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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카게른/폐왕의 밤

88. 3월 19일



1~9 : 궁 안 

0 : 궁 밖


1~3 : 동궁

3~6 : 남궁

7~9 : 섭정궁 

0 : 단패궁



킨다이치는 글씨를 썩 잘 쓰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획마다 뚜렷하고 곧아 쿠니미는 읽을 때마다 킨다이치를 떠올릴 수 있었다. 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보내온 서신은, 곧 멀리 이동한다는 소식을 담고 있었다.


오사와 타카히로는 몇몇 귀족과 함께 사병을 끌고 도주하였다. 찾았으나 그의 딸 또한 보이지 않았다. 제 아비와 같이 간 것으로 보이는데 같이 따라갔는지, 아니면 끌려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타국으로 도주를 할 위험이 있으니 우선 그 뒤를 쫓겠다.


짧은 문장으로 대장군은 섭정에게 보고하였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킨다이치가 쿠니미에게 보내는 서신이 있었다.


*


쿠니미. 라고 시작하는 서신은 앞의 것과 다르게 글씨마저도 친근해보였다. 


쿠니미.

오사와는 뒤쫓기 쉬워 그닥 힘들지는 않으니 자연스레 궁의 생각이 난다. 카게야마는 어떻게 지내는지, 너는 또 어떻게 지내는지 궁에서 나오니 무척 근심이다. 그러나 잘 지내고 있으리라고 믿겠다. 이렇게 말하면 너는 며칠도 지나지 않았다고 나를 놀리겠지.


실은 간밤에 꿈을 꿨다. 네가 병풍 뒤에 서 있기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깼다. 불길하여 이 서신을 쓰지만 괜한 걱정이라고 믿는다. 너는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것이니 무리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카게야마 또한 너를 믿을 것이다.


나는 궁을 떠나기 전 카게야마에게 원망하지 않냐고 물었다. 카게야마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도로 물었지. 당장 대답하기엔 면목이 없어, 나는 그저 다녀온 이후를 약속하고 말았다. 그러니 너는 너 혼자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 둘이 같이 한 일에, 네 책임만을 지우려 할 생각은 없어. 돌아오면 카게야마에게 오사와에 대한 일을 말하고, 어쩔 수 없었노라고 같이 늦은 변명을 하자. 분명히 카게야마는 겨우 그것이었냐고 우리를 꾸중하겠지만.


"....."


그러니 내가 갈 때까지 카게야마를 잘 살피며 부디 건강해라. 담담히 쓰여진 서신의 끝은 그런 문장이었다. 쿠니미는 말없이 그 서신을 몇 번을 더 읽었다.


*


쿠니미는 도박을 했다. 오사와의 반란을 진작 알았으니 다른 나라로 보내려고 했다면, 어쩌면 쉽게 보냈을 수도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그러기 싫었다. 그는 카게야마를 다른 나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카게야마를 살리기 위해 단패궁으로 들이려 마음 먹은 순간부터, 어렴풋하게 성국들을 모아야한다는 목적을 가졌던 시작부터. 아마 자신은 이 때 죽기 위해 태어났던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다리를 바쳐 어린 카게야마를 붙잡았다. 조금 더 큰 카게야마를 붙잡기 위해서라면, 이 몸을 다 바쳐야 가능할 것이다.


"킨다이치."


아무도 없어 적막한 궁. 쿠니미는 바스락거리는 서신을 손에서 놓지 않고 중얼거렸다.


"나는.. 진심으로, 네 친구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딱 한번만 나를 용서해줘. 



쿠니미는 서신을 반듯하게 접어 넣었다. 잠시 후 시위가 쿠니미를 찾았다. 급한 목소리로 알아낸 것을 고한다.


"죄인이 얼마 전 오사와 타카히로를 만났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쿠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31일에 단패궁께서 나가시면 해치려할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다른 것은?"

"..고문을 받은 탓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치료해라."


쿠니미는 손을 들어 의원을 보내게 했다.


"오사와 타카히로가 오래전부터 단패궁을 노렸다는 증거다. 빨리 처리해야하니 죽게 하지는 말거라."

