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3월 27일 마른 볏짚 냄새가 났다. 그 속에서 남자는 웅크린 채로 감옥의 나무 문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첫날 잔뜩 얻어맞아 멍이 든 몸은 신기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섭정의 명으로 깨끗히 치료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문을 당한 손톱은 다 빠져나가 속살이 보여 반들반들했다. 얇은 새 손톱이 올라올 때 쯤 남자는 다시 감옥으로 돌아왔다. 키타가와에 경사가 있기에 함부로 피를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슨 경사인지 남자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왕이 실은 여자였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내심 대단하게 여겼고, 어떤 이들은 그를 아니꼽게 여겼다. 남자는 후자였다. 몇 번이나 죽을 뻔한 후 겨우 살아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신의 장례가 끝난 후였다. 시체가 없는 무덤에는 동생이 넣어준 그의 옷.. 더보기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