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21일 <서궁-쿠로오> 카게야마가 마음에 든 꽃은 창가에 아직 있었다. 홀로 일어난 카게야마는 강아지를 깨우지 않게 조심하며 침상 아래로 내려갔다. 막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꽃을 들어 향기를 맡아본다. 어떤 소리도 듣지 않게 귀를 닫고 카게야마는 코 끝에 꽃을 대었다. 역시나 물이 넘쳐 흐르는 듯한 향기. 머리부터 상쾌해 기분이 좋았다. "마마.." 상궁은 카게야마를 깨우기 위해 들어왔다. 그리고 무심코 창가의 카게야마를 보았다가 숨을 멈춘다. 새벽의 푸른 햇살을 받으며 흰 꽃을 들고 서있는 카게야마는 처절하고 고귀해보여 감히 말을 붙일 수 없었다. 사내인지 여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마치 신화에 나오는 태초의 신같은 자태로 카게야마는 거기에 있었다. 상궁은 손 하나 까딱 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 .. 더보기 이전 1 ··· 145 146 147 148 149 150 151 ··· 187 다음