"명 받들겠습니다."


사정은 어쨌거나 쉽게 죽이고 싶지 않았다. 더욱 괴롭게 죽여 마땅했다. 쿠니미는 다시 한 번 손짓했다. 시위는 어제부터 불편했던 쿠니미의 심기를 알아차리고서 서둘러 나갔다.


*


"호박떡!"


카게야마는 즐거운 얼굴로 웃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떡이 눈 앞에 있었다. 상궁은 따라 웃으면서도 카게야마의 눈치를 보았다. 험한 일을 겪었던 주인은 의연하게도 기운을 차렸으나, 그래도 혹시나 남은 그늘이 있을까 염려되었다. 아침부터 카게야마의 침전으로 네코를 데려온 상궁은 오전 내내 카게야마가 마음대로 놀도록 두었다.


"호박이 달아 오늘은 더 맛이 좋다고 합니다. 어서 드세요. 마마."

"그럴까."


꼴깍꼴깍 침이 넘어갔다. 카게야마는 뜨거운 것을 덥석 잡았다가 그만 떨어트렸다.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네코가 꼬리를 흔들며 머리를 박고 대신 떡을 먹었다.


"아기한테 먹어야하는데 네가 대신 먹는구나."


카게야마는 웃으면서 떡을 한 입 먹고, 조금 떼어내 다시 네코에게 던져주었다. 


"하긴 너도 아직 어리니 많이 먹어야 할 것이다."

"마마. 밥은 따로 챙길 테니 그만 주십시오. 버릇이 나빠집니다."


두고보던 상궁은 결국 한마디를 던졌다. 혀를 내밀어 코를 닦던 강아지는 상궁을 보고서 왕, 하고 짖었다. 


떡을 다 먹은 카게야마는 모처럼 정원으로 나갔다. 네코와 함께 걷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는 귀를 집중했다. 낯선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는 몸을 움찔거렸고, 그 때마다 네코는 이상하다는 듯 카게야마를 올려다보았다.


"..그대로 잤으면 죽을 수도 있었는데."


신경 쓰는 게 당연하잖아. 카게야마는 괜히 네코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주었다. 주인의 투박한 손길을 피하지도 못한 강아지가 낑낑 울었다.



1~3 : 산책

4~6 : 바느질

7~9 : 선물(남궁,북궁) 

0 :



강아지를 괴롭히던 카게야마는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홀 : 남궁

짝 : 북궁


홀 : 히나타 

짝 : 츠키시마



"히나타님."

"토비오."


히나타는 까만 윤기가 도는 옷을 입고 있었다. 언제나 편한 차림새였던 히나타였으므로 카게야마는 그런 그가 조금 어색했다. 히나타도 그런 자신이 이상한 모양인지 괜히 손을 뻗어 네코를 안았다. 히나타를 기억하고 있는 네코는 순순히 그에게 안겼다.


"슬슬 돌아가야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히나타의 목소리는 쓸쓸해보였다.


"그치만 토비오한테는 선물을 주고 싶었어."



"리레주의 지정으로 선물을 정합니다"

ㄴ수컷 강아지


히나타의 뒤에 따라온 시위는 보자기에 싼 무언가를 안고 있었습니다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뒤에 보이는 물건이 신경쓰였다. 히나타를 쳐다보자 말없이 빙긋 웃는다. 그새 또 키가 큰 것 같은 카라스노의 황자는 저벅저벅 앞서서 단패궁으로 들어갔다. 카게야마는 뒤를 따라오는 시위를 힐끔 보았으나, 시위 또한 히나타처럼 웃으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히나타는 카게야마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말햇다. 그렇다면 저것이 선물일까? 귀를 세운다면 아마 무엇인지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었으나, 카게야마는 왠지 히나타가 좋은 것을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단패궁에 들어온 히나타는 직접 시위에게 보자기를 받았다. 바구니 속에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 모양새였다.


"토비오. 걷어봐."

"제가요?"

"응."


카게야마는 보자기를 걷어보았다.


"...와.."

"어때?"


