 죽일 것 같은 얼굴로 카게야마의 입이 열렸다.


"...오이카와 선배의 ㅇㅇ를 잔뜩 ㅇㅇ해서 처음으로 ㅇㅇ로 ㅇㅇ해버리는 바람에 ㅇㅇ가 ㅇㅇ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져서, ..(한숨) 계속 ㅇㅇ를 ㅇㅇ해달라고 제 입으로 ㅇㅇ까지 요구를 했습니다."

"야한 고등학생이구나, 토비오쨩."

"..네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나도 토비오쨩의 ㅇㅇ를 ㅇㅇ해줄 수밖엔 없겠네?"

"...."

"토비오쨩?"

"...야한 토비오를 카메라씨 마음대로 해주세요."


카게야마는 약속된 마지막 대사를 내뱉으며 교복 단추를 풀었다. 오이카와가 나른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입맞춤을 하며 자신을 뒤로 눕히는 눈동자는 몹시 사랑스러워보였다. 결국 카게야마도 팔을 뻗어 오이카와의 목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귓가에 입술을 대고서 속삭였다. 


"오이카와 선배."

"응?"

"그 CD, 원래 고장나있었죠?"

"....앗. 그랬나?"

"이런 놀이가 하고 싶으면 그냥 말씀하셔도 됩니다."


어쨌거나 먼저 반했던 건 자신이었으니, 이런 애인을 두었다고 어디 가서 한탄할 수도 없다. 카게야마는 당황하는 오이카와에게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오이카와 선배. 그럼 어디 야한 토비오를 선배 마음대로, 한 번 해보세요."






오이카게 전력 60분 참여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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