등나무로 만든 바구니 안에는 눈을 막 뜬 하얀 강아지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


갓 태어난 새끼같았다. 몸은 자라지 않아 손 안에 들어올 것 같았으나 발을 보니 제법 클 것 같았다. 히나타의 품에 안겨있던 네코가 제일 먼저 흥미를 가지고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았다.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강아지가 움찔거린다. 작은 것이 그러니 네코가 더 놀라서 뒷걸음질쳤다.


"어때? 귀엽지."


히나타는 바구니 속의 강아지를 안아올렸다. 한 손으로도 충분히 잡힐 만한 크기였다.


"지금은 작지만 제법 큰대."


손 안의 강아지는 앙큼하게도 으르렁거리다가 히나타의 손을 물려고 했다. 히나타는 작은 이빨에 순순히 손을 내주었다. 분홍색 혀가 날름거리면서 히나타를 쫓는 것을 카게야마는, 들뜬 얼굴로 보았다.


"네코는 많이 크지는 않을 테니까."


히나타가 강아지를 내밀었다. 카게야마는 뜨끈뜨끈하고 조그만 강아지를 얼른 받았다. 품에 들어오자 팔 사이를 파고드는 모양이 귀여웠다. 카게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었다.


"이 강아지가 자라면 토비오를 지켜줄 거야."

"정말요? 이렇게 작은데.."

"엄청 클걸. 밥 많이 줘야 돼."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카게야마를 보던 네코가 왕, 왕 하고 한 번 짖었다. 질투하나보다. 그렇게 말하며 히나타는 카게야마 대신 네코를 안아들었다. 네코는 뒷발로 히나타의 가슴을 몇 번 쳤으나 카게야마가 안아줄 생각이 없어보이자 그만 풀이 죽어 얌전해졌다. 조그만 새끼란 그렇게 사람의 신경을 집중하게 하는 법이었다. 네코가 섭섭해하는 것도 모른 채 카게야마는 손 안의 강아지를 열심히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털, 분홍색의 동그란 코. 갓 뜬 까만 눈은 카게야마를 열심히 쳐다보면서 낑낑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귀여워.."


슥 뒤집어 통통한 배를 보면 수컷이었다. 뒤집은 자세가 싫은지 울다가 카게야마가 배를 쓰다듬어주자 잠잠해진다. 귀여워. 귀여워요. 카게야마는 정신없이 강아지를 보며 말했다. 히나타는 우쭐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렇게 보여도 곧 클 거야."

"작은 게 더 귀여울 것 같아요."

"사내한테 작아서 귀엽다는 칭찬은 하면 안 돼."


그 말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이입해버린 히나타는 괜히 네코의 콧잔등을 건드렸다.


"..조금 있으면 그 애도 클 거고."

"....."

"나도, 많이 크겠지."


토비오보다 더 클 거야. 히나타는 중얼거렸다. 


*


히나타에게 첫 정을 가르쳐준 여자는 아마도 히나타에게 오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쿠니미 아키라의 선언은 마치 히나타에겐 사랑고백처럼 느껴졌다. 거대하고 괴로운 감정들에게 짓눌리지 않기 위해 히나타는 애를 써야했다. 만약 히나타가 카라스노로 카게야마를 데리고 가야한다면, 히나타는 키타가와 전체와 싸워야할 것이다. 그런 사랑이 있을까. 그런 사랑도 있었다.


그는 몇 번이나 섭정의 계획을 알려야하는 지 고민했다. 카게야마가 쿠니미의 생각에 동의하는지, 쿠니미와 같은 마음인지는 히나타는 몰랐다. 그러니 함부로 끼어들 수가 없었다. 끼어들 수가 없다니... 히나타는 자조했다.


가지고 싶은 모든 걸 손에 움켜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딱 한 번 실패했을 뿐이었다. 비록 그것이, 가장 원하던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토비오."

"예."

"이름은 뭐라고 할 거야?"


히나타의 물음에 카게야마는 곰곰히 생각하였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음...."

"히나타님께서 주셨으니까, 히나타님께서 지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이름으로 부를 거예요. 카게야마는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히나타는 손 안의 네코를 쳐다보았다. 선물로 네코마에서 준 강아지를 떠올렸던 것은 다른 이유가 없었다. 옷은 언젠가 해어진다. 장신구는 부서지기 쉽다. 신발 또한 뒤축이 닳는다. 꽃은 시들고, 보석은 빛을 잃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은 남아 오랫동안 자리할 것이다.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행복한 추억이 되고 싶었다. 


"내가 지어도 되겠어?"


아주 오래, 카게야마의 곁을 지키게 될 강아지를 쳐다보며 히나타는 입을 열었다.


"예. 히나타님."

"그러면.."

"....?"

"카라스라고 하자."


카라스, 흰 강아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어디서 따 왔는지는 알 수 있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라스요?"

"이런 말이 있잖아. [백로를 까마귀] 같은."


백로를 두고 억지로 까마귀라고 우기는 말을 들며 히나타는 씩 웃었다.


"이름에는 힘이 있다니까, 카라스라고 부르면 까매질지도 몰라."

"안 돼요."

"왜? 까만 강아지도 귀여울걸."


그 말에 카게야마는 강아지를 들어 쳐다보았다. 까만 색을 덧입혀 상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까만 강아지도 귀여울 것 같아요. 잠시 후 강아지를 내려놓으면서 카게야마는 중얼거렸다. 그래도 흰 쪽이 더 귀여운 것 같지만... 그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히나타는 도로 강아지를 안아들었다. 꼬물꼬물 앞으로 기어가던 강아지는 공중에 떠오르자 놀라서 조그만 발을 휘저었다.


"카라스."


이 작은 카라스는 히나타 대신 카게야마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아쉬움과 기대감을 담아 히나타는 다시 한 번 강아지를 불렀다. 카라스. 이름을 알아들은 것처럼 조그만 강아지가 낑낑거렸다.


"카라스..."


카게야마도 어색하게 따라 불렀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히나타님. 좋은 이름 같아요."

"그렇지?"

"히나타님의 나라에도 들어가는 단어니까, 카라스를 보면 히나타님을 생각할게요."


히나타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흔들림없는 눈동자는 강아지를 보았다가, 시선을 느꼈는지 히나타를 쳐다본다. 히나타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무척이나 쉽게 내뱉은 여자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히나타님? 그렇게 부르는 입술을 쳐다보며 히나타는 입술을 뗐다.


"카게야마."

"예."

"불러줄래?"

"예?"


쇼요라고 한 번만 불러줘. 히나타는 말했다. 


*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말을 듣고 머뭇거렸다. 히나타는 카게야마가 이름을 불러주기를 거절하며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꺼냈던 것을 기억했다. 그 친구들이란 아마도.. 히나타가 섭정을 생각할 때, 카게야마의 입이 열렸다.


"쇼요님."

"...토비오."

"쇼요님은..참 이상하세요. 계속 이름을 불러달라고 하시고."


카게야마는 쑥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계속 그러셨죠."

"응. 이름을 불리고 싶었으니까."

"그걸 계속 신경 쓰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

"토비오가 부르는 내 이름, 듣기 좋은 걸."


친구들 때문에 히나타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던 카게야마는 이제 쇼요라고 그를 불렀다. 친구들의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뜻 같았고, 그 생각에 닿자 히나타는 기쁨과 동시에 슬픔을 느꼈다.


"한 번 더 불러줘."


일부러 애교스럽게 청을 하면 이번엔 얼굴이 빨개진 채료 쇼, 쇼요님? 하고 부른다. 히나타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처음부터 이름을 불렸더라면 뭔가 달라졌을 지도 몰랐다. 아, 정말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선물이


1~3 : 귀여워 (+3)

4~6 : 네코와 함께 (+4)

7~9 : 좋은 이름을 받았다 (+5)

0 : 쇼요님 (+7)


카게야마 토비오 

□: 49 (+3)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반응이


1~3 : 카게야마가 더 귀여워 (+3)

4~6 : 쭉 함께 (호감도 +4 위험도 +1) 

7~9 : 카라스, 노로 (호감도 +6 위험도 +2)

0 : 안녕 (호감도 +7 위험도 +5)


히나타 쇼요

○: 51 (+4)

◇: 29 (+1)



정말 귀여워요. 카게야마는 카라스를 들여다보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잠이 들락말락하여 눈을 감고 있던 카라스는 손가락이 오자 앙 하고 입을 벌렸다.


"쇼요님, 얘 좀 봐요. 막 물려고 해요."


카게야마가 이르자 히나타는 강아지를 번쩍 안았다. 눈이 감기던 강아지가 우는 소리를 냈다.


"물면 안 돼. 네가 곁에서 토비오를 잘 보살피라고 둔 것인데."

"네코는 처음에 저를 잘 따르지 않았어요. 혹시 그런 걸까요?"


갑자기 걱정스러워진 카게야마가 중얼거렸다. 히나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어려서 그래. 어미가 충견이었다고하니 괜찮을 거야."

"이 개 어미가 따로 있었군요."

"응. 젖을 떼고서 데려왔어."

"...엄마랑 같이 있고 싶나보다."


카게야마는 강아지를 안고서 쓰다듬었다. 히나타는 왠지 목이 메이는 것 같았다. 그는 몇 번 입술을 달싹거렸다가, 겨우 말을 했다.


"괜찮아."


강아지를 쓰다듬던 카게야마가 눈을 들었다. 며칠 사이에도 키가 큰 히나타는 카게야마를 거의 비슷한 눈높이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토비오랑 이제부터 쭉 함께.. 있을 테니까."




또 늘어난 강아지를 본 상궁은 들어오자마자 신음했다. 히나타의 곁에서 카게야마는 강아지의 조그만 앞발을 들어올렸다. 귀엽지? 카게야마가 까르르 웃었다. 히나타도 그 옆에서 웃고 있었다.


"히..쇼요님. 곧 저녁 식사 시간이니 드시고 가세요."


기분이 좋아진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소매를 잡았다.


"여기서 만든 호박떡이 아주 맛있어요."

"호박떡? 그건 먹을 수 있어?"


입덧이 심했던 것을 물어보자 카게야마는 많이 좋아졌다고 대답했다. 그것이 참 다행이라 히나타는 정말? 정말 괜찮아? 하고 몇 번을 물었다. 히나타가 믿지 않는 눈치라 카게야마는 곧 차려진 저녁을 덥석 덥석 잘 먹었다. 갓 만든 떡을 집어먹는 모습을 보며 히나타는 비로소 활짝 웃었다.


"다행이다. 토비오."

"쇼요, 님도 많이 드세요."


카게야마는 부끄러워하면서도 히나타를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히나타가 기뻐하던 모습을 보고 어색하나마 계속 부르는 것 같았다. 카게야마가 자신에게 쏟는 관심이 좋아, 히나타는 배가 부를 때까지 권하는 음식들을 먹었다.


히나타가 떠난 후에도 카게야마의 관심은 카라스에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네코는 그런 주인이 야속한지 낑낑거렸다.  평소와 다르게, 마치 어린 것처럼 우는 소리를 듣고서 카게야마는 네코가 어디 아픈 줄 알고 놀랐다. 


"왜 이러지?"


네코는 카게야마가 안아주자 만족한 것처럼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상궁이 보다가 기가 막힌 듯 웃었다.


"질투하는 겁니다. 마마."

"질투라고..?"

"사람의 아이도 동생이 생기면 질투를 한답니다. 짐승도 똑같은 모양입니다."

"카라스가 들어왔다고 해서 너를 미워하는 것이 아닌데..왜 질투를 하지?"


이해할 수 없어서 중얼거려도 대답은 없었다. 카게야마는 결국 곁에는 바구니 속에 카라스를 두고, 품에는 네코를 안은 채 달래주어야했다. 네코는 카라스를 보고서 고개를 훽 돌렸다. 카게야마는 억지로 네코를 그 앞에 들이밀었다.


"그렇구나. 네 동생이니 잘 해줘야 돼."


카게야마가 타일렀으나 네코는 카게야마의 손을 몇 번 핥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얀 강아지만이 꼬물거리며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19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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